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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에 출마한 민주당 김태선 후보와   진보당 대표  


2024년 총선에서 진보당(그리고 민주노총의 전국회의 정파)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에 들어갔다. 진보당이 보수 양당들과는 선거 협력을 하지 않는다는 민주노총의 총선 방침을 어기면서까지 국회의원 배지를 향해 이전투구처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선택적 친화력’이라는 개념이 머리를 맴돌았다.

 

선택적 친화력은 원래는 서로 다른 두 물질이 만나 상호작용하면서 새롭게 결합하는 현상을 뜻하는 화학 용어였다가, 괴테가 <선택적 친화력>이라는 소설에서 사회 속에서 인간 간의 관계를 드러내는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이후에는 막스 베버가 <자본주의와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에서 자본주의 발전의 원인을 나름 밝히기 위해서 이 개념을 썼다) 먼저 이 개념을 괴테가 어떻게 논하는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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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컨대 우리가 석회석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에게 공기의 형태로 알려진 약산(弱酸)과 긴밀하게 결합한, 말하자면 어느 정도 순수한 석회토를 말하지요. 그러한 석회석 한 조각을 묽은 황산 속에 넣으면, 황산이 석회를 붙잡게 되고 그 결과로 석고가 태어나는 겁니다. 반면에 약하고 가벼운 산은 달아나 버리지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하나의 분리와 하나의 새로운 결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선택적 친화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들 보는 겁니다. 왜냐하면 어떤 관계가 다른 관계보다, 그리고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선호되는 양 실제로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지요.  (…)  하지만 인간이란 그러한 원소들보다 몇 단계나 위에 있는 존재라고요. 사람들이 여기에서 선택이라든지 선택적 친화력이라는 멋진 말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사용하는데, 그렇다면 다시 자기 내면으로 되돌아가 이번 기회에 그러한 표현의 가치를 제대로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나는 서로 헤어질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어떤 두 사람의 긴밀한 결합이 제3의 인물의 우연한 등장에 의해 해체되고, 애초에는 그처럼 아름답게 결합하였던 이들 중 하나가 무기력하게 저 멀리로 내가 쫓기는 안타까운 경우들을 잘 알고 있답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장희창 옮김(2023), <선택적 친화력>, 을유문화사, pp. 60-61)


<선택적 친화력>의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귀족 부부는 각기 다른 사람을 욕망하고 있었다. 에두아르트는 오틸리에를 샤를로테는 에두아르트의 친구인 대위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이들은 애정 없는 성행위를 나누게 되었다. 그들 각자가 욕망하는 대상을 생각하면서 성행위를 했고 그런 ‘선택적 친화력’의 결과로 태어난 아이의 눈은 오틸리에를 닮고 몸은 대위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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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 벤야민이 괴테의 <선택적 친화력>을 분석한 것을 보자. 발터 벤야민에 따르면 괴테가 이 소설을 완성할 때쯤인 1809년에 괴테는 슐레지엔과 폴란드의 귀족 계층, 고관들, 망명자들, 보헤미아의 온천장들에서 오스트리아의 여제 주변에 모여들었던 프로이센 장군들을 면밀히 관찰했고 에두아르트 부부에 이들을 반영했다. 발터 벤야민은 괴테가 가족이라는 제도가 붕괴되는 이유를 신화적인 운명 힘들의 형태를 띠며 모든 것을 원상으로 복귀시키는 봉건사회로 보았다고 분석했다. (발터 벤야민; 최성만 옮김, <괴테의 친화력>, 길, p. 262)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귀족 부부의 선택적 친화력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저 하던 데로 계속 살아가다 자신들의 욕망에 충실한 아이를 낳고,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진보당의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은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부부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울산 동구에서 민주노총 후보 이장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욕망에 충실하기 위해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 유세 나온 진보당 윤희숙 대표를 보는 것은 1809년 괴테의 선택적 친화력의 2024년 한국에서의 구현을 보는 것이었다.

 

한국 진보정당의 몰락은 기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민주당 김대중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까지 올라가고, 진보정당의 역사 자체로만 보면 민주노동당 시절 민주당과의 협력을 추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2024년 총선에서 선택적 친화를 위해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들어갔다. 진보당은 그저 20년간 계속 민주당에 협력하여 자신들의 욕망인 권력욕에 충실한 결과로 울산 북구 윤종오, 비례 대표 정혜경, 전종덕 국회의원 3명을 가지게 되었다. 

 

울산 동구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상징인 남목고개가 있는 곳이다, 고용불안과 구조 조정에 시달리는 현대중공업이 있는 곳이다. 울산 동구 노동자 대표들과 민주노총 울산은 노동당 이장우 후보로 후보 단일화를 요구했지만, 진보당은 노동자들을 배신하였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권명호가 38.36%, 민주당 김태선이 24.53%, 진보당 김종훈이 33.88% 얻었는데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권명호 45.2%, 민주당 김태선이 45.88%, 노동당 이장우는 8.90%의 표를 얻었다. 민주당으로부터 권력을 나누어 받는 것을 선택한 진보당이 민주당에 투표하라고 하지 않은 이상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


보수 양당과는 함께 하지 않는다는 2023년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결정한 선거 방침을 정면으로 여기면서까지 권력욕에 충실하게 움직인 진보당의 2024년 총선에서 선택적 친화력의 정치는 한국 진보정당의 한 축이었던 자주 계열의 완전한 타락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출처  : <노동자신문> 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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