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김정호 (편집위원) 번역
등록일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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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충격적인 인도주의적 재난이 벌어지고 있다. 하루 100여 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 사망이라는 참혹한 현실, 당장 인도적 휴전을 실현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평소 ‘인권’과 인도주의로 일관하는 미국 및 미국을 대표로 하는 주요 7개국(G7)이 이번에는 ‘휴전’이라는 단어를 입에도 올리지 못하는 것은 기이하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는 11월 8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였다. 그러면서도 정작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 군사행동의 ‘인도적 중단’을 촉구했을 뿐, ‘휴전 및 전쟁 중지, 평화회담 재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유엔총회 긴급 특별회의 결의안 이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책임 있는 행동 촉구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G7이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사실상 묵인하거나 용인한 것이라는 신호와 같다. 이른바 ‘인도주의적 일시 중지’는 미국과 G7이 국제사회에 대해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에 가깝다.

 

이것은 물론 미국이나 G7이 정말로 약해서가 아니다. 사실 그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독특한 영향력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평화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위해서 이러한 힘과 영향력을 사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이다. G7의 공동성명은 다른 나라나 다른 사건을 대할 때는 그렇지가 않다. 알다시피 G7의 공동성명은 소위 도덕적 고지에서 다른 나라의 내부 사정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진정한 인도주의적 재앙이 닥쳐와 미국과 G7의 행동이 필요할 때, 그들의 진정한 실체가 금방 드러난다. 팔레스타인의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과 워싱턴의 정치적 계산 사이에서 미국과 G7은 주저 없이 후자를 택했으며, 그 허위성과 이중적 잣대를 거의 숨기지 않았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가자지구의 악몽은 인도주의적 위기만이 아닌 인간성의 위기이다. 또한 유엔 관리들은 이곳에서 발생한 “죽음과 고통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당신은 매일 이것이 최악의 날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음 날은 더욱 나쁘다”고 뼈아프게 말했다. 분명한 것은 전쟁이 계속되는 한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 상황은 더욱 많이 발생할 것이며, 이러한 이치는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미국 내에서 연일 휴전을 촉구하는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G7 내부에서도 미국이 거부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대해 프랑스와 일본은 찬성표를 던졌다. 그리고 다시 유엔으로 확대돼, 당장 ‘인도적 휴전’이 이뤄지길 바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안타깝게도 작은 이익집단이나 정치집단의 의지가 워싱턴을 인질로 잡고, 워싱턴의 의지는 G7을 인질로 삼으며, 결국 유엔을 인질로 삼으려고 시도하는 것을 목격했다.

 

주목할 것은, G7 외무장관 공동성명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외에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 등이 대거 언급돼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문제에서 이 성명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편을 가르려는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성명은 ‘평화’와 ‘안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오히려 진정한 평화와 진정한 안전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지역 충돌과 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짐작이 간다. 

 

바로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의 말처럼 민간인에 대한 집단 처벌은 절대적 안전을 가져오지 못하며, 폭력으로 인한 증오와 대립만 증폭시킬 뿐이다. 가자지구의 전투가 계속되도록 방임하는 것은 이 지역을 집어삼키는 군사적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다수가 패배하는 국면을 미국을 포함한 모두가 원하지 않는다. 휴전을 언급하지 않고 ‘인도주의적 일시 중지’만을 요구하는 미국과 G7의 위선은,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화약 냄새를 가득나게 하며 상당히 위험하다.


가자는 ‘가짜 휴전’이 아닌 ‘진짜 휴전’을 필요로 한다. 분쟁 당사자들이 모든 적대 활동을 즉시 중단해야만, 이를 전제로 진정한 평화의 진척과 인도주의적 구원이 전개될 수 있다. 만약 전면적 휴전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인도적 지원도 한강에 돌 던지기식이다. 

 

2023.11.10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FI5Vnues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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