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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임원선거에서 ‘신선한 충격’ 준 강봉진 후보
등록일 :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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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유세 중인 강봉진 후보 

 

[편집자주]  민주노총 최대 단일 사업장인 현대차지부의 10대 임원선거가 끝났다. 지난 11월 13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정식 막이 오른 이번 임원선거는 기호 2번 문용문 후보가 12월 5일(화) 치러진 2차 결선투표에서 53.2%를 획득해 45.7%에 그친 기호 4번 임부규 후보를 누르고 최종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이번 임원선거 결과와는 상관없이 대내외적으로 주목 받는 후보가 있다. 비록 1차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현대차지부의 전면 쇄신을 내걸며 출마했던 기호 1번 강봉진 후보다. 다른 후보의 조직들과는 달리 집행부를 맡아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작은 조직 출신이지만, 그의 팀이 내건 ‘노사담합 척결’, “깨끗한 노조가 강한 노조다”라는 구호는 현장 조합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현대차지부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쇄신 움직임은 앞으로 한국 노동운동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이 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울산함성>은 이번 선거에서 주목받은 강봉진 동지와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1. 그동안 선거운동 하시느라 수고가 많았다. 현대차지부는 규모가 크고 울산, 전주, 아산, 남양, 판매, 정비, 모비스 등 전국적으로 사업장이 분포한 관계로 웬만한 규모의 현장조직은 지부장 선거에 출마하기가 쉽지 않다. 작은 조직으로서 이번 선거에 출마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강봉진: 현대차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중심 사업장이다. 그리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주력 사업장으로서 현대차지부는 전체 한국 노동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부는 지금 조합원들의 신뢰마저 잃고 있고 자신의 기득권만 챙기는 노조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2023년 임단투가 진행 중이던 때에 그동안 ‘깨끗한 노조 만들기’ 운동을 벌여왔던 김희환 (당시 안현호 집행부의 현장조직인 '금속연대' 조직원이었는데 선거를 앞두고  금속연대를 탈퇴해 강봉진선대본 본부장을 맡았다) 동지 등의 실천활동에 합류해 함께 했다. 

 

현장 유세하면서 저는 이런 얘기들을 많이 했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60세 이하 조합원의 임금을 합당한 사유 없이 줄이면(소위 ‘임금피크제’)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지부 단체협약 제117조에는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나 법률적 판단이 달라지면 ‘보충협약’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 안현호 집행부는 자신이 9대 임원선거 출마 때 파업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철폐하겠다고 약속하고도 당선 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8년 동안 많은 후보들이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철폐를 들고나왔지만, 그 누구도 실제로는 싸우지 않았다.

 

또한 작년 10월 27일 대법원은 “업체입사 기간 2년이 지나면 그다음 날부터 정규직과 또 같은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차는 10년이 넘도록 판결을 지연시키면서 ‘대법원 판결이 나면 준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 대상 조합원만 9,300명이 넘는다. 하지만 현대차는 정작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약속을 지키라’는 이들의 요구에 대해 논의조차 거부했고, 2023년 단체교섭을 사측의 의도대로 끝냈다.


약속대로 대법원 판결을 준용한다면 평균 12호봉(시급 660원)을 더 적용 받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 늦게 적용할수록 그만큼 회사는 금전적 이득을 보게 되고, 특별채용 조합원들은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 몇 년 간 회사가 약속을 지키기보다는 일부분만 개선하는 ‘꼼수합의’를 해 온 이유다. 

 

9대 안현호 집행부는 이런 요구를 내걸고 싸워야 함에도, 교섭을 앞둔 안현호 지부장과 교섭위원들은 오히려 사측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조합원들은 지난 20년 동안 교섭위원들이 사측과 해외연수를 가는 것에 대해 줄곧 문제제기를 했다. 올해도 해외연수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 제조직들은 해외여행은 교섭이 끝난 후에 가라고 만류했다. 그런데도 안현호 집행부는 5.1절 바로 그날에 해외연수를 떠났다. 메이데이가 갖는 의미에 대해 안현호 집행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합원들은 그때 이미 자신들의 요구가 달성될 수 없음을 알았다고 말한다. 참담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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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함성과 인터뷰 중인 강봉진 동지

 

ㅡ ‘거지새끼가 온다’

 

지금 조합원들은 노조 간부들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 퇴직을 2년 앞둔 선배가 하는 말은, 자기가 회사를 35년 다녔는데 노조 조끼 입은 사람(노조 간부를 지칭-주)을 현장에서는 ‘거지새끼’라고 부른다고 했다. 노동자로서 현장 일은 하지 않고 노조 간부랍시고 어슬렁대며, 사측과는 싸울 생각은 않고 구걸만 하기 때문에 붙여준 별명이라는 것이다. 자기들이 얘기하고 있을 때 노조 간부가 오면 ‘거지새끼 온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노동조합의 기본 덕목은 청렴과 깨끗함인데, 우리가 어떻게 지켜온 노조인데 조합원들이 노조 간부들을 이 정도까지 경멸하는 것일까… 그걸 보면서 유세를 좀 더 자신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리하면, 지난 23년 동안 조합원을 속이고 기만했던 노조 활동에 대해 지금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그런 생각이 절실했기에 작은 조직임에도 동지들과 함께 결사 투쟁의 정신으로 선거투쟁에 나선 것이다.

 

◆ 울산함성: 정년연장, 차별철폐, 성과급 평균임금 산정 등 조합원들의 산적한 요구 사항에도 불구하고 노조 간부들이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전면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마하게 됐다는 취지인 것 같다. 


2. 선거기간에 직접 조합원들을 접촉할 기회가 많았을 것 같다. 그때 느낀 점이나 조합원들이 말하는 ‘바램’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

 

▶강봉진: 앞서 35년 된 선배 얘기하면서 “조끼 입은 거지새끼 온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말씀드렸는데, 실제 노조 간부들의 위신은 지금 땅에 떨어져 있다. 조합원들이 신차투입 때 맨아워(M/H) 협상*에 대해 말하면, 대의원들은 사측이 준 자료를 그대로 읽는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작업조건 개선과 관련하여 대의원한테 노동강도 완화를 요청하면, 회사의 투자비가 얼마나 드는데 이것은 된다, 이것은 안 된다라며 대의원들이 사측과 협상도 하기 전에 미리 짜른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불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 맨아워(M/H)는 상품생산을 위한 투입인력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을 말한다. 보통 신차종 생산 전에 노사가 협상을 통해서 결정한다. 현대차지부는 맨아워 협상을 대의원들이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현대차지부 대의원은 조합원 100명당 한 명꼴로 선출된다.


현장 순회하면서는 참담한 장면을 보았다. 현장에 촉탁 인원, 즉 계약직 인원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조합원들이 하는 얘기로는, 대의원들이 선배들이 퇴직하고 나면 단체협약에 규정된 대로 신규 충원을 받기 위해 싸워야 하는데, 그냥 회사가 하라는 대로 촉탁과 임시직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들이 지금 현장에는 너무 많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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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강 동지는 ‘깨끗한 노조’를 특별히 강조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이를 주요 구호로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왜 지금 시기 노조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중에서 꼭 ‘깨끗한 노조’부터 시작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강봉진:  노조간부, 노동활동가들의 기본 덕목은 다름 아닌 도덕성이다. 아무리 평등 세상을 지향하고 그것을 실현하겠다고 하더라도, 도덕성이 자본가와 정권보다 앞서지 않으면 투쟁할 수가 없다. 현대차지부는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1995년 양봉수 열사 투쟁 때까지만 하더라도 노조 간부가 사측 관리자와 술을 마시는 일은 생각조차 못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사측과 술 안 먹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 취급을 받는다.

 

“너만 깨끗하면 다냐, 물이 너무 깨끗하면 물고기가 못 산다” “모난 돌 정 맞는다”라면서, 조금이라도 자기 소신을 말하면 주변에서 몰매 맞는 분위기다. 모두 함께 하향 평준화가 안 되면 활동을 못하는 풍토를 만들고 있다. 그것은 회사가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붓고 현직 노조 간부 뿐만 아니라 전직까지 포함하는 철저하게 계획된 노무관리를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ㅡ 전현직 노조간부 친인척 ‘특혜성 업체 운영’ 심각

 

특히 심각한 문제는 전·현직 노조간부 친인척들의 업체운영 문제다. 전현직 노조 간부와 가족들이 사측의 특혜를 받아 업체를 경영하는 풍토가 어느덧 우리 내부에서 독버섯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베스틱이다. 베스틱은 현대글로비스 하청회사로서 현대자동차 울산 1,2,4 공장에 범퍼를 직서열 공급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 현대차노조 위원장과 지부장을  역임한 이00의 친인척회사라고 알려지고 있다.


2020년 회계연도(2020.1.1.~2020.12.31.) 감사보고서를 보면 베스틱의 총매출액은 11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4.3%에 달한다. 요즘 하청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이 평균 2~3% 대에 불과한 것을 볼 때 베스틱의 영업이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스틱이 왜 일개 하청업체에 불과하면서도 이토록 영업이익률이 높은지는 자명하다. 바로 전직 노조위원장 출신이면서, 더욱 중요하게는 지금도 현대차 노조운동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현대차재벌의 특별 ‘배려’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과연 사측은 아무런 대가 없이 이런 특혜를 줄까? 이들 전현직 노조 간부들의 이권 뒤에는 노동자에 대한 현대차재벌의 거대한 착취와 억압이 숨어있다. 절대 공짜가 없는 것이 자본의 철칙이다. 따라서 노조 간부가 깨끗해야만 조합원들의 임금과 빼앗긴 권리,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작업조건 향상을 위한 투쟁에 나설 수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깨끗한 노조’ 만들기를 앞세워야 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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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담합 척결을 주장하는  강봉진 후보 운동원들


ㅡ 비정규직이 행복해질 때라야, 정규직도 행복해진다.

 

4. 강 동지가 소속한 <노동자함성>의 기관지를 보면 평소에 불법파견이나 사내하청, 부품사 등과 관련한 문제를 많이 제기하는 것이 눈에 띈다. 이렇듯 다른 조직과는 다르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연대, 원하청 연대를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현대차 조합원의 이해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강봉진:  <노동자함성>이 불법파견이나 사내하청 문제를 많이 제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원래 노동운동의 기본 지향은 평등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21년 전에 제가 조합원한테 그런 얘기를 했는데, 그 당시 사측과 맨아워 협상을 하게 되면 비정규직을 각 공정에 끼어넣는 관행이 있었다. 저는 비정규직을 넣는데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단 비정규직이 들어오더라도 일감을 똑같이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조합원들을 2주 정도 설득해서 납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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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함성의   비정규직 문제  관련 기사 (2023.03.21)


노동자는 평등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하는데, 어떤 사람이 차별받고 있다면 어떻게 동지가 될 수 있겠나?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사내하청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노동자함성>만이 아닌, 현대차지부가 적극적으로 그 사업을 벌여 나가야 한다고 본다.


비정규직 문제와 현대차 조합원의 이익과 관련해선,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산업예비군’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산업예비군이 공장 밖에 항상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가 어렵다. 지금 현대차 울산공장에는 비정규직이 벌써 7천명을 넘어서고 있는데,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촉탁직 등 비정규직이 1만을 넘어설 경우 과연 회사가 노동조합을 인정하겠느냐는 것이다. 정규직들이 파업을 해도 회사는 언제든지 촉탁이나 알바 등 비정규직을 투입할 수 있기에 파업은 별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받고 있는 임금을 포함해서 모든 근로조건이 37년 전 노조 설립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저는 분명하게 말씀 드릴 수 있다.  


37년 전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은 맞으면서 일했고, 저도 그렇게 맞아본 사람 중 하나다. 그런 노동현장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시 그런 노예 상태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노동자가 자주적이고 민주적이고 창조적으로 이 세상에 주인답게 살아가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규직은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미조직 노동자들이 행복해질 때라야, 자신의 행복도 가능하다.

 

◆ 울산함성: 원-하청,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연대를 해야 하는지 ‘산업예비군’ 개념을 들어 적절하게 설명해 주신 것 같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강 동지의 그런 설명에 대해서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강봉진: 사실 그것은 큰 문제다. 저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현장에서 조직되지 않은 무권리 상태에 놓여 있는 촉탁직 노동자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의장 라인을 도는데 한 라인의 절반 이상이 촉탁직이었다. 악수를 하고 마주 보고 얘기하는데도, 그들의 얼굴엔 거의 표정이 없었다. 똑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처럼 무표정인 것이다. 현대차 지부장 선거가 자신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기 때문인데, 그런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저는 동생 혹은 자식 같은 그들 청년의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노동조합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를 위해선 우리 조합원들이 지금과 같은 교육 방식에서 전면 탈피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사회인지 민주주의사회인지 올바로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임금 받는 노동자인데 그 임금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우리가 생산하는 가치와 실제 받는 임금은 어떤 차이가 나는지 등… 


연봉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율이 27%밖에 안되는  현대차의 임금체계가 너무 복잡해  자신이 받는 임금에 대해 제대로 계산할 수 있는 조합원이  많이 없다. 임금을 제대로 계산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며, 변동급이 아닌 고정급과 생활임금을 받는 것이 왜 중요한지 교육해야 한다. 노동자가 내는 세금이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수 있어야만 한다. 


이렇게 조합원 교육을 전면 개선해 그들이 어떤 형태로든 현장과 전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비정규직문제에 대해서 포괄적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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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임원선거에 출마한  각 후보 진영의 플랭카드


ㅡ' 연대'에 소극적인 것은, 조합원이 아닌 노조 간부

 

5. 현대차지부는 과거 96-97년 노개투 총파업 때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전국의 연대사업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때는 금속노조 지침을 어기고 연대전선에서 갑자기 철수하는 바람에 투쟁에 큰 차질을 가져왔다. 이처럼 최근 들어 연대사업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는데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과연 외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조합원들이 ‘보수화’ 되었는가?

 

▶강봉진: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조합원의 보수화가 아닌, 정확히 말하면 ‘노사담합’ 때문이다. 파업을 하지 않는 대가로 다른 걸 주겠다고 사측이 노조 간부들을 회유하는 것이다. 노조간부들도 연대투쟁의 중요성을 절대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난해 결정적인 순간에 총파업 전선에서 일탈한 것은 현대차지부가 노사담합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조합원들의 ‘보수화’라 말하는 것은 조중동을 비롯한 관제언론들이 지어낸 얘기에 불과하다. 조합원들은 임금이 좀 깎이더라도 연대투쟁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자신도 탄압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차 조합원들은 평균 연령대가 50대인데, 그들 중 60~70% 정도는 연대투쟁의 경험을 갖고 있다.

 

◆ 울산함성: 외부에서는 왜 요즘 들어 현대차지부가 과거와 달리 자신의 문제에만 신경 쓰는지 궁금해 한다. 이에 대해 강 동지는 조합원의 보수화가 아닌 일부 노조 간부들의 ‘노사담합’ 때문이라고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현대차지부를 새롭게 관찰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 준 것 같다.

 

6. 강 동지는 계열사인 기아차지부와 적극 공동행동을 조직하고, 심지어는 양재동에 있는 현대차 정의선 회장과 직접 담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필요성은 어디에 있으며, 실제 실현 가능한가?

 

▶강봉진: 기아차와 공동투쟁을 논의한 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24년이 된다. 1998년 구조조정 투쟁 때 현대차지부는 처참하게 패배했다. 정확히 말하면 조합원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노조 지도부가 패배한 것이다. 노조 지도부가 직권 조인해서 조합원들은 엄청나게 분노했다. 그래서 단위사업장 차원만의 대응이 아니라 현대차그룹 차원에서의 대응을 생각하게 됐다. 때마침 그 당시 현대차, 현대차서비스, 현대정공 3사 노조가 통합하면서 현대차, 기아차 양사 단일노조 만드는데까지 논의가 확대되었다. 그런 가운데 공동투쟁 얘기가 나온 것인데,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바람에 모두 무산됐다.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호황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발생하는 산업주기 때문에, 1998년 IMF 사태와 같은 상황 혹은 불황은 언제든지 도래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하고, 우리 사회의 공정 분배 등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위해서는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가 공동투쟁을 모색하고 나아가 단일노조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는 끊임없이 관제언론을 동원해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를 분열시키려 하는데, 두 지부가 단일조직을 지향하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문제는 정의선 회장이다. 지금 기아차에는 ‘베타랑제도’라는 이름 하에 1,300명 정도의 촉탁 노동자가 있고, 현대차는 촉탁직이 이미 7천명이 넘는다. 이 최종 결정권자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공장장이나 기아 화성공장의 공장장이 아니라, 현대차그룹 본사 차원에서 철저하게 노동의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 정점에 정의선 회장이 있으며, 부품사 문제의 정점에도 정의선 회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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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후보의 운동원들이 식당앞에서 유세하고 있다


한 가지 실례로, 이번 선거유세 과정에서 확인한 바로는 현대차그룹은 이미 중고차 시장에 본격 진출키로 결정했다. 중고차 시장에서의 주역은 현대글로비스인데, 현대차그룹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생산, 판매, 정비 시스템을 이용해 그 실적을 현대글로비스로 옮기려는 것이다. 그 경우 현대글로비스 지분 20%를 보유한 정의선 회장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이처럼 현대차 조합원의 권리를 찾는 문제에 있어서도 걸림돌은 바로 정의선회장이다. 따라서 정의선 회장과 직접 담판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리하자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현대차의 경영실적을 정의선 계열사로 빼돌리는 문제, 그리고 청년 노동자를 촉탁 비정규직 형식으로 착취하는 문제, 납품단가를 인하해 부품사 노동자를 수탈하는 문제 등 이 모든 것이 정의선 회장과 관련되어 있다. 이 때문에 그 정점에 있는 정의선 회장과의 직접 담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울산함성: 그런데 현실적으로 한국 재벌총수들은 그 속성상 권력은 거머쥐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 꼭두각시 대표이사를 앉혀 놓고 자기들은 뒤에서 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상황에서 양재동의 총수가 과연 담판에 나오겠는가?

 

▶강봉진: 예전에 우리 지부장 중 한 사람이 과연 양재동에 갈 수 있을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는 양재동에 가지 않고, 정의선을 울산으로 내려오게 해서 담판하겠다는 것이다. 현장유세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일을 하지 않으면 정의선 회장은 땡전 한 푼 벌지 못한다. 그게 우리의 힘이다. 

 

ㅡ ‘4,526표’의 의미:  현대차지부 혁신의  ‘종자’


7. 지난 12월 6일 2차 투표의 최종 결과가 나왔다. 그와 관련해서 잠깐 언급하도록 하자. 선거 초반 현장에서는 강 후보가 제기하는 노조 혁신에 대해 조합원들의 호응이 꽤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강 후보가 2차 결선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와는 달리 1차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왜 초기의 관심과 열기가 표심으로 이어지지 못했는가?

 

▶강봉진: 확실히 얼마간 낙관했던 것은 사실이다. 현대차지부는 큰 사업장인 만큼 전체 분위기나 판세를 정확히 읽는 일이 쉽지 않다. 사업부 별로 다를 수가 있고, 또 지역 위원회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전반적으로 보면, 우선 조직력에 있어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 패배의 일차적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후보가 사업장 곳곳을 누비면서 조합원들을 일대일로 대면하는 것은 4만 5천명 전체 조합원 규모를 감안할 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평소 사업장별로 구축된 조직을 통해서 커버해 주어야 하는데, 저희 조직 규모가 작아서 아직은 현장 밑바닥을 훝는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지부 임원선거에 미치는 사측의 영향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관리자(특히 조장·반장)를 동원하면 7~8천 표를 직접 손에 쥐고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활동가 중에서도 평소 사측에 우호적인 사람들을 동원해 현장에 ‘사측 메시지’를 은근히 퍼트린다. 일정한 여론 조작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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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의  유세장면

 

8. 강 동지는 투표 참가자 33,046명 중 13.7%인 4,526 표를 얻었다. 비록 순위로 보면 ‘꼴찌’지만 이 표는 절대적으로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닌 것 같다. 강 동지가 얻은 표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강봉진: 전체 조합원 4만 5천명 중 약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노사담함 척결, 깨끗한 노조만들기를 주장한 우리를 지지한 셈이다. 이들은 ‘사표’ 위험성까지 감수하면서 표를 준 것이기에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그동안 <노동자함성>은 신문이나 내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실제 어느 정도나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운동을 바꿔낼 수 있는 실천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미지수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러한 의구심이 어느 정도 극복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즉 <노동자함성> 그룹은 분명하게 집행권력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현실에서 관철시킬 의지가 있음을 입증해 보인 것이다. 앞으로도 지지와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동지들을 잊지 않고, 더욱 꿋꿋하게 현대차지부를 바로세우기 위해 매진하겠다.

 

9. 끝으로 조합원과 ‘울산함성’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봉진: 개인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고, 아직 조직도 힘이 약해 이번 선거에서 주변 기대에 부합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제가 서 있는 위치가 무엇이든지 간에 앞으로도 한국 노동운동과 전체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현대차지부의 깨끗한 노조 만들기, 강한 노조 만들기는 어느 한 조직만의 과제는 아닌 만큼 많은 양심 있는 활동가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울산함성: 현대차지부 혁신의 기치를 높이 치켜든 강봉진 동지가 이번 선거 결과에 좌우되지 않고 꿋꿋하게 초심을 유지하고 정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운동원들과-2.jpg
강봉진 선대본의 운동원들(울산 공장 4공장 문 앞에서  아침 선전전을 마치고 ).   

후기 ]

 

결선에 진출한 문용문 후보 측이 2차 결선투표를 앞두고, 강봉진 후보 진영이 선거과정에서 제시한 노조혁신 등 핵심 공약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고 강봉진 선대본에 ‘정책연대’를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제안의 주요 내용이다. 

 

2. 기호 2번 문용문 선대본은 선거전 “노동자함성”과 선거공간에서 “기호 1번 강봉진 선대본”이 제기한 주요 핵심공약과 노조혁신의 내용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며, 노사담합 척결과 깨끗한 노동조합, 투쟁하는 현자지부, 승리하는 현자지부를 건설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겠습니다.

 

4. 특히 노조혁신의 내용 중, 전현직 노조간부 특혜업체 정리와 전직임원 차량 출입금지, 감시카메라 철거, 노조간부 향응접대 금지, 선심성 노조간부 해외여행 금지에 대해서 당선 즉시 상무집행위원회내 “노조혁신 특별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여 총회에 가름하는 대의원대회 결의로 최우선 집행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노조혁신 특별위원회”의 운영과 혁신내용, 방향등에 대해 노동자함성 동지들과 함께 논의하고 토론할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이러한 ‘정책연합’ 제안에 대해 강봉진 후보 측은 선대본부장 명의로 문용문 후보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문용문 후보 공식 지지 선언’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지지선언 전문]

 

강봉진 선대본은 기호2 문용문 후

후보 지지를 결정하였습니다

 

노동조합을 개혁하자!
부정부패 척결하자!

 

동지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강봉진선대본은 노동조합 혁신위해 선거투쟁에 혼신을 다 했습니다

 

문용문후보 지지를 결정했습니다

 

1차 선거마치고 문용문선대본에서
2차 선거에 함께해줄 것을 요청
노조간부 특혜업체 정리  
전직임원 차량 출입금지 
선심성 노조간부 해외여행 금지 
노조간부 향응접대 금지
감시카메라철거등

 

노동조합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확인 합의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조합을 살리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결정 합의했습니다

 

강봉진선대본은 문용문후보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동조합 도덕성 회복은 절대 중요한
핵심 과제입니다.
도덕성 없는 노동조합은 사측의 2중대에 불과합니다.
문용문 후보 당선으로 노동개혁 노동혁신 출발이 되길 기대합니다.

 

강봉진선대본본부장 김희환

 

문용문 후보와 연대.(2).jpg
'정책연대' 에 합의한 후. 왼쪽부터 김희환  강봉진선대본부장, 문용문 후보, 강봉진 후보, 이양식 문용문선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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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런  강봉진은  대표떨어지면 산재나가는건 머지  특혜아닌가 본인이나  모범되야할  활동가데  본인 특혜누리는건  머냐구  니나  조합은정서에안마는  특혜 사과하구  활동접어시지

2023.12.09 08:50:41 답글

강봉진 너나깨끗하거라  대표떨어지면  산재나가구  하는 너란인간이  깨끗하다구 개가웃겠다

2024.02.03 21:39:33 답글
현장에서

신문기사 보고 어이가 없어서 몇자 적습니다.

 

혁신의 새바람??? 지나가는 똥개가 웃습니다.

집행자리 해보고 싶어서 자기 정치하고 돌아다니고 사업부대표 시절 사업부장하고 관계가 어떻게 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정말 깨끗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사 내용을 보니 과관입니다...

 

2024.05.16 12:25:06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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