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양동규
등록일 :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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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실

 

지난해 UN 사무총장 구테흐스는 “인류가 지옥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라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유엔 환경계획’의 22년 ‘배출 격차보고서’는 기후 위기를 막는 유일한 길은 “사회의 급격한 변혁”이라고 밝혔다. 제국주의 강대국이 지배하는 유엔에서조차 이런 과격한 표현이 들려 온다.

 

2019년 호주에서는 6개월간 1만 5천 건의 산불이 일어나 3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되었다. 2020년 미국 서부지역의 산불은 남한 면적의 20% 이상을 태웠다. 2020년 6월 38℃를 기록한 시베리아의 동토층이 녹으면서 온실가스인 대량의 메탄이 방출되었다. 7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코로나바이러스도 지구 기온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바이러스로 인한 공급망 중단, 도시봉쇄, 국가 간 이동의 중단으로 자본주의 경제는 강력한 인플레이션과 침체에 빠졌다. 지금도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대홍수로 침수됐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2024년 여름도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갱신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와 같은 기상이변이 자본주의의 산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화석에너지에 기반한 지난 200년간의 자본주의는 총 1억 5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 평균 기온을 1.2 °C 높였다. 1.2℃ 상승에 이런 기상이변이 일어나는데 만일 2℃를 넘어 3℃까지 오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절반 이상의 생물종이 멸종하고 대재난이 몰아치는 영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긴박한 상황을 인정하고 2018년 제48차 IPCC 총회는 지구 평균 기온을 1.5 °C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줄이고, 2050년까지 배출 제로를 달성하자는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물론, 이미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서도 지구 평균 기온은 1.5℃ 이내로 억제하자고 결정했지만 달성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다.

 

2. 성격과 원인


기후 위기는 기후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식량, 주거, 보건, 국경분쟁으로 파급된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문제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사안이다. 또 기후 위기의 특징은 전 지구적이다. 기후 이변이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그 피해도 전 지구적으로 나타난다. 기후 위기는 불평등하게 발생하고 불평등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계급적이다. 서울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잠자던 노동자 일가족이 침수로 참변을 당했고, 22년 8월 파키스탄은 폭우로 국토의 1/3이 침수돼 1,300명 이상이 사망했고 12,5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코로나 위기에 홍수 피해까지 겹쳐 국가부도 위기로 내몰렸다. 제3세계 많은 나라의 민중들이 홍수, 가뭄, 식량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착취와 수탈, 생산의 무정부성은 경제공황과 전쟁으로 표출되고 해소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자본주의의 모순은 노동자의 저항만이 아니라 자연의 공격을 부르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노동자의 저항보다 기상이변이 먼저 자본주의 체제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기후 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 체제에 있음은 자명하다. 따라서 기후 위기의 해결 방향은 자본주의 극복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상이변과 그 피해 양상은 더 근본적이면서 촌각을 다투는 접근을 요구한다. 애매한 절충적 방식으로는 이미 시작된 거대한 생태적, 물리적 관성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쓰나미가 몰려오는 바닷가에서 플라스틱병을 줍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후 운동이 활발한 유럽에서는 ”멸종이냐, 사회주의냐, 선택하라! “라는 벽보가 거리에 나붙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은 노동과 자본의 격돌 장이자, 체제 변혁의 주요 전장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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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동운동의 대응

 

미국 석유, 화학, 원자력노조 부위원장 토니 마조치는 노동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정의’라는 개념의 상대성이 부르는 논란은 차지하더라도 기후 위기와 산업전환을 노동계급이 주도하자는 마조치의 전환 구호는 호응을 불렀다. 2018년 국제단체의 협력으로 작성한 ‘ 탄소 세계를 향한 정의로운 전환 지형도’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현상 유지형, 관리개혁형, 구조개혁형, 사회변혁형으로 분류했다.

 

그 중이 관리개혁형이 한국에 자주 소개되는 독일의 사례다. 독일 노동운동은 기후, 생태 위기를 해결과 산업전환을 위해 첫째, ‘전환위원회‘에 참여해 노동자의 요구를 반영한다. 둘째, 공동 결정 셋째, 전직을 위한 재교육 넷째, 단체협약 강화 다섯째, 사회복지 안전망을 요구하고 실현했다. 그러나 이런 독일 사례도 많은 투쟁으로 가능했다고 하니 구조개혁형, 사회변혁형 전환에는 얼마나 큰 투쟁이 필요한 것일까! 이러한 독일의 모델도 경기침체로 인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수기에 그칠 위험성이 큰 노동자 참여를 넘어 산업에 대한 노동자 통제를 제도화하는 노동자의 끊임없는 투쟁과 노동자 정치 역량 구축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국제노총(ITUC)의 경우는 기후 위기 대응과 노동권이 보장되는 산업전환을 위해‘새로운 사회계약’ 체결과 ‘사회적 대화’ 강화를 제시한다. 이런 국제노총의 기조가 기후·생태 위기 해결과 자본주의 체제 문제를 연결하는 운동으로 나아갈지는 의문이다. 많은 제3세계 노동자가 제국주의 경제 강국의 자원 수탈, 생태계 파괴, 노동 탄압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극우파의 집권, 경제위기, 전쟁, 기후위기로 격동하는 세계 정세를 고려해 국제노총의 운동 기조 바뀌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세계 노동운동 진영은 계급적인 관점에서 기후 위기와 산업전환 투쟁의 기조를 제대로 세우고 투쟁 역량을 집중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기후 위기조차 이윤 창출의 기회로 삼으려는 자본이 주도하는 녹색 구조조정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4. 한국 노동자의 대응

 

세계 5위의 제조산업국이자 탄소 배출 9위의 기후 악당 국가로 비판받고 있는 한국 정부와 자본은 디지털경제. 녹색 성장론으로 탄소 배출 감축과 기후 위기 대응을 회피하려 한다. 그들이 제기하는 녹색 성장론과 그린뉴딜의 내용은 결국 대기업 지원을 통한 산업전환과 경제성장 촉진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꼼수와 반동적 기조를 막기 위해서도 노동자계급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노총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기후 위기 대응 특별결의문을 채택하고 기후 위기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2021년 12월에는 ’민주노총 기후 위기 대응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가맹 산하 조직과 함께 조직적 활동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국제 노동운동의 계급적 전투적 대오의 한 축으로서 비로소 기후기와 자본주의 체제 전환 운동을 결합하자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민주노총은 기후 위기 대응, 에너지, 산업전환이 녹색 구조조정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관점과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기후 운동은 출발부터 지구적 운동이어야 한다. 다른 나라 변혁적 노총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제조산업국이자 탄소 배출 9위이다. 현시점에서 기후 위기에 아홉 번째의 책임 있는 기후 악당 국가이다. 한국 정부와 자본은 디지털경제. 녹색 성장론으로 탄소 배출 감축에 노력하는 흉내를 내려 한다. 그러나 녹색 성장론과 그린뉴딜은 결국 대기업 지원을 통한 산업전환과 경제성장 촉진으로 요약되고 실질적인 탄소 배출 감축에서는 뒷걸음질하고 있다. 이와 같은 꼼수와 반동적 기조를 막으려면 노동자계급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큰 기조에서 에너지, 교통, 주거, 의료, 금융 영역의 공공성 강화를 전면화하고 요구를 정식화해야 한다. 가장 우선해야 할 영역은 에너지 공공성이다. 민영화로 치닫는 에너지 산업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공공적 소유, 관리 체제를 쟁취해야 한다. 둘째, 공공 대중교통의 확대에서 무상대중교통 실시까지, 생산지와 주거지의 결합과 공공주택 대규모 확충과 같은 탈탄소 시대를 위한 획기적인 교통, 주거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셋째,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넷째, 노동시간 단축과 질 좋은 일자리,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노조할 권리 보장 등 노동기본권을 전면 확대가 동반되어야 한다.

다섯째, 노동자가 주도하는 산업전환 투쟁의 기조와 요구를 정립하고 투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 조직적인 교육 홍보사업으로 현장을 일으켜야 한다.

 

이와 같은 제도개혁과 정책적 요구의 쟁취는 거대한 사회적 투쟁이 요구되고 그것은 노동자 총파업과 정치적 투쟁이 동반되는 투쟁일 것이다. 우리 변혁운동은 그 지난한 투쟁을 계속 시도하면서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며 나선형적 발전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그 계속된 투쟁을 바탕으로 기후 위기와 불평등을 해결할 새로운 사회의 상과 대안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담대한 투쟁으로 평등 사회를 받쳐 줄 골격과 근육을 만들고 변혁의 지평도 넓혀 나가길 기대한다.

 

출처  : <노동자신문> 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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