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극화로 가는 세계
  • ㅡ F-22와 젠-20 싸우면 누가 이길까? (2회)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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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개량의 여지가 적은 F-22

 

몇 가지 영역에서 얼마간의 차이는 양 기종의 우열을 가리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기술변화를 적시에 반영할 수 있는 ‘개량의 여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F-22 생산라인을  이미 철거해 버렸기 때문에 개량의 여지가 적다. 이점은 F-22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는 왜 F-22 생산라인을 이처럼 빨리 철거하는 결정을 내렸을까? 2011년 미 공군이 한창 절정에 있을 무렵, 오바마 정부가 보건데 전 세계 어디에도 F-22의 상대가 없었다. 따라서 차세대 전투기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F-22를 더 이상 추가로 생산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F-22는 잘 알다시피 매우 비싼 전투기로 “돈 먹는 하마”로 불린다. 개발 배치 시에도 대당 1억 5,000만 달러(2007년 기준)이었는데,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1,600억 원에 이른다. 지금 새로 생산할 경우에는 유지보수비 포함하여 대당 3억 6,000만 달러 (약 4,900억 원)가 소요된다고 한다. 


다른 한편,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에는 GDP가 8%나 감소했다. 이렇듯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는 유지비를 아끼기 위해 F-22 생산라인을 아예 철거해버리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에는 2017년 중국의 5세대 전투기인 젠-20이 복무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지금 생산 설비를 다시 갖추고 F-22를 재생산하는 것은 어떨까? 2011년 12월까지 美 본토의 40여 개 주에 흩어져 있었던 F-22 랩터의 생산라인은, 이후 모듈 형태로 분해되어 유사시 언제든 생산을 재개할 수 있도록 미국 모처에 진공 보관된 상태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F-22 생산라인의 복원을 시도한 바 있다.

 

한반도에 출격한 F-22 전투기.png
한반도에 출격한 F-22 전투기


하지만 첫째, 앞서 언급한 대로 지금의 기술 수준에 맞게 F-22를 업그레이드해서 새로 생산할 경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둘째, 당시 생산에 종사했던 4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이제는 다른 직업을 갖고 뿔뿔이 흩어져 버려 관련 숙련 노동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아마도 더욱 결정적인 것은, 이미 러시아와 중국 등이 스텔스 전투기를 잡는다는 ‘패시브 레이더’를 개발하여 실전배치 한데다, 앞서 소개하였듯 성능 면에서 오히려 F-22보다 앞설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기존 F-22가 가졌던 ‘우월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성능은 좀 떨어지긴 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F-35가 미군의 공중 전력에서 주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때문에 F-22는 현재 기본적으로 ‘화이트보드 전투기’ (처음 제품을 구매했을 때 의 상태)로 대부분의 부품이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상태에 놓여있게 되었다.*

 

* 물론 전혀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20년 미 공군은 F-22 업그레이드 계획을 발표했는데, 사업명은 ‘ARES’다. 2020년 8월 19일 정부 조달 웹사이트(beta.sam.gov)에 게재한 사전 제안요청서 요약문에 따르면, F-22 사업담당실은 미 공군이 5세대 전투기에 대한 미래 성능개량을 위해 록히드마틴사를 독점계약업체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ARES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현대화 작업 계획과 계약금액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제인스(Janes)사의 세계 공군 자료에서 따르면, F-22 전투기는 2003년 도입된 이래 항공 전자장치 개선, 수명지원체계 최신화, 새로운 공대공·공대지 무기 등 성능개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이상, [위키백과]) 하지만 이 같은 개량의 폭과 깊이는 경쟁 상대인 젠-20과 비교하면 크게 제한적이다.(이 부분에 대해선 뒤에 ‘6세대 차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 부분에서 좀더 자세히 언급한다)

 

 이에 비해 젠-20은 F-22보다 업그레이드 여지를 많이 지니고 있다. 젠-20의 개량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세계 최초로  '2인승 버전'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젠-20은 현존하는 세계 유일의 ‘2인승 버전’을  가진 5세대 전투기라 부를 수 있는데, 그렇다면 5세대 전투기에 있어 2인승 버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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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승 버전의 젠-20


첫째, 비행 제어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항공기의 전반적인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비행 제어 시스템은 전투기 운용과 지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2인승 버전은 진보된 비행 제어 기술을 최적화하고, 항공기가 고강도 및 고도로 복잡한 작전 환경에서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둘째, 조종실 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어 젠-20은 더 많은 공간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더 강력한 레이더, 통신 장비와 같은 더 많은 첨단 전자장비를 탑재할 수 있고, 항공기의 감지 및 목표 포착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셋째, 통신 시스템과 정보 처리 시스템의 최적화를 통해 정보화 환경에서 대응 능력과 정보 처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전투기가 대량의 전장 정보를 더욱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하며, 적정(敵情)에 대한 실시간 감시와 작전지휘의 정확성을 향상시킨다.


동시에, 2인승 버전은 조종사에게 더 나은 정보 공유와 협동 작전의 장을 제공한다. 다른 항공기 및 지휘 센터와 더 나은 실시간 통신을 통해서 다중 기계간 협동 작전의 요구에 더욱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며, 전체 비행 팀의 작전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결국, 현대 정보화 전쟁 상황에서 젠-20의 2인승 버전의 우수성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 이상, 환구시보, "젠-20의 2인승 버전: 세계 최초 2인승 5세대, 미국과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아" ,2024.02.04. * https://mil.sohu.com/a/756129746_100056250)
   

F-22의 또 다른 약점은 시스템화된 작전능력의 결여이다. F-22는 단일 항공기로는 강력한 기동성과 뛰어난 스텔스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대신 현재 '단독 전투'만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취약점이다. 미 공군이 지금 F-22보다는 스텔스성과 기동성은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F-35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비교할 때 중국 젠-20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현대화된 공중전 시스템을 통합하기 위한 요구 사항을 충분히 고려했기에, 설계 초기부터 관련 인터페이스(接口)를 미리 확보했다. 


이와 관련한 일화가 있다. 케네스 웰스바흐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이 2022년 3월 열린 공군 청문회에서 젠-20과 F-35가 근접 접촉했던 사실을 밝히며 "젠-20의 킬 체인(链)이 인상적이었다"고 증언하였다. 이에 대해 한국 언론의 관련 보도는 너무 간단해 독자들이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부족한 감이 있다. 마침 이 사건에 대한 중국 언론의 보도가 있기에 소개하기로 하자. 함께 참고하면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하는 그 주요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2022년 3월31일 중국 국방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중미 스텔스 전투기가 동해에서 격돌했다"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 결국 공식 반응을 내 놓았다. 한 기자가 "최근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이 미 F-35 전투기가 동해(한국의 서해-주) 상공에서 중국의 젠-20 전투기와 근접 조우했다고 하면서, 젠-20 전투기는 매우 전문적이고 지휘통제 능력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일부 초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공중경찰-500’ 조기경보기의 협조를 받았는데, 미국 측은 중국의 협동 ‘킬 체인’을 깨는 데 관심이 있다고 했다. 중국 측은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였다. 


중국 국방부 신문국장, 국방부 대변인  우첸(吴谦) 대령은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것은 약 2주 전, 미 공군협회 미첼 항공우주연구소에서 열린 화상 대화에서 웰스바흐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이 밝힌 내용이다. 그는 "우리는 비교적 전문적인 비행을 보았고, 그들이 젠-20으로 무엇을 할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F-35나 공중 우위 경쟁을 하는 F-22와 비슷할지 모르지만, 아직 확실히 말하기엔 이르다.”라고 발언했다.


그는 또 "젠-20이 속한 지휘·통제 시스템이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중경찰-500 조기경보기와 '벼락-15' 장거리 공중미사일이 젠-20에게 갖는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여러 서방 언론은 젠-20과 공중경찰-500 조기경보기를 칭찬하면서, 웰스바흐가 미 공군이 장착한 E-3 조기경보기가 심각하게 노후화돼 있다며 "이들에 장착된 센서는 21세기 공중전에서, 특히 젠-20이나 이와 유사한 스텔스 플랫폼에 대항하는 진정한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E-3는 이들 표적에 대한 탐지거리가 부족해 우리 전투기가 우세를 점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한 점에 주목했다.


웰스바흐는 노후된 E-3를 대체할 신형 E-7 조기경보기를 강력히 추천했다. 30년 이상 근무한 조기경보통제기는 현대 전장에 적응하기 어렵고, 젠-20 같은 스텔스 전투기에는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환구시보,  "중-미 스텔스 전투기 동해 맞붙어 누가 이겼나?" , 2022.04.01 )

https://baijiahao.baidu.com/s?id=1728870599175411482&wfr=spider&for=pc

 

젠-20과 F-35의 조우 장면.png
젠-20과 F-35가 조우한 장면

 

미 태평양사령관에게 인상 깊었던 것은 젠-20 전투기가 ‘공중경찰-500’ 조기경보통제기와 합동작전을 통해 시스템화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중미 간 공중전을 예상한다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컨대, 대만 문제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군 전투기는 중국 근처에서 싸우게 된다. 이 경우 공중전을 벌일 때 미군 전투기는 많은 제한을 받게 되고, 심지어는 중국 전투기의 배후로 돌아가는 동작조차도  힘들 수 있다. 왜냐하면 해상에서 중국 해군의 이지스함 레이더가 조준하고 있고, 공중에는 중국 공군의 ‘공중경찰-500’과 같은 대형 조기경보기가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전투기들은 사각지대가 없게 된다. 중국 전투기는 이를 믿고 전투에만 전념할 수 있다.  그 반면, 미군 전투기는 해상의 중국 이지스함부대의 밀집 방공미사일 공격을 수시로 경계해야 하는 등 신경을 분산하게 된다. 이처럼 현대 공중전은 합동작전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며 이 방면에서 F-22는 젠-20에 한 수 뒤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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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경찰-500' 조기경보기

 

중국의 벼락-15 공대공 미사일.png.jpg
젠-20이 무장창을 열어 벼락-15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수량상의 열세 또한 F-22에게는 매우 불리한 요소이다. F-22는 지금까지 총 195대 정도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까지 대략 185대를 운용 중이었는데,  그해 태풍으로 17대가 파손됐다. 이후 2020년 5월, F-22 전투기 1대가 훈련 중 추락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렇게 보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은 대략 167대 정도이다. 

 

* 이상 관련내용,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F-22_%EB%9E%A9%ED%84%B0 참조.


이와 비교할 때, 젠-20은 2018년 자체 엔진인 WS-15의 개발에 성공함에 따라 양산체제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1년 6월26일 중국 CCTV 보도를 인용해 북부전구인 랴오닝성 안산(鞍山)기지의 항공여단이 개량형 젠-20C를 갖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동부전구 소속인 안후이성 우후(蕪湖)기지에 이어 중국의 두 번째 젠-20 항공여단이다. 당시 익명을 요구한 군사 소식통은 "중국이 동부전구 및 북부전구의 항공여단,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와 허베이성의 훈련기지 등 최소 4곳에 젠-20을 총 150대 인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개 여단에 최소 36대의 전투기가 있어야 하는 만큼, 전구마다 최소 1~2개의 (젠-20) 여단을 둔다고 가정하면 향후 5년간 중국 공군은 “300대 이상의 젠-20 전투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상 내용은 연합뉴스, "중국 대만해협 감시부대에 최신예 스텔스기 젠-20 배치", 2021.06.26 참조. 이 기사는  다른 군사전문가인 니러슝(倪樂雄)의 말을 인용해 "우후와 안산은 각각 대만에서 800km, 1천700km 거리"라며 "이곳에 젠-20을 배치한 것은 기지가 대만 슝펑(雄風)-2E 순항 미사일의 목표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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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대비행을 하는 젠-20


이 같은 수요를 감안하고 또 중국의 각종 지표로 볼 때,  중국은 현재 매년 100대 정도의 젠-20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2023년까지 대략 200대 남짓 생산에 머물고 있어 예상보다는 양산 속도가 약간 느린 편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현재 남아 있는 F-22의 숫자를 넘어서고 있지만, 그 원인에 대한 외부의 추측이 분분하다. 아마도 계속해서 ‘개량’을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 젠-20의 장점 중 하나가 지속적인 개량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만약 개량이 진행 중이라면 어느 한 버전을 고정시켜 대량 생산체계로 들어가기가 어렵다. 얼마전 중국의 한 매체가 젠-20을 첫 시험 조종한 조종사를 인터뷰한 보도에는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할만한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관해선 나중에 6세대 전투기 개발 관련한 부분에서 소개한다)


어쨌거나 현재 성능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젠-20이 앞서가는 부분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수적으로도 열세에 처하게 된다면 F-22와 젠-20의 승부는 보나 마나이다. 그리고 이 같은 열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에게는 더욱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미국에겐 이처럼 불리한 국면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이 채택할 수 있는 해결책은 두 가지 방향에서 이다. 첫째는 F-35로 F-22의 역할을 일정 대체하는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가급적 빨리 5세대 경쟁의 불리한 국면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다. 이하 이 두 가지 방향에 관해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4. F-35는 F-22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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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F-22 생산라인의 철거로 인한 열세를 만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조속히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성공하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F-22 개발 당시에도 5세대 전투기에 대한 개념의 확정에서부터 실제 제작과 실전 배치까지는 모두 35년이 걸렸다고 한다. 현재 6세대 전투기에 대한 개념은 어느 정도 잡힌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앞으로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전까지는 조금 성능은 떨어지지만 같은 5세대 전투기인 F-35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1980년대 들어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할 때 공중전에서 경쟁 상대를 압도하는 ‘상위’ 전투기로 당시 주력 전투기였던 F-15의 대체물로 개발된 것이 F-22이다. 이 때문에 F-22가 처음 출시 되었을 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압도적 성능으로 미 공군은 공중전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당시 F-16의 대체물로 ‘하위’ 차세대 전투기로 개발된 것이 F-35였다. 가격 면에서도 F-22보다 저렴하였고 또 동맹국들에게 수출할 수 있는 용도로 개발되었다.


이 같은 배경에서 태어난 F-35이기에 그 제원은 모든 면에서 F-22에 못 미친다. 예컨대 최대 항속거리가 F-22이 2963km(2기의 외부 탑재연료통 탑재 시)인 반면*, F-35는 1667~2200km 정도이다.**

 

*  [나무위키] https://namu.wiki/w/F-22

**  [나무위키] https://namu.wiki/w/F-35.  F-35A(2200킬로), F-35B(1667킬로), F-35C(2200킬로)
 
하지만 F-35는 F-22에 비해 지속적인 개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또 외부 기계와의 소통이 가능한 프로토콜 체계를 갖추도록 설계되어 있어 종합적인 전자전 수행이 가능하다. 물론 생산라인을 증설하여 대량생산을 진행함으로써 F-22의 수량상의 열세를 보완할 수 있다.


그럼에도 F-35는 기본적으로 F-22를 보조하기 위해 개발된 탓에 태생적으로 후자에 비해 한 수 아래의 전투력을 갖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 한계다. 그 외에도 최근 들어 기술적 결함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는데,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생산능력 또한 제약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기술적 결함과 관련해서 보면, 얼마 전 2024년 5월28일(현지시간) CBS뉴스 등 현지 언론은 미국이 자랑하는 록히드마틴의 제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B 한 대가 뉴멕시코주 커틀랜드 공군기지에서 이륙 직후 추락했다는 보도를 했다. 록히드마틴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 기체는 미 정부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항공기로 조종사도 안전하게 탈출했다”면서 “이 기체는 소프트웨어 버전인 TR-2를 장착한 테스트 제트기였으며, 추가 테스트를 위해 이동 중이었다”고 밝혔다. ( 서울신문, “[포착] 또 사고…美 스텔스 전투기 F-35B 이륙 직후 추락 ‘활활’”,2024.05.30)

 

추락해 화염에 휩싸인 F-35B(왼쪽)와 이륙 중인 F-35B의 자료사진.jpg
추락해 화염에 휩싸인 F-35B(왼쪽)와 이륙 중인 F-35B

  
 이 사고는 채 1년도 안 돼 벌어진 F-35B의 두번째 사고였다. 앞서 지난해 2023년 9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F-35B 조종사가 훈련 도중 비상탈출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전투기는 자동조종 모드로 비행 중이었기에 조종사가 탈출한 뒤에도 약 130㎞를 비행하다 추락했다. 또 그보다 일찍이 2022년 12월에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기지에서 F-35B 전투기가 이륙하던 도중, 갑자기 균형을 잃고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서 동일 기종이 한동안 비행 중지되기도 했다. 


여기서 ‘TR-2’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오는데, 우선 이와 관련한 설명부터 필요할 것 같다. 현재 미 공군은 F-35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키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인데, 그것이 TR-3와 Block-4이다. 여기서 TR-3는 최종적으로 Block-4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전 단계로 설정되었다. 주로 F-35의 정보처리 능력 향상을 위한 소프트웨어 방면에 있어 업그레이드 계획을 말한다. 


F-35가 Block 4의 업그레이드를 완전히 받기 전에 핵심 컴퓨팅 기능에 대한 상당한 개편이 필요하다. 컴퓨팅 관점에서 볼 때 20년 이상 된 F-35의 현 온보드 시스템* 중 일부는 오늘날 최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TR-3의 시도는 전투기에 연산 능력과 메모리 저장의 큰 도약을 제공할 수 있는 두뇌 이식으로 볼 수 있다.**

 

*온보드시스템은 말그대로 보드 위에 탑재 되어 있는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좀 더 정확한 내용을 보충하면 이러하다. "TR-3는 F-35의 임무 컴퓨터 시스템의 정보처리 능력 업그레이드이다."  “TR-3는 새로운 센서 제품군, 더 많은 장거리 정밀 무기, 향상된 전자 전쟁 기능, 더 강력한 데이터 융합, 향상된 플랫폼 간 상호 운용성을 포함하여 파일럿에게 첨단 공중, 지상 및 사이버 위협에 대해 식별, 추적, 교전 및 생존할 수 있는 전투 우위를 보장한다.” “TR-3는 핵심 처리 능력과 메모리 용량을 크게 업데이트하여, F-35가 최첨단 전투 능력을 갖춘 첨단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있게 한다.”
    http://www.defensetoday.kr/news/articleView.html?idxno=5132 참조.

 

만약 이러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TR-3의 노력에 포함된 새로운 컴퓨팅 코어는 현재 F-35에서 볼 수 있는 처리 능력의 무려 25배를 제공”할 것이며, F-35의 파노라마 조종석 디스플레이가 크게 업그레이드되어 디스플레이 처리 능력은 5배 증가한다. 좌우 조종석 디스플레이를 위한 두 개의 독립적인 ‘중요 디스플레이 프로세서’가 탑제되어서 시스템 장애 발생 시 중복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미 공군의 E-3공중조기경보기.png.jpg
미 공군의 E-3 조기경보기

 

한국군에 인도된 E-7 조기경보기.png.jpg
한국군에 인도된 최신형 E-7 조기경보기. ' 대당 25억달러로, 원화로는 대략 3조 4천억원에 달한다.


미 국방부는 이러한 개선을 TR-3(Technology Refresh 3)라 명명하고, 상대적으로 “항공기의 현재 컴퓨팅 시스템”을 TR-2로 부르기로 하고 있다.  모든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은 앞으로 Block 4에서 통합하게 된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Block 4 업그레이드가 완성되려면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비용은 약 1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개선은 매우 광범위해서 전투기의 평균 대당 가격의 25%인 항공기당 약 2,5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방부는 이 같은 투자를 통해서 F-35의 공대공 및 공대지 전투 능력의 극적인 도약, 전자전과 센서 융합력의 대폭적 증가를 통해 ‘데이터 융합 공중 최강자’로 변신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

 

* 이상, F-35 개량에 관한 내용은 “F-35는 150억 달러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괴물이 될 것이다”. (블로그:서방연합군 제3군단, 2023.03.12.) 참조. https://blog.naver.com/marcoop41/223042136552

 

따라서 현재의 F-35는 TR-2에서 TR-3으로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방부의 계획은 야심차지만, 본래 하나의 그릇에 여러 개의 달걀을 담으려 하면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 업그레이드 과정은 앞서 잇달은 사고가 말해주듯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이며, 이미 사업 초기에 공언했던 개발 및 실전 배치 계획은 실현된 것이 없다. *

 

* 다음 기사 참조:  "싱크탱크 미첼 연구소에 따르면....  F-35의 최근 합병증으로 인해 TR-3는 이미 예정보다 1년 늦어졌고, 블록 4는 3년 늦어지고 예산이 60억 달러 초과되었으며, 이문제로 F-35합동프로그램사무국은 TR-3가 완전히 테스트를 통과할 때까지 계약자인 록히드 마틴의 신규 인도를 완전히 거부하고 있다."

(TODAY Defense, "F-35 항전장비 지속적으로 쉬지 않고 업그레이드 필수",  2023.07,05.)

http://www.defensetoday.kr/news/articleView.html?idxno=5831


미 국방부 스스로 F-35가 심각한 구성요소 상의 오류와 품질상의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운용 요구사항의 문서에 설정된 신뢰성과 유지보수성의 표준에 미달 된다는 것인데, 실제로 프로그램 개선이 지연되고 있고 F-35는 지금 최소 65가지 기본 결함을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회계감사원(GAO)은 2014년부터 F-35 프로그램 개선을 위해 43개 권고안을 제시했지만, 그중 30개(약 70%)는 아직 이행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미 정부회계감사원(GAO)은 미 해병대의 라이트닝-II 합동타격전투기 F-35B 변형은 여전히 ​​최소성능목표를 45%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두 항공기 버전도 최소성능 요구 사항보다 최소 13% 낮다고 밝혔다.*

 

* 이상은 이하 관련기사 참조. ⓵“국방부는 F-35 전투기의 능력을 현대화하기 위해 ‘기민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Agile software development processes)’를 기반으로 개발해 온지 3년이 흘렀다. (https://www.gukb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0)    ⓶”F-35 스텔스기, 소프트웨어 개발지연으로 생산 차질“,  국방신문(http://www.gukbangnews.com) 

 

애초 F-22에 비해 작은 용량으로 설계된 F-35에다 너무 많은 장비를 장착하려다 보니 엔진 역시 무리가 따른다. 현재 F-35에 장착된 엔진은 프렛 & 휘트니사가 제작한 F135인데, 이 엔진은 19톤의 추력을 낼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엔진이다. 하지만  F-35 개발과정에서 원래의 계획보다 기체 면적이 확대되고 무거워지면서, 목표하고 있던 항속거리와 가속 능력을 뒷받침하기가 버거워졌다. ‘idle(한가로운)’ 상황에서도 항상 최고치로 운전되기 때문에 내열코팅과 엔진 부품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마모되고 있으며, 이로써 정비 주기와 수명이 상정된 것보다도 짧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고 추력 성능 저하 문제에다 정비시설 및 인력의 미비가 더해져 운용상 여러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으며, 전투기의 운용 비용은 증가하고 가동률이 크게 하락하는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

 

작은 몸체에 여러 장비를 장착해 ',뚱뚱해진', F-35.png.jpg
작은 몸체에  많은 장비를 장착하다 보니 '뚱뚱해진' F-35


결국 현 F135의 발전량 및 냉각능력으로는 TR-3 및 블록 4 업그레이드에서 추가되는 여러 기능들을 완전히 소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 의회는 2022년 개정된 국방수권법에서 미 공군에게 F-35A가 장착한 F135 엔진을 2027년부터 신형 Adaptive Cycle(적응형 싸이클) 엔진으로 교체할 것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내렸다.*

 

* 이상 F-35의 엔진 관련한 내용은 "프랫 & 휘트니 F135" [나무위크] 참조.
 

이 밖에도 미국의 산업 공동화로 인해 미 공군과 항공 산업 전반은 F-35 전투기를 유지하는 데 있어 점점 더 여러 가지 곤란에 부딪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공군이 보유한 F-35 전투기는 현재 총 1000대에 육박하지만, 취역 초기 몇 년 동안 약 80%를 유지했던 가용률은 현재 약 50%에 불과해  그 절반인 500여대 만이 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이처럼 거대한 5세대 항공기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2023년 추정에 따르면  개별 F-35 항공기 운영과 유지에 연간 660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스푸트니크> 


미 정부회계감사원(GAO)도 F-35가 수리시간 지연으로 인해서 10,000개 이상의 부품이 수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동시에 기술 데이터, 예비 부품 및 유지보수 교육이 부족하다는 보고를 제출했다.


전투기의 유지보수 외에도, 전투기 자체를 생산하는 문제 역시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F-35의 생산량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2022년 F-35의 생산능력은 140대를 초과했지만, 2023년에는 실제 생산량이 100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2025 회계연도 말이 되면 록키드마틴사의 인도량은 약 60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체와 미국의 동맹국들이 수천 대의 F-35 전투기를 공동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생산 속도가 점점 더 느려지고 있어 중국과의 5세대 전투기 경쟁에서  전반적으로 불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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