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극화로 가는 세계
  • ㅡ F-22와 젠-20 싸우면 누가 이길까? (3회)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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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전투기  상상도.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종합적으로 보면 젠-20이 F-22와 조우할 경우 열세는커녕 아마도 우위를 점할 것같다. 따라서 5세대 전투기 간의 경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 측에 유리하며, 젠-20의 끊임없는 성능 진화와 양적 규모의 확대는 미군을 심각하게 압박한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양국 전투기 간의 경쟁이 끝났다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 아직 한 가지 중요한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끝임없는 기술 진보이다. F-22는 20년 전의 미국 기술을 상징하며,  새로운 기술로 미국이 돌파구를 열 수 있느냐는 아직  미지수다. 


그렇다면 미래의 전투기 경쟁에서 과연 중국과 미국 중 누가 승자가 될까? 이에 대해선 누구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추세와 알려진 정보를 종합해 보면 나름의 잠정적 추론은 가능하다. 
필자는 중국이 차세대 전투기 경쟁에서도 우세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것은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현 5세대 전투기와의 연관성, 둘째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때문이다. 이하에서 하나씩 검토해보자.

 

1)  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미 공군의 차세대 제공지배(NGAD) 상상도. 무미익과 가오리 동체 구조가 특징이다. 미 공군.jpg
미 공군의 차세대 제공지배(NGAD) 상상도. 무미익과 가오리 동체 구조가 특징이다

 

먼저 6세대 전투기에 관한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6세대 전투기는 5세대기의 특징인 스텔스 및 反스텔스 성능과 기동성을 더욱 향상시킴과 함께,  핵심적으로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유무인기 복합체계의 도입, 레이저 병기 운용 능력의 부여 등을 특색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아래에 소개하는 기사는 독자들이  6세대 전투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6세대 전투기는 기본적으로 저주파수 레이더를 활용한 스텔스 탐지능력을 회피하는 ‘광대역 스텔스’ 기능을 갖춰야 합니다. 따라서 꼬리날개가 없는 ‘무미익’ 형상,  즉 ‘가오리’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각종 신형 드론과 미국의 차세대 폭격기 ‘B-21’ 레이더 형상을 보면 기술 진전 방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기존 초음속기의 대표 엔진인 ‘터보팬 엔진’ 대신 ‘적응형 사이클 엔진’을 적용합니다. 전투 중에는 공기 흡입량을 늘려 고출력을 내다가도 순항 시기엔 공기량을 자동으로 줄이는 기능입니다. 이를 통해 연료소모량을 줄여 체공시간을 크게 늘리고 순항시 엔진열 피탐 위험을 대폭 낮추게 됩니다.


6세대 전투기 기술 핵심인 ‘유무인 복합운영’(MUM-T) 기술도 상당한 기술 진전을 이뤘습니다. 단순히 지상에서 조종하는 드론 형태가 아닌, 때에 따라 유인기에 종속돼 편대 방어는 물론 ‘벌떼 공격’을 퍼붓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유인기의 ‘무장’ 개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항공전자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 조종석, 고속 네트워크,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포함한 전자전 기능도 필요합니다. 조종사는 지상의 조종석에서 가상현실을 통해 기체를 조종하고 AI가 조종사의 판단을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또 고출력 마이크로파를 쏴 적의 전자기기를 무력화하는 ‘고출력 마이크로파’(HPM), 레이저로 적을 파괴하는 고에너지레이저(HEL)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이런 고출력 무기는 높은 열과 전력이 수반되기 때문에 냉각기를 활용한 열관리와 대용량 발전기술이 덧붙여져야 합니다.”
 (“ ‘6세대’ 전투기가 온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서울신문, 202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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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기 개념도:  무인기와  함께 작전하는 모습

 

이처럼 6세대 전투기는 우리가 마치 SF영화에서만 볼 수 있던 매우 환상적인 전투기일 것이 분명하다. 상당히 많은 새로운 기능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중요 기술을 범주별로 추려 정리하면 이러하다. ( [나무위키] 참조)

⓵  스텔스 기능
 • F-22를 능가하는 더욱 뛰어난 스텔스 성능
• 5세대 스텔스기를 장거리에서 탐지하고, 격추 가능한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강력한 고출력 AESA 레이더와 고해상도 적외선 센서

⓶ ‘유무인 복합운영’(MUM-T)
• 다수의 무인기를  동원한 스웜(벌떼) 전술 기동 및 협동교전 능력


⓷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포함한 전자전 기능
• 극초음속 미사일과 레이저, 고출력 전자파(HPM) 등 광속 무기 탑재


⓸ 인공지능(AI) 기술
•  이전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센서 및 네트워크 정보 융합능력 및 상황인식 능력
• 방대한 양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 업데이트하여 가능한 많은 플랫폼과 공유할 수 있는 초고속 대용량 
통합 네트워크
• 증강현실로 구성된 조종석

•  이들 기능을 지원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급 성능의 미션 컴퓨터와 인공지능 탑재


⓹적응형사이클 엔진
• 대전력 생성 및 효율적인 분배와 냉각이 가능한 고출력 엔진과 전력 및 열관리 시스템


⑥ 다양한 작전 수행 능력 
• 육해공뿐만 아니라 우주 및 사이버 영역 등과의 멀티 도메인 대응

 

이처럼 6세대 전투기에 대한 요구사항은  현 5세대 전투기 이상의 스텔스 성능, 광학병기와 마이크로웨이브 병기로 대표되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의 탑재, 유인기로도 무인기로도 어느 쪽으로든 운용 가능한 선택적 유인기(OPV: Optionally Piloted Vehicle) 설계, 무인기에 대한 지휘통제 능력, 강력한 고성능 레이더, 전자전기 수준의 전자전 능력,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고 연산속도와 처리용량이 크게 증대된 슈퍼컴퓨터 수준의 항전 장비, 그리고 상기한 각종 기능을 받쳐줄 수 있는 대용량의 엔진 발전량이 거론된다.

그 외에도 미군과 같이 작전 거리가 중요한 군대에서는 장거리 고속 순항 성능, 기존의 4.5세대 전투기 및 5세대 전투기 이상의 속도 등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며, 이를 위한 기체 규모의 대형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은 실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있어 현재 어느 정도의 진척을 보이고 있을까? 


먼저, 미국의 경우를 보도록하자.  차세대 전투기 개발 일정과 관련한 미 의회 예산국(CBO)의 발표에 따르면, PCA(미 공군이 추진하는 6세대기 개발 플랫폼)의 2028년 도입을 승인하였으며 2030년에 첫 조달분 전력화를 목표로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당 가격도 함께 발표했는데 대략 3억 달러~3억 6천만 달러가 소요될 예정이다.  또한 미국 언론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6세대 전투기가 2030년부터 F-22를 대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무위키:  https://namu.wiki/w/PCA(%EC%A0%84%ED%88%AC%EA%B8%B0)

 

F-35가 무인기 편대와 함께 날고 있는 상상도. 유무인복합체계(MUM-T)의 대표적 사례. 미 공군.jpg
F-35가 무인기 편대와 함께 날고 있는 상상도


실제 프로젝트의 추진 상황과 관련해서 보자면,  6세대 개발 계획인 NGAD(차세대 공중 지배) 입찰 경쟁에는 록히드마틴, 보잉, 노스롭그루먼 등이 참여하고 있다. 2020년 9월, 세 후보 중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풀 스케일 프로토타입(원형기)이 첫 비행을 했다'는 이야기가 미 공군 인수국장  윌 로퍼(Will Roper)에게서 나왔다. 이는 ATF 프로그램 (5세대 전투기 F-22의 개발 계획)으로 따지자면 YF-22(F-22의 시제기)의 시험 비행에 해당한다. 설계 착수에서 비행까지 1년 만에 이루어진 셈이다. 

 

 물론 이 프로토타입(원형기)은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인 F-3과 성격이 비슷하다. 개발 전의 ‘기술실증용’으로 날려본 X-2처럼 ‘기술실증기’에 속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생각보다는 일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X 실험기 시리즈’를 통해서 여러 가지를 선보인 경력이 있다. 예컨대 과거 5세대기 개발 때 록히드마틴과 노스롭그루먼이 ATF 사업에서 시제기로 YF-22와 YF-23을 내놓으며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점을 생각하면 기술실증기 정도의 항공기를  빠르게 내놓는 건 그리 어렵지는 않다.([나무위키])

 

일본이 개발 중인 6세대기 F-X(F-3) 개념도.jpg
일본이 개발 중인 6세대기 F-X(F-3) 개념도


2022년 6월에는 미공군 '차세대 공중 지배(NGAD)'가 기술실증 단계를 넘어 실제 임무 장비를 탑재한 시제기를 제작하는 체계개발(EMD) 단계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그리고 지난해 2023년 5월 18일(현지시간)에는 미 공군이 NGAD 플랫폼에 참여할 방산업체 모집에 공식 착수했다. 미 공군은 이날 "2024년 체결을 목표로 하는 NGAD 엔지니어링 및 제조 개발 계약을 위해 방산 업계에 기밀 공고를 공개했다"라고 밝혔다. 외신은 록히드마틴, 보잉, 노스롭그루먼 등이 NGAD 입찰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는데,  이후 노스롭그루먼은  입찰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노스롭그루먼은 미 공군이 추진하는 프로그램 입찰을 포기했지만, 미 해군이 추진하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는 계속해서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공군과 해군이 각각 6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을  따로 진행하고 있는데, 공군 쪽의 요구가 좀 더 엄격한 편이다. 왜냐하면 가상 적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수천 킬로 떨어진 곳에서 발진하여 적진 깊숙이 침투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2023년 11월 프랭크 켄달 미 공군장관은 비용문제 때문에 과거 F-22 개발 과정에서 채택했던 '롤링 경쟁'이라 불리는 8년~15년간 100기 이하의 소수 기체만 양산한 후에 후속 기체로 빠르게 넘어가는 순차적 개발 방향을 포기했으며,  주 계약자로 선정된 단 하나의 회사 모델만 제작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상의 정보를 종합하면, 미국은 현재 6세대 개발에 있어 기술실증기, 시제기, 그리고 업체 공식 선정 단계에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미 의회의 발표대로라면 빠르면 2030년부터는 현  F-22를 대체하고 실전 배치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과거 F-22의 개발 기간을 참고하더라도 또 6세대 전투기가 이보다도 훨씬 복잡한 기술을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양산체제까지 갖추어 실질적인 전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최소 20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경우 2040년이 되어야 계획이 최종적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앞서 소개한 6세대 전투기의 대부분 성능을 갖추었을 때의 경우이고, 사실은  F-35의 TR-3와 블록 4 업그레이드 계획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보았듯이 차세대 전투기는 ‘일련의 점진적 과정’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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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F-22의 개발과정을 소개하자면, F-22는 개념연구에만 11년이 걸렸다고 한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뒤에도 기종을 선정하는데 9년, 최종 기체 선정 후에 추가 개발을 거쳐서 전력화되는 데 다시 15년이 걸렸다. 즉 '생각'이 현실이 되는데는 무려 35년의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헤럴드경제, "30년 걸려 만든 F-22랩터…KF-21도 다음 단계 준비해야[오상현의 무기큐브]", 2024.05.20)

 

중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마침 최근 이와 관련한 소식이 전해졌다. 젠-20 전투기의 첫 시험 비행을 맡았던 조종사 리강(李刚)과 관련한 인터뷰 내용이 전해졌는데, 이 소식은 중국 네티즌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리강은 서북공업대학 제4회 항공과학기술문화제에 참석해서 CCTV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젠-20의 최근 현황 및 차세대 전투기 개발과 관련한 정보를 일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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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20 전투기 첫  비행사 리강(李刚)

 

그는 인터뷰에서 젠-20 전투기가 “매 순간 매일 같이” 진보하고 있다며, 시대에 발맞춰 작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임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와 함께 중국 항공산업 기술의 지속적 발전에 따라서 차세대 전투기가 곧 출시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발언은 인민해방군이 왜 젠-20의 생산능력을 현재 생산라인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로 늘리지 않고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이와 함께 중국이 6세대 전투기를 개발 중에 있으며, 실제로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켜준다. 즉 중국은 5세대 전투기인 젠-20에서 축적한 경험을 6세대 항공기 개발에 ‘직접적으로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노선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하자.


먼저, 이 인터뷰는 젠-20이 양산체제에 돌입한 사실과 함께, 차세대 전투기 개발과의 관계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 오픈소스 정보기관과 싱크탱크들은 대체로 2021년 말경부터 젠-20이 그간 채택해 오던 저속의 생산 모델(방식)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대량 생산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전역의 공군 부대에서 중국이 신구 전투기 간의 대규모 교체를 시작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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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20의 이륙하는 모습


젠-20의 이 같은 변화는 수년간의  운용 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설계가 더욱 완벽해졌으며, 취역 초창기처럼 더 이상 '개조하면서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젠-20 전투기의 추가적인 개량은 주로 복좌형(双座型, 2인승 버전)을 중심으로한 차세대 프로토타입(원형기)에 집중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견해에 입각해 볼 때 현재 젠-20의 생산템플릿(生产模板, 제작틀)은 기본적으로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엔진을 제외하고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젠-20이 양산체제로 전환하더라도 기존 기종에 대한 개선 작업이 중단되거나 혹은 축소될 것이라는 외부의 추측 또한 틀렸음을 말해준다. 오늘날 지속적이고 발전하는 군사 이론과 기술 환경 속에서, 젠-20이 시대에 발맞추어 새로운 전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자체 성능 향상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위 인터뷰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젠-20이 “매 순간 매일 같이” 진보한다는 표현을 단순히  '성능 개선'이라고 해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젠-20이 AI 관련 기술을 축적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으며, 이런 추론의 근거는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젠-20에 대한 개량 계획은 생산 배치의 요구에 따라 수립되어야 하기에 '매 순간' 변화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일정한 '고정 형태'가 있어야만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또 그래야만 인민해방군 각 부대의 젠-20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둘째, 최근 젠-20 복좌형(2인승 버전)의 출현은 인민해방군이 무인기와 유인기의 협력에 관한 새로운 개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새로운 차세대 공중전의 개념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AI 기술의 성숙도이다. 복좌형으로 개량된 젠-20의 데이터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물리적 측면에서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또 6세대 전투기의 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젠-20은 AI 학습 능력과 관련한 일련의 요인을 갖추고 있는데, 이로 판단해 볼 때 관련 기술이 무인 전투기와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사용될 것이라는 견해 또한 합리적이다.

 

중국이 최근 공개한 6세대 전투기 컨셉트(수정).jpg
중국이 최근 공개한 6세대 전투기 컨셉

 

여기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6세대 전투기 개발 방식에 있어서 뚜렷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처럼 기존 5세대기의 개량과 6세대 전투기의 개발을 별개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을 통일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젠-20은 원래 기체가 크면서도 가벼우며, 설계 때부터 차세대 전자전 기능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개발했기에 이 같은 '통일'적인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미래자동차 분야에서 치열하게 진행 중인 자율주행차의 개발 경쟁과 비슷한 점이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테슬라는 독특한 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것은  일반 차와 실험용 자율주행차를 따로 분리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판매되는 테슬라 모델 3을 통해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해가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차를 새롭게 따로 개발하는 기존 완성차 메이커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의 유리한 점은 테슬라가  이미 판매된 자사 자동차의 실제 주행 시에 얻은 (날씨, 사물, 사람, 거리, 도로, 상태, 교통 시스템, 다른 차 관련 교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AI를 머신 러닝으로 계속해서 훈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차들처럼 일일이 지도나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자율주행을 기능을 구현하지 않고, 머신러닝을 통해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테슬라 방식은 AI가 학습할 수 있는 주행 케이스, 주행 거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교해진다. 예컨대 2020년 2월 머신 러닝 콘퍼런스에서 테슬라 AI 담당자는 테슬라의 반 자율주행 모드의 주행 거리가 이미 30억 마일(약 48억 km)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업계 최고이며, 다른 경쟁사들이 기껏해야 실험용 자율주행차 수백 내지 수천대를 따로 만들어 수년간 축적한 수천만 km의 기록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또한 테슬라가 매년 2백만대 이상씩 자사 자동차를 판매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이 같은 데이터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갱신된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개발과 관련한 경쟁 상의 우위가 어디에서 나오는 지를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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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차세대 전투기 개념도


위와 비슷한 사례가 마침 중미 간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둘러싼 경쟁에서 일어나고 있기에, 우리는 다소 분야는 다르더라도 양자 간의 개발노선 상의 우위를 판단할 수 있다. 


중국은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있어 미국에 비해 유리한 조건에 놓여있다. 현재 복역 중인 젠-20이 애초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비롯한 기술 발전과 조화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이 때문에 별도의 기종 없이도 지금의 젠-20을  6세대 전투기 개념에 맞게끔 끊임없이 개량해 가며 완성해 갈 수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애초 주력 5세대 전투기로 개발한 F-22가 이 같은 인공지능의 발전을 예상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또 비용 등의 이유로 그 생산 설비마저 중간에 철거하는 바람에 F-22는 이후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발전에 조응하여 개량할 여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원래 F-22의 보조적 역할을 담당할 목적에서 설계된 F-35가 이 역할을 대신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F-35는 기체 크기가 제한되는 등 애초 설계상의 한계로 인해 이를 새로운 6세대 전투기 개발의 플랫폼으로 삼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노정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것이 F-35 전투기가 TR-3 기술 업그레이드와 같은 임시방편조차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블록4(Block 4) 업그레이드 계획은 2030년대까지 미뤄졌다는 사실이다.*

 

* F-35는 아직 AI 러닝 머신 기능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기사는 이와 관련한 시사를 준다. “GAO(미국 회계감사원)는 F-35 프로그램 개발회사가 회계감사원 평가 가이드의 지침서에 따라 핵심 운용 사례인 블록4 소프트웨어 개발 매트릭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였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데 필수적인 두 가지 다른 핵심 요소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첫째, F-35 프로그램 개발사는 핵심 관행인 소프트웨어 개발 성능에 대해서 자동적 데이터 수집을 가능하게 하는 자동화 도구를 구현하지 않았다....”(“F-35 스텔스기, 소프트웨어 개발지연으로 생산 차질”, 국방신문, 2021.03.26.) 
  

이 때문에 미국은 현재 F-35 이외의 완전히 별개의 시제기를 만들고, 개발사를 별도로 선정하여 차세대 전투기 개발(MGAD)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별도의 시제기 없이 젠-20을 플랫폼으로 삼아 6세대기를 개발할 수 있는 중국과 비교할 때 그 유불리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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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차세대 전투기 MIG-41 개념도


2)  총체적인 제조업 실력(기술+ 비용) 

 

차세대 전투기에 관한 신기술의 연구개발(R&D) 능력뿐만 아니라, 설계에 따라 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조 기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F-35의 기술적 결함에 대해서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최근 잇따르고 있는 보잉사 사고 또한 미국 항공업계의 제조 기술력을 판단할 수 있는 일정한 시사점을 준다. 보잉사는 록히드마틴과 함께 현재 미국의 차세대 공군기 계발계획(NGAD)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적인 회사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주요 대규모 제조업체는 종종 고도로 전문화되고 체계적인 생산 조직 능력을 갖춘 것으로 간주되지만, 지난 1년여 기간 보잉사가 만든 주력 기종에서 빌트인 비상문 탈락, 이륙 시 타이어 낙하, 엔진 공중 발화 등 안전사고가 빈발했다. 이 같은 보잉사가 직면한 생산 및 안전 딜레마는 우연이 아니다. 미국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직면한 공급망 단절, 숙련된 기술 인력 부족, 강제적인 비용 절감 등 여러 문제와 관련이 있다.


우선, 보잉은 최근 들어 공급망의 붕괴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보잉의 혼란스러운 생산과 빈번한 사고는 점점 더 많은 부품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산업 사슬의 공급망을 교란하는 미국의 ‘탈동조화’ 정책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보잉 787 여객기가 열교환기 공급 부족, 객실 좌석 부족 등의 문제로 인도가 지연된 점이다. 미국의 강력한 러시아 제재로 인해서 보잉 787 여객기의 열교환기 공급업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직후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고 생산을 미국과 영국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보잉이 787기 생산을 늘리려 하자 미국과 영국으로 이전한 새 생산라인은 열교환기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다. 이처럼 핵심 부품의 부족은 생산을 지연시켜 가뜩이나 부족한 보잉의 현금 흐름을 약화시켰다. 만약 미국이 지금처럼 탈동조화 정책을 지속한다면 원료나 부품공급 조달 등 차세대 전투기 개발과정에서 갖가지 예상치 못한 장애에 부딪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알래스카항공 보잉 737 맥스 9 여객기 동체가 뜯겨나간 모습(2024년 1월 5일).jpg
알래스카항공 보잉 737 맥스 9 여객기 동체가 뜯겨나간 모습(2024년 1월 5일)


좀 더 구조적으로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적인 ‘비용 절감’ 정책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제조업체가 글로벌 투자 및 조달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비용과 효율성이었다. 미국의 '해외 아웃소싱'은 일반적으로 더욱 저렴하고 빠르고 유연하며 효과적인 것만을 추구해 왔는데, 그러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오늘날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부랴부랴 미국 기업이 '예상할 수 없는 시스템 충격'을 고려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기계, 전자, 화학, 소프트웨어 및 기타 제품 공급에서 모두 '자급자족'을 달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차피 상당 정도 전세계 산업체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중 ‘세계 제조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지위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보잉의 숙련 노동력 부족 역시 미국 제조업이 부딪친 심각한 문제를 반영한다. 미국은 현재 한편에선 급속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에 반해, 다른 한편 이를 뒷받침 하지 못하는 숙련 노동자 부족 간의 모순에 직면해 있다. 예컨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세계 관광업이 회복됨에 따라서 새로운 항공기 수요가 급증하였지만, 보잉 등 미국의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많은 직원을 새로 고용하는데 있어 심각한 곤란에 부딪쳤다. 그 이유는 선진 제조업이 요구하는 기술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고, 이에 따라 노동자는 기계, 전자 및 소프트웨어 분야 등 제 분야의 전공 능력을 갖출 것이 요구되어 기술 문턱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하지만 제조업이 공동화된 미국의 노동 시장은 숙련 노동자가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며, 이 때문에 보잉의 첨단 기술 채용 목표가 달성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러한 보잉의 사례는 미국 제조업의 기술 발전 속도가 노동 기술의 발전 속도를 크게 능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즉 생산 공정에 적응하여 진화를 빠르게 최적화할 수 있는 고급 노동자가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한 이 같은 노동력 부족을 신속하게 메꿀 수 있는 효과적인 노동자 훈련과 교육 시스템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들은 구조적인 성격을 갖기에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앞으로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환구시보의 다음 관련 보도 참조.  "미국은 효과적인 근로자 훈련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한다. 현재 조사 가능한 50개의 연방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 일부는 내용이 중복되고 운영이 불투명하며, 정부가 지원하는 훈련은 후속 고용 요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재개된 미국 정부의 '견습생 프로그램'의 실질적 효과도 제한적이며, 높은 직원 이동성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서 미국 제조업체가 근로자 교육을 제공할 동기 또한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이런 조치가 실제로 빈자리를 채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http://www.ulham.net/foreignissue/18443?page=2)


미국 제조업에 있어 숙련노동자의 부족 문제는 결코 보잉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2016년 통일뉴스가 미국 나사(NASA)에서 37년간 근무한 박철 항공우주공학자와의 인터뷰는 참고할만 하다.  그는 미국항공우주학회로부터 보통은 한 개 받기도 어렵다는 훈장을 두 개씩이나 받은 사람이다. 그는 나사에 있을 때 아폴로, 우주왕복선, 토성 우주선 등을 개발하는데 참여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통일뉴스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언론매체와도 인터뷰를 했으며, 한국 카이스트에서 2000년 이후 십년 이상 강의를 맡았으며, 중국 등에서도 초청을 받았다. 이런 그가 냉전 종식 후 미국 제조업의 현실에 대해 토로하는 사실은 귀를 의심할 정도로 매우 놀라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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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뉴스와 인터뷰 중인 박철 원로 항공우주공학자 (사진=통일뉴스)

 

그의 말에 따르면, 1990년에 소련이 망하고 나서 미국 대학 총장들이 한데 모여 미래 30~50년의 계획을 세웠는데, ‘이제는 우주경쟁이라는 것은 끝났으니까 우주에는 투자하지 말자’라는 결정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각 대학의 우주과학에 관한 것들을 싹 줄여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우주 로켓 발사체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기에 모두 러시아제를 사온다는 얘기도 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우주 강국 건설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앨런 머스크가 이번에 뭔가 많이 쐈잖아요. 그런데 그 발사체가 전부 러시아제에요. 미국은 1990년에 러시아로부터 로켓 400기를 샀어요. 그래놓고 미국 내에서 로켓 생산은 다 그만 두었어요. 미국 사람들이 과거에 만들었던 로켓을 자기 손으로 만들질 못해요. 대학 졸업생이 없기 때문이에요. 안 만들었으니까.……미국제 설계도가 다 있어도 그걸 보고 만들 줄 모른다니까요. 그다음에 어떻게 되느냐 하면 러시아에서 로켓을 사다가 쓰는 방법을 배웠죠. 그러고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미국에 와서 로켓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청하면서 미국에 학교를 하나 만들었어요.

 

관계된 기술자들을 몇 달 동안 그 학교에 순환 교육을 받게 했어요. 10년 동안 운영했던 그 과정이 한 5년 전에 끝났어요. ……그 후 도면도 다 있는 러시아제 로켓을 생산하는 회사를 찾는 입찰공고(RFP)를 냈는데 결과는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10년을 배우고도 못 만드는 거예요. 그 훈련을 배운 사람들이 다 엉터리라는 거죠.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제대로 배웠으면 다 할 수 있는 건데 그런 준비가 안 돼 있는 친구들이 10년 동안 공부를 하고도 못하고 있는 거예요.”

(통일뉴스,  "북한이 ICBM을 최초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45년",  2018.11.07)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을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미국이 그동안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사실은 앞서 언급했던 보잉사나 F-35 사고 소식을 통해서도 입증이 된다. 사실 교육제도나 산업구조가 관련된 문제는 단시간 내에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 하루아침에 인재를 양성할 수는 없는 일이며 그러기에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중·미 간 차세대 전투기 경쟁에 있어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것은 제조 기술 외에도 ‘비용’ 문제이다. 각국의 재정은 결코 무한하지 않다. 가격 경쟁력 즉 성능 좋은 제품(전투기)을 값싸게 만들 수 있는 쪽이 군비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경제의 철칙이다. 박철 교수는 이와 관련해서 이렇게 진술한다.

 

“그뿐 아니라 요새 F-35라는 전투기를 사잖아요. 한 대가 엄청나게 비싸잖아요. 총개발비가 300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러시아, 중국, 유럽이 각각 F-35와 똑같은 것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이 나라들은 미국의 1/10 비용으로 개발했어요.... 그 회사에 다니는 미국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미국 정부에서 회사들한테 될 수 있는 만큼 값을 올리라’고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그 회사에서는 값을 올리는 구실을 만드는 직원들에게는 상을 줘요. 그래가지고서는 막 가격을 올리는 거예요. 한없이. 나사 하나에 몇 만 원씩 올리는 거죠.”

 

1989년 나사 RTA 브랜치 근무 당시 부원들과 함께. 둘째줄 가운데 흰 머리에 아이보리 쉐터가 박철 공학자.png
1989년 나사 RTA 브랜치 근무 당시 부원들과 함께. 둘째줄 가운데 흰 머리에 아이보리 쉐터가 박철 공학자(사진=통일뉴스)

  

실제로 박철 교수의 말을 뒷받침 해주는 언론 보도는 심심치 않게 있다.  그 한 예로 통일뉴스는  최근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미 국방부의 낭비와 퍼주기는 거의 전설적인 수준으로, 400달러가 넘는 망치들, 600달러가 넘는 변기들, 그리고 7,600달러짜리 커피 메이커들에 대한 스캔들로 인해 2001년에는 2조 3,000억 달러를 회계 처리하지 못하더니, 2018년 이후로는 단 한 번의 감사도 통과하지 못하였다. 이제 한 상원의원이 가장 신성한 것, 즉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를 파헤쳤다.


우크라이나 대리전쟁의 헌신적 지지자이자 버몬트 주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는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들이 가격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샌더스는 지난 월요일 발간된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잡지에 실린 에세이에서 "... 많은 방위산업체들은 전쟁을 주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RTX(구, 레이시온(Raytheon))는 1991년 이후 스팅어 미사일 가격을 7배 인상했다. 오늘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보내진 스팅어 한 대를 교체하는 데 40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라며 "이는 인플레이션, 비용 증가, 품질 향상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가격 인상"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통일시대, "미국 군산복합체, 우크라이나 대리전 속 가격 뻥티기",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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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통일시대

 

물론 이렇게 값비싸다고 해서 그만큼 값어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우리 제품에는 굉장한 비밀 무기가 많이 들어있어서 이렇게 비싼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여기에 속는 사람들이 많아요. 미국의 주장대로 비밀무기가 있느냐 하는 것은 계산해보면 알아요. 그런 걸 제일 계산 잘하는 사람은 대학원생들이에요. 한마디로 대학원생들이 계산해서 안 되면 안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원리가 딱 있는 것인데 그걸 대학원생이 다 알고 있어요. ” (박철, 위 인터뷰)

 

조금 다른 사례지만, 미국과 중국의 해군력 경쟁에서 제조 비용과 관련한 사례 또한 참고할 만하다. 어차피 차세대 군비경쟁은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에서 진행되기 마련이다. 

 

호위함은 함대에서 구축함보다는 낮은 위치에 배치되며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그룹이 수주한 미국의 FFG(X) ‘호위함’ 제작비는 대당 12억 8100만 달러였으며, 후기 들어 양산 원가를 떨어뜨려도 10억 달러(약 1조 4천억원)의 건설비가 든다. 이에 비해 현재 세계 최고의 이지스함으로 평가 받는, 배수량이 FFG(X)의 두 배인 중국의 주력 대형 구축함인 055의 건조비는 한국 돈으로 약 1조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차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

 

* 이와 관련한 좀더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일찍이 민플러스에 기고한  다음 번역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민플러스, " 중국의 히든카드: 전쟁이 터지면 우린 이길 수 있을까?(3)",  2020.09.09")   http://www.minplu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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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차세대 호위함 FFG(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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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1만톤 급 055형 최신형 이지스함

 

끝으로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쇠퇴, 궁극적으로 미중 간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비롯한 경쟁에서 미국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원인에 대해 잠깐 언급하면서 이 글을 마치기로 하자. 


맑스는 일찍이 패권국가가  쇠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언급하면서,  궁극적으로  그것은 ‘각국 공업의 번영과 정체’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영국 등 패권국가가 쇠락하는 것은 금융화의 길을 걷고, 이 때문에 공업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그는 일찍부터 갈파했던 것이다.  화폐자본이 생산영역을 벗어나서 금융영역에 주로 유입되고, 이로부터 금융업의 번영과 공업의 쇠퇴가 병존하게 되는 것은 기존 패권국가가 쇠락의 길로 들어서는 전형적인 특징이었다. 역사적으로 17세기~18세기 초반 유럽의 강국이었던 네덜란드가 그러하였고, 18세기~20세기 중엽까지 세계에 군림하였던 영국 또한 그러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부대출에 대한 수익은 네덜란드연방 경제가 점점 생산적인 경제로부터 벗어나게 하였으며, 일종의 고리대식 경제로 변모하게 만들었다. 그 은행가들은 모험을 무릅쓰고 자금을 18세기 말의 대규모 공업건설 항목에 투자하길 원치 않았다. 그리고 쉽게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최종적으로는 네덜란드 정부로 하여금 거액의 채무부담을 지게 만들었으며, 소비세에 의존해 상환하려 함으로써 임금과 물가를 인상시켰다. 그 결과 네덜란드 상품은 경쟁력을 상실하였다." (폴 케네디, <강대국의 흥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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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흥망> 저자 폴 케네디


영국의 사례 또한 비슷하였다. 1911년 영국의 해외투자수입은 1억 9400만 파운드인데 비해 그해 공업 수입은 겨우 5000만 파운드에 불과하였다. 해외투자 수입이 국내 공업 수입의 근 3배를 넘어선 것이다. 영국은 이렇듯 해외로부터 막대한 이윤이 끝임없이 유입했던 관계로 기술개발에 대한 동력을 상실하였다. 이 같은 요인들이 겹쳐 영국의 국내 생산은 비교적 심각한 정체 현상을 보였는데, 예컨대 1874년부터 1914년 기간 중 다른 세계열강들의 공업생산 연평균성장률을 보면 일본이 12%, 미국 3.8%, 독일 2.5%, 프랑스 2.4%였음에 비해, 영국은 겨우 1.6%를 기록했다.*

 

* 이상 통계수치 출처는 [中]马建行 等共著,《垄断资本概论―马克思主义的帝国主义理论·历史与当代》,pp316-317.


오늘날 슈퍼 패권국가인 미국의 통치 집단과 엘리트들 또한 이러한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0세기 70년대 이후 점차 ‘금융 국가화’의 길을 걸었다. 제국주의 패권국가에 있어 '금융 국가화'는 '군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군사화가 진행되면 다음 순서로  필연적으로 금융 국가화의 길을 걷게 된다. 영국은 19세기 중엽 이후 자신의 세계패권을 유지키 위해 세계 각지의 전쟁에 개입하다 보니 차츰 후발 주자인 독일과 미국에 산업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되었으며, 다른 한편 방대한 제국경영과 관련한 금융적 초과이윤의 유혹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1970년대 이후 가열되는 세계 각국 간의 경쟁에서, 소련과의 군비경쟁으로 '군사경제' 비중이 과다해진 미국은 전반적으로 산업경쟁력이 독일과 일본에 비해 뒤처지게 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 산업부문의 경쟁 우위를 더 이상 지키기가 힘들어진 미국은, 자신의 군사패권의 유지와 직접 관련되는 일부 첨단 산업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을 포기하고 점차 금융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세계화폐인 달러를 갖고 있던 미국으로서는 더더욱 이 같은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현대제국주의 길을 걸은 미국으로서는 ‘산업 공동화’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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