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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을 그의 방미 최대의 성과로 치부하거나 묘사하는 것 같다. 그는 열정적인 언어로 이 선언은 미국이 ‘전대미문의’ 약속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4월 26일(현지 시각) 윤석열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회담한 뒤 발표한 <워싱턴 선언>은 두 가지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는 한·미 핵협상팀 구성에 대한 발표이고, 둘째는 미 핵잠수함의 40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모두 대북 ‘확장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윤석열이 미국에서 ‘핵우산’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미국에 가져온 각종 선물과 한국의 국익에 대한 대가로 치르는 핵우산은 허술하고 부실해 보이며, 새로운 위험을 키울 수밖에 없다. 국내적으로 해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긴장 고조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속에 잠복 된 중국을 겨냥한 내용은 한국에게 잠재적 위험을 심어주는 것이다. 미국에서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깨어있는 한국인들은 걱정을 더 하지 기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언론이 해석하는 그 선언은 미국이 한국에 핵전략 포기를 권고하는 ‘무화과 잎’(음부를 가리는 잎-주)이라는 것인데, 이 선언이 한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외교적 성과‘ 혹은 ‘윤석열 정부의 승리’로 해석하는 것은 더욱 반어적이다. 그것은 ’전대미문의‘ 핵 보호 약속을 받았다기보다는 전례 없이 자주성을 잃은 것에 가깝다.
진정한 승자는 워싱턴이다. 비용을 거의 들지 않고 실속 없는 선언문 한 장으로 한국에 ‘체면‘을 세워주고, 그 대신 미국의 ‘조역’ 역할을 교환하도록 했다. 윤석열 정부는 ‘핵 공유’를 원했지만 미국 측은 긴장을 풀지 않았고, 핵 정책에서 한국 몫은 없었다. 비정기적인 핵 협상 체제를 상시화로 급히 격상하고, 괌에 배치된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을 정기적으로 한국에 파견하는 것은 한국에게 심리적 위안은 되겠지만, 동북아에서 늑대를 거의 집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 하겠다.
한반도 핵 문제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근원은 미국에 있다. 한국이 진정 안전을 원한다면, 미국 측에 보다 책임 있는 대북정책 수립을 촉구해 각 측이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의 핵을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것은 북한에 강한 자극이 될 수밖에 없으며,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를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안전은 분리할 수 없으며, 공동의 안전이야말로 항구적 평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국이 정말 길을 잘못 들었으며, 이 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이 주는 교훈은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의 이번 방미 일정이 절반을 넘겼다. 한국 측이 기대했던 자주권을 얻지 못한 채, 오히려 자신에 대한 미국의 통제만 더 깊어졌음이 분명해 보인다. <워싱턴 선언>과 같은 날 나온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역문제 및 중대한 국제문제에 대한 공동성명의 표현방식은 내용과 말투 모두 전적으로 워싱턴의 어조이며, 공동성명이라고 하기에는 한국이 그저 이름만 달았을 뿐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공동성명은 소위 ‘경제적 위협’이라는 것을 괴이하게 질책하고,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을 다시 거론했다. 이 같은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중국과의 신뢰에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이 언급한 것은 거의 이러한 ‘성과’가 미국의 이익을 어떻게 촉진시키는 지에 대한 것이고, 기자들의 관심 역시도 미국의 국내 문제에 더욱 쏠렸다. 네티즌의 묘사에 따르면 이 회견에서 한국의 이익은 거의 공기나 마찬가지다. 이는 윤석열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글로벌 동맹’을 더욱 난처하게 만든다. 최근 백악관은 한국에 중국이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를 조사할 때, 미국 업체들의 시장 공백을 한국 업체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국 반도체가 중국 내 판매를 늘리지 않게끔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에 압력을 가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것이 바로 한미 관계의 실상이다. 그동안 일관되게 ‘4대국 외교’를 외치던 한국은 지금 대미(對美) 일변도로 바뀌면서 균형감각을 잃었으며, 자기 자신을 잃는 것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 <뉴스위크지>가 윤석열 방미에 때맞춰 올린 글에서, “동아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만들 때가 됐다”며 미·일·한에 대만을 보태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이른바 ‘경제 북대서양조약기구’ 설립을 거론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을 ‘단속했음’을 본 후 이런 음흉하고 교활한 제안을 한 것이다. 한국의 대미 의존도 강화는 미국에게 약점을 잡힌 꼴이다. 역대 한국 정부 중 윤석열정부가 미국에 대해 가장 민족독립 의식을 갖지 못한 정부일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번 방미는 의심할 바 없이 이런 평가를 실증해 주었다.
2023-04/28 00:39 (현지 시각)
출처: 환구시보 사설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CfQnxKP2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