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 김정호(편집위원) 번역
등록일 :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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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초 흑인 외무장관 클래버리

 

 

제임스 클래버리 영국 외무장관은 4월 25일(현지 시각) 보수당의 대중국 매파들에게 영국이 '신냉전'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대신 중국과 접촉해야 한다고 하면서, 중국과 '온건하고 건설적인' 새로운 관계 구축을 촉구했다.

 

영국 외무장관실이 미리 공개한 연설문에 따르면, 클래버리는 "내가 '신냉전'을 선포하고 우리의 목표가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쉽고 만족스럽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은 우리 국익에 대한 배신이자, 현대 세계에 대한 의도적 오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정 정도 영국의 기존 대중국 과격노선에 대한 수정이며, 균형 외교 전통으로 돌아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클래퍼리는 또 주요 분야에서 중국을 '규제'하고, '인도·태평양' 동맹관계를 강화하면서도, 또한 중국과 직접 접촉을 통해 관계 안정을 도모하는 영국판 '대중국 3분법'을 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치권의 대중국 적대적 분위기가 강한 속에 앞의 두 부분은 정적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세 번째 즉 '대중국 접촉 강화'야 말로 클래버리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런던의 중국에 대한 태도는 비록 '전환'과는 거리가 멀며, 여전히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가득 찬 상투적 표현이 많다. 그렇더라도 클래버리는 의도치 않게 영국의 매우 불건전한 잘못된 정치 현실을 꼬집었다. 즉 '신냉전' 적 사고가 일부 영국인들을 만족시키고, 중국과의 협력을 주장하는 것은 비판을 받는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바로 이런 역류 때문에 중-영 관계는 좋지 않은 길로 접어들어 지금처럼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영국 총리들이 주마등 식으로  교체되었어도, 대중국 태도에 있어선 여러번 강경 방향으로 강화되어 중-영 관계는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수나크 정부가 들어서자 이에 제동을 거는 듯한 시도가 클레버리 연설에서 드러났다. 수나크의 새로운 종합적인 외교·국방정책은 전임 수상 트러스가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했던 것과는 달리 '획기적 도전'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제한적이지만 이성적 회귀라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미국을 추종하고 그 글로벌 전략에 발맞추는 것이 지나쳤다. 그래서 사람들이 영국이 독자적인 주권과 독자적인 국익을 가진 국가라는 사실을 잊게끔 만들었다. 이는 기대했던 영향력과 대국적 지위를 얻도록 하기보다는 오히려 경쟁력의 소모와 축소를 거듭하도록 했다. 그 전형적 사례가 런던 <파이낸셜시티>의 최근 연례 보고서이다. 런던이 처음으로 세계 최고 금융 중심지의 유일 선두 자리를 상실하고 뉴욕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인데,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의 허벅지를 끌어안은 대가는 더 넓은 세상을 잃은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영국 지식인들이 이점을 인식해 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유럽대륙 국가들은 워싱턴의 지정학적 전략에 대해 영국보다는 더 깊이 빠져들지는 않았고, 영국보다 앞서 조정을 했다. 올해 들어 중국과 유럽의 각 분야 고위급 교류가 빠르게 재개되고 있는데, 이런 상호 작용 중 유독 영국이 없다. 이는 영국에게 다소 자극이 되었으며, 중국과의 고위급 교류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클래버리는 올해 중국 방문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대륙 국가들이 중·미 사이에 어느 정도 독립성과 균형을 유지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모색을 하는 것은 영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클래버리가 밝힌 대중국 관점은 '우호적'이라 할 정도는 못되고, 기껏해야 비교적 정상적인 외교 궤도로 복귀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평화 시대에 어느 나라와의 관계가 '건설적'일 필요성이 없을까? 악의적이고 툭하면 왕따를 일삼는 교류를 좋아할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이런 정상적 논리조차 영국에서 공개적으로 말하려면 앞뒤를 살펴봐야 하며, 의회의 반중(反中) 의원들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는다. 이런 점에서 영국의 대중(對中) 정책의 양면성과 혼란 정도를 다시 한번 보여주며, 이는 분명 중-영 관계의 진전에 있어 불리하다.

 

중·영 관계와 중부 유럽에 있어서 이 같은 불편한 연마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클래버리 연설에 있어 긍정적 발언을 환영하며, 거기서 적어도 중·영 관계의 전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대중국 정책으로 얼마나 실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특히 클래버리와 다른 생각을 지닌 유럽 정치인들에게 특별히 한 가지 우환에 대해 일깨워주고 싶다. 즉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반드시 엄격하게 지키야 하며, 절대 중국 내정인 대만 문제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23-04-26  

출처: 환구시보 사설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CdmTZd9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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