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등록일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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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25일, “쿠팡의 물류센터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산재·고용보험 미신고 등 위법사항 적발 시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공지하였다. 국세 소득자료를 활용하여 미가입 근로자들을 발굴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견해를 설명자료로 덧붙였다. 쿠팡 캠프의 4대보험 미가입과 가짜 3.3 문제를 처음 제기한 지 2년 만이다.

 

2022년 3월 28일, 권리찾기유니온은 ‘비정규직이제그만전북공동행동’과 협력하여 쿠팡의 전주캠프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하였다.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대다수를 4대보험 없이 가짜 3.3으로 고용하고, 근로기준법과 각종 법령을 위반해 온 실상이 기자회견으로 공개되었다. 당사자 제보로 시작해 집단적 대응으로 이어지고, 관계기관을 통해 4대보험 가입 전환과 법적조치가 이행되었다.

 

고용노동부, 산재·고용보험 미신고 쿠팡 물류센터 전수조사
쿠팡의 4대보험 미가입, 가짜 3.3 문제 제기한지 2년만
전국적인 연대로 물류산업에 만연한 가짜 3.3문제 대응해야 

 

2023년 9월에는 제주지역 캠프에서 산재보험 포기각서를 강요해 온 사실이 알려졌다. ‘사회보험 미가입 책임각서’라는 제목이 붙은 문서에는 추후 실업급여와 산재급여를 청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적시되었다.

 

비난 여론이 드세지자, 현장점검이 이루어지고, 1,500명 이상의 고용·산재보험 미신고가 적발되었다. 근로자명부, 임금명세서 등 노동자성 입증 관련 서류를 누락시키며 임금과 휴일 등 기본적 권리를 삭제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가짜 3.3이 전국적으로 횡행한다는 의심은 계속 확대된다.

 

최근에 공개된 김포와 인천지역 캠프의 고용·산재보험 미신고 적발 건수는 3,698명에 달한다.

 

올해 3월 13일, ‘제3회 가짜 노동자의 날 기념식’에서 쿠팡은 ‘가짜 3.3 최악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지속적인 적발에도 불법적 노무관리를 포기하지 않는 쿠팡의 가짜 3.3 실태를 선정 취지로 발표하고, 쿠팡 캠프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와 전면적 근로감독을 요구하였다.

 

뒤늦게나마 행정조치가 진행 중이지만, 블랙리스트 파동에서 보이듯이 쿠팡의 대응 태도는 적반하장이다.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를 열겠다며 곳곳에 물류센터를 신축한다는 보도자료에서 지방의 고용위기와 연결하는 홍보능력을 과시한다. 직원 6만 명 중 청년 비중이 2만 명 이상이라며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층이 다시 지방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내세운다.

 

쿠팡이 먼저 답해야 할 것은 위장고용과 불법 노무관리에 대한 방침이다. 지방에서 일하는 청년이라는 이유로 4대보험이 삭제된 채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것을 감수하라는 것인가? “중구1캠프의 상하차, 일산3캠프의 카트수리 업무”. 취업정보 사이트에 오늘 자로 게시된 쿠팡 캠프의 3.3 채용공고다. 행정조치 정도는 감수하더라도 가짜 3.3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인가? 위탁업체나 인력공급사가 책임지면 된다는 것인가?

 

쿠팡캠프 전수조사에 주목하며 사회적으로 시급한 과제를 다시 제기한다.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3.3 연구조사와 4대보험 미가입 실태조사를 통해 가짜 3.3이 만연하는 6대 산업분야를 발표한 바 있다.

 

쿠팡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물류산업도 그중 하나다. “올리브영(양지센터), CJ대한통운(김포A센터), 스타벅스(덕평센터), 이마트24(포천센터)”. 유명 회사의 채용공고만 꼽아도 지면이 넘친다. 의류 등 단일품목 물류센터와 지역 유통업체의 노동조건은 더욱 취약하다.

 

쿠팡과 물류산업 사측은 왜 이렇게 대규모로 가짜 3.3을 사용할 수 있는가? 법원 판례에 등장하는 것처럼 무엇보다 사업주의 우월한 지위다. 각서를 거부하는 이는 안 쓰면 되고, 맘대로 쓰다가 걸리적거리면 버리면 된다. 저임금에 잦은 퇴직, 불안정하고 위험한 일자리를 감수하게 하는 것.

 

가짜 3.3에 순응하지 못하는, 결과적으로 다시 사용하지 않을 이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 블랙리스트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과태료 정도를 넘어 사측이 항복할 수준의 사회적 압박과 실질적 타격이 없다면 저들의 가짜 3.3 체제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올해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가짜 3.3 800만 시대’를 극복하는 새로운 사회연대운동의 실행과제를 논의한다. 산업별 전략 중 특히 물류산업은 좌고우면 미룰 상황이 아니다.

 

쿠팡으로 시작한 전수조사를 물류산업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검수, 상하차, 집품, 피킹, 지게차, 포장, 분류, 입고, 진열”. 물류산업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이자 사측에 고용되는 이름이다.

 

이들이 노동자의 이름으로 자신의 권리를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전국적인 연대운동을 시작하자. 공동법률구제와 실태조사로 힘을 모으며 지역사회 공동실천에서 전국적인 전략사업으로 확장해 나가자.

 

모든 산업으로 퍼지는 가짜 3.3. 압도적 다수가 처절하게 내몰린 현장에서 진짜 노동자들의 당당한 투쟁으로 함께 답하자.

 

출처:  <노동자신문> 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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