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 프닉스 연구위원)
등록일 :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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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와 자본권력이 이주노동자를 정주노동자의 지위를 위협하는데 활용하는 것은 오래된 역사적 사실이다. 이주노동자를 정주노동자의 임금인상이나 파업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노동 강도가 심하거나 사회적 편견이 심하거나 생산성이 낮은 사양산업에서 저임금구조를 가능케 하는 것도 이주노동자들이다. 특히 불법체류노동자는 스스로 인권보호를 주장할 수 없어 악질자본의 먹이감이 되기 때문에,  정주노동자를 견제하는데 악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주노동자와 경쟁하고 있는 정주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를 곱게 보지 않는 것은 왜곡된 노동시장구조 하에선 자연스런 현상이다. 영국의 노동조합이 폴란드의 이주노동자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마르크스의 국제노동자협회 즉 제1 인터내셔널 창립 동기 중 하나가 이주노동자 문제를 국제적으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ㅡ 8개의 기획 기사를 낸 KBS [팩트체크K] 핵심 내용

 

외국인노동자는 2020년대 85만명 내외이며, 전체 노동자 중 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즉 불법체류자가 2023년 기준으로 42만명 수준이므로 이들까지 합치면 외국인노동자의 비율은 4.5% 수준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분야는 경쟁력이 부족한 저임금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이들 분야에는 내국인노동자가 취업을 꺼려한다는 점에서 보면 전체 산업 일반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아니다. 영세사업장을 제외한 정규직노동자, 공공서비스, 대리운전처럼 내국인을 선호하는 직종에선 외국인노동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식당 아르바이트와 같이 내국인노동자도 취업하는 일부 직종에선 내국인노동자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경쟁의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건설분야의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은 12.4%로 다른 분야에 비해 월등히 높다. 건설업에서 내국인 노동자가 고령화되면서 젊은 외국인 노동자가 고강도 노동이 필요한 핵심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팀장을 맡아 일정 부분 채용, 근로조건 협상 등 인력관리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면 건설업을 유지하기 힘든 정도이니 건설현장을 장악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건설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 중 90%가 불법체류자이다. 

 

독일, 일본, 캐나다는 내국인 보호를 위해 내외국인 차등 최저임금제를 폐지했다. 튀르키예와 러시아는 일부 업종에 대해선  임금이 낮은 외국인에게 내국인 일자리가 뺏기는 걸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의 최저임금을 오히려 내국인보다 높게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헌법상 국적을 이유로 임금차별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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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나 [팩트체크K]

 

지난 10년(2011~2020)간 외국인의 10만 명당 범죄자 검거 인원지수는 내국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외국인의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검거 인원지수를 범죄유형별로 뜯어보면 성폭력·폭력·절도 등 대부분 범죄유형에선 모두 내국인 범죄가 훨씬 높았다. 

 

하지만 '강도'는 내국인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을 보였는데, '살인'은 분석 기간(2011~2020) 내내 내국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불법체류자의 경우 특별히 범죄율이 높은 것은 아니나 무면허운전 검거자가 많았다. 특히 내·외국인을 포함한 국내 마약범죄 피의자에서 불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이후 7.6%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도 5대 범죄로 검거된 전체 외국인 비율이 평균 3.7%였지만 안산시 단원구는 12.7%, 시흥시가 6.3%였다. 서울은 전체 평균이 4% 수준이었는데 구로구가 14.8%, 영등포구는 11.5%였다. 이들 지역에 사는 내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외국인 범죄 비율이 높다고 체감할 수 있다. 

 

독일에서 보듯이 인구구조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는 이주노동자 문제가 아니라 이주민 문제 정주방식으로 풀어야 임금차별, 내국인 보호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 즉 이방인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력만 수입하여 쓰다가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 장기적으로 이주하도록 가족이민을 받아들이거나 장기체류 혹은 귀화의 문호를 넓혀야 한다.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엄격한 외국인 노동자 제도를 바꿔 외국인 노동자를 우리사회의 성원으로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


ㅡ 민주노조의 대응방안

 

노동조합이 설사 불법체류 노동자라고 해도 이들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면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 대한 차별에 묵인 방조하는 것이며, 자본의 노노 갈등에 이용당하는 것이다. 더구나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사회에서 매우 근시안적이며, 폐쇄적인 태도이다. 

 

노동조합은 국내노동자와 외국인노동자를 경쟁시키는 노동정책과 사회재생산정책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통해 외국인노동자에게 즉흥적으로 반감을 지니는 조합원들의 시각을 개선할 수 있다. 나아가 외국인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동의를 얻을 수 있다. 내외국인노동자가 하나의 노동조합을 구성하여 단일한 단체교섭에 나선다면 내국인은 일자리와 좋은 임금을 지킬 수 있고, 사업장에서 필요하다면 동일한 조건에서 외국인을 고용하므로 국적차별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노조는 조합원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지닐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20여 년전부터 조직 규약을 고쳐 이주노동자를 가입 대상에 포함시켰고, 간부의 일정 비율을 이들에게 할당하게 해두었다.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은 이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전기가 될 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키우는 데도 큰 구실을 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2007년부터 소속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데 금속노조의 노력으로 내국인 노동자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2023년 금속노조 보고서에서 조선업종 노조 간부 126명을 대상으로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에 노조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질문한 결과 “이주노동자 총 고용규모를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17.8퍼센트)은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27.1퍼센트), “이주노동자 동일노동 동일임금 주장”(20.4퍼센트)에 이어 세 번째였다.(복수응답)

 

금속노조 삼우정밀 지회는 2007년부터 이주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조합원으로 가입시켰다. 당시 이 회사의 한국인 조합원은 41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사원 모두 입사하면서 바로 노조원이 되는 ‘유니언숍’을 지난 7월 도입해 이주노동자 22명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켰다. 그 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크게 개선됐고 고용도 안정됐다. 전사원이 조합원이 되면서, 조합의 교섭력은 매우 커졌다. 이주노동자와 내국인노동자 모두 불만이 없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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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고용허가제 제정 20년 시행 19년을 맞아  지난해 8월 20일  ‘민주노총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ㅡ 정책방안 

 

이주노동자, 불법체류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 임금차별 금지 등 인권보호는 인류의 보편가치이고 헌법상 요구이다. 하지만 자본은 국경이 없는데, 자본권력은 노동에 국경을 만들어 놓고 차별적인 이주노동자 제도로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비열한 추가 이윤을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록 일부이지만 국내노동자가 불이익을 보고 있다. 또한 불안정한 외국인노동자 제도가 외국인 노동자의 정주를 방해하고 불안정한 외국인노동자의 생활조건 때문에 국내인의 시각도 좋지 않다. 

 

일단 국내노동력이 충분한데, 국내노동자를 차별하기 위한 외국인노동자 정책은 허용돼선 안 된다. 국내외 자본이 초과이윤을 얻기 위한 악랄한 착취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임금차별 등 잘못된 제도를 폐지하여 자본들이 외국인노동자를 굳이 선호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국내노동력이 부족하다면 이는 인구구조 문제이므로 외국인 노동자를 쓰고 방출하는 악순환을 확대하는 노동력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되고 사회재생산 구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노동자만 단기 체류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민, 가족이주, 불법체류자의 단계적 합법화 등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정주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기 체류하는 독거 외국인 노동자는 생활비를 줄여, 본국의 가족을 부양하려는 경우가 많아 내국인노동자보다 저임금을 받아도 취업을 선호한다. 본국 가족의 생활비가 국내의 저임금에 비교하더라도 매우 낮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 체류하는 젊은 독거 노동자는 국내인이든 외국인이든 지역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범죄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외국인노동자 혹은 그 가족이 정주하면 그들이 사회에 통합되고 정착되면 노동력재생산 비용이 내국인과 비슷해져 내국인에 비해 낮은 임금을 수용하려는 경향이 줄어든다. 외국인노동자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대우를 해야 한다면 사업주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만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게 될 것이다. 

 

불법체류노동자를 환영할 수는 없고 이들에 대한 차별을 방치할 수도 없다. 불법체류 노동자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사업주를 엄벌한다면 불법체류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불법체류 노동자를 강제 출국시키는 것보다 중한 범죄자가 아니라면 사회에 정상적으로 정주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인권정책이나 한국의 사회재생산 정책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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