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을재(전 전교조부위원장)
등록일 : 2026.05.04
photo_2026-05-04_19-07-04.jpg
29개 학부모단체 및 교원단체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초학력보장지원조례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조례안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2023.6.1 ,사진=한겨레)

 

언젠가부터 교육부도, 교육청도 ‘기초학력 보장’을 요술 방망이나 되는 것처럼 앞다투어 역설합니다. 이들이 말하는 ‘기초학력 보장’은 신화입니다. 허구입니다. 안타깝게도 진보교육감들 역시 이 신화, 이 요술 방망이의 덫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기초학력’이란 무엇일까요? 흔히 초등학생의 읽기, 쓰기, 셈하기 능력, 중고등학생의 학습목표 최소 수준 도달 상태를 말합니다. 그 신화를 벗겨야 합니다.

 

첫째, 모든 학생들이 도달해야 할 학습목표란 것은 없습니다. 어른들이 표준화시켜서 학생들이 도달해야 할 학습목표를 정했을 뿐입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개별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있는 그대로 존중되고 인정되어야 합니다. 표준화시켜서 어른들이 임의로 도달, 미도달 판단을 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며, 학문적 영역에서나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합니다. 

 

둘째, 기초학력 신화는 우등생과 열등생을 가르고 차별하기 위한 성적 지상주의 교육체제의 산물입니다. 암기 성적으로 학생들을 줄세워 차별하는 정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일제고사 폐지 정책을 ‘기초학력 미달’, ‘학습목표 미도달’ 등으로 비난, 공격하기 위해 도입한 수단이 ‘기초학력 신화’입니다. 

 

셋째, 기초학력이든 그 무엇이든 학생들의 학습과 발달을 위해 현장에서 실천하는 교사들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학생들 개개인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어떤 수단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교육부 관료나 교육감이 말하는 ‘기초학력 보장’은 신화이며 허구입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역할은 교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수업을 일일이 간섭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현장의 교사들이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충실하게 돌보고 지도할 수 있는 물리적 여건을 제공하는 데 그쳐야 합니다.

 

[디테일 속의 악마 '기초학력 보장']

1. 교육감이 무슨 수단으로 교실 속의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입니까? 교육부가 무슨 수단으로 기초학력을 보장한다고 떠들어대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세워 차별하는 일제고사를 변칙적으로 부활시키는 정책이 바로 기초학력 보장법입니다. 초등학교 일제고사는 폐지되었지만 중고등학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제고사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입니다.

 

2. 기초학력보장법은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세우는 일제고사법입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기 위해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하겠다는 내용이 핵심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말인즉슨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기초학력에 도달했는지, 학습목표에 도달했는지 국가가 평가해서 알려주겠다는 것입니다만, 이같이 떠들썩한 시험이 아니어도 교실의 교사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 개개인이 기초학력에 도달했는지 어떤지를 몰라서 기초학력이 모자란 것이 아닙니다. 기초학력 보장법의 숨은 의도는 여전히 일제고사를 통해 학생들을 줄세우고, 성적에 따라 차별하는 불평등교육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3. 기초학력 진단평가, 맞춤형학업성취도 자율평가라는 이름으로 학교와 교사,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치르게 하고, 성적으로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정책이 바로 ‘기초학력 보장법’입니다. 기초학력이라는 단어를 학교에서 사용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기초학력이라는 단어는 학생들 연령에 따른 발달 단계를 연구하는 연구실에서나 사용하면 됩니다. 학생들에게 ‘기초학력 미도달’, ‘학습목표 미도달’이라는 딱지 붙이기를 중단해야 합니다.

 

학생들 개개인에게 어떤 학습과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교실의 교사들입니다. 학급당 학생수 늘리는 정책, 교원 정원을 줄이는 정책을 중단하여, 교실의 교사들이 학생들 개개인에게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교육부와 교육청의 임무입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학령 아동 감소를 이유로 교원 정원을 줄이고 있으며, 교육청은 줄어든 교원을 임시 기간제 교사로 채우는 편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photo_2026-05-04_19-09-29.jpg
서울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로 꾸려린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의
기초학력지원조례 강행을 규탄하는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3.5.3, 사진=교육희망)

 

기초학력 보장법을 반대합니다. 진보교육감이라면 기초학력 보장법을 단호하게 반대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부당하게 딱지를 붙이는 법입니다. 학생들에게 성적으로 줄설 것을 강요하는 법입니다.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세우는 기초학력 보장법이 오히려 기초학력 미도달을 조장하는 법입니다. 학생 개개인의 조건을 살피고 존중하는 대신, 성적을 교육의 목표로 삼는 교육은 학습 조건이 어려운 학생들을 포기하는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기초학력이 아니라 평등교육을 주장해야 합니다. 

 

첫째,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에 대하여 기초학력 보장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교육부와 교육청이 행하는 부당한 간섭을 중단시키겠습니다.


둘째, 모든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교과 교육을 평등하게 제공하고, 개성, 흥미, 적성 등 개별적인 조건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셋째, 교원 정원을 줄이고 학급당 학생수를 늘리는 공교육 파괴 정책을 막아내겠습니다.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정책 22] 교육 악법 폐지

2026.05.09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정책 21] 교장선출제 실시

2026.05.08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정책 20] 예산이 새고 있는지 꼼꼼이 살피겠습니다

2026.05.08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정책 19] 학교와 교육청은 교육의 공간입니다

2026.05.07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정책 18] 교사의 교육권과 평가권 보장

2026.05.06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정책 17] 교육청 권한과 인원 축소

2026.05.06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정책 16] 교육의 자주성 보장

2026.05.05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정책 15] 고교학점제는 잘못된 졸속 처방입니다

2026.05.05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정책 14] 디테일 속의 악마 '기초학력 보장'

2026.05.04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정책 13] 이런 진보교육감 된다

2026.05.04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