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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 후보단일화 경선을 마치며 인사드립니다.
모든 경쟁이 그럴까요? 경쟁의 각박함, 특히 많이 가진자의 협량함이 보여 아쉬웠습니다.
경선에 참여하신 모든 후보들, 그리고 추진위 관계자, 시민참여단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1차투표에서 단일후보로 확정된 정근식 후보에게 축하와 응원의 인사드립니다.
허락도 없이 상의도 없이 서울교육감 후보단일화 경선에 불쑥 나섰는데도, 기꺼이 응원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진보교육감 후보 경선에서 진보교육감 운동이 가진 문제를 보다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보교육감 후보로 나선 이유도 이 같은 문제에 정면으로 맞닥뜨려 보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진보교육감이 진보교육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함정에 빠져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진보교육감이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보수교육감에게 서울교육을 맡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진보교육감의 존재는 얼마만한 가치를 가집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진보교육감이 평등교육, 진보교육, 발달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수교육감의 부패, 비리, 그리고 비교육적 막가파 경쟁교육 정책이 노골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입니다. 무엇이 이 같은 문제의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요?
1. 진보교육운동을 강화하는 일에 먼저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재 부딪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진보교육운동의 퇴보입니다. 이 때문에 진보교육감 후보를 세우고 당선시키는 과정도, 당선 이후에 진보교육운동의 과제를 실현하는 일도 모두 퇴보하고 있습니다. 진보교육운동이 거의 실종되었습니다. 겉으로만 습관처럼 진보교육운동 단체들이 진보교육감 운동에 참여하고 있을 뿐, 진보교육감 개인의 명예와 권력이 진보교육운동의 명분과 대의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진보교육운동 단체들 역시 진보교육감 개인의 권력을 사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더 관심이 크지 않은지 살펴야 합니다. 갑자기 100개가 넘는 진보교육운동 단체들이 진보교육감 추진위에 대표단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떤 단체가 진보교육운동 단체인지 분별하기도 어렵습니다.
진보교육운동의 중심이 약화된 탓입니다. 진보교육감 운동이 시작될 즈음 진보교육운동의 중심은 전교조였습니다. 그런 전교조가 이제 진보교육운동의 중심에 없습니다. 스스로의 책임도 있고, 권력의 탄압 탓도 있습니다.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에 힘을 보탰다는 이유로 전교조 교사들이 해고, 투옥되는 극단적인 탄압을 받은 지 20년입니다.
게다가 전교조 스스로도 보수화되어 개혁에 대한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전교조를 대신할 수 있는 세력도 없습니다. 전교조가 무력해진 상황에서 다른 교육운동 단체들의 발언권이 커졌으나, 다른 노동단체나 시민단체는 물론 학부모단체도, 청소년단체도, 전교조 퇴직교사 모임도 진보교육운동을 내용적으로, 조직적으로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진보교육운동 의제를 전교조만큼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생산할 수 있는 인적, 물적 힘을 가진 사회 집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신생 교사노조가 전교조보다 조합원수는 많지만 이들에게 진보교육운동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진보교육운동을 다시 살려내야 합니다. 진보교육운동의 구심이었던 전교조의 반성과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권력의 탄압과 법적인 제약이 전교조의 역할을 소홀히 하는 구실이 될 수 없습니다. 전교조가 진보교육운동의 구심 역할을 할 때, 여타 진보교육운동 단체들도 자신의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의 진보교육운동의 역사가 그러했습니다. 전교조가 진보교육운동에서 오만한 권력자 노릇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전교조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교조의 책무를 말하는 것입니다.
2. 2026 서울 진보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발견된 몇 가지 문제를 덧붙입니다.
첫째, 진보교육감 후보 단일화 방식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현직 교육감이 가진 잇점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현직 교육감이 임기 동안 쌓은 추진위 참가 단체들과의 친밀 관계 등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신인가산점, 현직 감산점이 전면 배제되었습니다. 추진위 참가단체의 특정 후보 지지 입장 발표와 특정 후보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정책협약도 부적절한 일이었습니다.
진보교육감 후보단일화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추진위원회 참가단체들이기에 더욱 더 부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당 후보나 추진위에서도 이러한 부적절한 일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하려는 고민 자체를 탓할 수는 없으나, 추진위 시민참여단 참가 신청자의 중복, 대납 방지를 위한 후보측의 문제 제기를 속좁은 일로 치부하여 결과적으로 정당한 문제제기를 위축시킨 일도 함께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둘째, 추진위 시민참여단의 투표 방식의 비합리성을 해소해야 합니다.
현행 시민참여단의 투표 방식은 고비용을 발생시키며 불합리한 조직 경쟁을 초래합니다. 진보교육 정책을 알리고 공감을 구하기보다는 맹목적인 지지자 확보 경쟁을 조장하는 방식입니다.
비현실적인 이상에서 출발하면 좋겠습니다. 가장 민주적인 권력은 그 권력을 담당할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추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라도 부적격이 발견될 시 소횐되어야 합니다.
‘후보 자격 조건에 대한 토론을 집중적으로 진행하여, 진보교육감의 자격이 인정되는 최종 후보군을 선발한 후, 최종 후보군의 토론과 합의 또는 추첨에 의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합의 또는 추첨 방식이 보다 더 진보교육운동의 역량을 확대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생각입니다.
3. 진보교육감은 진보교육감 개인의 것이 아니라 진보교육운동 전체의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진보교육감은 진보교육운동의 과제를 실현하는 것에 더 많은 고민과 방안을 모색하여야 합니다. 진보교육감 운동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점점 적어지는 이유는 진보교육감을 통해 진보교육운동의 과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적기 때문입니다.
진보교육감은 법이 적용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진보교육운동과 딱 들어맞을 수 없는 본질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진보교육운동의 개혁 정신을 충실하게 담기 위한 노력이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진보교육감은 자신의 권한과 명예를 진보교육운동과 나누겠다는 약속과 실천을 해야 합니다. 진보교육감은 개인적 노력이나 기여보다는 진보교육운동 세력의 공동의 노력에 의해 당선됩니다. 진보교육감은 진보교육운동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진보교육운동 없이는 진보교육감도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교육감이라는 권력을 한 사람이 차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진보교육감이 진보교육운동의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진보교육감 권력은 진보교육운동이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진보교육감 역시 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 자신의 정책 결정권, 인사권, 예산권 등을 행사하기 전에 진보교육운동 성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토론하고, 의견을 경청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관료들에게 집중된 권력도 분산시키고, 학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때 진보교육운동과 사이비 진보교육운동을 구분해야 합니다. 으례 권력 주변에는 사이비들이 창궐하기 마련입니다. 벌써 많이 있을지 모릅니다.
진보교육감 경선에 참여하신 후보들, 그리고 추진위, 시민참여단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후보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들도 함께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진보교육운동이 좋은 기운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그 동안 주신 격려, 응원 다시 감사드립니다.
2026년 4월 24일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후보 경선 참가자 이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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