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연구위원)
등록일 : 2024.04.11

총선-4.png

 

ㅡ 윤석열 정권의 패배원인은?

 

임기초반의 윤석열 정권에 대한 혐오 수준의 민심을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힘을 실어주었던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지닌다. 처음부터 여소야대는 필연적이었고 그 정도만 문제가 되는 선거였다. 그럼에도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참패 수준이다. 

 

보수진영이 차별화된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고 지도자 실종, 지지세력 분열 등 2017년 박근혜 탄핵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탄핵으로 보수세력은 극우와 보수로 분열됐고 보수도 유승민 등 신보수와 구보수로 분열됐다. 2017년 5월 대선 4자구도에서 문재인 후보는 41%를 얻었으며, 홍준표와 유승민은 24%, 6.7% 합 30.7%를 얻었다. 안철수는 21%를 얻었다. 탄핵 직후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북 대구를 제외하면 14개 광역단체장이 민주당에게 돌아갔다. 2020년 총선에서 보수세력은 103석을 차지했다. 

 

윤석열과 한동훈은 위기에 처한 보수진영의 땜방에 불과하다. 양자 모두 듣보잡 검찰 출신으로서 검찰 정권에 대한 피로도가 높은 상태이다. 이태원 참사는 박근혜 때 세월호 참사와 닮아 임기초반부터 민심이반이 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인상, 고금리로 인한 경제난은 문재인 정권 때 아파트 가격 폭등보다 더 고통을 주고 있다. 경제난이 윤석열 정권의 직접 책임은 아니지만 대응에 있어 무능한 면을 보여주었다. 대북 문제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미국과 일본에 끌려 다니는 윤석열 정권의 외교안보 노선으로 국민적 자존심도 많이 상한 상태이다. 윤석열에 대해 민심이 떠난 조건에서 김건희, 채상병 사건 등은 때리고 싶은 민심에게 돌을 준 격이라고 볼 수 있다. 구조적인 부분이 더 크다는 것이다. 


ㅡ 보수진영이 붕괴됐나?

 

의석수로 보면 임기 말의 박근혜보다 더 안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2016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보수세력은 122석을 얻었고 안철수 국민의당은 38석을 얻었다. 탄핵 이후 첫 총선인 2020년 총선을 제외하면 보수세력이 가장 패배한 선거이다. 특히 집권당의 지위에서 가장 패배한 선거이다. 지금까지 의석이 273석이던 2000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이 115석을 차지한 것이 집권당의 최악의 성적표이다. 

 

하지만 보수세력이 붕괴한 수준은 아니다. 정당 득표율로 보면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37%를 얻었다. 반면 탄핵 직전 2016년 총선의 3자구도에서 새누리당은 33%를 얻었다. 탄핵 직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광역의원 정당명부 득표율은 27.76%, 민주당은 51.42%를 얻었다. 정의당이 8.97%, 바른미래당이 7.81%를 얻었다.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역시 33%를 얻었다. 

 

사상 최악의 2020년 선거보다 의석이 오히려 7석이 늘었다. 특히 보수의 핵심층은 견고하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서울과 부산, 경남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2020년 8석보다 더 많은 11석을 얻었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35석, 새누리당이 12석, 국민의당은 2석을 가져갔다. 분당, 강남, 서초 등 부자동네의 계급투표가 고착화되고 인근의 용산, 마포갑, 동작을까지 보수로 넘어갔다. 부자동네가 한강라인인 마포 용산 성동으로 확대되면 이후 보수화가 우려된다. 국민의힘은 도봉갑에서 값진 승리를 얻었다. 

 

국민의힘은 부산에서 1석을 제외하고 17석을 독식했는데, 2020년 선거에선 6석을 잃었던 것에 비하면 약진한 셈이다. 부산 민심이 조국과 국민의힘으로 나눠졌다. 이번 선거에서 경남에서 민주당이 3석, 국민의힘이 13석을 얻었는데 2020년 선거에서 4석을 잃었다. 결국 탄핵을 전후로 성적표나 더 나은 성작표를 받았지만 탄핵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ㅡ 범야권의 탄핵 및 개헌 가능 200석은 왜 실패했나?

 

의석수는 2016년 박근혜 집권당은 122석, 2020년 2자구도에서 미래통합당은 103석이다. 정당득표율로 보면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은 27.76%, 2016년과 2020년 선거에서 33%를 얻었다. 200석 획득은 탄핵 수준에서나 가능한 의석이므로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표였다. 본인 역시 선거 전날 110석 내외를 예상했었다. 


ㅡ 진보정당은 패배했나?

 

총선-3.jpg

 

노동당과 녹색당은 지지기반이 원래 적어 투표결과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일단 진보정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의당과 진보당 모두 패배했다. 하지만 진보당은 실리 면에서 대성공이다. 

 

정의당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이후 민주노동당을 계승하는 대표성을 지녀왔지만 이번에 진보의 대표성을 상실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정당득표율이 이미 4.1%로 추락한 바 있다. 정의당의 붕괴는 정체성 혼란, 분당 수준의 대규모 탈당 사태, 구심점 실종, 비판적 지지 등 구조적인 것이라서 이후에도 당세를 회복하기 어렵다. 특히 진보당이 민주당에 흡수되지 않고 진보정당으로서 자처할 경우 더욱 그렇다. 

 

진보당에게는 민주당 우당이냐, 아니면 민주노총의 기반을 갖고 진보정당의 대표를 자처하느냐의 갈림길에 있다. 진보당은 호남에서 민주당과 경쟁하는 관계이고, 노동기반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과 사안별로 연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진보당이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총선에서 자기 중심의 진보통합을 추진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민주노총의 정치사업이 상당한 위기에 처한 셈이다. 

 

ㅡ 2027년 5월 정권교체는 가능한가?

 

윤석열은 레임덕을 피할 수 없지만 커다란 실책이 없는 한 탄핵의 위험성이 낮아졌다. 탄핵 사유는 중대한 법률위반과 같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동훈은 패배했지만 개헌선을 저지하고 의석도 늘렸다. 특히 한동훈은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한동훈은 점차 참패의 충격에서 벗어나 퇴출보다는 대표를 맡으면서 대선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2026년 6월 초에 지방선거가 있고 1년 후 대선이 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12개 광역단체장을 얻는 압승을 했다. 2026년 지방선거는 임기 말의 선거로서 무조건 여당의 참패이고 그 기조가 대선으로 이어진다. 한동훈은 윤석열의 아바타라는 점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 대선주자로서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윤석열이 파괴력이 있는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한동훈 카드를 유지한 채 이재명, 조국 등 경쟁자를 제거하려고 할 것이다. 선거가 없는 2년 동안 대선주자에 대한 형사처벌에 주력하고 공안사건 등 검찰정치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리스크가 정권교체에서 제일 중요한 변수가 된다. 

 

조국은 이재명과 통합 후 후보단일화를 하려고 하겠지만 양자 모두 상대방의 사법리스크에 기대를 걸 수 있다. 즉 상대방이 낙마하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이재명은 의석 과반수를 얻었기 때문에 조국과 불확실한 당내 경선을 하기보다는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통합에도 소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은 별도로 출마한 후 선거과정에서 조국에게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면서 조국에게 차기를 노리라고 강변할 수 있다. 변칙적인 후보단일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ㅡ 출구조사와 실제의 차이는 왜 발생하나?

 

출구조사는 여당이 최대 100석이라고 했지만 110석을 얻었다. 과거에도 대선의 출구조사는 정확하지만 총선과 지방선거는 많은 오차를 보여주었다. 대선은 단일선거구라서 응답자의 수가 많아 모집단을 대표하지만,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는 각 선거구마다 응답수가 적어 오차가 발생한다. 특히 보통 여론과 반대되는 투표자는 투표 답변을 회피하거나 오답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잃어버린 30년'의 일본은행이 한국은행에 주는 교훈 <침몰하는 일본은행?>

2024.05.04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 정부의 R&D 투자

2024.04.18

‘불공정한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 운동본부’ 구성을 제안합니다!

2024.04.13

건설사 4월 위기설은 진짜 위기의 시작?

2024.04.12

2024년 총선 평가 - 표심이 윤석열 탄핵은 아니지만 혐오 수준

2024.04.11

“진보 정치가 절망 속에 희망의 빛을 비추고 폐허 속에 비전의 싹이라도 내야”

4월9일 진보적교수·연구자 56명, 울산 동구 노동당 이장우후보와 노동당 지지 선언  

2024.04.09

역대 선거 결과와 한국의 정치지형 변화

2024.04.09

노동사각지대 만들자는 대통령, 노동자 임금동결하자는 야당 대표

2024.04.08

반공친미로서 뉴라이트의 탄생ㅡ 한국과 미국의 신구 보수주의 비교⓷

2024.04.05

민주노총 4개 산별노조, 노동당·녹색정의당과 정책협약

초기업‧산별교섭 제도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 노란봉투법 재추진 등

202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