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 좌우파 간 극심한 분열 양상 보여준 22대 총선
안길성 (노동운동가)
등록일 : 2024.04.24
4월3일 국회에서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화섬식품노조와 노동당, 녹색정의당이 정책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jpg
22대 총선은 진보진영 내 좌우파 간의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여주었다.  사진은 4월3일  국회에서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화섬식품노조와 노동당, 녹색정의당이 정책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3. 현 ‘보수:진보’ 구도의 문제점

 

 2000년대 들어 한국사회에서 ‘보수:진보’의 정치 지형이 비교적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노무현 후보가 나와때 정몽준과의 연대가 이루어지면서 지역구도 타파가 일부 이루어졌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 때는 진보세력이 연대 없이도 독자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로써 한국 정치 지형에서 ‘보수 대 진보’의 초기 구도가 형성되었다. 즉 과거와 같이 ‘지역구도’를 감안한 상이한 정치세력 간의 정치연합 없이도 민주당은 직접적인 ‘보수 대 진보’ 구도만으로도 집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보수 대 진보’ 구도는 그 내부에 고유한 모순을 안고 있다. 원래 자유주의세력인 민주당이 한국의 보혁구도 속에서 ‘진보’를 대변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미국에 대해 종속적이며, 기본적으로 친재벌 정책을 펼친다는 점에서 통치계급인 독점재벌의 한 정치 분파에 불과하다. 김대중 정권 때 추진한 소위 '재벌개혁'으로 인해 삼성, 현대차, LG, SK 등 상위 4대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이 한층 강화되었으며, 그 결과 ‘재벌과두제’가 출현하고 전반적으로 재벌의 힘이 한층 강화되었다. 노무현 정권 때는 삼성재벌과의 밀착으로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유행하였고,  파견법을 구체화하여 비정규직법이 완성되었다. 문재인 정권 때는 '지주회사제'를 널리 보급함으로써 사실상 한국 재벌체제가 그 합법성과 영구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등등. 


이처럼 친재벌적인 민주당이 보혁구도의 한 축인 ‘진보’를 대표한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이러한 모순은 한국 정당운동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당은  오래된 전통 야당으로서 민주화 운동을 대변하는 세력으로 군림해 왔다. 6.25 전쟁과 그 후 계속되는 남북 대결 속에서  한국의 진보 세력들은 극심한 정권의 탄압에 눌려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 빈 공간을 민주당이 차지하였으며, 해방 후 오랜 역사적 과정을 겪으면서 민주화운동세력의 대부로서 민주당의 입지는 확고해졌다. 


더구나 1980년대 들어 광주항쟁을 계기로 급진적 학생운동과 대중적 노동운동의 분출과 함께  성장해오던 변혁세력은, 때마침 발생한 소련과 동구권 붕괴의 위기를 맞아 이념적으로 동요하면서 내부 분란을 겪고 파편화되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주도성은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민주 대 독재’ 구도가 쇠퇴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에도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 


‘보수:진보’ 정치 지형의 사회적 환경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인해서 사회계층이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으로 크게 ‘양분화’하는 것이다. 서구 사회에선  이 때문에 진보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은 자유주의세력이 아닌 노동당이나 사민주의정당이며, 혹은 공산당이었다(프랑스, 이탈리아의 경우) . 


한국 사회 역시 1960년대 본격적인 경제개발 정책의 추진과 함께, 특히 1970~80년대 들어 중화학공업 정책이 일단락되면서 사회계층은 이미 자본가계급 대 노동자계급 중심으로 양극화가 이루어졌다. 오늘날 한국 노동자계급의 수는 2천 2백만 명에 이르며, 그들의 가족까지 합친다면 노동자계급은 한국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에서도 민주당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보혁대결에서 ‘진보’를 대표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정당운동사적 요인 외에도, 더욱 근본적인 것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기초이다.  서구 선진국에 비해서 한국은  복지국가의 전통이 없다. 이 때문에 서구의 사민주의와 같은 사회개량주의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이 매우 미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정의당의 발전이 근본적으로 제약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극화의 정도가 심각하고 그로 인한 계급대립이 서구 선진국보다 훨씬 격렬하기에, 사회개량주의 세력이 한국 사회에 자리를 잡을 틈이 없는 것이다. 이번 ‘윤석열 심판’ 분위기에서도 그러했으며,  매번 선거 때마다 제3당의 입지는 대단히 좁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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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대선에서 현대그룹 재벌 정주영의 유세 장면


이 같은 한국적 ‘보수 대 진보’ 구도의 특수성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의 ‘재벌체제’와 상관이 있다. 한국의 양대 정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그 정당적 색체에서 보자면 재벌의 왼쪽과 오른쪽에 해당한다.  한국 재벌체제의 필연적 산물인 비정규직문제와 원하청문제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와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며, 전반적으로 사회적 긴장도를 고조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변혁세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이처럼 고강도의 사회적 긴장도는 오늘날 ‘민주당’으로 대변되는 왜곡된 보혁대결 구도를 뒷받침해주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한국 보혁구도의 모순이 이번 22대 총선에서 ‘조국 열풍’을 통해서  얼마간 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의 민주당만으로는 전체 진보 지지층을 동원할 수 없었기에, ‘조국혁신당’이라는 좀 더 급진적인 세력의 출현이 필요했다. 


‘조국 열풍’을 통해서 대중은 잠시나마 민주당이 해소해주지 못하는 답답함을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으로 인해서 정치 지도가 얼마간 '좌쪽으로' 이동을 하였을지라도, 그들 역시 본질상 자유주의세력의 한 분파에 불과하다. 현재 가장 광범위한 사회적 요구이자 대중의 절박한 부르짖음인 비정규직 철폐 요구(원-하청 문제 포함),  반재벌에 대한 요구, 미국에 대한 종속 탈피, '다극화'라는 국제사회의 진보적 발전 추세에의 부응을 새로 등장한 조국 집단은 결코 만족시켜 줄 수 없다. 그리고 이 같은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지금의 한국 사회의 모순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대중의 고통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의 정치 지형은 이 같은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4. 민주당이 대표하는 ‘보수:진보’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진보 진영은 먼저 낡은 ‘엔엘:피디’ 구도를 전환해야 한다.

 

울산 동구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 유세 를 하고 있는 진보당 윤희숙 대표.jpg
울산 동구에서   민주당  김태선 후보 지지 유세 를 하고 있는 진보당  윤희숙 대표

 

이번 22대 총선이 주는 또 다른 교훈은, 1980년대를 거치면서 성립한 진보 변혁진영 내부의 ‘엔엘:피디’ 구도가 완전히 그 생명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점이다. 특히 엔엘 노선을 대표하는 진보당이 민주당 주도의 위성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함으로써 그 한계와 오류가 명확해졌다. 


진보당은 겉으로는 비례대표 2석과 1석의 지역구 의원을 확보함으로써  진보정당 내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이번 총선을 통해 가장 큰 ‘내상’을 입었다. 진보당이 이들 몇 석 의석을 위해서 소중한 원칙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진보당은 '위성비례정당'을 비판했던 자신의 과거 발언을 깡그리 부정함으로써 대외적으로 '대의명분'을 상실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진보정당과의 연대를 스스로 깨버리고 자유주의세력의 품안으로 들어감으로써 ‘신의’를 망각했다. 


진보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비례정당에의 참여를 위해서 자신의 손발을 완전히 묶었다. 그간 민주당의 불철저성 때문에 최저임금제와 중대재해처벌법이 누더기가 되고, 노동법 2, 3조 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에도,  그리고 당장의 윤석열 심판 투쟁에만 몰두해서 민주당을 지지할 경우 결국 다시 5년 후엔 보수 수구세력이 집권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결국 늦더라도 노동자계급과 민중 스스로 독자적으로 정치세력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단 한마디도 알려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민주당이 하자는 대로 ‘반미’를 외쳤다고 해서 스스로 선정한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시키는 수모까지 감수했다. 이는 평소 ‘반미, 자주’를 생명처럼 강조해온 진보당 자신의 정체성까지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해서 당선된 의원이 국회 연단에서 과감하게 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할 수 있을까? 과거 통진당 의원이나 현 진보당 계열 의원, 그리고 제도권 정치에 참여한 전대협과 한총련 출신들이 하지 못했듯이 그들은 앞으로도 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당선을 위해서 자신의 영혼까지 팔아 버린 그들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울산 동구에서 진보당의 행동은 그야말로 후안무치했다.  이 지역에는 이장우 노동당 후보가  출마하고 있었음에도, 민주당 김태선 후보를 공개 지지함으로써 진보진영 1석의 당선 가능성을 없앴으며 전체 진보진영 내부를 크게 분열시켰다. 이장우 노동당 후보는 민주노총이 지지를 선언한 전국에서 유일한 지역구 후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직접 방문해 지원 유세를 했다. 진보당은 민주당과의 연대를 위해 이처럼 울산지역에서 자신이 몇 년간 공을 드려 구축한 진보세력 간의 연대를 스스로 깨버리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하는 등 ‘배신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이는 진보당 스스로 변명할 수 없는 자체 모순에 빠진 것이며, 의석 1석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의회주의의 졸렬한 모습을 보여준다.

 

퇴근하는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들에게 유세를 하고 있는 이장우 후보와 백호선 현대중공업지부장.jpg
퇴근하는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들에게 유세를 하고 있는 이장우 후보와 백호선 현대중공업지부장


  그런데 이렇게 막대한 희생의 대가로 얻은  3석의 국회의원으로, 진보당이 과연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하다. 과거 민주노동당과 통진당이 획득한 10석과 13석의 의석으로도 하지 못했던 일을 자신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해 찬밥신세를 받고, 국회 입법과정에서는 번번이 쪽수에 밀렸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과연 국회를 혁명적 연단으로 새롭게 활용하면서, 구속을 각오한 싸움으로써 현장 투쟁에 바람을 불어넣고, 노동법 2, 3조 개정과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연대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결심하고 있을까? 


만약 그런 일들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진보당은 총선투쟁에서부터 그렇게 했어야 했다. 그곳은 좀더 열린 공간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윤석열을 심판하는 일과 함께, 지난해 11월 '노동지옥법'인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을  여야가 만장일치로 상임위를 통과시킨 사실을 폭로하면서 민주당을 경계해야 한다고 노동자와 민중에게 알렸어야 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경제위기 속에서 보수 양당이 보수대연합을 합의해서 함께 노동자계급과 민중을 공격하고 더욱 쥐어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알렸어야 했다. 하지만 진보당은 선거과정에서 오로지 의석에만 매달린 채 그런 투쟁을 포기했다. 이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획득한 3석으로 도대체 진보당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ㅡ 진보진영 내부 분열의 심화

 

정의당,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요.jpg
 

 

이번 총선에서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흐름은, 앞으로 진보 변혁진영의 구도가 적지 않게 흔들릴 조짐을 보인 점이다.

 

진보당이 민주당 주도의 위성비례 정당 참가를 발표하자,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와 현장 활동가들의 반대 성명이 잇달았다.  먼저, 3월 12일  600여 명이 서명한<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을 지키고 올바른 정치세력화를 위한 민주노총 대의원과 조합원 선언>이라는 제목의 선언이 나왔다(이하 ‘선언’). 3월 22일에는 ‘민주노총 전-현직 중앙집행위원 67명 일동’ 명의로 <민주노총 전현직 중앙집행위원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이후에도 4월 3일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화섬식품노조와 노동당, 녹색정의당이 별도로 국회에서 정책협약식을 갖는 등 좌파의 공세가 지속되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좌파 진영이 이번 사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읽혀진다. 

 

위 3월 12일 <선언> 서명자들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맨 위에 이름을 올린 이갑용, 단병호, 한상균 3인이다. 그들은 모두 민주노총 위원장(2대, 3대, 11대)을 역임했으며 현재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맡고 있다. 그들은 1990년 현대즁공업 골리앗투쟁, 전투적 노동조합 시대를 상징하는 전노협 위원장, 그리로 49일 쌍용차 옥쇄파업과 2016년 촛불항쟁의 마중물 역할을 한 민주노총 총파업을 주도했던 경력을 지닌 상징적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노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렇듯 중량감 있고 소속 정파가 다른 인물들이 함께 전면에 나선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로, 그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말해준다. 


이들 외에도 민주노총을 사실상 떠받드는 주요 산별연맹조직의 현직 위원장과 현직 지역본부장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또한 좌파결집, 노동전선, 공활모와 같은 전국적 활동가조직의 리더와 주요 활동가들  역시 서명에 동참했다.  그리고 한국 최대 전략사업장인 현대차지부의 전현직 임원과 노조 간부들의 이름이 대거 올라온 사실도 소홀히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이들은  중앙파 계열의 '금속연대' 소속 조직원들이 많았다.

 

이처럼 현장 활동가들의 대규모 서명 운동은 노동계 3대 정파 중 현장파와 중앙파가  함께했다는 사실로, 어찌 보면 이번의 ‘반격’은 정의당과 중앙파의 기사회생을 위한 ‘노력’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다. 


정의당 계열인 중앙파가 대거 서명에 동참한 위 <성명> 을 보면  얼핏  그들이 ‘의회주의’에 대한 비판 세력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예컨대 “ 의원 자리가 모든 판단 기준이 되는 보수정치를 따라간다면 이런 정치가 조합원에게 감동이 될 수 없"다고 한 점이나, “정당이 노동자의 정치부대가 되어야지, 노동조합이 정당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 문구가 그것이다. 이런 내용은 진보정당과 노동운동 양자 관계에 대한 비교적 올바른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원칙적 비판으로부터 사실 정의당과 중앙파  자신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의당과 중앙파는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의 이 같은 올바른 관계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역행해 왔기 때문이다. 서구의 사민주의를 본받아 ‘양 날개론’을 펼치면서, 서구식 의회주의를 도입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해 온 것은 그들이다. (정의당에 대한 비판과 관련하여, 백철현, “류호정은 정의당이 만든 정의당의 인격화된 형상이다”, 울산함성 2023.12.19.  http://www.ulham.net/opinion/12318?pag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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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심상정과 유호정 의원


정의당과 중앙파가 이처럼 잘못된 서구식 사민주의와 의회주의 노선을 앞장서서 실천한 결과 그들은 정치영역과 한국 노동계에서 모두 점차 그 기반을 상실해 왔다.  정의당은 한 때 6%~10%대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지지율이 2%대로 내려갔다. 이 같은 수치는 정의당이 급격히 쇠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무원칙한 추종과 그에 따른 ‘2중대 논란’, 조국사태에서 보여준 혼란과 동요, 그리고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낙선에 대한 심상정 후보의 책임론까지 겹치면서 정의당은 자신이 의지하려 했던 ‘진보적 시민계층’의 지지 세력이 대거 이탈하는 위기를 경험했다. 당의 정체성 논란과 함께 그야말로 붕괴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고 할 수 있다. 


노동 현장의 중앙파 역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중앙파의 최대 집결지라 할 수 있는 현대차 내의  현장조직인 ‘금속연대’의 경우, 기대를 모았던 9대 안현호 집행부가 2022년 7월 거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총파업을 눈앞에둔 시점에서 금속노조 본조의 지침을 어기고 사측과 ‘의도성' 있는 단체협상 타결을 한 후 무책임하게 전선을 이탈했다. 그리고 지난해엔 사내 임단투를 앞두고 사측 관리자들과 10일간의 동반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실제 임단투 과정에서는 조합원들의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철폐 등의 제도개선 여망을 저버려서 조합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그 결과 지난해 10대 임원선거에서는 안현호 후보가 재선에 도전했지만, 결선에 오르지도 못한채 1차 투표에서 낙마하는 굴욕을 맛보았다. 


이처럼 중앙파는 자신의 사민주의 노선을 추종하는 오류와 최근 ‘신노사협주의’ 경향으로 인해 조직원들의 기율이 매우 문란해지고,  조직이 정체성과 투쟁성을 상실한 채 전국 현장에서 몰락이 눈에 뜨일 정도로 두드러졌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둘러싼 논쟁 끝에 배진교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등  내부 진통을 겪었다. 그런 와중에서 정의당이 최종 순간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불참을 선언한 것을  그냥 순수한 의도로만 바라볼 수 없다. 협력 파트너인 녹색당과 당내 소수파 ‘재전환’ 그룹의 반대 등도 원인이겠지만, 더욱 결정적인 것은 자신들이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그보다 한발 앞서 ‘진보당’이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은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떻든 정의당이 민주당과의 무원칙한 연대를 거부한 것은 전체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의 앞날을 위해서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제 정리하도록 하자. 22대 총선에서 나타난 ‘조국 열풍’은 한국의 정치 지형이 이미 ‘보수 대 진보’ 로 전환한 가운데 나타났으며,  자유주의세력인 민주당이 '진보'를 대변하고 있는 현재의 모순을 반영한다. 한국은  2000년대에 들어서 보혁대결의 제1단계에 진입하였다. 


한국의 진보세력에게  있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파편화’ 한 내부 상황을 정리하는 일이다.   지금 현장과 정치영역  모두 각종 파벌의 난립이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의 진보운동은 지금 이론과 실천 상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으며, 엔엘이든 피디든 변혁적 이론의 지도를 받지 못한 실천이 개량주의적 틀에 갇힌 채 각종 분파주의, 이기주의, ‘산채(山寨)주의’가 성행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엔엘:피디' 구분이 21세기에 진입한 이래 변화된 국내외 정세 및 한국의 계급투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지금의 극심한 분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보 변혁진영 내부의 전선을 우선 개량:변혁으로 단순화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변혁세력과 각종 기회주의세력(개량주의, 의회주의, 출세주의, 조합주의)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반제, 반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 전선의 구축을 통해  현실의  첨예한 계급투쟁을  제대로 반영하는 일이 시급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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