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 운동의 자주성과 능수능란한 선거협정 사이에서
백철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등록일 :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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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혁명운동에서 정치적 자주성과 독자성, 혁명성을 갖는 것은 운동의 영원한 원칙이다. 그러나 그것이 대중들로부터 고립을 자초하거나 진보적 운동 전체의 대의 보다는, 자신들만의 원리를 가지고 대중들과 분리되거나 담을 쌓는 분파주의나 종파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맑스주의 운동은 운동의 독자성을 분명하게 한다는 것이 다른 정파와의 유연한 연합이나 협정이나 동맹을 거부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원칙은 선거시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맑스와 엥겔스는 《공산당선언》에서 이미 이러한 원칙은 확립됐다.

 

공산주의자는, 노동자계급이 직접 당면하는 목적과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싸우는 동시에, 현재의 운동 속에서 이 운동의 미래를 대표한다. 프랑스에서 공산주의자는 보수적 및 급진적 부르주아지에 반대하고 사회민주당과 제휴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대혁명의 전통에서 유래하는 문구나 환상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권리는 남겨두고 있다…
독일에서 공산당은 부르주아지가 혁명적으로 행동할 때에는 부르주아지와 공동으로 절대군주, 봉건적 토지소유자 및 소시민층과 싸운다.


그러나 공산당은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와의 적대적 대립에 대한 가장 명료한 의식을 노동자에게 주입시키려고 잠시도 태만히 하지 않는다. 이런 것은 부르주아지의 지배와 함께 초래될 사회적 및 정치적 제조건을 독일의 노동자가 바로 그대로 무기로써 부르주아에 대항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독일에서 반동적 제계급이 쓰러진 뒤에 즉시 부르주아지에 반대하는 싸움이 시작되게 하기 위해서다…


요컨대 공산주의자는 어디서나 현존의 사회상태 및 정치상태에 반대하는 모든 혁명운동을 지지한다.
그 모든 운동에 있어서 공산주의자는 그것이 얼마만큼 발전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가와는 관계없이 소유문제를 운동의 근본문제로 강조한다.(범우사, 서석연 옮김)

 

종파주의와 분파주의를 거부하는 맑스주의는 “어디서나 현존의 사회상태 및 정치상태에 반대하는 모든 혁명운동을 지지”하지만 동시에 공산주의혁명이라는 “운동의 미래를 대표”하기 때문에 운동의 자주성, 혁명성을 분명히 한다. 이에 따라 “당면하는 목적과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싸우”기 위해 당시의 최고 나쁜 적, 주적에 맞서 광범위한 통일전선을 구축하지만 동시에 제휴 세력에 대해 환상을 가지지 않고 비판적 태도를 분명하게 취한다.


이에 따라 봉건제를 폐지하고 부르주아 혁명이 완수된 프랑스에는 공산주의자는 여타의 부르주아지에 반대하면서 소부르주아 정당인 사회민주당과 제휴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휴를 하는데 있어서도 “대혁명의 전통에서 유래하는 문구나 환상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 즉 프랑스대혁명 과정에서 나타났던 자유, 평등, 박애의 문구가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부르주아지의 착취와 거래의 자유, 계급 모순을 은폐하는 박애 등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 계급협조, 화해적 관점을 설파하는 사회민주당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권리”라고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계급투쟁이 고조되는 것을 목격한 독일의 부르주아는 봉건제가 아직 무너지지 않은 시점에서도 봉건세력과 프롤레타리아 계급 사이를 오가며 기회주의적이고 보수적 태도를 취했다. 맑스와 엥겔스는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부르주아지가 혁명적으로 행동”하여 봉건세력에 맞서 싸울 때에는 정치적으로 연합하지만, 이때에도 부르주아지의 착취적 본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부르주아지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고수하고 봉건질서가 무너지고 부르주아지가 권력을 잡을 때에 노동자들은 곧 바로 부르주아지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공산주의자는 사회의 발전 수준과 상관없이 “사적 소유 철폐”를 “운동의 근본문제로 내세운다.


이러한 기본원칙은 이후에도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소부르주아 민주주의 당파에 대한 혁명적 노동자 당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혁명적 노동자 당은 자신이 전복하고자 하는 분파에 대항할 때에는 이들 민주주의 당파와 공동보조를 취한다. 이들 민주주의 당파가 전진을 멈출 때 언제나 이들 민주주의 당파에 반대한다.
민주주의적 소부르주아들은 프롤레타리아트를 위해 사회 전체를 변혁할 생각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며, 사회 상태가 변화되어 현존 사회가 가능한 한 자기들이 견딜 만하고 살기 편하게 되는 것을 갈망한다.(맑스·엥겔스, 《동맹에 보내는 중앙위원회의 1850년 3월의 호소》)

 

이러한 기본원칙은 선거에서도 구체적으로 적용된다.

 

Ⅱ. 모든 곳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파 입후보자들과 나란히 노동자 입후보자들을 내세울 것. 후보자는 가능한 한 동맹원들 가운데서 내세우고 모든 가능한 수단을 다 동원하여 그들이 당선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동자 입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 할지라도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입후보자를 내세워야 한다. 자신들의 독자성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역량을 가늠하며 자신들의 혁명적 입장과 자신들의 당의 관점을 공공연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이때 노동자들은 예를 들어, 그렇게 하면 민주주의 당파를 분열시키며 반동에게 승리의 가능성을 줄지 모른다고 하는 민주주의자들의 허튼소리에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모든 공문구들은 결국 프롤레타리아를 기만하기 위해서 하는 소리들이다. 그러한 독자적인 진출을 통해 프롤레타리아 당이 이루게 되는 진전은 몇 명의 반동분자들이 대의 기관에 들어감으로써 생길 수 있는 불이익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만일 민주주의파가 처음부터 단호하게 테러리즘으로 반동에 맞섰다면, 선거에서 반동배가 끼칠 영향력이란 이미 애초부터 절멸되어 있을 것이다.”(같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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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선거에서도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독자적 후보를 내세우면서 혁명적 입장을 선전해야 한다. 이럴 때 이미 1850년경에도 “민주주의 당파”의 기만적인 사퇴압력이 거세가 일어났다. 지금도 횡행하고 있는 “민주주의 당파를 분열시키며 반동에게 승리의 가능성을 줄지 모른다고 하는 민주주의자들의 허튼소리에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는 사표논리다. 맑스와 엥겔스는 이러한 “반동에게 승리의 가능성을 줄지 모른다고 하는 민주주의자들의 허튼소리에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며 여기서는 운동의 장기적인 성공과 독자성을 더 강조하였다.


그런데 현실에서 운동의 독자성을 세우는 문제와 독자성으로 인해 최악의 세력에게 어부지리를 안기게 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분파주의 사이에서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이러한 딜레마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특히 선거협정 문제는 당시 러시아에서도 심각한 논란이 되었다. 먼저 레닌과 볼셰비키가 내건 선거협정 원칙과 사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정치세력들의 양상에 대해 알아야 한다. 당시에 러시아의 유력 정당들은 다음과 같았다.

 

러시아에는 세 개의 기본적인 정치세력과 그에 따라 세 개의 기본적인 정치노선이 있다. 즉 흑백인조(농노주적 지주의 계급적 이해를 대표한다) 및 그들과 병행하는 또는 그들 위에 있는 ‘관료’, 다음으로 자유주의적.군주주의적 부르조아지, ‘중앙파’ㅡ 그 좌파(카데트)와 우파(10월당), 마지막으로 부르조아민주주의파(트루도비키, 나로드니키, 무당파적 좌익)와 프롤레테리아민주주의파가 그것이다.(레닌의 선거와 의회전술Ⅱ)

 

흑백인조는 정부를 지지하는 정당을 말한다. 이들은 전제군주제, 경찰권력, 그리고 지주토지의 보전에 편들고 있다. 군주당, 러시아국민동맹, 법치당, 상공당, 10월 17일동맹, 평화혁신당이 그것이다. 이들 모두는 인민의 직접적 적이며 학살조직자인 정부, 국회를 해산한 정부, 전시군법회의의 정부의 직접적 옹호자이다.


카데트(입헌민주당 혹은 ‘인민자유당’)는 자유주의적, 군주주의적 부르조아의 주요 정당이다. 자유주의적 부르조아는 인민과 학살조직자인 정부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다. 그들은 입으로는 정부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들은 인민의 투쟁을 무엇보다도 두려워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인민에 반대하여 군주제, 즉 학살조직자와의 흥정을 원하고 있다…


트루도비키는 소경영주, 주로 소농민의 이익과 견해를 대표하는 당과 그룹을 말한다. 이들 당 중 가장 비겁한 정당은 ‘근로인민사회당’이다. 이 당은 카데트보다는 얼마간 낫다. 그 다음이 국회의 ‘근로그룹’이다…근로정당 중 가장 혁명적인 당은 ‘사회혁명당’이다. 트루도비키는 토지와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는 농민대중의 이익을 단호하게ㅡ때로는 봉기를 통해서까지ㅡ 고수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 활동 전체로서는 자유주의적 부르조아의 영향이나 부르조아적 견해에서 반드시 탈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경영주는 노동과 자본의 위대한 전세계적 투쟁에서 어느쪽에 붙을 것인가 방황하고 있다.(레닌의 선거와 의회전술Ⅰ)

 

짜리즘을 뒷받침하는 극우반동 흑백인조와 카데트(입헌민주당)이라는 입헌군주제 세력, 트루도비키 부르주아민주주의파, 나중에 멘셰비키와 볼셰비키로 분화되지만 프롤레타리아민주주의파 이렇게 크게 보아 3개의 세력을 중심으로 각각의 세력에 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볼셰비키는 첫 번째 세력은 두 말할 없이 타도의 대상이고, 두 번째 세력은 이 타도를 가로막고 있는 세력들이라 주요 타격 대상이고, 세 번째는 짜르타도를 주장하나 근본한계를 가지고 있는 세력으로 간주한다.


한국의 운동진영에서는 “사퇴하지 않는 후보전술”, “무조건적 독자전술”을 무슨 절대적이고 고정불변한 원칙으로 생각하는데 레닌과 볼셰비키는 이조차도 하나의 전술이었다. 레닌은 의회주의병에 걸린 우경적인 세력들을 엄중하게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좌익공산주의 소아병에서 국회 개입을 거부하고 “어떠한 타협도 없다”는 “좌익” 공산주의 세력들을 좌익기회주의로 간주하고 심각하게 비판했다. 부르주아 국회선거와 국회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레닌과 볼셰비키에게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전술이었고 일종의 타협이었다. 그러나 이 타협은 언제나 혁명이라는 궁극목표와 운동의 전진을 위한 목표 하에 배치되는 것이었다. 레닌과 볼셰비키에게는 불가피한 타협과 배신적인 타협의 구분이 있었다. 정치적 책략도 서슴지 않았다.


레닌은 주지하듯 극우 반동 흑백인조를 주적으로 간주하면서도 나머지 정치세력들에 대해서도 타격과 폭로를 멈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에도 극우 반동 흑백인조 당선을 막기 위해 표를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며 사표논리를 조장하는 압력이 광범위하게 존재했다. 당시에도 최악의 적에 맞서 대동단결론을 주장하며 사표논리를 강요하는 흐름과, 이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기회주의 세력들을 폭로, 타격하는 사이에서 고심했다.

 

프롤레타리아의 견지에서는 정당의 계급적 구별을 명확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무당파 (혹은 인민사회당과 사회혁명당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는) 트루도비키에게 자주적으로 공작하는 편이 당과 무당파의 협정을 맺으려고 시도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것은 명백하다…선거의 낮은 단계에서는 대중에 대한 선동에서 절대로 어떠한 협정도 체결해서는 안 된다. 높은 단계에서는 의석을 배분함에 있어 사회민주당과 트루도비키의 부분적 협정에 의하여 카데트를 분쇄하고, 사회민주당과 사회혁명당의 부분적 협정에 의하여 인민사회당을 분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한다.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ㅡ당신들 어쩔 수 없는 공상가인 볼셰비키가 카데트를 분쇄하고자 꿈꾸고 있는 동안에 흑백인조가 당신들을 완전히 분쇄해버릴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표를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사회민주주의자, 트루도비키, 그리고 카데트가 뭉치면 틀림없이 흑백인조를 전패시키겠지만 분열행동하게 되면 공동의 적에게 쉽게 승리를 갖다바치게 된다…이 반론은 종종 그럴싸하게 들리기 때문에 주의깊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 국회선거는 직접선거가 아니라 다단계선거이다. 다단계선거 하에 표의 분산이 위험한 것은 낮은 단계에서뿐이다…


우리는 도시에서는 각 선거단위(구, 기타)의 다수의 선거인 대중앞에 등장한다. 표가 분산될 위험은 분명히 있다. 분명히 도시에서는 오로지 ‘좌익블록’이 없었던 덕분에, 또는 오로지 사회민주주의자가 카데트에게서 표의 일부를 빼앗은 덕분에 흑백인조의 선거인이 여기저기서 당선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그러므로 일반대중이 이 단순한 구조만을 생각하고 표의 분산을 두려워하여 반정부파 중에서도 가장 온건한 당에게 투표하게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 결과 영국에서 ‘삼각’선거라고 불리는 것처럼 된다. 거기서는 도시하층민은 자유주의자의 득표를 감소시킴으로써 보수파가 승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자에 투표하기를 두려워한다.


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수단이 있는가? 오직 하나, 낮은 단계에서의 협정이다. 즉 선거인의 공동명부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 명부 속에는 투쟁 이전에 맺은 정당간의 계약에 의해 결정된 수만큼의 각 정당 후보자가 선출된다. 협정에 가담한 모든 정당은 유권자 대중에게 이 공동명부에만 투표할 것을 호소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채택하는 데 대한 찬반의 논거를 검토해보자.
찬성의 논거는 이러하다. 엄밀하게 당적인 선동을 해도 상관없다. 단지 다음과 같은 것을 첨가해야 한다. 그래도 역시 카데트는 흑백인조보다 낫기 때문에 우리는 공동명부에 동의했다.


반대의 논거는 이러하다. 공동명부는 사회민주당의 자주적, 계급적 정책 전체에 지독하게 모순되는 것이다. 카데트와 사회민주당의 공동명부를 대중에게 추천하게 되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계급적 구별과 정책적 구별의 명확성을 혼란하게 만든다. 우리는 사소한 국회의석을 자유주의자에게 가져다주기 위하여 우리 투쟁의 원칙적, 일반혁명적 의의를 무너뜨려 버린다! 우리는 의회제도를 계급적 정책에 종속시키는 대신에 계급적 정책을 의회제도에 종속시키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세력을 계산할 가능성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모든 선거에 있어 영속적이며 항구적인 것, 즉 사회주의적 프롤레타리아의 자각과 결속의 발전을 상실한다. 우리는 일시적이고 조건적이며 올바르지 않은 것, 즉 10월당에 대한 카데트의 우위를 얻게 된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사회주의적 교육이라는 일관된 활동을 위험에 내맡기는가? 흑백인조 후보자가 승리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인가? 그러나 러시아의 도시 전체가 국회에서 차지하는 의석은 524석 중 35석에 지나지 않는다…따라서 도시는 그 자체로서는 국회의 양상을 어느 정도이든 본질적으로 변화시키기가 완전히 불가능하다…이러한 사정하에서 흑백인조를 지나치게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들의 계급적 후보자를 세우기 위한 투쟁을 단념한다는 것이 현명한가? 이러한 정책은 원칙상의 동요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협소한 실천적 견지에서 보아도 근시안적이라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카데트에 대항하기 위한 트루도비키와의 블럭은 어떠한가?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트로도비키와의 당파관계의 특수성, 그러한 블럭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그리고 이득이 되지도 않는 것으로 만드는 특수성을 이미 지적해두었다. 노동자인구가 가장 밀집해 있는 도시에서는 만부득한 경우가 아닌 한 완전히 자주적인 사회민주당 후보를 내세우는 것을 단념해서는 안된다…


카데트 혹은 트루도비키(특히 인민사회당류의)가 어느정도 많아졌다 적어졌다하는 것은 중대한 정치적 의의를 갖지 않는다…국회선거 결과를 결정함에 있어 정치적으로 결정적 의의를 갖는 것은 농민이며 주(州)선거인 집회이지 도시가 아니다. 주선거인 집회에서 우리는 농촌에서의 낮은 선거단계때보다 더욱 능숙하게, 더욱 올바르게 그리고 엄격한 원칙성에 조금도 위반함이 없이, 카데트에 대항하여 우리와 트루도비키와의 일반 정치적 동맹을 실현시켜야 한다.(레닌의 선거와 의회전술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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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세력인 민주당과 '높은 단계'의 선거연합을 추진한 한국의 진보정당

 

국제사회민주주의운동의 실천속에서도, 낮은 단계에서의 협정과 높은 단계에서의 협정을 구별한 경험이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프랑스 상원의원의 선거는 2단계선거이다. 유권자는 주선거인을 선거하고 이 주선거인이 상원의원을 선거한다.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민주주의 게드파는 낮은 단계에서는 어떠한 협정, 어떠한 공동후보명부도 결코 용인하지 않았지만 높은 단계에서의 부분적 협정, 주선거인 집회에서 의석을 할당하기 위한 부분적 협정은 용인했다. 기회주의자 죠레스파는 낮은 단계에서도 협정을 체결했다.(같은 책, 레닌의 주)

 

사회민주당의 일반적 선거전술의 출발점은 혁명적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정당의 완전한 자주성이어야 한다.
이 일반적 명제에서 일탈하는 것은 만부득이한 경우와 특별히 한정된 사정하에서뿐이다…
따라서 프롤레타리아트와 혁명적 농민의 동맹이 필요하다는 일반적 명제에 기초하여 승인되는 것은 선거제도의 높은 단계에서의 부분적 협정(트루도비키와 하나가 되어 카데트에 대항하기 위한 협정)이 필요하다는 것뿐이다…. 사회민주주의자는 이러한 부분적 협정을 체결함에 있어서 언제나 부르조아민주주의적 정당과, 그들 당내의 파벌들을 민주주의적 일관성과 단호함의 정도에 따라 엄격하게 구별해야 한다.(같은 책)

 

레닌은 다양한 전술과 고민을 하지만 연대연합은 기본적으로 “반정부 세력” 중에서 입헌민주당 세력이 아닌 농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사회혁명당 세력들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멘셰비키는 입헌민주당과의 연대연합을 중시한다. 그런데 이런 선거 시기 (일시적, 조건부) 연대연합의 대상이 실제로는 당시 짜리즘 분쇄라는 러시아혁명의 첫 단계에서 누구를 동맹으로 해야 하는지 전략적 관점의 차이로부터 서로 다르게 규정됐다. 멘셰비키와 볼셰비키는 둘 다 짜리즘이 존재하고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않는 후진적인 러시아에서 당면혁명이 민주주의 혁명의 단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멘셰비키는 이로부터 부르주아 민주주의 세력(특히 입헌민주당 같은) 세력과 전략적으로 연합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 1단계 혁명이 성공하면 야당은 자본주의 발전 속에서 노자 간의 모순이 첨예화 돼서 사회주의 혁명의 객관적 조건이 무르익는 것을 기다리면서 “철저한 야당”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닌은 이에 대해 신랄하게 우경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유럽에서 부르주아의 경험을 두고 볼 때, 부르주아는 반동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들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면 부르주아 민주주의조차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이 반동적으로 변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후발 자본주의 발전 국가로서 독일 부르주아의 경우는 시작부터 자본의 착취에 맞서 노동자 투쟁이 거세게 일어나자 혁명적 노동자 보다는 봉건세력과 타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간주하며 반동적으로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경험을 두고 볼 때도, 이 혁명이 민주주의 혁명의 단계라고 해서 이 혁명의 주도권을 (자유주의)부르주아에게 넘겨줘서는 안 되며 프롤레타리아의 동맹과 연대연합의 대상은 농민들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철저한 민주주의 혁명의 성과로 만들어지는 권력도 프롤레타리아트와 농민의 혁명적 민주주의 독재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전략적 차이로 인해 멘셰비키는 1917년 2월 혁명 뒤 입헌민주당과 사회혁명당 우파와 함께 부르주아 임시 정부에 참여하였고 아직 자본주의가 미성숙했기 때문에 조산의 혁명이라며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반대했다. 레닌과 볼셰비키는 제국주의 전쟁 등으로 국내외적 모순이 무르익었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즉각 도입할 수는 없다고 해도 모든 권력을 쏘비에트가 장악해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하고 이를 통해 사회주의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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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략적 관점을 바탕으로 멘셰비키는 선거에서 주로 입헌민주당과 연합하려고 했고, 볼셰비키는 혁명적 독자성을 바탕으로 농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사회혁명당 세력과의 연합을 중시했다.

 

…당은 짜르전제와 그것을 지탱해주는 자본가ㆍ지주들의 정당과 가차없는 투쟁을 전개하는 동시에 자유주의적 부르조아지(카데츠가 그 대표)의 반혁명적 관점과 그들이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기만적 본질을 폭로해야 한다. 우리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타계급 정당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 민주주의적 그룹(주로 트루도비키, 나로드니키, 사회혁명당원들)이 내세우는 사회주의의 쁘띠부르조아적 본질을 폭로하는 것, 그리고 대중혁명투쟁에 대한 태도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해가 된다는 것을 폭로하는 것이다.(같은 책)

 

레닌은 노동자가 밀집해 있는 가장 급진적인 도시인 페테르부르그에서는 반정부파들의 표가 분산된다고 하더라도 흑백인조가 승리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독자적인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유권자는 허구적인 흑백인조의 위험에 대한 공포로부터가 아니라 신념과 공감에 따라 투표해야 한다.”(같은 책, “페테르부르그의 선거에서는 어떻게 투표해야 하는가?(페테르부르그의 선거에서 흑백인조가 승리할 위험은 있는가?”)고 주장했다.


레닌은 선거협정과 관련하여 칼 리프크네히트를 통해 독일의 혁명적 의회활동 경험을 금과옥조로 삼았다.

 

리프크네히트는 ‘의석’이라는 견제에서도, 공통의 적인 반동파에 대항하여 ‘동맹자’(동맹자로 일컫는 자)를 끌어들인다는 견지에서도, 부르조아 반정부당과의 협정이 ‘유익’하다는 것을 조금도 부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가 이러한 이유에만 머물고 있지 않은 곳에, 이 노투사인 독일사회주의자의 진정한 정치적 지혜와 단련된 사회민주주의가 나타난다. 그는, ‘동맹자’는 본성을 숨긴 적이므로 이를 자신의 진영에 넣는 것은 특히 위험하지는 않은가, 이 동맹자는 공통의 적에 대하여 정말로 투쟁하고 있는가, 또한 어떠한 방식으로 투쟁하고 있는가, 의석의 수를 늘린다는 견지에서 본 협정의 이익은 프롤레타리아당의 보다 장기적인, 보다 심오한 임무라는 견지에서 본 해독과 결합되어 있지는 않는가를 검토하고 있다.


…플레하노프가 협정문제를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옹색하게 제기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카데트는 반동파와 싸우는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므로….카데트와 협정하라. 플레하노프는 그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리프크네히트는 사회민주주의자가 부르조아지 출신의 각각의 동맹자의 위험한 측면을 발견하는 방법을 명심해야 하며, 그것을 은폐해서는 안된다고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멘셰비키는 투쟁해야 하는 것은 카데트가 아니라 흑백인조의 위험이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이와같은 무리가 리프크네히트의 다음과 같은 말을 잘 생각해보면 얼마나 유익하겠는가? “경찰적 정치가의 어처구니없는 가혹한 무단정책과 사회주의자탄압법, 혁명탄압법, 감옥법에 의한 암살행위는 우리에게 동정적인 경멸밖에 불러일으키지 않지만 그러나 선거협정을 위해 우리에게 손을 뻗치고 친구와 형제로서 우리에게 빌붙는 적, 그러한 적, 그러한 적만을 우리는 두려워해야 한다.”


보다시피, 리프크네히트도 경찰관의 폭력과 흑백인조적 법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동자에게 대담하게 말하고 있다. 이 적을 두려워하지 말고, 거짓 친구와의 선거협정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왜 리프크네히트는 그렇게 생각했는가? 그것은 그가 투사의 힘은 자각된 노동자대중의 힘일 때만이 참된 힘이라고 항상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중의 자각은 폭력이나 징역법으로는 타락되지 않는다. 그것을 타락시키는 것은 노동자의 거짓 친구, 즉 투쟁에 관한 공문구로써 참된 투쟁으로부터 대중을 오도하는 자유주의적 부르조아인 것이다…


리프크네히트의 이 문구를 1906년 말의 러시아의 정치 용어로 번역해보자.
흑백인조 국회는 카데트와의 선거협정 덕택으로 계급대립과 정당간의 경계가 애매하게 되는 것보다는 해가 적을 것이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같은 책, Ⅱ)

 

의회제도는 가장 민주주의적인 부르조아 공화국에서조차도 계급억압의 기관이라는 본질이 제거되지 않으며 그것을 노골화시킨다. 의회제도는 그 이전에 정치적 사건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사람보다도 훨씬 광범한 주민대중을 계몽하고 조직하는 것을 돕지만, 이것은 위기와 정치혁명을 제거하는 준비가 아니라, 이 혁명시에 내란이 극도로 격화되는 것을 준비한다…서구에 있어서 사회개량주의적 자유주의와의, 또한 러시아혁명에 있어서 자유주의적 개량주의(카데트)와의 동맹,협정,블럭의 경험은 다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즉 이러한 협정은 대중의 의식을 무디게 할 뿐이며, 전투적인 분자를 가장 전투력이 없고 가장 동요하는 배신적인 분자에 결합시킴으로써, 대중투쟁의 진정한 의의를 강화시키지 못하고 약화시킨다는 것이 그것이다.(같은 책Ⅱ, 마르크스주의와 수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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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밀집지역인 울산에서   진보당은 동구를 양보하고 민주당과 선거연합에 합의했다

 

정리하면, 볼셰비키는 선거에서 다음 당면 목표(최소강령)를 내걸고 선거협정과 관련한 기본방침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

 

(1) 민주적 공화제
(2) 8시간노동제
(3) 지주의 모든 토지의 몰수

 

위의 세가지 요구와 불가분하게 결부시켜 사회민주당의 최소강령의 다른 모든 요구, 예를들면 보통선거권, 단결의 자유, 인민에 의한 법관과 관리의 선거제, 국가에 의한 노동자보험, 상비군을 인민의 무장으로 대체하는 것 등이 선전되어야 한다.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의 선거에 있어서 일반전술 방침은 다음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당은 짜르군주제와 그것을 지지하는 지주·자본가의 모든 당과 가차없이 투쟁하며, 그와 동시에 부르조아 자유주의자(카데트를 필두로 하는)의 반혁명적 견해와 그들의 거짓 민주주의를 단호하게 폭로해야 한다.


선거투쟁에서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프롤레타리아 정당의 입장을 모든 비프롤레타리아 정당으로부터 구분짓고, 민주주의그룹(주로 투르도비티, 나르도니키, 사회혁명당)의 사이비사회주의의 소부르조아적 본질과, 수미일관된 대중적 혁명투쟁의 모든 문제에서 그들의 동요함으로써 발생하는 민주주의의 대업에 대한 해독을 설명하는 것이다.


선거협정에 대하여 당은 마찬가지로 런던대회의 결의에 기초하여
(1) 노동자쿠리야(선거구)에서는 모든 곳에서 우리 당의 후보자를 세우며, 여기서는 다른 당 또는 그룹(해당파)와의 어떠한 협정도 허용하지 않는다.
(2) 독자의 사회민주당 후보를 세운다는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이미 커다란 선동적 의의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제2도시유권자대회에서도, 가능하면 농민쿠리야에서도 당이 독자적인 후보자를 가지도록 배려해야 한다.


(3) 제2 도시유권자대회를 위한 선거인을 선출할 시의 재투표[선거인 선출시에 법정 표수가 모자랄 때 투표를 다시 하는 것]에서는 (선거조령 제10조) 자유주의자에 대항하여 부르조아 민주주의파와, 그리고 모든 정부여당에 대항하여 자유주의자와 협정을 맺는 것이 허용된다. 1차 선거에서 던져진 표수에 비례하여 하나 또는 수개의 도시별 선거인의 공동후보자 명부를 작성하는 것은 협정형식의 하나로서 좋다.


(4) 재투표가 인정된 직접 선거가 있는 다섯 개의 도시(페테르부르그, 모스크바, 리가, 오뎃사, 키예프)와 제2급 도시 유권자의 제1차 선거에서는 독자의 사회민주당 후보를 세워야 한다. 재투표의 경우에는 흑백인조의 위험이 없는 것이 확실하므로 자유주의자에 대항하여 민주주의그룹과 협정을 맺는 것만이 허용된다.


(5) 어떠한 선거협정도 공동의 정강을 내거는 것과 관계가 있어서는 안되며, 어떠한 정치적 의무에 의해서도 사회민주당 후보를 속박해서는 안되고, 사회민주주의자가 자유주의자의 반혁명성 및 부르조아 민주주의자의 기회주의성과 불철저성을 단호하게 비판하는 것을 저지해서도 안 된다.


(6) 선거의 제2단계에서는 (군(郡)선거대표 집회, 주(州)선거대표 집회, 주(州)선거인 집회 등에서는), 10월당.흑백인조 또는 일반적인 정부의 후보자 명부를 패배시킬 필요가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든, 의석의 배분에 대해 우선 첫째로 부르조아 민주주의파(트루도비키, 인민사회주의자 등)와, 이어서 자유주의자(카데트), 무당파, 진보파 등과 협정을 맺을 필요가 있다.(같은 책Ⅱ, 제4대 두마의 선거에 대하여(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 제6차<‘프라하’> 전국협의회의 결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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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리프크네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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