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 노동자 의원단의 경험
백철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등록일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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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노동자 의원단의 경험

 

노동자의원들은 의회에서의 대정부연설은 가장 효과적인 선동수단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여러가지 질문을 통하여 우리는 정부가 자행한 각종 비리와 범죄사실에 대중들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었다. 각종 현안에 근거하여 대정부질문을 하면서 우리는 흑백인조에게 그들이 지배하는 체제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날릴 수 있었고 현체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혁명적 공격을 강화하는 데 볼셰비키적 방법으로 의회연단을 이용할 수 있었다. 연설할 때 볼셰비키는 박력있게, 그리고 직선적으로 짜리즘과 부르조아지의 치부를 폭로했다. 질의 대상이 되는 모든 사건에 결부시켜 우리는 노동자들에게 현 체제하에서 노동자들의 지위가 향상되길 기대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장관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그렇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이렇게 끝맺는 대정부질문은 노동자의원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우리는 모든 압제와 경찰의 폭력이 질서라는 명목하에 자행되고 있음을 장관들이 알고 있고 장관은 그것을 막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는 독재정치의 본질을 노동자들에게 알리는 데, 대중들이 필요한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도와주는 데 대정부 질문의 의미와 목적을 두고 있었다.”(Aㆍ바다예프, 볼셰비키는 어떻게 의회를 활용하였는가?)

 

의회에서 처음 연설할 때 노동자의원들은 생전 처음 경험하는 묘한 긴장감을 느끼곤 했다…여기서는 노동계급을 오랫동안 탄압했던 노동계급의 적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공개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했다
노동자의원들이 하는 말은 의회 본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우리들을 자기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수호자로 믿고 있는 수백만 러시아 프롤레타리아트들이 듣고 있었다. 우리들의 연설은 노동자들의 혁명적 결의에 메아리쳤고 적에 대한 투쟁을 한층 강하게 했다…


우리들 모두는 (짜르) 전제의 소굴에서 처음 연설할 때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흑백인조의 야유를 제압하면서 연설한다는 것, 노동계급의 정치 경제적 예속상태를 설명하는 한편 의장의 끊임없는 간섭과 싸우면서 노동계급의 압제자에게 도전한다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이었다.
의원에 대한 면책특권과 의회에서의 ‘연설의 자유’는 짜르의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짜르는 노동자의원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적당한 구실을 찾고 있을 뿐이었다. 2차듀마에서 한꺼번에 유형당한 사회민주의원들의 경우는 아직도 우리의 마음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위 같은 책)

 

볼셰비키 노동자의원단은 철저하게 당의 통제 하에 당의 원칙과 방침을 가지고 움직였다. 의원단은 비합법 운동과 합법운동을 연결시키고 당과 노동대중을 연결시키는 가교였다. 볼셰비키 의원단의 경험은 한국의 진보정당 운동에서도 일부 원리가 차용되기도 했다. 비록 형식적이라는 판단이 들기는 하지만 의원의 당직·공직겸직 금지, 그리고 노동자평균임금을 넘는 세비의 당에 반납 등이 그것이다.


기층 노동자 민중의 철저한 대리인으로 국회에서 계급투쟁의 선도자가 되어야 하는 진보정당 의원들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정을 둘러싼 심각한 분열이나 정의당 유호정의 탈당 사태에서 보듯 출세주의, 의회주의에 찌들어 타락상을 보이는 시점에서 전원 구속과 시베리야 유형을 당당하게 감내했던 볼셰비키 의원단의 모습은 지금도 귀감이 되어야 한다.


특히 의회연단을 현 착취, 억압체제를 생생하게 폭로하기 위하여 활용하면서 “‘장관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그렇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이렇게 끝맺는 대정부질문은 노동자의원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는 주장은 깊게 새겨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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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비례연합정당: 민주당과 운명공동체가 된 종속적 “정치구조”

 

지금까지 맑스(레닌주의)의 운동적 원칙과 전술, 이에 따라는 선거에 대한 원칙과 입장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리는 이를 통해 맑스주의 전통 아래 레닌과 볼셰비키의 선거 원칙과 전술이 낡기는커녕 2024년 우리의 방침으로 삼아도 충분하게 생활력을 발취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앞에서 살펴봤듯, 유럽의 프랑스나 독일, 러시아에서 (선거)연합이 대상이 되는 세력들은 “반정부파” 중에서 하나, 또는 둘의 세력들이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민주당은 반정부파라고 하기 보다는 국내외 독점자본(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지배계급 중 한 분파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국민의힘이 역사적으로 가장 반동적인 세력이고 파쇼적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고, 이 정도의 차이가 정세에 따라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민주당 역시 친미·친자본·반노동·반민주·“흡수통일”대상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


미국식 양당지배체제는 혁명적 진보정치세력이 거의 존재감이 없는 상태에서 민주·공화당이 번갈아가며 집권하면서 민중을 기만하고 반동적, 반민중적인 정치체제를 영속적으로 유지하는 구조다. 미국 제국주의 체제의 실질적인 진보적 변화와 내란의 위기는 이 민주·공화당 양당체제가 번갈아가며 집권하며 봉쇄하게 된다. 한때 계급투쟁을 이끌었던 “공산당”은 유로꼬뮤니즘 평화이행 정당으로 전락하여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고, 샌더스 같은 “진보”세력은 민주당의 “왼쪽 날개”로 간혹 존재감을 보이며 간신히 생존을 유지하지만, 이들의 생존 조건은 민주당 질서를 벗어나지 않고 공고히 하는 충성맹세 속에 민주당에게 “진보적”인 색채를 덧씌우는 한에서다. 이러한 샌더스식 진보는 사민주의로 미국의 친제국주의 반노동자성을 은폐하고 미국 노동자 민중의 자주적인 정치세력화와 미국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발전을 가로막는 양당체제의 부속물, 들러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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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슨식 진보정치


부르주아가 자신의 형상을 따라 세상을 창조하였듯이, 한국사회 양당 지배구조 체제는 미제국주의와 국내 친미 반공 정치세력들에 의해 우리에게도 강요되고 있고 이미 토대가 완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자 민중에게는 양당체제를 극복해야 하는 정치적 과제가 대두된다. 이 양당체제 극복은 “제3지대”를 구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친미·친자본·분단체제를 대변하는 자본주의 양당 계급지배 체제를 분쇄한다는 의미다.


진보진영 단결과 양당체제 타파에 대한 진보적 노동자 인민의 열망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원론적인 혁명적, 독자적 입장 고수는 근본주의적 입장으로 대중운동으로부터 이탈된 분리주의, 종파주의, 기권주의이다. 그러나 기존 진보대단결 논의에서는 진보세력의 분열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이를 극복하고 공고한 단결을 위한 논의가 부재하고 기존 몇몇 진보정당 간의 상층 논의만 집중되는 한계가 있었다.(진보세력 연합의 원칙과 기준에 대해서는 “3대 전략 목표, 10대 단결강령”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동안 정의당기층 노동자 민중과 분리되어 다원주의를 기초로 활동하고 알량한 국회3당이라는 지위와 여론조사 결과에 취해 진보대단결을 거부했다. 의원단들은 노동자 민중의 신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자주성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당면 주적인 국민의힘과의 투쟁을 소홀히 하고 때로는 그들과 같은 행보를 취함으로써 대중적 신뢰를 잃었다. 이번 선거에서 녹색정의당은 의석 1석도 얻지 못하고 당의 약화와 분열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집권전략을 바탕으로 진보당은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함으로써 이번 선거에서 최대 5-6석까지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진보당의 집권전략(?)은 집권이 전술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회주의 사고의 일종이다. 진보당의 당장의 의회주의 성공이 진보진영의 전략적 패배를 자초할 수 있다. 진보당이 과거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경험, 촛불투쟁과 문재인의 권력장악으로부터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진보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는 정권퇴진 대중투쟁을 주도해야 하는 민주노총의 분열을 초래했다. 가장 큰 문제는 눈앞의 의석 확보를 대가로 운동의 근본원칙, 장기적 원칙을 약화시켰다는 점이다.


비례연합정당은 시민단체를 매개로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를 연결시키는 구조다. 미국 샌더스가 그렇듯, “진보세력”은 민주당의 시혜와 통제 하에서 민주당과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하며 민주당에 흡수되거나 민주당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않을 때에만 정치적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앞으로 진보당의 성공의 조건은 민주당 성공과 번영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이 성공, 번영해야 그 대가로 일부 “성공”을 거둘 수 있으며 민주당이 실패하면 그 실패 책임을 공동으로 떠안는 정치적 구조가 고착화 되게 된다. 민주당이나 그 지지세력이 신원보증할 때만 신용을 얻어 정치적 기반을 유지, 확장할 수 있고 민주당이 파산하면 연대보증으로 공동으로 빚더미에 안게 되는 종속적 “정치구조”가 정치적 굴레가 아니면 또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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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엥겔스는 프롤레타리아가 “민주주의 당파를 분열시키며 반동에게 승리의 가능성을 줄지 모른다고 하는 민주주의자들의 허튼소리에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군사독재에 맞서는 자유주의 반정부파도 아닌 이미 지배계급 한 분파가 된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가 수십 년 동안 우리 운동의 독자성, 변혁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진보당은 이처럼 “집권전략”하에 눈앞의 의회주의 “성공”목표에 취해 연대연합에 있어서 자주성의 원칙을 상실했다. 진보당이 민주당과의 일시적 선거연합을 넘어서 영원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도는 위성이 될 우려가 심각하다. 진보당은 심지어 민주당이 권력을 잡았을 때조차도 주적이 국민의힘이라면서 민주당의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반민족적 작태에 대한 폭로를 자제해 왔는데, 비례연합정당의 참여로 이러한 기조가 더욱더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북주의였지만 한 때 사회주의를 내걸었던 사회당이 기본소득당으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되어 국회 1석을 얻은 뒤에 사회주의는커녕 지금 민주당과 근본적으로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나? 민주당을 제대로 비판해본 적이 있었나?


진보당은 민주당도 내세우고 있는 민생을 중심에 내세우면서 계급투쟁의 선명성이 사라지고 민주당 “왼쪽날개” 역할을 수행하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남북관계의 적대적 관계로의 전환 선언 이후 그 동안 운동에 대한 전면적 평가와 쇄신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여기에는 진보세력이 독자적으로 한국사회를 급진적으로 재편하지 못하고 흡수통일 세력인 민주당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에도 큰 원인이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진보당이 종북몰이의 압력에 눈치를 보면서 반미나 북에 대한 문제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진보진영의 주요한 지지, 선전 대상은 민주노총과 전농, 철거민단체 등 기층 노동자, 민중, 진보적 청년과 지식인, 여성 등을 중심으로 양당체제에 실망을 한 진보적 대중이나, 국민의힘을 혐오하고 민주당을 믿지 못하나 다른 대안이 없어 민주당을 찍는 대중들을 진보진영의 지지자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7. 우리의 원칙 및 요구

 

1) 우리의 원칙

의회주의·출세주의·공명주의·관료주의·영합주의를 전면 배격한다.


의회제도를 타도하기 위해 의회에 개입한다.
대중투쟁을 근간으로 한다.
의회는 대중투쟁을 강화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다.
선거에서 당면한 요구를 선전·선동한다.
의회에서 법률타협이 아니라 폭로의 수단이다.

 

2) 우리의 요구
선거시기에 당면 요구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결합하여 내건다.

 

윤석열 정권 타도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 전체 노동자의 파업권 보장을 포함한 노동3권 전면 보장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및 원청 사용자성 인정
정리해고제, 파견제 등 제반 노동악법 폐지
사유화 전면 금지 및 핵심 산업 국유화
무상주택 무상의료 무상교육
안정적 노후 생활이 가능한 연금보장
토지 국유화
은행 국유화 및 민중 부채 탕감
전쟁반대
미군철수 및 미일한 동맹 해체
한미군사동맹 해체
사드 철거
국가보안법 철폐
미제의 일체 제재 참여 반대
미국과 서방 중심의 종속 외교가 아닌 자주 외교
브릭스 및 비동맹 기구 참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포함한 일체의 지원 반대
검찰·판사 직선 및 소환·파면제
고위 장성 군직선제
국회의원 특혜 철폐 및 국회의원 세비 노동자 평균 임금 지급
팔레스타인 학살 지원 미제를 규탄, 이스라엘의 학살전쟁 점령 반대
팔레스타인에서 민족적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차별 없는 하나의 국가 건설
역사 왜곡 전면 중단 및 반민족적 역사왜곡 시  엄중 처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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