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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감독관의 진정ㆍ고소 취하 종용은 여러 차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바 있다. 사진은 임금체불 사건에서 고소 취하를 종용한 근로감독관의 실태를 고발한 기자회견. 

 

원저자: 황선호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공인노무사
본 기사는 계간 전북노동브리프 4호(2023년 겨울)에 실린 원고입니다. 기사의 내용은 모두 필자가 실제 겪은 실화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 임금체불을 사건을 당하셨나요?

 

살아가면서 임금체불을 당해보는 경험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최저임금제도, 퇴직금제도, 연장근로수당제도, 주휴수당제도 등에 대하여 그래도 많은 홍보와 계도가 이루어져 있다. 이제 그 정도는 일하는 노동자라면 알고 있다. 다만 정확히 항목을 구분하고 계산까지 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사업주들도 예전에 비하여 계도가 된 편이다. 기본적인 수당을 주지 않으면 노동부로 신고가 들어온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노무사나 세무사 등을 활용하여 ‘임금설계’라는 것을 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수당을 법 기준에 맞게 예쁘게 잘라서 지급할 수 있게 컨설팅을 받는다. 작은 고기집, 치킨집도 요즘 이 정도 노력은 한다.

 

1970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했던 그날 이후 50년의 세월 동안 오래 걸렸지만 제도적 보완도 이루어져 왔다. 대지급금 제도와 퇴직연금제도이다. 퇴직연금을 미리 적립하여 체불에 대비하게 하고 미지급분이 발생하면 우선 일부를 대지급금(과거 체당금)으로 국가에서 지급받을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상전벽해로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 최저임금도 못 받고 체불을 밥 먹듯이 당하던 수 십년 전에 비하여 대다수 사람들은 임금체불을 경험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러나 운이 없게도 또는 운이 좋게도(어떤 노동자들은 본인이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실도 모르고 지나간다. 연장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주휴수당 등을 계산할 수 없으니 지급된 금액을 법정액으로 알고 넘어간다. 그러나 어떤 꼼꼼한 노동자들은 인터넷을 찾아보며 직접 계산하고 법 기준 미만의 차액을 발견하여 청구하기도 한다. 이런 노동자들은 체불을 발견(?)했다고 볼 수 있다. 발견했다는 측면에서는 운이 좋다) 임금체불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법률가들 업계 용어로 기관에 신고 되거나 소송이 접수되면 ‘사건화’가 된다고 한다. 임금체불을 당하였다는 사실을 노동부에 신고하면 비로소 ‘사건’이 되는 것이다.

 

오늘 나눌 이야기는 이 ‘임금체불 사건’을 대하는 노동부의 자세에 대한 것이다. 늘 그렇듯이 노동부를 비판하는 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임금체불 사건을 나홀로 맞딱뜨려야 할 노동자들에게는 사건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꿀팁’이 될 것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긴다. 그렇다면 적을 알아야 한다. 노동부가 노동자들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라 생각하고 찾아간 노동자들은 노동부가 나의 ‘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부터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 노동부는 어떤 방식으로 ‘적’이 되는 것인가. 아래부터 ‘방문시’에 사는 노동자 ‘디올만’씨가 어떻게 그 ‘적’들을 경험하게 되는지 설명하겠다.

 

2. 습관적 ‘비사건화’

 

체불을 당한 ‘방문시’ 거주자 ‘디올만’씨는 우선 사업주에게 좋은 말로 지급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좋은 말로 해도 돈을 안 주면 ‘사건화’를 시켜야 한다. 노동부에 신고하면 ‘사건화’가 된다. 그런데 신고했는데도 사건화가 안 될 때가 있다. 올만씨는 2개의 관문을 맞닥뜨리게 된다. 우선 ‘민원실’이다. 간단하게 팩스 한 장만으로도 임금체불 신고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올만씨는 직접 고용노동부 방문시 지청을 찾아갔다. 민원실에서 상담 직원에게 체불 사실을 알리니 일단 ‘상담’이 진행된다.

 

그런데 상담 직원은 이상하게 이 건은 법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늬앙스로 얘기를 한다. 첫 번째 관문이다. 지청 민원실 담당자는 사건 내용을 꼼꼼히 검토하지 않고 간략한 이야기만 듣고 법적 판단을 내리려고 한다. 노무사인 필자가 아무리 간단한 사건도 제대로 상담하려면 1시간은 걸리는데 겨우 10분도 안되는 이야기만 듣고 그렇게 한다면 의심해봐야한다. 이런 문제는 1차 관문을 뚫고 근로감독관을 만나서 조사를 받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건은 법 위반이 없어 보이는데요”, “애매한데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법도 잘 모르고 노동부도 생소한 올만씨는 위축이 된다. 결국 민원실에서 좌절하고 근로감독관 앞에서 좌절하여 지레 포기하고 아예 신고를 접거나 취하서를 제출해버리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것이 바로 ‘습관적 비사건화’ 행태이다. 사건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행태이다. 그 행태 뒤에 숨은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은 간다. 좋게보면 불필요한 사건화로 행정력을 소모하는 것을 방지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해석하면 업무량을 줄이고 어려운 사건은 돌려보내는 악의적 행정편의주의다. 올만씨는 민원실과 근로감독관 말에 휘둘리지 않고 “뭐가 어찌됐든 조사를 받아봐야 진실이 밝혀질게 아니오”라고 말하며 관문을 뚫어내고 정식 조사로 나아갔다.

 

3. 고소 만능주의

 

어렵게 정식 출석조사로 나아간 올만씨는 이제 다시 걱정이 앞선다. 물러서지도 않고 취하서도 쓰지 않아 이제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 앞에 출석하여 진정인으로 진술해야 하는 상황이다. 감독관이 하는 어려운 법 이야기가 잘 이해도 안 되고 자꾸 윽박지르는 것 같아 주눅들었다. 나홀로 조사가 두려운 올만씨는 노무사를 선임하여 대리인으로 내세우려 한다. 어렵게 노무사를 1명 섭외하여 노동부에 위임장을 제출하게 했더니 노무사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린다. 노무사는 이 사건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나홀로 참가한 1차 조사 때 감독관이 요청 또는 권고하여 고소장을 제출했더니 고소 사건으로 전환된 것이다. 고소 사건은 노무사가 대리인으로 들어올 수 없다. 물론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지만 접근성도 떨어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렇다면 감독관은 왜 고소로 전환시켰을까.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진정인을 법률적 무자력 상태로 남겨두는 것이다. 모든 감독관들이 그렇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건을 하다보면 반드시 만나게 된다. 고소만능주의 감독관이다. 고소를 통해서 대리인을 배제시키고 법률적 지식이 전무한 올만씨 같은 진정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사건을 자기 원하는 방향으로 정리 및 결론 내려는 행태이다. 마치 윤석열 패거리 정치 검찰이 자행하는 짓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소하지 않아도 진정사건 조사 결과 범죄행위가 명백하면 인지하여 수사도 할 수 있고 체포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치 고소해야만 그런 효과가 발생하는 것처럼 ‘구라’를 시전하는 감독관도 있었다.

 

고소가 필요한 시점도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은 법률적 검토가 충분히 된 상태에서 당사자가 직접 결정하게 해야 한다. 올만씨는 다행히 타임머신을 타고 1차 조사 때로 돌아가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고 고용노동부 방문시 지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4. 세월이 먼저 가느냐 진정인이 먼저 가느냐

 

올만씨가 드디어 노무사도 선임해서 다음 조사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방문시 지청에서 다시 출석하라는 통보를 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인지 잘 파악이 안 되는데 근로감독관한테 전화를 해보자니 귀찮게 한다고 찍혀서 혹시라도 조사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노무사를 독촉하자니 그 노무사도 바쁜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노동부 신고 사건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등 노동부 내부 지침에 의해서 절차가 진행된다. 그런데 조사 기간이 정해져 있기는 한데 감독관 재량으로 일부 연장이 가능하고 또 당사자나 대리인 동의를 받아 연장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노동자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연장하는 감독관들이 있다. 그러다 보면 기간은 한없이 늘어난다. 어떤 감독관들은 속된 말로 ‘뺑뺑이’를 돌린다. 별로 중요한 얘기를 나누는 것 같지 않은데 자꾸 불러서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사를 한다고 불러놓고 또 조서는 작성하지 않는다. 이것은 ‘김빼기’이다. 사건 조사 기간을 길에 늘리고 올만씨를 지치게 만들어 힘을 빼는 것이다. 그렇게 힘을 빼놓으면 처음에 불꽃같은 올만씨의 의지는 약해지고 적당한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난다. 먹고 살려면 지금 하는 일에도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터무니 없는 금액에 합의해주고 사건을 끝내거나 취하서를 내고 다시 생업으로 돌아가는 걸 선택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일부 감독관의 행태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태를 목격한 것은 현실이다. 말 그대로 세월이 먼저 가느냐 진정인이 먼저 떠나느냐 전략이다. 법 지식이 전무한 노동자가 근로감독관집무규정 몇조 몇항을 들먹이며 싸움을 벌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저 자꾸 전화해서 독촉하고 정도가 심하면 불쑥 직접 찾아가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을 써야한다.

 

5. 줄을 타보자! 노동자 사업주 사이에서 신나게!

 

디올만씨는 굴하지 않았다. 자꾸 전화하고 자꾸 찾아가고 방문시 지청 근로개선지도과 과장 면담까지 신청해서 민원을 제기했더니 감독관도 교체해주고 조사 기간 지체 안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도 받았다. 이번 감독관은 빠르게 조사 일정을 잡아줬다. 그런데 감독관이 전화가 와서 “이 사건 어려울 것 같아요. 아시죠? 아무래도 처벌까지 하기에는 좀. 사업주는 OOO원 밖에 지급할 의사가 없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올만씨는 당황한다. 사건 담당자인 근로감독관이 저렇게 말하는데 정말 이 사건은 이기기 어려운 것일까. 사업주가 일부라도 지급한다는데 합의하는 편이 좋을까? 노무사에게 전화한다. 그랬더니 “네? 무슨 말씀이시죠? 저한테 한 얘기랑 다른데요?” 우선 노무사가 선임돼 있는데 당사자에게 직접 전화한 데서부터 불순한 의도를 감지했어야 한다. 어떤 ‘일부’ 감독관들은 사업주에게 하는 얘기가 다르고 노동자에게 하는 얘기가 다르다. 심지어 대리인인 노무사에게 이렇게 애기한 것을 그 위임인 노동자에게는 저렇게 얘기한다.

 

보통 이렇게까지 하면 막 가자는 거다. 대리인과 당사자 사이를 이간질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이런 화려한 줄타기를 즐겨하는 근로감독관을 만나보면 디올만씨는 고용노동부는 과연 뭐하는 곳인가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만다. 

 

근로감독관.png

 

6. 근로감독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근로감독 제도가 있다. 신고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권리침해를 사후적으로 구제해주는 것이라면 근로감독은 사전에 사업장의 위법행위가 없는지 감독하는 사전적 예방제도이다. 보통 노동부는 지역 내 일부 사업장을 지정하여 특정 기간마다 정기 근로감독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기 근로감독이 아니어도 신고된 사건을 봤을 때 위법성이 크고 그 피해 규모가 크면 재량에 따라 또는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근로감독을 실시할 수 있다. 그래야만 피해의 정확한 진상이 드러나고 추가 피해를 확인하고 시정할 수 있다.

 

그런데 평범한 노동자가 피해를 신고하고 후속 조치로 해당 사업장 근로감독을 요청했을 때 실제로 출동한 사례는 가뭄에 콩이 자라나는 확률이다. 근로감독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 올만씨 역시 근로감독을 요청했지만 거부 처분을 당했다. 노동조합에라도 가입하여 사람들 모아서 시위도 하고 언론에라도 알려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근로감독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앞에 앉은 그 사람이 코웃음 짓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할까.

 

7. 기타 ‘적’들 의 수법 – 체불확인서로 농간부리기, 진상아니면 푸시하기

 

그 외 간략하게 몇 가지 더 소개하면 ‘체불확인서 장난치기’가 있다. 노동자가 천신만고 끝에 조사를 완료하고 체불사실과 체불금액이 확정되면 ‘체불임금 등 사업주확인서’라는 것을 발급해 준다. 이게 있으면 근로복지공단에 ‘대지급금’ 즉, 나라에서 우선 대신 체불임금을 갚아주는 제도 혜택을 볼 수 있다.

 

담당 근로감독관이 발급해 주는데 이것을 발급해 주면서 장난질하는 ‘일부’ 감독관이 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하서’를 써야만 ‘대지급금 지급용 확인서’를 발급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올만씨도 당했다. 사업주가 돈을 한 푼도 지급 안 했는데 취하를 해줘야 한다고요? 의문이 들었다. 다행히 노무사의 조력을 받았다. 취하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취하서를 받으려는 이유는 사건을 종결시켜 검찰 단계로 송치하는 절차를 생략하려는 꼼수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업무량을 줄여보겠다는 또는 법적 판단의 위험성을 줄여보겠다는 꼼수일 것이다. 그러나 취하서를 써 줘버리면 사업주는 처벌을 안 받게 된다. 취하서를 쓰지 않아야 혹시라도 나중에 형사소송 과정에서 형사 합의금으로 대지급금으로 미처 충당하지 못한 체불임금 차액을 받을 가능성이 남는다. 진실을 알고 올만씨는 외쳤다. “정말 이러지 맙시다!! 감독관님!!”

 

전략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간혹 또 ‘일부’ 감독관들은 ‘진상’에 약하다. 사업주와 노동자 중에서 ‘진상’ 스멜이 나는 쪽에 약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세상 착하게 살고 싶다. 목에 핏대 세우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책상 쾅쾅 치고 시도때도 없이 전화해서 재촉하고 불시에 사무실 쳐들어가서 따지고 이런 행동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어떤 ‘일부’ 감독관들은 이렇게 하는 편에 약해져서 상대방을 오히려 압박하는 행태를 보인다. “법적으로 어렵다. 적당히 합의해라. 취하해라.” 

 

8. 당신들과 적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올만씨는 드디어 대지급금으로 일부 체불임금을 지급받고 취하서를 내지 않아 사업주가 벌금 300만원 형을 선고받게 됐고, 추가로 법률구조공단 무료 민사소송으로 나머지 차액을 전액 구제받았다. 올만씨는 다시는 노동부 정문에 발을 들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정말 힘들었다. 적들을 상대하기가. 필자도 힘들다. 노무사로서 그 ‘적’들을 상대하기가. “당신들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근로감독관님들도 고충이 많겠지요? 그래도 우리 선을 넘지는 맙시다. 당신들 탓만이 아닌 것도 알아요.” “그러면 누구 탓이죠?”  “바로 당신! 대한민국!”

 

출처:  <노동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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