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조현옥(한국작가회의 광주전남지회 이사)
등록일 : 2023.05.06

소금꽃.png.jpg

 

 원미 섬유 삼교대 
철야 근무 


밤새 졸리운 눈으로
미싱을 돌리면 아찔하게 
여지없이 미싱 바늘은
손톱을 뚫고 드르륵 지나 갔어


아차 하는 순간에는
고열 프레스에 손등은
화인을 찍고
우리는 부모를 잘못 만나
찢어지게 가난한
공순이로 산다는 것을


가장 감추고 싶었던 치부같이
백지장처럼 파리한 형광등
회색빛 공장의 높은 담벼락 
그 불빛 따라서 더욱 쓸쓸해지는 밤


졸리운 눈이 또 다른 
졸리운 눈을 서로 감겨주며
책가방 대신 짊어진 삶의 무게를 
공장을 떠나는 꿈을 악몽처럼 매일


피로에 젖은 몸이 솜처럼 드러누우면

찢어질듯한 작업 반장의 연장 근무 
추가 근무 독촉 소리가 
이불속까지 따라 왔어


마땅히 기댈곳도 없이 뾰족한 수도 없이
대물림 하는 가난의 굴레속에는
하얀 소금꽃이 무슨 버짐 같이
아주 오랜 동안 피어났지

 

* 조현옥 시인 약력
조 작가는 1965년 충북 옥천군 옥천읍 소정리 출생이다. 1993년 ‘문학공간’문예지에 시(詩)를 발표한 후 본격적인 글쓰기를 통해 1994년 제1시집 『그대를 위한 촛불이 되어』, 1996년 제2시집 『무등산 가는 길』, 제3시집 2014년 『4월의 비가』, 2017년 제4시집 『일본군 위안부의 눈물』, 제5시집 『5월 어머니의 눈물』, 2018년 제6시집 『행복은 내 가슴 속에』, 제7시집 『홍매화 피는 언덕』, 2019년 제8시집 『할머니 등에 업혀』, 2021년 제9시집 『통일 열차 』, 제10시집 『금강의 노을』 시집을 통해 고향의 그리움을 발표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광주전남지회 이사이며 민족작가연합 노동자문예학교 제3기 수강생 지도 초대 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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