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관제(李冠杰)/ 김정호 번역
등록일 : 2026.01.30

스타머와 트럼프.jpg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NATO)를 둘러싼 발언을 쏟아내자,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로 대응하며, 그의 발언을 “모욕적”이라고 비판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이후 스타머는 트럼프와 통화를 했고, 트럼프도 이를 계기로 영국 측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나토 관련 발언에 대한 영국 내부의 불만을 어느 정도 달래려 했다. 이런 일련의 에피소드 이면에는 국제 현안에 대한 영·미 양국의 입장 차이가 선명히 드러나 있으며, 영·미 관계가 새로운 방식으로 ‘특수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영·미가 주요 국제 현안에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 미국 행정부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대외정책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국제사회에는 고정된 질서나 국제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단기간에 미국에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없는 국제기구는 언제든 버릴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이런 인식에 따라 소위 말하는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 역시 경계를 다시 긋고, 누구와 더 가깝고 먼가는 미국의 대외 전략에 부합하느냐, 순응하느냐에 따라 재편되고 있다.

 

나토 방위비 분담,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미·EU 관세율, 그린란드 영유권 문제 등에서 미국은 유럽 주요국의 주류 여론과는 어긋나는 입장을 밝혔고,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유럽의 이익에 손실을 끼치기까지 했다. 전통적 의미의 ‘유럽’ 범주에 완전히 속한다고 보기 힘든 영국조차 미국이 유럽 국가들과 함께 압박 대상으로 묶어 버리면서, 그동안 줄곧 영·미 ‘특별한 관계’를 강조해 온 영국인들에게는 적잖은 심리적 충격을 안겼다.

 

ㅡ  ‘미국 우선’ vs ‘나토 우선’: 충돌하는 두 가지 질서
영국이 미국의 대외 전략 변화에 강한 불편함을 느끼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영국이 여전히 자신을 편입시키려는 국제질서와 미국이 새로 만들려 하는 국제 ‘신질서’ 사이에 첨예한 충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는 미국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전략과 영국의 ‘나토 우선’ 전략 사이의 심각한 전략적 엇박자이기도 하다.

 

스타머 정부의 시각에서, 현재의 국제질서는 여전히 최대한 지켜야 할 대상이며, 영국의 국제적 영향력도 이 틀 안에서 발휘할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영국은 유엔 틀을 포기할 생각이 없고, 오히려 국제 협력을 통해 기존 질서를 유지하거나 개혁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얼마 전 스타머는 런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영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장기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미국의 대외정책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고, 따라서 영국 역시 미국이 겨냥하는 대상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ㅡ 영국:  “집단의 힘이 필요하다” vs 미국: “집단을 압박해야 한다”
영국의 시각에서 볼 때 영국의 종합적 국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군사력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 질서, 나아가 국제질서의 유지와 관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집단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의 대외정책은 동맹국과의 협력, 그리고 각종 규칙·메커니즘·제도를 준수하는 것을 기반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나토는 스타머 정부가 보는 시각에서 매우 중요한 국제 안보 메커니즘이다. 스타머는 2025년 6월 영국의 전략 국방정책을 재확인하면서, 영국의 국방정책은 언제나 “나토 우선”이며, 영국이 하는 모든 일은 나토의 역량 강화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영국이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때, 그 배후의 힘은 영국 단독이 아니라 나토 전체인 셈이다.

 

영국이 스스로를 나토와 강하게 묶어 두려는 것은, 다른 국가가 영국을 공격한다는 것은 곧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를 동시에 적으로 돌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영국이 더 큰 안전보장을 얻도록 해주는 억지력의 기반이다.

 

영국이 이렇게 나토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려 하는 반면, 미국은 나토를 압박의 대상으로 삼아 회원국들이 미국에 더 협조하도록 만들려 한다. 그 결과 영·미 사이의 ‘갈등’은 일정 부분 공개적인 형태로 드러나게 됐다. 미국의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스타머 정부는 우선 영국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 비록 트럼프의 ‘몽둥이’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몽둥이가 영국을 때릴 때에는 ‘살짝 툭 치는’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년여 간의 영·미 관계 전개를 보면, 영국은 대미무역에서 최저 수준의 관세 혜택을 얻고, 가장 먼저 미국과 무역 협정을 타결하는 등 여러 가지 사례에서 현재 영·미 특수 관계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줬다. 다시 말해, 영국의 관점에서 보면 영국이 미국으로부터 차별적 혜택을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영·미 관계의 ‘특수성’이 아직 유효하다는 증거인 셈이다.

 

ㅡ 서로 다른 전략, 당분간은 각자 이익 챙기는 국면
현재 미·EU 관계 및 국제 정세의 전개 양상을 놓고 보면, 영·미 양국의 국가 전략 핵심은 근본적인 차이를 안고 있음에도, 두 나라는 적어도 당분간은 각자가 원하는 이익을 일정 부분 얻는 데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영국 정부는 나토의 존재와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믿으면서, 동시에 미국의 요구를 고려해 나토 개혁을 이끌거나 촉진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을 계속 이어가며, 나토 내부에서 자신이 한마디 하면 모두가 호응하던 과거의 리더십을 재구축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압박을 받는 나토 회원국들은 영국이 누리는 차별적 대우를 참고 삼아, 자국의 필요에 따라 미국에 대한 태도를 조정할 여지도 있다. 그동안 미국이 주장해온 영·미 ‘특별한 관계’는, 미국이 “미국 우선”이라는 이름으로 타국을 구분 없이 대하는 정책 속에서 앞으로도 계속 흔들릴 것이다. 미국에 있어서는 자국 이익이 언제나 ‘최혜국 대우’를 받는 영국보다 앞에 자리하며, 영국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레드라인·최저선·가치를 보여주며 버텨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필자는 상하이외국어대학교 상하이글로벌거버넌스와지역국별연구원 싱크탱크 연구원이다.)

 

출처: 환구시보,  2026-01-29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Q99l0eza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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