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 - 썩은 살을 도려내야 운동이 산다
한아석
등록일 : 2023.11.30

 

화웨이생-한아석.jpg

 

사측이 노조의 전·현직 간부 친인척에게 특혜성 납품업체 운영의 은총을 베풀어 주고 있다. (울산함성, 2023.10.19. 썩은 살을 도려내야 현대차지부가 산다)

 

2005년 현대 자동차 비정규직 류기혁 열사를 사측 논리로 노조가 공격하는 것을 노동운동이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를 드러내면 노동운동 전체가 공격받을 수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로 생각할 수 있다. 과연 그러한가? 중국 항전 시기인 1938년 4월에 나온 장텐이의 단편 소설 「화웨이 선생」를 둘러싼 논쟁을 같이 돌아보며 이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장텐이의 「화웨이 선생」에 그려진 화웨이 선생은 돈이 있는 국민당 간부로 ‘항일활동가’이다.

그는 “바로 청년일꾼들이 하나의 지도중심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하나의 지도중심의 지도하에서만 단결하고 통일되어야 합니다. 오직 이 지도중심의 지도 아래에서만 구국 사업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애쓰는 열성적이지만, 이해가 부족하고 경험이 짧기에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현장 공무 여가 활동’, ‘난민구제’, ‘노동자 구국 공작’, ‘부상병 공작’ 등의 온갖 사업에 회사 CEO처럼 행동한다.

 

결국, 청년들이 그를 배척했지만, 그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다. 청년들로부터 배척되자 “죽으라고 술을 퍼마시면서 연신 부들 투덜 그 젊은이들을 욕했다. 그는 찻잔 하나를 깼다. 미스 황이 그를 부축하여 침대에 눕히자, 그는 갑자기 몸서리를 치면서 말했다. ‘내일 10시에 집회가 있어 ……’라면서 운동을 장악하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야외쉐인 외 이주노 옮김(2020), 『중국 현대 단편소설선 3』, 어문학사 인용)

 

일본은 1938년 4월에 나온 이 작품을 같은 해 11월 번역해 일본 잡지에 싣고 화웨이 선생이 바로 중국 항일활동가의 대표라고 선전하였다. 이에 따라 「화웨이 선생」 같이 운동 내부의 적폐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우려가 생기자, 장 텐 이는 「작가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내어 이를 종식시킨다.

 

“화웨이 선생은 우리 민족의 몸에 생긴 종기이다. 우리가 그것을 드러내는 이유는 우리 민족의 건강함과 우리의 발전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일본인이 화웨이 선생이라는 인물을 예로 들어 우리 전 민족이 모두 사기가 저하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그것을 자국민에게 선전하려 하지만, 그것은 헛된 노력일 뿐만 아니라, 가장 멍청한 일로서 반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만약 파시즘에 의하여 혼미해져 있는 일본인들이 자기 제국의 중증은 보지 못하고 상대방의 결점을 발견했다고 기뻐 날뛴다면 그 우둔함은 이를 데 없을 것이다. 일본의 피압박인민은 절대로 그러지 않을 것이다”

 

「화웨이 선생」이 알려주었다. ‘쉰좌파(Rotten Left)’‘라는 몸에 생긴 종기는 드러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혜택을 줬으면 반드시 그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자본가의 철칙이다”

“썩은 살을 도려내야 노조가 산다”라고 해당 노조 조합원들이 피를 토하며 말하고 있지 않는가.

 

출처 : <노동자신문> 11호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연재

지춘란(6)ㅡ 중국 동북3성 조선인 장병들의 귀국

ㅡ 사람을 찾아서

2023.12.13

연재

요셉 스탈린 (제12회) ㅡ 그루지야 문제 ⓵

2023.12.10

교양

[시] 진실

2023.12.09

연재

[민병래의 사수만보] 할아버지 이관술의 누명을 벗겨주세요

항일운동가 이관술의 손녀딸 손옥희의 호소 ①

2023.12.09

교양

[허영구의 산길 순례] 36년 세월을 되돌아보는 산행기

2023.12.04

연재

요셉 스탈린(제11회) ㅡ‘대외무역 독점’ 논쟁

나무는 고요하고 싶어도,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2023.12.03

연재

[민병래의 사수만보] '평등사회 앞당기는' 전노협의 마지막 위원장 양규헌, 그가 꾸는 꿈

대한민국 최초 '노동운동역사박물관' 건립에 나서다

2023.12.02

교양

[노동자교양 예술] 장텐이의 「화웨이 선생」(1938)

- 썩은 살을 도려내야 운동이 산다

2023.11.30

역사

[중국혁명가 열전] 좌경 모험주의의 상징 인물 리리싼(李立三)

2023.11.30

연재

지춘란(5)ㅡ 중국 인민해방전쟁과 마오의 ‘인민민주통일전선’

ㅡ 사람을 찾아서

202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