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최만정 (사)남북상생통일연대 대표
등록일 :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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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현지시간 15일-17일 열린 ‘2023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펙) ’ 정상회의는 ‘골든게이트 선언’을 채택하고 다자무역 확대, 역내 경제통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자회의임에도 가장 크게 주목받은 건 패권전략경쟁의 전술적 타협을 선언한 미중 양자회담이었죠.  

 

공동선언 또한 미중의 입장을 적절하게 조합하다보니 하나마나한 말잔치에 그쳤는데요.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규칙에 기반한 다자간 무역체제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전제는 이미 무너졌고 이중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산업 우선보호와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를 가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 공급망 칩4동맹’ 등을 통해 이미 WTO를 무력화시켰으니까요. 

 

또한 우크라이나전쟁, 이ㆍ팔 분쟁 등 입장은 주최국인 미국 바이든 의장성명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미국은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WTO 회원국 간 무역분쟁 해결 상소기구를 구성하는 상소위원 선임을 거부함으로써 가장 중요한 기능을 무력화시켰는데요. 바이든은 또한 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신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들고 나왔으나 미국의 이익에 따라 변화되는 규칙으로 치부되고 있죠. 

 

2.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는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핵심광물 대화체‘에 합의했는데요. 미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인태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시작한 회의가 동시에 열린 겁니다. IPEF는 바이든이 재작년에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작년에 출범시켰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기 힘든 급조된 기구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11월 선거에서 당선되면 취임 즉시 IPEF를 폐기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입니다. 내우외환이죠.

 

아펙은 중국, 홍콩, 중국타이페이(대만),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21개국이 회원입니다. 사실 가입국은 국가가 아니라 ‘경제 주체’로 참여하기 때문에 각국 국기도 공식 게양하지 않죠. IPEF는 아펙회의에 참여한 나라들과 인도(장관 참여)가 참여해서 14개국이 회의를 했다는데요. 미국의 뜻에 따르는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나라들 대부분은 미국 시장 접근 기회를 이유로 참여하기 때문에 중러를 배제하는 합의를 하기는 힘들 겁니다 .

 

3.  2023 아펙이 열린 샌프란시스코는 1800년대 중반 골드러시(금찾기 열품)의 상징으로 골든게이트 해협이 있기에, 금문교(골든게이트 다리)가 있죠.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선언이 아니라 골든게이트 선언이라고 이름 붙인 듯한데요. 어쩌면 미국 단극체제의 한계를 보여준 카오스 게이트(chaos gate, 혼돈의 관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WTO는 1986년부터 1994년까지 진행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되며 1995년 1월 1일 출범했습니다. 냉전이 해체되면서 공산권을 배제했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대체하는, 미국 중심 세계화가 공식 출범한 겁니다. 미국이 중국을 2001년 WTO에 가입시키면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합의제 WTO로는 미국이 원하는 완전 개방 자유무역이 힘들자 미국은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합니다. 또한 북미자유무역협정 같은 지역 단위로도 FTA를 맺습니다. 

 

주요 경제국은 미국을 따라 FTA로 관세를 낮추고 자유무역을 확대합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지역FTA로 2015년 일본이 주도해서 미국, 베트남, 칠레 등 14개국이 참여했는데요. 한국은 초대받지 못했지만 다수 국가와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주목하지 않았고 중국은 초대되지 않았죠. 그러나 2017년 트럼프가 TPP를 탈퇴하며 형해화되자 나머지 11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을 2018년 3월에 출범시킵니다. 

 

4. 중국 또한 양자FTA를 추진하면서 지역FTA를 주도했는데요. 아세안 10국과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를 포함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CP, 알셉)은 몇 년 간 논의 끝에, 2020년 11월에 인도를 뺀 15개국이 체결하고 2022년 2월에 공식 발효되었습니다. 바이든은 CPTTP를 타진하다가 미중패권경쟁의 일환으로 IPEF를 출범시켰죠. 한국은 CPTTP 가입을 추진하다가 이제는 IPEF 핵심국인 것처럼 행세합니다. 

 

너무 복잡하게 말씀드렸습니다만 정리하자면 미국이 출범시킨 WTO를 미국이 양국FTA, 지역FTA를 통해 우회하다가 미국의 이익에 따라, 특히 미중패권경쟁을 진행하면서 WTO를 무력화시켰고 FTA마저 뛰어넘어 중국을 고립화시키기 위해 자국 중심 경제블럭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나토 재활성화, 한미일 준군사동맹도 마찬가지죠. 

 

5. 중국은 2008년 미국이 자초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3년부터 일대일로를 선언하고 자국 중심 세계화를 추진합니다.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을 대체하기 위해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를 확대, 강화하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에 힘을 쏟습니다.  

 

2023년 10월 중순에 열린 제 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는 140여개국 대표단이 참여했는데요. 바이든이 이념과 가치를 중심으로 추진한, 다분히 형식적이지만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110여개 국에서 참여했습니다. 이제 세계는 냉전시대부터 미국, 서방 주요국 G7과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브릭스+로 다극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바이든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밀리고 있고 일본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21%로 추락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이맘 때 G20회의가 열린 발리에서 25분 간 시진핑과 만났고 올해 아펙에서는 회의장에서 1-2분간 짧은 인사를 나누었죠. 

 

미중, 중일, 미일 정상회담이 이뤄진 반면, 윤 대통령은 미중과 회담을 하지 못했고 올해 7번째로 한일회담 후 기시다와 다음 날도 동행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영국과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도대체 외교를 하는 건지 외유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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