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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터 잡고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오늘날 한반도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간의 정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에 시작된 전쟁의 포화를 멈춘 것이 70년 전이라는 뜻이며, 아직까지도 평화조약을 통해서 전쟁을 종결시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정전협정은 서문에서부터 정전협정에 대해서 “순전히 군사적인 성격”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군사행동의 정지와 중단에 한정될 뿐 평화를 향한 정치의 영역을 남겨놓은 합의였다. 따라서 정전협정은 그 본문에서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 급 높은 정치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그 결과 개최된 제네바 정치회담에서는 전쟁의 종결을 매듭짓기 위한 평화조약이 체결되어야 했지만, 불과 51일(54년 4월 26일 ~ 6월 15일) 만에 파국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공식적인 절차는 논의는 물론 발상조차 금기시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1129일 만인 1953년 7월 27일 총성이 멈추었다. 정전을 체결하기 위한 회담은 1951년 7월 10일에 시작해서 1953년 7월 27일에 끝났으며, 이는 전체 전쟁 기간의 2/3에 해당하는 748일이나 걸린 협상이었다. 좀 더 유리한 조건에서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 70년 전 양측은 정전회담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치열한 교전을 벌여 무고한 희생만 늘렸을 뿐이다.
지난 70년의 역사 역시 헛된 희생만 늘린 748일 정전협상의 되풀이에 불과하다. 평화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남북이 평화공존하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남북 정권이 체제경쟁을 벌이는 과정이었다. 남·북·미·(중)이 평화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종식시킨 것이 아니라 냉전체제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사였다. 평화조약을 회피하며 70년 동안 양보 없는 싸움을 되풀이해 왔다.
그 무엇도 평화조약을 비껴나갈 수 없다.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남북 간의 대치를 풀고 평화공존 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회담을 시작하여야 한다. 그 무엇도 평화를 대체할 수 없다. 인간의 행복과 가치 추구는 일단 생명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시작된다.
748일 정전협상의 무한반복을 멈추자. 평화조약이 필요하다는 발상조차 금기시되는 끔찍한 이 비극을 당장 멈추자. 70년 동안 중단된 평화조약 절차를 당장 시작하자.
출처 : <노동자신문> 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