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호우(중국국제문제연구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김정호 번역
등록일 : 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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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對)중국 경제 및 무역 관계, 특히 관련 중요 데이터의 변화는 최근 한국 국내에서 광범위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대한(對韓) 수입액은 162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8% 급감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180억 달러 발생했는데, 이는 수교 31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의 원천이었으며, 2018년에는 한국의 대외 무역 흑자 중 80%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단기간에 이렇듯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내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우선 한·중 무역구조의 변화가 있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가 가속화되면서 한국의 전자·기계·자동차 등 기존 우위 산업의 중국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졌으며, 일부 중간재와 최종 공산품이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전기차 산업에서는 오히려 중국의 배터리 원료와 중간재에 대한 한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에서 가공하여 전 세계에 판매하는 국제 분업 모델은 갈수록 유지되기 어렵고, 석유화학·철강 등 대중국 주력 수출품목이 위축되고 있다. 한쪽은 상승하고 한쪽은 하강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입 추세가 급반전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정학적 요인의 간섭 때문이다. 미국의 자국으로의 산업 역류 추진과 대중(對中) 과학기술 탄압 정책 속에서, 한국의 양대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미·중 양대 시장 틈바구니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특히 한국의 큰 수출분야인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산업 사이클과 외수 약화의 영향으로 대중국 수출이 14개월 연속 감소해 대중 무역적자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선진국으로서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제의 '카나리아'*라고도 불리며, 그  수출입 데이터는 세계 경제의 냉온을 가늠하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지난해 말 이후 반도체 수출이 주춤한 가운데, 올 1월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 변화는 한·중 무역구조 변화의 장기적 논리를 되돌리기 어렵다. 다시 말해서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경제'가 글로벌 경제·무역관계의 판도를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 글로벌 경제의 '카나리아' ㅡ 탄광에서 유독가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카나리아를 통해 광부가 위험을 감지하듯,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읽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뜻.

 

소위 '지정학적 경제'는 단순히 지리적 측면에서의 지역 경제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및 무역 수준에서 지정학의 투영, 즉 국제 정치 현실에 입각하여 세계 경제 상황을 해석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우크라이나 위기와 이스라엘ㅡ팔레스타인 분쟁은 세계 에너지 패턴을 뒤흔들고 있으며,  홍해 위기는 세계 무역 질서를 어지럽힌다. 이 같은 지리적 위험은 각국이 대외 경제 및 무역 협력을 수행할 때 우선 고려 사항이 되고 있다. 둘째, 미국이 강대국들 간의 경쟁과 집단적 대결을 추진하는 배경 하에서, 경제 및 무역 문제는 점점 더 정치화와 안보화 심지어는 무기화하고 있으며,  보호주의의 만연으로 세계화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념적 선호도에 기반한 '우방간 아웃소싱'이든, 유연한 공급망 논리에 기반한 '근해 아웃소싱'이든 모두 산업 논리를 심각하게 변화시키면서 글로벌 생산 및 공급망의 심층 조정을 촉발하고 있다. 셋째, 미국이 동맹국을 끌어들여 "작은 뜰 내 높은 담장 쌓기"식의 중국에 대한 '탈리스크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요 선진국들은 중국에 대한 산업의 기술적 우위를 능동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든, 혹은 미국의 강온 양면의 유인책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든지 간에, 모두 중국과의 경제 무역 관계의 위치를 재조정 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2023년부터 이러한 지정학적 경제 상황은 중국의 대외 무역 데이터에 반영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상품 교역국이지만, 수출입은 이미 유럽, 미국, 일본, 한국과 같은 선진 경제권과의 무역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 브라질, 아세안, 인도 및 기타 신흥 경제국들과의 무역은 강력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는데, 특히 '일대일로' 협력국과의 무역이 눈부시다.

 

중국의 경우 무역 대상에 있어 '동방의 상승, 서방의 하락'은 중국 산업 수준의 향상, 무역 파트너 및 범주의 다양화, 무역 구조의 균형 등 모두 중국 경제의 고품질 발전의 징후라 할 수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 리튬배터리, 태양전지 이들 "신3종"으로 대표되는 변화는 현저하며, 중국은 제1의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다. 조선 완성량 및 수주량은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고, 자체 국내 브랜드의 수출 증가가 현저하여 모두 중국 제조의 강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한중 양국이 현재 지정학적 충돌의 "폭풍의 눈"은 아니지만, 최대 상품 교역국 간에 냉온을 앞서 감지한다는 '카나리아'를 떠올릴 경우, 중한 무역 구조의 변화 속에서 드러나는 메시지는 우리가 지구 지정학적 경제의 큰 변화 국면을 이해하는 데 있어 지표적 의의를 갖는다.  2023년에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은 중국의 제3위 무역 상대국이며,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다. 한국의 수출입 총액에서 중한 쌍무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59%에 달한다. 이들 수치만 놓고 보면 위에서 언급한 구조적 변화를 감지할 수는 없지만, 중국과 한국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전례 없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해 침식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 중국 시장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대외적으로는 미국발 '탈중국화' 압력으로 대중 경제무역 관계가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의 시나리오는 앞으로 일본과 유럽 국가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

 

한국 같은 선진 경제로선 중국을 대체하는 대안을 찾기보다는, 지금 중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곳이 없는 만큼 중국의 성장 기회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만 한다. 2023년 한 해 동안 중국은 5조 위안 이상의 벌크(대중) 상품, 거의 3조 위안의 전자 부품 및  2조 위안의 소비재를 수입했는데, 이는 모든 국가 기업들에게 커다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11월 제 6회 수입박람회에 미국, 일본, 한국 참가업체가 모두 200개 이상으로  그 수자가 각국의 선두를 차지했다. 한국의 국제무역 전문가가 지적하듯 "한국 수출업계는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더욱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지정학은 경제·무역 협력의 위험 선호도를 바꿀 수는 있지만, 상호 의존적인 세계 경제 지형을 근본적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지연경제( 地缘经济)시대에 선수를 잡는 주동적 공세가 '탈리스크화'와 같은 수동적 수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제6회 수입박람회가 개최된 상하이 행사장.png
제6회 수입박람회가 개최된 상하이 행사장 모습

 

2023.02.18

 

출처:  환구시보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Gd9jAzkV1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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