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의료연대서울지부 간부들에게 묻는다
함계남(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해고자)
등록일 : 2026.09.07

 

단식 농성 중인 함계남 동지2.jpg
경향신문사 민주노총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함계남 동지

 

천막농성 15일째, 단식농성 5일째다. 나의 배우자 양규서는 오늘로 고공단식농성  2일차를 맞는다.

 

우리는 부부다. 한 사람은 천막에서 단식으로, 한 사람은 고공에서 목숨을 걸고 같은 싸움을 하고 있다. 부부가 나란히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묻는다.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어 노동자를 해고하고, 보복성 징계로 사람을 짓밟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사람의 삶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 것이 정말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조직이 할 일이었는가.

 

고 방영환 열사의 죽음 앞에 징계를 사주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지금,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의료연대서울지부의 간부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직장 내 괴롭힘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상처를 남기지 않지만, 사람을 서서히 조직 밖으로, 관계 밖으로, 끝내는 삶의 밖으로까지 떠미는 병이다. 매일 출근길이 두렵고, 동료의 눈빛 하나에 숨이 막히고, 억울함을 호소할 곳조차 없어지는 고립. 그것을 만든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노동자의 이름을 걸고 선 조직이라면, 그 죄는 더 무겁다.

 

나는 39년 가까이 이 나라의 노동운동 안에서 살아왔다. 그 세월 동안 나는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부당함에 맞서는 마지막 방패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지금 내가 천막에서, 단식으로, 그리고 나의 배우자인 양규서 동지가 고공에서 목숨을 걸고 마주하고 있는 상대는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바로 그 조직이다.

 

이 목숨을 건 단식은 우리 부부만의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을 끊어내기 위함이다. 우리가 겪은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이 자리에 섰다.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피해가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것을 자본가가 아니라 노동자 조직이 스스로 활용해 해고의 도구로 삼았다면, 그것은 노동법을 우회한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존재 이유 자체를 배반한 것이다. 보복성 징계는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2차, 3차 가해다. 이것이 반복되는 조직에서 어떻게 조합원들에게 "문제가 있으면 말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의료연대서울지부의 간부들에게 다시 묻는다.

 

첫째,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어 해고한 경위를 밝혀라. 둘째, 보복성 징계를 즉각 철회하고 책임자를 밝혀라.

셋째,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여 직장 내 괴롭힘(좌측염좌, 우측힘줄염 산재, 중등도우울증에피소드 산재)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 넷째, 고 방영환 열사의 죽음과 관련한 징계 사주 의혹에 대해 명확히 답하라. 다섯째, 죽음을 건 투쟁에 답하라.

 

이 사건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법적으로 진행 중이다.

 

함계남 부당해고 사건: 2025구합2931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원고 함계남,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양규서 정직(4개월·6개월) 사건: 서울고등법원 2026누5058 부당정직구제 재심판정취소

양규서 정직 6개월 사건: 서울2026부해3005 부당정직 구제신청 (근로자·신청인 양규서, 사용자·피신청인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우리는 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양규서 동지 역시 고공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조직이 노동자를 5인 미만으로 해고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짓밟는 일을 멈추라는 것, 그것 하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부탁합니다. 이 싸움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서, 마지막 목소리로 말하고 있습니다.

 

2026.9.7 함계남

 

경향신문사 사옥 고공에 매달린 양규서(260907).jpg
경향신문사 사옥 고공에 매달려 있는 양규서  국장(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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