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 11일째. 바람이 심하게 불자 양규서씨가 은박지로 막고 있다(2026.09.16).jpg
고공농성 11일째. 바람이 심하게 불자 양규서씨가 은박지로 막고 있다(2026.09.16)

 

-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민주노총 특전동지회', 일제히 비판 성명 발표
- 30m 고공·지상 천막 단식농성에 "민주노총의 침묵과 관망은 책임 회피" 규탄
- 부산 시민사회 이어 노동계 내부로 번진 질책… "더 많은 현장의 적극적 입장 표명 필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의 직장 내 괴롭힘 및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0m 고공과 지상 천막에서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양규서·함계남 두 동지의 사태를 두고, 마침내 노동계 내부에서도 민주노총 지도부의 무책임한 침묵을 질책하는 성명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일관된 관망으로 일구의 비판을 받아온 노동계에서 내부 자정과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식화되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ㅡ "사람부터 살려야… 민주노총, 정파적 셈법 버리고 즉시 중재 나서라"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약칭 노동전선)은 9월 17일 성명을 내고 "지금 가장 절박한 문제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며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에 즉각적인 중재를 요구했다.

 

성명은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과 책임 규명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앞설 수는 없다"며 "고공농성과 단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어떤 조사와 해명도 잃어버린 생명을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문제가 자본과 정권을 상대로 벌이는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워온 민주노총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도 지적했다. 성명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동지애와 노동자적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며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책임을 떠넘기거나 조직의 체면과 정파적 이해를 앞세운다면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사람의 생명마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기된 직장 내 괴롭힘과 사직 종용, 편법적인 고용관계 등의 의혹은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하지만, 진상조사가 농성을 끝내기 위한 명분이나 시간을 끌기 위한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조사 주체와 기한, 피해 주장 당사자에 대한 보호와 불이익 금지, 결과에 따른 책임 있는 조치가 명확히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신뢰하고 참여할 수 없는 조사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성명은 민주노총이 이번 사안을 산별노조 내부의 문제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자 함께 투쟁해 온 동지들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침묵과 관망은 책임 회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의료연대본부에 대해서도 "법적 절차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며 "법률적 판단과 노동운동 내부의 정치적·도덕적 책임은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은 자본과 정권에 요구해 온 노동존중과 인권의 원칙을 자신의 조직 내부에서도 더욱 엄격하게 지켜야 하며, 제기된 문제를 정면으로 확인하고 잘못이 드러난다면 인정과 사과, 원상회복과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양규서·함계남 동지에게도 간곡히 호소했다. "두 동지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살아서 진실을 밝히고, 살아서 잘못을 바로잡으며, 살아서 다시 동지들과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했다.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은 ▲민주노총의 즉각적인 책임 중재와 당사자 직접 대화 ▲당사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구성 및 조사 기한·보호조치 명확화 ▲공공운수노조와 의료연대본부의 의혹 회피 금지 및 조사 결과에 따른 사과·원상회복·책임자 조치 약속 ▲모든 당사자의 비방과 적대적 대응 중단 및 두 동지의 건강 회복·안전한 농성 종료 최우선 보장 등을 요구했다.

 

단식농성 15일차 함계남 동지(260917).jpg
단식농성 15일째인  함계남 씨(2026.09.17)

 

ㅡ 민주노총 특전동지회 "동지를 벼랑 끝에 남겨두는 특전사는 없다"


민주노총 특전동지회도 같은 날 연대 성명을 내고 "동지를 벼랑 끝에 남겨두는 특전사는 없다"며 양규서·함계남 동지의 생명을 살리는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했다.

 

특전동지회는 "부산 지역 시민사회와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가 앞서 밝힌 우려에 깊이 공감하며, 함께 싸워온 동지로서 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성명은 먼저 "동지를 저버리는 조직은 노동조합이 아니다"라며 "위력에 의한 집단 사직 종용,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라는 편법 고용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약자를 지키자고 뭉친 조직이 가장 약한 동지를 등 뒤에서 겨눈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밖의 적과 싸우기 전에 안의 그늘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적 종결이라는 말로 목숨을 건 호소를 덮을 수는 없다"며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가 보이는 '법적으로 종결된 사안', '산별 내부 문제'라는 태도는 고공에서 목숨을 걸고 있는 동지의 절규 앞에서 무책임한 회피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어떠한 조직 논리도, 어떠한 정파적 셈법도 사람의 생명보다 앞설 수 없다"며 "우리는 전장에서도 동지 한 사람을 두고 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고 했다.

 

아울러 "스스로 도려낼 수 있어야 다시 신뢰를 얻는다"며 "조직의 명예는 잘못을 감추는 데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데서 지켜진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편법과 관행을 청산하는 계기로 삼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이 오랫동안 쌓아온 노동운동의 도덕적 정당성은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전동지회는 ▲민주노총 총연맹의 즉각적인 책임 중재와 기한을 명시한 진상조사위원회 가동, 민·형사상 면책 보장 ▲공공운수노조의 편법 고용·괴롭힘 의혹 책임 및 피해 당사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즉각적인 복직과 산재 인정, 책임자에 대한 공정한 조치 ▲민주노총의 초심 회복과 상근·비정규 동지들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내부 관행 전면 재검토 등을 촉구했다.

 

특전동지회는 "한 명의 동지도 투쟁의 현장에서 혼자 죽음을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동지가 살아서 내려오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ㅡ 사태 해결의 열쇠, 노동계 전체의 적극적 태도 표명에 달렸다


부산 지역 시민사회의 포문에 이어 변혁전선과 특전동지회 등 노동계 내부의 서슬 퍼런 일갈이 더해지면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더 이상 '산별 내부 문제'라는 핑계 뒤로 숨을 공간은 사라졌다.

 

그러나 두 동지의 생명이 하루하루 위태로워지는 상황에서 몇몇 단체의 성명만으로는 굳어버린 조직적 관료주의를 깨뜨리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노동계 전반과 민주노총 산하 각 단위 사업장들이 눈치 보기를 끝내고 보다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태도 표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운동이 동지의 생명과 내부 인권을 외면할 때 스스로의 정당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제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동계 내부의 엄중한 경고에 책임 있는 결단으로 응답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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