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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6,000억 원의 실속 논란, 남는 게 없다?
현대모비스가 램프사업부를 6,000억 원에 매각한다. 표면적으로는 미래차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그러나 노동조합과 소액주주연합은 이를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쪼개기 매각'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연 매출 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알짜 흑자 사업부를 매출의 0.24배 수준에 넘긴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논거다.
문제는 매각 대금의 실질적 가치다. 노조와 주주연합은 6,000억 원에서 임직원 위로금, 협력사 손실 보상금, 미래차 전환 투자 재원 등을 빼면 실질적으로 남는 자금이 전무하다고 주장한다. 이 계산이 맞다면, 이번 매각은 재무적 명분을 상실한 '승계 목적용 헐값 처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증권가는 다른 시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매각가 6,000억 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6배, 주가수익비율(PER) 25배 수준으로 성장성이 낮은 사업을 자기자본 이상에 매각한 만큼 기존 주주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램프사업부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3%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수익 사업을 적정가에 정리했다는 논리다.
ㅡ '살라미 택틱스'의 그림자, 2018년의 실패가 소환되다
이번 매각을 둘러싼 논란의 뿌리에는 2018년의 기억이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으나, 주주들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거센 반대로 주총 표결도 하기 전에 철회된 바 있다. 노조와 주주연합은 이번 램프사업부 매각이 그 실패의 '우회 전술'이라고 본다. 대규모 일괄 분할 대신 사업부를 얇게 썰어 하나씩 파는 '살라미 택틱스(Salami Tactics)'로 노선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램프사업부 외에도 범퍼, 전동화, 모듈, 전장, 경영지원 등 6개 주요 사업부에 대한 매각이 검토되거나 조직 개편 징후가 포착됐다고 주장한다. 사측이 '성장전략팀'을 통해 사업부별 분할·매각 검토를 총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 사업부 단위로 쪼개기 매각하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나 행동주의 펀드의 견제를 피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진다. 정의선 회장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그룹 지배를 공고히 하려면 꼭짓점에 있는 모비스 지분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러나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직접 지분율은 0.33%에 불과하다. 현대모비스의 외형을 줄이면 순환출자 구조 개편 시 오너 측 지분 확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ㅡ 11월 24일 임시주총, 0.6%의 반대가 변수
이번 거래의 최대 변수는 주식매수청구권이다. 현대모비스가 공시한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이 2,300억 원(전체 발행주식의 약 0.6%, 약 56만 주)을 초과할 경우 회사는 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분할 및 매각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주당 매수예정가격은 40만 8,394원으로, 결정 당시 주가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주주연합과 사무연구직지회는 지난 6일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반대 의결권 및 주식매수청구권 결집을 시작한 지 단 하루 만에 12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2,300억 원을 넘어서는 반대 지분을 결집해 매각을 좌초시킨다는 방침이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지분 9.63%)의 향방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 일반주주 권익 보호를 강화한 상법 개정 취지를 의결권 행사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바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7.47%)보다도 많은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최종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임시주총은 11월 24일 열린다. 물적분할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 결의한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지분 32.7%를 보유하고 있어 안건 통과 자체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나,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넘어서는 반대 지분이 결집되면 회사는 매각을 철회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거래는 '미래차 전환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과 '승계를 위한 주주 기만'이라는 두 프레임의 충돌로 요약된다. 6,000억 원의 실질적 가치, 0.6%라는 낮은 철회 기준선, 국민연금의 향방이 11월 24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최종 판단의 근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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