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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공화국 vs 자살선진국
어느날 일본의 동지에게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OECD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가장 높고,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는 부강한 나라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불행한 나라가 되어 간다는 푸념을 늘어 놓았다.
그러자, 그는 정색을 하며 어두운 표정으로 '고립사'라는 말을 들어 봤냐고 되물었다. 일본 정부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고립사'라는 코드를 만들었고, 형태적으로 자살률이 낮은 듯 싶지만 '고립사'도 자살의 한 형태에 포함시켜서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본에서 아무도 모르게 스스로 사라져주는 게 미덕으로 여기는 독특한 문화적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살선진국 일본에 대해서 오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살학도 학문인가?
자살학(自殺學)은 자살예방을 위해서, 자살과, 자살을 "종교적인 행위"로 간주하는 문화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위키피디아)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인간 만이 자살을 선택한다고 한다. 스스로 목을 메고,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지고, 한강다리 위에서 강물로 뛰어들고, 차량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스스로 동맥을 끊고, 분신을 하고 그 형태도 다종다기하다.
일본에서는 그냥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곡기를 끊어서 스스로 굶어죽는 길을 택하는 것이 '고립사'라는 것이다. 현대판 자발적 고려장의 한 형태라고 할까...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데 하나같이 첫 마디가 "죽고 싶었다","죽어야 하나"라는 말이었다. 죽음으로 나의 억울함을 외치고 싶었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그리고, 오늘에 나는 교사, 소방관, 경찰관, 간호사, 방사선사, 연구원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선망하는 직종에서 20대~30대가 스스로 세상을 버리는 이 사회적 참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깊게 고민해 보기로 했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이라는 분이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 헤드 타이틀이 놀랍다. "매일 1명씩 '산재 자살'... 불행한 노동을 끝내기 위해선"
인터뷰는 '2022년 한해에만 404명이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로 시작한다. 나는 전제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숫자는 경찰청이 '직업.업무상 사유에 의한 자살'로 발표한 수치다. 이 데이터를 그냥 인정하고 들어간다.

내가 앞서서 '자살'의 형태에 대해서 장황한 해설로 시작한 것은 세상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아니 원인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세상을 버리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타살이 아니면 자살인 것이고, 자살이든 타살이든 남겨진 흔적(증거)을 통해서 통밥으로 그냥 가능성 높은 데이터값으로 분류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원인미상으로 뭉뚱그려 놓는다.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사라져간 존재들에 대한 얘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Yes or Not, 그리고 모름에 대하여,
통계가 말하는 데이터를 보면서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보자.
질문1. 여당이 좋아? 야당이 좋아?모름(답없음)
질문2. 민주당이 좋아? 국민의 힘이 좋아? 둘다 싫어(지지정당 없음)
두가지 질문의 의도는 같은 데 그 결과값은 절대 같을 수가 없다. 하나는 답변자가 호불호의 문제로 받아들이 게 되고, 다른 하나는 선택의 문제로 받아들이 게 된다.
KOSIS(통계청 데이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조사 데이터를 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값이 눈에 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상담 또는 고충 처리 절차 작동 여부'(2024년도 국무조정실)
보기1번 : 나의 직장에서 직장 괴롭힘이 발생한 적이 없다(54.0%)
보기2번 : 나의 직장에서 괴롭힘이 발생한 적은 있지만 직장에서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3.9%)
보기3번 :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하였을 때 직장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였다(14.3%)
보기4번 :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면서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4.2%)
보기5번 : 모르겠다(23.6%)
그런데, 얼마전에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 중 32.1%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질문을 똑바로 해야 한다
어떤 의도로 물었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물어봤느냐도 중요하다. 사람들은 상사의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이 어떻게 다른 지 잘 모른다. 어떤 게 처벌의 대상이고, 막상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 지도 잘 모른다.

노동청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5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가 3배나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수치는 그 다음에 있다.
과태료를 부과한 사건은 1.4%이었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0.6%고,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 중에서 1/4은 기소유예 처분으로 뭉겠다는 것이다. 살려달라고 백날 외쳐봐야 증거가 뭔데?라는 물음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서 수사기관은 수사를 할 마음이 없고, 검사는 기소를 할 마음이 없고, 법원은 아몰랑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세태가 이러하니 20대~30대의 젊은 청춘들이 '헬조선'이라고 비아냥거리거나 '지옥탈출'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
저출산 고령화가 젊은 세대의 탓으로 돌릴께 아니라 우리사회를 극락정토로 만들겠다는 어른들의 결심이 없고서야 어찌 자살공화국, 자살선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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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식 기고] 나는 왜 양대노총 '직장 내 괴롭힘'에 몰두하는가?
방영환 열사의 유서 앞에서…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은식[양대노총직장내괴롭힘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2026.08.01
[기고] '직장 내 괴롭힘' 자살이라는 사회적 참사 앞에서 전하는 울음
신고 3배 증가에도 처벌은 제자리… 직장 내 괴롭힘 방치가 만든 사회적 참사
김은식(양대노총직장내괴롭힘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