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다윗(민주노총 서울본부 남부지역지부 지부장)
등록일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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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열사  기념상(2005.9.30 제막식)과 이소선 어머님(1970년 전태일 열사의 장례식에서 오열하는 이소선 어머님)

사진출처 :  국가인권위원회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었다.(진짜 한강 이북 건너편이긴 하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까지 불꽃이 일어나서 놀랬다. 그래, 전태일재단 얘기다. 한석호총장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소명서도 읽고, 페북에 올린 글도 봤다. 할 말이 없지는 않았다. 바로 옆에서 불꽃이 일지 않았다면 이 글도 안 올렸을 터다.

조선일보랑 무슨 기획을 하든, 인터뷰를 하든 그거야 당사자의 자유다.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거와, 조선일보와 무언가를 하는 거는 구분하자.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것도, 조선일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조선일보의 행태(논조, 사실 왜곡 등등 사이비언론의 모든 행위를 포함하여) 때문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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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한석호 총장의 주장에 대해 드는 생각들이다.

 

첫째, 진영대립이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사회는 애초부터 분열된 사회다. 계급과 계급으로. 당연히 이런 분열을 반영하여 사회세력, 정치세력이 분열되는 현상-이른바 진영대립은 당연하다. 이러한 진영 간에 ‘타협’, ‘합의’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결국은 ‘분열’된 사회, ‘진영으로 갈라진’ 사회이기에 거론되는 셈이다. 분열이 상수이자 기본값이라면 ‘타협과 합의’는 변수이자 특이값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진영을 가로지르는 ‘상식’, ‘상호 이해와 존중’이 가능할까? 가능할 수 있겠고, 그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는 오랜 투쟁역사의 결과치일 가능성이 높다. 여튼 진영갈등이 격화됐다는 얘기는 그만큼 사회적 모순이 심화됐다는 얘기다. 한석호 총장은 현상의 표피만 부각시키면서 본질적 문제, 모순을 지우고 있다.

 

둘째, 민주노총이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 일부 조합원들, 아니 많은 수의 조합원들이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받는다. 당연하다. 교섭을 통해 임금인상을 쟁취해 왔으니까. 그러지 않을 거면 뭐하러 노동조합을 하겠는가? 그러면 민주노총은 자기 조합원 임금인상만 챙겨왔나?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민주노총 만큼 노동조합 밖의 노동자들의 권리신장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자금을 투입하고 사람을 배치하고 있는 조직이나 단체나 정부기관이 있나? 민주노총이, 가맹 산별노조들이 진행하고 있는 전략조직사업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도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계속된 시행 착오, 소심함이고, 여전한 이해 부족이다.

 

그런데 한석호총장은 민주노총의 이 모든 활동을 지워버리고 민주노총-대기업노조-자기밥그릇지키기라는 프레임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민주노총을 공격하지 않기로 했다고? 그런 말 자체가 이미 민주노총은 공격받을 만한 존재라는 전제를 깔고 있지 않나? 바보가 있을 수는 있어도, 모두가 바보는 아니다.

 

셋째, 전태일재단의 한석호총장이 중소영세-비정형-비정규 노동자들을 대표하지 않고, 한석호총장이 노동자들의 권리신장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석호총장은 그의 소명서와 페북글에 온통 혼자서만 고민하고, 모색하고, 실천하고 결단해 온 것처럼 도배질하고 있다. 전국의 곳곳에서 인생을 갈아넣으며 활동하는 사람들은 다 지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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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붉은  원부분

 

2022년 6월 22일 오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6명이 1도크 VLCC 5495호선 탱크탑 10미터 높이(도크 바닥에서 20미터 높이)의 스트링거에 올라 끝장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또한, 하청노동자 1명은 탱크탑 바닥에 철판을 용접해 가로 1미터, 세로 1미터, 높이 1미터의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었습니다.

 

넷째, 투쟁없이 성과가 있을 수 없다. 한석호총장이 극찬해 마지 않는 조선산업상생협의회가 그냥저냥 자본의 선심, 정부의 선심으로, ‘조선일보’의 선의로 만들어졌나? 2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의 투쟁, 스스로 만든 감옥에 스스로를 결박짓는 투쟁,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고 절규한 조합원들의 투쟁 없이 상생협의회가 만들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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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27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열린 조선업 상생협약 체결식. 사진출처 : 전자신문

 

노동자는 빠져있고 자본가와 정부만 들어있는 상생협의회가 그토록 극찬을 받을 만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나마도 한석호총장의 ‘진보의 외투를 벗는 결단’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결기있는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석호총장은 그러한 투쟁을 지우고 자본의 ‘선의’를 부각시키고 있다.

 

한석호총장의 소명서와 페북글은 현실의 일단만을 부각하면서(이런 걸 왜곡이라 한다) 노동자들에게 ‘진영주의’를 벗으라는 훈계로 넘쳐난다. 한석호총장이 지워버린 사실을 조선일보가 좋아한다. 정권이 좋아하고 자본이 미소짓는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 진영논리에 빠졌다고? 사실 왜곡을 좋아한다는 자체에 이미 의도가 명확해 진다. 그걸 몰랐다면 정말 어리석은 것이고, 알고 했다면 이미 한 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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