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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선일보 창간 104주년 공동기획 전태일재단-조선일보”에 붙여 - 
민종덕(전 청계피복노동조합 위원장, 전 전태일기념사업회 상임이사) 
등록일 : 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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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의 장례식에서 아들의 영정을 안고 오열하는 이소선어머니


    
친애하는 전태일재단 관계자 여러분!
저는 70, 80년대에 걸쳐 청계피복노조에서 노동운동을 했습니다. 이후 전태일기념사업회 시절 내내 기념사업회 상임이사직을 수행하며 전태일 운동을 했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오직 전태일 정신 구현에 부족하지만 매진해온 당사자로서 최근 전태일재단-조선일보 공동기획 사태를 보며 참혹한 심정으로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우리가 부르는 전태일이라는 이름은 지난 53년 동안 이 땅의 노동자를 비롯 민중, 뜻있는 시민, 지식인들이 피어린 투쟁을 통해 이뤄낸 가치체계이며 민중 민주운동의 상징입니다. 


이 땅의 노동자들이 자본과 권력의 탄압에 모든 것을 걸고 맞서 싸울 때 전태일이라는 이름은 항상 노동자 대열 선봉에서 노동자를 엄호해온 노동자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전태일이라는 이름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그런 이름입니다. 

 

조선일보는 3월 5일부터 전태일재단-조선일보 창간 104주년 공동기획 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조선일보가 전태일이라는 민중운동의 가치체계와 상징을 극우 보수 파시즘에 이용하는 처사입니다. 따라서 전태일재단은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극우 보수 세력한테 상납하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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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6월26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 강행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50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한 뒤 '조선일보 폐간'을 외치며 조선일보사의 관계사인 코리아나호텔 로비에 흙과 쓰레기를 집어 던졌다.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창간 104주년을 자랑하는 조선일보는 어떤 신문입니까? 
익히 알다시피 조선일보는 일제하에서는 일본 천황폐하를 찬양했으며, 해방 후에는 극우 반공주의를 지향한 신문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때에는 군부독재를 지원한 반면 민주화운동을 적대시한 신문입니다. 


조선일보는 단순히 극우 보수주의를 지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략적인 기사를 통해 민주주의와 사회진보를 가로막았습니다. 


조선일보는 노동자의 투쟁을 색깔론으로 적대시하는 것은 다반사며 노동자 조직을 조폭으로 매도하기도 하며 분신노동자를 향해 반인륜적인 기사도 서슴없이 쓰는 신문입니다. 조선일보의 폐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이처럼 자본과 권력에 편에서 노동자 민중 운동을 적대시하는 신문 조선일보와 전태일재단이 공동으로 기사를 기획한다는 것은 전태일의 이름을 심히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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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재단-조선일보  공동기획   첫회 신문기사 . 2024.3.5 

 

혹자는 조선일보라는 최대의 신문을 활용해 노동자한테 유리한 기사를 쓰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조선일보의 본질을 모르는 소리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기획기사를 정략적으로 생산하는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하필이면 전태일 이름을 붙여 기획하는 목적은 그동안 민중운동이 만들어낸 전태일이라는 가치체계와 상징을 혼란스럽게 하고 자신들의 의도에 맞게 이용하려는 것입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사 “쪼개진 노동시장”(이중구조 노동시장) 역시 자본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궁극적인 책임은 자본에 있지 않고 귀족노조에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도출하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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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유투브  <경사노위가 만난 사람들>   2023.9.6 

 

듣자하니 이번 전태일재단-조선일보 공동기획 사태는 전태일재단 공식회의에서 논의되어 진행한 것이 아니라 한석호 사무총장이 독단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한 개인이 전태일이라는 엄중한 이름을 개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유화한 것뿐만 아니라 조직을 통째로 갖다 바치는 행위입니다. 


지금까지 개인적인 훼절(毁節)은 봤지만 이번처럼 조직을 통째로 갖다 바치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역사에서 나라를 팔아먹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것을 직접 보지는 않았습니다.  


한석호 총장은 그동안 조선일보와 여러 번 내통해 왔고, 그 결과 조선일보는 전면 인터뷰 기사를 써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전태일재단-조선일보 공동기획 사태의 전조였습니다. 즉 상당 기간 동안 준비해온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태일재단 공식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음모적으로 진행한 것임이 드러난 것입니다. 

노동운동에 대한 평가나 주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권리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선택도 누구나 자유롭게 할 권리가 있습니다. 


한석호 사무총장 역시 이러한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전태일재단,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전태일의 가치, 역사성, 상징성 등을 특정 개인이 사유화하고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조직의 논의구조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석호 사무총장은 전태일재단, 전태일 이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주의 주장을 내세우고 자신에 맞는 정치를 하십시오. 더 이상 전태일이라는 엄중한 이름을 사적인 목적에 이용하지 마십시오.

 

전태일재단 내에서 한석호 사무총장이 운영자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한석호 사무총장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한석호 사무총장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태일 정신, 전태일의 가치, 전태일의 역사성 보다 재단 운영자금이 더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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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바닥으로 끌려나온 노조 사무실 집기와 이소선 어머니. 80년대 청계노조는 당국의 압력으로 노조사무실이 강제로 끌려나가기 일수였다.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1970년 전태일 분신 직후 이소선 어머니는 아들의 뜻을 살리기 위해 거액을 거부했습니다. 
80년대 청계피복 노동자들은 전두환 정권의 탄압에 맨주먹으로 투쟁하면서도 오늘날 전태일재단의 물적 토대를 마련해낸 저력이 있습니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후인가는 자명한 것입니다. 전태일 정신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청계피복노조와 전태일기념사업회 전임 간부 출신 자격으로 이번 ‘전태일재단-조선일보 공동기획 사태’에 대해 전태일재단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전태일재단-조선일보 공동기획’을 당장 중단하시오. 
둘째, 이번 ‘전태일재단-조선일보 공동기획 사태’를 초래하게 된 전후 사정을 소상하게 공개하십시오.
셋째, 이번 ‘전태일재단-조선일보 공동기획 사태’로 깊은 분노와 수치심을 느끼는 모든 노동자는 물론 전태일을 존경하고 기억하는 모든 사람한테 무릎 꿇고 사죄하십시오,
냇째, 이번 ‘전태일재단-조선일보 공동기획 사태’를 기획하고 묵인해온 관계자들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십시오. 
다섯째, 이와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는 물론 전태일재단이 거듭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시오.

 

2024년 3월 6일

 

전 청계피복노동조합 위원장
전 전태일기념사업회 상임이사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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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주묘역에서 열린 전태일 36주기 추도식에서 이소선어머니와  민종덕  전 청계피복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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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다면 박정희에 편지 쓴 전태일열사도 문제?

2024.03.10 14:17:13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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