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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모습

 

 

1. 미국 '벤처 기업' 절반의 파트너 은행,  SVB

 

지난 주말(3월11일) 미국 은행 하나가 파산했다. 1983년 설립된 실리콘밸리은행(영어 약칭 SVB)이라는 기술 기업 전문 은행이다. 자산규모는 2100억 달러 정도로, 비록 2008년 금융위기 시 리먼브라더스 6390억달러의 1/3 정도 규모이긴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정도 규모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16번째 가는 큰 은행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예금을 받아서 기술 스타트업들과 번창하는 신생 기업들에 대출해 주는 사업을 주로 했다. 이와 함께 모기지 채권이나 미국 국채 등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증권에도 예치금 9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자기 총자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큰 액수인데, 최근 금리가 급격히 오르자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국채 가격 때문에 이 은행은 장부상으로 큰 손실을 본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의 주 고객인 신생 기술 기업들이 최근 급격하게 오른 금리로 자금이 부족해지자 예금을 지속적으로 인출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문제의 직접적인 발단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SVB는 이미 가격이 떨어진 미 국채를 어쩔 수 없이 시중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 이 같은 손실 소식을 은행 측이 발표하자, 다음날부터 고객들의 예금인출이 시작됐다. 이 은행 예금자들이 미친 듯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자, 주무부처인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당국은 할 수 없이 실리콘밸리 은행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2. 연쇄반응, 그리고 연준의 파격적 조치

 

금융은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SVB 파산 직후 실리콘밸리 인근의 다른 중소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역시 유동성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이 은행은 미국 11개 주에 80개 지점을 두고 있는데, 이 은행의 일부 지점에서 뱅크런(집중적인 예금인출)이 발생하자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는 개장 직후 60% 넘게 급락하며 거래가 중지되기도 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도 파산했다. 뉴욕주 금융당국은 12일(현지시간) 시그니처은행을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 은행의 총자산은 1104억달러(약 146조원)로 재법 큰  규모이다.


이렇듯 대규모 예금 인출과 증시 급락의 우려 속에 미국 연방정부가 황급히 나섰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주말 휴일임에도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를 소집했는데, 여기에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과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마틴 그루엔버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 로스틴 버냄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 등 금융시장과 관련된 수장들이 모두 집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사용치 않았던 긴급 처방들이 이 회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선 미 연방정부는 법적 보호한도인 1인당 25만달러를 넘어서는 파산 은행의 예금 전액을 보증키로 약속했다.  그리고 파산한 두 은행의 주 고객인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월요일인 13일부터 예금을 바로 인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자금이 필요한 적격 대상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할 것”이라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이 밖에도 Fed(연방준비이사회)는 미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금융회사에 최대 1년 만기 대출을 해주기로 하였으며,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보지 않도록 채권 담보 가치도 시장 가격이 아닌 액면가로 평가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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