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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양심을 지켜온 한 운동가의 삶,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으로 처음 감옥에 간 스물두 살 청년은 40년 뒤인 2025년, 환갑을 넘긴 나이에 다시 국가보안법으로 법정구속됐다. 그 사이 세상은 크게 달라졌고, 같은 시대 학생운동을 했던 동료들은 국회의원과 장관, 총리가 되었지만, 이정훈에게 국가보안법은 지나간 역사가 아니다. 청년기에 그를 가둔 법은 장년을 거쳐 노년에 이른 지금까지 그의 삶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는 네 차례 구속됐고,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다.
긴 세월 동안 그가 끝까지 놓지 않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저자 이정훈은 ‘양심’이라고 답한다. 거짓을 말할 수 없었고,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알고도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힘은 이 땅의 사람들에 대한 정과 연민이었다.
『땅속에 피는 꽃』은 그 40여 년의 삶을 시와 편지, 사진과 법정진술로 엮은 책이다. 평생 양심을 지켜온 한 운동가의 삶과 감옥의 담장을 넘어 피어난 시는 우리 사회에 묻는다. 스물두 살의 청년이 양심을 지키기 위해 평생 짊어져야 했던 짐을 언제까지 그에게 떠넘길 것인가. 이제 우리 사회가 국가보안법 폐지로 답할 차례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들어가는 글 : 1985
19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 당시 사진과 유인물, 구속된 저자에게 어머니와 형제들의 보낸 편지를 담았다.
2부 옥중 시 : 2006-2026
'연민' '담장' '시대와 사상' '인생'으로 구성했다. 가족과 동지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 노동현장의 기억, 국가정보원 조사와 구금, 감옥의 사물과 생명, 국가보안법과 사상의 자유, 노년에 이른 운동가의 자기 성찰을 다룬다.
이기는 길
이긴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은 더디고 길은 험하지만요
우리가 갈라지는 것은 진리 때문이 아니라
지성이 하늘까지 닿지 않은 때문이지요
우리는 단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혜펐던 가슴을 단단히 모질게 하고 있지요
이 별에 정의와 진리가 없었다면
술은 독하지 않고 눈물도 짜지 않았겠지요
최후의 승리가 저기에 있지만
못 봐도 후회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이 길은
이기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2026년
3부 법정에서 남긴 말 : 1985-2026
1985년 삼민투 사건 최후 진술, 2006년 이른바 '일심회' 사건 모두 진술, 2025년 최후 진술, 2026년 항소심 모두진술 등을 수록했다.
시와 편지 , 사진, 법정 진술은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이정훈의 40년을 보여준다. <땅속에 피는 꽃>은 이 기록들을 한데 묶어, 한 운동가의 40년 삶으로 국가보안법의 시대를 증언하는 문학기록집이다.
추천사1
눈물겹지만 이건 아니지 않냐는 '양심'때문이었다고 한다. 김수영의 탄식을 빌리자면 모래야, 바람아, 먼지야, 풀아 정말 우습지 않느냐. '양심' 하나 때문에 평생을 국가보안법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다 네 번이나 감옥에 끌려갔다 왔다는 이 바보 같은 사람의 이야기가 말이다.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죄로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이 파먹히는 벌을 받아야 했지만 굴하지 않았던 프로메테우스가 그였다. (송경동, 시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추천사2
이 시집은 대한민국이 양심과 신념을 가진 한 인간을, 평생 어떻게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집요하게 잔인하게 탄압하는지를 아프게 보여준다. 허나 무엇보다도 이 시집에는 국가보안법과 모순된 현실에 대한 외침을 넘어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흠씬 묻어 있다.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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