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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두꺼운 파커를 걸치지 않은 사람들은 몸을 움추릴 수밖에 없도록 했다. 이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공장 정문 앞에 한 사람 두 사람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주변 공터를 꽉 채울 만큼 제법 큰 대오가 형성되었다. 공터 한켠에는 ‘경남 밥통’ 동지들이 만두, 찐빵, 순대, 뜨끈한 오뎅 등을 나눠주면서 ‘연대’를 위해 이 자리를 찾아온 동지들의 배를 채워주었다. 

 

‘현대위아 직접고용투쟁단’/‘현대위아 직접고용투쟁에 연대하는 지역동지들’이 주최하는 “현대위아 자회사 반대! 해고투쟁 300일! 동지들과 함께하는 이유 있는 투쟁 문화제” 행사가 11월 26일 저녁 6시 30분 경남 창원시 현대위아 정문 앞에서 개최되었다. 이 투쟁을 격려하기 위해 각지에서 여러 단위의 동지들 130여명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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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대마당 참석자들

 

첫 연사로 등장한 김진형 투쟁단 대표는 그간의 투쟁 경과를 곁들인 인사말을 하였다. 그는 “우리 하청노동자들은 원청 현장직 공정에 투입되어 똑같은 근무 형태, 같은 작업복·작업환경에서 원청 현장직과 함께 일했지만, 그렇게 부려 먹다가도 일이 없을 때는 하청노동자들만 휴업, 휴직을 밥 먹듯이 해야 했고, 권고사직으로 항상 고용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자회사는 스스로 독립적인 기업이 될 수 없고 영업과 개발 등 모든 것을 원청에 의존해야”하며 언제든지 정리해고될 수 있기에, 자신들이 사측의 회유와 탄압을 무릅쓰고 자회사 가기를 거부하고 ‘직접고용’ 쟁취 투쟁을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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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현대위아 직접고용투쟁단 대표

 

두 번째 연사로 등장한 한국GM 배성도 창원비정규직지회 전비대위원장(대법원 판결로 정규직 전환)은 “지난 문재인 정부 때 공공기관에서 시작된 자회사가 이제는 민간기업까지 확대되고 있다”면서 “GM 또한 외투자본으로 언제든지 철수할지 모르는 자회사”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투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정의로운 싸움은 결국 끝이 있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아사히 노동자들과 자신들이 승리를 거둔 것처럼 현대위아 해고자 동지들도 끝까지 싸워서 승리를 쟁취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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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배성도 창원비정규직지회 전 비대위원장​
 
 

이어서 등장한 “비정규직 이제 그만”의 유흥희 공동집행위원장은 “비정규직은 현재형이며, 싸우지 않으면 권리를 쟁취할 수 업다”라면서 그 싸움의 방식으로 “사업장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지역과 전국으로 싸워나가야 한다”고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울산에서 연대를 위한 찾아온 김현제 현대차지부 조합원은 자신도 얼마 전까지는 비정규직이었으나 끈질긴 투쟁 끝에 정규직을 쟁취하였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전 지회장이었으며 2024.5.30. 대법원 판결로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졌다. 그는 ”현장에선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 년을 비정규직으로 일해 온 동료들이 소송 하나 때문에 누구는 정규직이 되고, 누구는 이수기업 처럼 해고노동자가 되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이 참담하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수십 년간 불법을 자행하여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나중에는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임이 법원에 의해 최종 판결이 났음에도 “지금까지 단 한마디 사과는커녕 다시 이수기업 노동자들을 해고시키는 등 노조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 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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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이제 그만”의 유흥희 공동집행위원장(왼쪽 두번째)와 김현제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전 지회장(왼쪽 네번째)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이김춘택 사무장은 현재 하청노동자들이 노숙 14일째, 단식 7일차를 맞고 있다면서 “평상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사내 선각삼거리 도로변의 농성장을 확보하기 위해 이렇듯 배를 굶주리며 싸워야 하는 것이 비정규직의 현실”이라고 자신들의 상황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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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이김춘택 사무장

 

이날 가장 먼 곳인 당진에서 연대를 위해 찾아온 현대제철 당진공장 비정규직지회 이상규 지회장은 2021년 사측의 자회사 안을 거부하며 2천여 명이 53일간의 점거투쟁을 벌였던 상황을 소개하면서, 그 힘든 투쟁을 “연대투쟁 덕택에 버텨낼 수 있었다”면서 현재 금속노조에서 ‘자회사’ 안을 거부하면서도 노조가 멀쩡한 곳은 자신들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들에 의해 빼앗기면 나중에 투쟁을 통해 찾아올 수 있지만, 스스로 내주면 영원히 찾을 길이 없다”면서 끝까지 굴복하지 말고 당당하게 싸워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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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장

 

‘직접고용 투쟁단’에 소속한 현대위아 해고자 천환동 씨는 자신은 12년간 현대위아의 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했는데, ‘부제소 합의’를 요구해서 그것을 거부했더니 해고되었다고 하면서 “사측이 스스로 떳떳하다면 왜 부제소합의를 요구했겠냐”고 그 허구성을 폭로했다. 그리고 현재 46명의 해고자들은 투쟁조와 투쟁지원조로 나뉘어서 각자 맡은 바 책음을 다하고 있는데, 자신은 지원조로 있다면서 이미 시작한 투쟁이기에 마음 독하게 먹고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서 강하다”라는 진실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현재 현대위아 창원 3공장 해고자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믿음‘의 박미혜 변호사는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라 무거운 부담감을 느낀다”면서 “어느 공장에서 무슨 일을 했고, 그것이 본래 누구의 일인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판사의 일인데, 이렇듯 지극히 상식적인 일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세상은 소송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투쟁이 있고, 그것에 연대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사회의 반응을 얻어낼 때 결국 판사의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온다”면서 주체의 투쟁 의지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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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믿음‘의 박미혜 변호사

 

마지막 연대사는 민주노총경남본부 김은형 본부장이 장식했다. 그녀는 “노동자 앞에 절대 ‘비’정규직이란 글자를 붙여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이번 투쟁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 노동자 투쟁은 그간 ’승리의 역사‘를 써왔다 ▲함께 연대하는 동지들이 있다 ▲직접고용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세 가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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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민주노총경남본부 본부장

 

각 연대단위 동지들의 연대사 중간 중간에 지역 풍물패 '노풍연'의 신나는 풍물 공연,  지역 노래패의 힘찬 노동가요, 지역 율동패 동지들의 멋진 춤이 분위기를  한층 돋구었다. 투쟁문화제는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후 밤 8시에 모두 끝났다. 

 

해고된 지 300일을 맞이하는 현대위아 창원공장 해고자들은 그간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날 행사를 통해서 전국에 이처럼 연대할 수 있는 수많은 동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것은 현대위아 해고 동지들의 자회사 꼼수 반대,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쟁취 투쟁이 단지 한 사업장 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자회사‘ 반대 투쟁으로 확대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의 문화제는 분명 투쟁의 새로운 단계 진입을 알리는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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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밥통’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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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차별철폐투쟁위원회(차투위) 가 투쟁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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