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차헌호 (전 아사이글라스 지회장)
등록일 : 2026.09.23
윤석열 정부 때 개최된 ',사회적 대화', (2023.12.08).png
지난 윤석열 정부 때 개최된 '사회적 대화' (2023.12.08)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다. 다시 눈을 감았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어젯밤에 나눴던 ‘사회적 대화’라는 단어가 가슴을 짓눌렀다. 답답함이 밀려왔다. 하고 싶은 말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일어나서 노트북을 켰다. 글을 쓴다.
 
제목부터 썼다. ‘사회적 대화에 반대한다.’ 다음은 무슨 말부터 써야 할까, 잠시 생각한다. 어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렸다. 중앙집행위원회 성원 한 명과 통화했다. 전화기 너머로 새어 나오는 한숨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 한숨에는 답답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참여에 반대가 있었지만, 위원장 직권으로 10월 6~8일경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소집을 하겠다고 밀어붙였다.
 
민주노총 대의원으로서 화가 난다. 사회적 대화 참여 결정에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다. 무엇을 얻기 위해 교섭을 한다는 말인지, 또 빼앗기지 않고 얻을 수 있기나 한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사회적 대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사회적 대화’라는 이름으로 만든 정리해고법과 파견법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사회적 대화에 뛰어들어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지옥문을 우리 스스로 활짝 열어준 그때를 잊었는가? 그로 인해 쌍용차에서, 한진중공업에서 목숨을 빼앗긴 동지들의 분노와 원한을 잊었는가? 지금도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5년째 안간힘을 다해 싸우고 있다. 파견법은 직접고용 대신 간접고용을 허용했고,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하며 노동시장의 고용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알바와 계약직, 평생 비정규직의 회전문 앞에 선 청년들의 불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둘째, ‘사회적 대화’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그에 걸맞는 교섭력과 신뢰, 존중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노조법을 개정하면서 시행령으로 원청교섭을 어렵게 만들었다. <노란봉투법>으로 생색을 내다 경영성과급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시행규칙까지 만들었다. 나아가 이명박, 박근혜조차 못했던 메가급 노동개악을 추진하려 한다. 정권의 ‘3대 메가프로젝트’는 파견법 확대, 기간제 사용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주 52시간 노동시간 규제 완화 등 전 영역을 망라한 개악이 담겼다. 노동존중의 포장지를 걷어내고 거침없이 개악의 본색을 드러내는 이들과 마주 앉아 할 교섭의 내용이 무엇이란 말인가?
 
셋째, 그걸 막기 위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다고 한다. 저들이 내놓은 개악을 막는 것이 우리의 목표인가? 도무지 우리의 요구가 무엇인지 대의원인 나도 모른다. 정권은 자본의 이해가 걸린 요구를 분명하게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중 투쟁력도 없고, 핵심 요구도 없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다면, 노동자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 정부가 노조법 시행령을 누더기로 만들 때 막아내지 못했다. 회계공시도 받아들였다. 그런데 대화 테이블에 가면 막아낼 수 있다는 근거가 대체 무엇인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넷째, 지금은 교섭이 아니라 투쟁이 필요한 정세다. 대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대화는 의지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힘의 문제다. 우리의 요구를 쟁취할 힘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사회적 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투쟁으로 쟁취할 의지는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7년간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거부했다. 못해서 안 한 것이 아니다. 반노동이든 친노동을 내세웠든, 모든 정권은 노동개악을 강행했다. 파견법, 최저임금산입범위 확대 등 노동자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았던 치명적 개악은 늘 민주당 정권에서 자행됐다. 이재명 정부 국정 지지율은 30%대로 급락했다. 민주노총은 추락하는 민주당에 올라탈 이유가 없다. 민주노총을 들러리 세운 사회적 대화는 정권의 지지율 추락을 방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빼앗길지언정 내어주진 마시오. 빼앗긴 건 되찾아 올 수 있지만, 내어준 건 되돌릴 수가 없소.”
ㅡ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중
 
 ※ 본 기사는 원래 페북에  게시된 글을 저자 양해 하에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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