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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교섭 쟁취를 위해 고공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강인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이재명 대통령, 노조법 개정에 찬성한 국회의원, 국민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각각 발표했다.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정면으로 고발하며,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ㅡ 이재명 대통령께: “노동 존중이 법률 문구에만 존재하는 것 아니라면 현장에서 확인해달라”
강 지회장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위대한 빛의 혁명은 희망의 새 나라를 위한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희망의 새 나라는 ‘노동 존중 사회’의 다른 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업 발전과 노동 존중은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고 말했고, 노동절을 맞아 원청과 하청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다른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천형 같은 비정규직의 굴레를 좀 벗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강 지회장은 218일간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한화오션 현장에서 “왜 원·하청 교섭은 여전히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조선소에서 같은 배를 짓고 같은 위험을 감수하며 땀 흘리는 노동자들이 있지만, 노동의 현장은 하나인데 사용자의 책임은 원청과 하청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현장의 현실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섭할 수 있는 권리가 법에 존재하는 것과 실제로 교섭이 이루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 있는데도 교섭의 장에 나오지 않는다면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은 형식적인 권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노동 존중이 법률의 문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이 문제를 현장에서 확인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강 지회장은 대통령에게 세 가지를 물었다. 첫째, 왜 원청과 하청노동자 사이의 실질적인 교섭이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가. 둘째, 원청의 책임과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가로막는 현장의 제도적·구조적 장애물을 정부는 무엇으로 파악하고 있는가. 셋째, 정부가 말하는 ‘원·하청 상생’이 실제 하청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는가. 노동자의 권리는 성과급의 차이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교섭할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 노동조건의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 역시 노동존중의 중요한 내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원·하청 교섭 실태를 직접 확인하고, 실제로 원청과 하청노동자 사이의 교섭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이 현장에서 어떤 장애를 받고 있는지 투명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를 노동자들에게 알려주시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제도는 있는데 권리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제도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ㅡ 국회의원께: “법이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게 해달라”
노조법 2·3조 개정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강 지회장은 “법은 시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노조법 2·3조가 개정되었고, 지난 3월 10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제는 원청이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한다면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라며 “그런데 법이 시행된 지 반 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은 그대로입니다.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의 노동시간과 작업방법, 안전, 생산과 작업지시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교섭에서는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의 사용자성 인정을 무시하면서까지 말입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가 어렵게 법을 만들고, 대통령이 공포하고, 정부가 시행한 법이 정작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법은 누구를 위한 법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법을 만들었다면 그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봐 주십시오.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 역할을 하면서도 교섭 책임은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지, 노동위원회의 판단과 법 시행 이후에도 교섭이 지연되고 있지는 않은지, 하청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실제로 보장되고 있는지 국회가 직접 확인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법은 종이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법이 현장에서 살아 움직일 때 비로소 법의 가치는 완성됩니다”라고 강조했다.
ㅡ 국민께: “이제는 정말 제대로 살고 싶습니다”
국민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는 강 지회장은 “국민 여러분, 미안합니다. 또다시 고공농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도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218일 동안 수없이 하소연과 제안을 했지만 역시!! 한화였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2022년 51일 동안 파업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조선소에서 같은 배를 짓고 있음에도 임금이 다르고, 복지가 다르고, 안전의 책임도 달랐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삶을 결정하는 원청과 제대로 대화조차 할 수 없었다. 그 투쟁은 고통스러웠지만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원청과 하청노동자가 대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이 열렸다. 470억 원에 이르던 손해배상 문제도 철회되는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그 기대는 218일째 이어지고 있는 천막농성 앞에서 멈춰 서 있다. “우리는 한화오션에 열 번이 넘도록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정중하게 요구했고, 기다렸고, 또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공허한 메아리뿐이었습니다.”
그는 “우리는 싸우는 것이 좋아서 싸우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집에 돌아가 가족과 웃으며 밥 먹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떳떳하게 일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침이면 아무 걱정 없이 출근하고 저녁이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저 사람답게, 노동한 만큼 존중받으며 제대로 살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우리의 투쟁이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하청노동자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 되도록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이제 주권 국가의 주인이자 빛의 혁명의 위대한 국민 여러분께서 하청노동자의 손을 잡아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한편 한화오션 측은 “정당성 없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유감이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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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