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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소식
ㅡ 들어가며
최근 권영숙 민주주의와 노동연구소장은 “누구나 처음엔 창대하리라: 글로벌 헤게모니를 향한 진통, 가치동맹의 후퇴, 이중 위기”라는 글에서는 BRICS와 미국 중심 국제질서, 그리고 중국의 역할에 대한 분석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이 글은 BRICS를 ‘신흥자본주의 국가군’으로 단순화하고, 이들이 서구 기득권세력과 경쟁하는 존재에 불과하다면서 자칫 ‘제국주의 피라미드론’과 마찬가지로 양비론적 결론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단지 BRICS의 현실과 그간의 발전을 축소시킬 뿐만 아니라,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진보적 해석과 실천적 전망까지도 협소하게 만든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시각의 한계와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함과 동시에, BRICS가 갖는 구조적 의미와 향후 진보운동에서의 전략적 함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1. BRICS의 역사와 발전, 그리고 그 의미의 축소에 대한 비판
BRICS는 2006년 외무장관 회의에서 출발하여 20여 년에 걸쳐 회원국의 지속적 확대, 내부 결속의 강화,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증대를 이루어왔다. 이 과정에서 BRICS는 2009년부터 매년 정상회담을 통해 다양한 합의와 성명을 채택하며, 미국 중심의 단일패권적 국제질서에 대한 대안을 실제로 제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글은 BRICS를 “공동의 이념으로 뭉쳐진 기구가 아니다”, “내부 사정이 불안정하다”는 점만 부각하며, 이들의 국제적 역할과 역사적 진전을 폄하한다. 이는 BRICS의 실질적 성과와 잠재력을 축소하는 오류다.
실제로 BRICS는 호혜, 평등, 주권 존중에 기초한 신국제질서 수립이라는 공동 목표를 천명해왔으며, 회원국 간의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예컨대, 2023년 요하네스버그 선언문(제22항)에서는 “공정하고 평등한 다자주의적 국제질서 구축, 주권 및 영토 보전 존중, 내정 불간섭, 개발도상국의 발언권 확대”를 명확히 천명했다. 또한 신개발은행(NDB) 설립, 각종 무역·투자 협력 확대, 그리고 글로벌 남방(Global South) 대표성 강화 등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제적인 국제정치·경제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2. 미·중 관계 악화의 원인에 대한 오해
해당 글은 2021년 알래스카 회담(블링컨-왕이 회담)을 미·중 관계 악화의 ‘계기’로 지목한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현상에 불과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1기의 대외정책, 특히 대중 압박정책을 대부분 계승하였으며, 이미 트럼프 1기 정부 시기부터 미·중 간 구조적 적대가 누적되어 왔다. 알래스카 회담은 그 모순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
즉, 미·중 관계 악화는 단순한 외교적 실수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미국의 패권적 국제질서 유지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장기적 경향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구조적 대립은 단순히 미·중 양국의 힘겨루기를 넘어, 글로벌 남방과 서구 선진국 집단, 나아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체제적 대립까지 포괄하는 복합적 성격을 갖는다.
3. BRICS의 이념과 경제적 이해관계: 맑스주의적 관점에서의 재해석
저자는 BRICS의 내부 ‘이념적’ 차이를 강조하며, 이들이 공동의 정책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 간 관계에서 경제적 이해관계가 핵심적 동기임을 간과한, 비역사적·비유물론적 시각이다. 맑스주의 유물론에서는 국가 간 동맹의 근본 동기는 경제적 이해관계임을 강조한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는 이데올로기보다 우선한다.”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비판 서문>, 1859)
실제로 BRICS는 자본주의국가와 사회주의 국가(중국)가 혼재해 있으나, 이들을 결속시키는 것은 바로 경제적 이해관계의 공유다. 미국과 서구가 주도하는 국제금융·무역질서에서 배제되거나 불리한 입장에 놓인 국가들이, 경제적 자립과 상호 협력, 그리고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이라는 절박한 필요에 의해 결집하고 있다.
냉전 시기에는 이데올로기 대립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렸으나, 탈냉전 이후에는 경제문제가 국제정세의 주요모순으로 부상했다. 오늘날 BRICS는 달러패권 탈피, 대체결제시스템 구축, 인프라 투자 등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집단 서방과 대립하는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느슨한 협의체 이상의 강력한 결속력을 제공한다.
4. BRICS와 비동맹운동의 비교: 경제문제의 본질적 역할
글에서는 BRICS가 1950~60년대의 비동맹운동과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동맹운동 역시 신생 독립국들의 경제개발과 빈곤 탈출이라는 절박한 경제적 필요에서 출발했다. 비동맹운동의 핵심은 “식민지 잔재 청산, 경제적 자립, 내정불간섭”이었다.
진영대결의 틈바구니에서 이들은 독자적 블록을 형성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했으며, 이는 오늘날 BRICS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본질적으로 닮아있다. 오늘날 BRICS 역시 “글로벌 남방의 경제적 자립, 불공정한 국제금융질서 개혁, 다극적 세계질서”를 추구한다.
이렇듯, 국제정치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는 언제나 이데올로기적 차이보다 우선하는 경향이 있으며, BRICS도 바로 이러한 경제적 필요에 의해서 결집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5. BRICS의 포용성과 집단 서방의 배타성
글에서는 중국이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에게 BRICS 가입을 권유한 사실을 들어, BRICS의 내부 이질성이나 느슨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BRICS의 포용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집단 서방이 배타적 동맹과 패권주의를 고수하는 반면, BRICS는 회원 확대를 통해 다양한 국가의 참여를 유도하고, 국제질서의 다극화와 평등, 호혜를 실현하려 한다.
BRICS 내부의 차이와 모순은 현실이지만, 이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BRICS의 확대와 변화 가능성을 애써 축소하는 결과만을 낳는다.
6. 중국의 사회주의적 성격과 국제질서 변화의 전망
글은 중국을 ‘신흥자본주의 국가’로 규정한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를 국가 이념으로 표방하며, 국유경제의 비중과 당의 통제, 사회적 배분체계 등에서 서구 자본주의 국가와 근본적 차이를 보인다.
중국은 2023년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재확인했다. 2022년 중국 국유기업의 GDP 비중은 29%로 주요 산업(에너지, 통신, 금융 등)은 여전히 국가 주도하에 있다(중국 국가통계국, 2023).
중국의 대외정책 역시 “일대일로”, “공동 번영”, “남남협력” 등 사회주의적 가치와 국제적 평등·상생을 강조한다. 이를 단순히 자본주의국가로 환원하는 것은 이론적·실천적으로 위험한 오류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BRICS는 현 미국 중심의 단일패권적 질서에 맞서, 새로운 국제질서의 구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보운동은 냉소적 방관자가 아니라, 적극적 연대와 실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7. 한국 진보운동의 전략적 과제
글의 양비론적 시각은 국내 진보·변혁세력의 단결과 국제적 연대 형성을 방해한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120여 개국이 BRICS 협력사업에 참여 또는 관심을 표명했다. BRICS는 “서방의 일방적 제재 반대, 평화적 공존, 경제적 상호호혜”를 강조하며, 진보운동이 실질적 국제연대를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 되고 있다.
“전쟁에서 먼저 할 일은 우군과 적군을 정확히 가르는 일”이라는 기본원칙을 망각한 채, BRICS와 중국, 러시아라는 국제적 우군을 스스로 배척함으로써, 한국 진보세력은 적에 대해 절대적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트로츠키주의 계열의 협소한 관점, 좌익소아병적 태도는 실천적 진보운동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BRICS와의 실질적 연대, 그리고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을 위한 전략적 사고와 실천이다.
■ 결론
BRICS는 단순한 신흥자본주의 국가군이나 느슨한 협의체가 아니라, 20여 년에 걸친 발전과 결속, 그리고 국제적 영향력 확대는 미국 중심의 단일패권적 질서에 대한 실제적 대안임을 보여준다. BRICS의 내부 차이와 모순을 지나치게 부각하고, 이들을 단순히 자본주의국가로 환원하는 것은 역사적 현실과 이론적 분석 모두에서 심각한 오류를 낳는다.
한국 진보 변혁운동은 BRICS의 발전과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실천적 연대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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