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성희(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등록일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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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전면 충돌이 세계질서의 균열을 촉진하고 있다. 2025년 6월 중동에서 발생한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세계 안보 질서 전반에 충격파를 던지는 대사건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과 혁명수비대(IRGC) 지휘부를 정밀 타격한 ‘라이징 라이언 작전(Operation Rising Lion)’은 예방 타격의 범주를 넘어 사실상 ‘정권 흔들기’를 목표로 한 정치·군사적 공세였다. 이에 맞선 이란의 보복은 군사 충돌을 넘어 미국 주도의 질서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라는 점에서 국제정세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동 지역에 국한된 위기가 아니다. 미국의 전략적 피로 누적, 러시아와 중국의 외교적 공세 강화, 글로벌 에너지·물류 시장의 불안정성 증대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세계질서의 변곡점이다. 특히 한반도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이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으며, '전략적 침묵'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외교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ㅡ 이스라엘의 선제공격과 이란의 전략적 반격

 

지난 6월 13일 새벽, 이스라엘은 스텔스기 F-35, 장거리 드론, 사이버 공격, 특수부대를 투입해 이란 나탄즈·포르도·이스파한 등 핵시설과 혁명수비대 지휘부를 타격했다. 이 작전은 핵 개발 억지를 넘어서 정권 교체를 노리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네타냐후의 정치적 위기 탈출용 도박으로 분석된다. 그가 이스라엘 내에서 사법개혁 반대 시위, 부패 스캔들 등으로 정치적 고립이 심화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란은 '전략적 보복'으로 대응했다. 파타흐-110, 카이바르-1, 그리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하이파, 에일랏 등 주요 도시에 동시다발적 타격을 가했다. 마하 13~15에 달하는 속도의 미사일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데이비드슬링 등 방공망의 허점을 찔렀으며, '방어망 포화 전략'을 통해 이스라엘의 군사적 자신감을 흔들었다.

 

더욱이 이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핵무기 정당성을 얻었으며 ‘핵 보유 필요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핵은 생존 수단이며, 이스라엘의 공격은 우리에게 그 당위성을 입증했다”고 발언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란 의회가 NPT 탈퇴를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이후 절차에서 의회와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ㅡ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직접 개입 피하되, 군사 개입 준비 완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개입은 피하되, 군사 개입 준비는 완료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첫째, 전략적 모호성 유지다. 트럼프는 “이란은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 “이제 대화해야 한다”, “미국은 개입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군사적 개입 여지를 남겨두되 실제 행동은 보류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양측 모두에게 외교적 출구를 열어두면서도,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계산이다.

 

둘째, 군사 인프라 완비다. 미국은 니미츠 항모전단을 아라비아해에 파견하고, 공중급유기 30대 이상을 배치하는 등 이란 본토까지 작전이 가능한 군사적 조건을 갖춘 상태다. 그러나 이는 즉각적 전면전보다는 정치적 결단에 따라 언제든 실행할 수 있는 ‘준비된 위협’으로 기능하고 있다.

 

셋째, 동맹 부담 전가 전략이다. 미국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견제 인도·태평양 전략, 중동 불안정이라는 삼중 전선을 감당 중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미국의 정밀유도무기(PGM) 재고가 2022년 대비 35% 감소했고, 항모 순환주기가 평균 1.7개월씩 지연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증액, 무기 지원, 파병 확대 등 ‘책임 분담’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이란 충돌은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중국 견제 인도-태평양 전략 집중이라는 트럼프 외교의 구조적 결함을 노출시키는 대표적 사례이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미국의 일방적 ‘선택적 개입’에 의존할 수 없게 되었으며, 각국은 자율적 방위·외교 역량 강화로 나아가는 중이다.

 

ㅡ 러시아·중국의 중동외교 : 중재와 균형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무력 충돌을 넘어서, 미·러 간 외교 패권경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푸틴은 즉각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갖고 “이스라엘의 행동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란의 입장을 두둔했고, 트럼프는 푸틴의 중재자 역할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는 미국의 개입 공백을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메우려는 포석이다.

 

러시아는 이란에 우호적이면서도 시리아 내 이스라엘과의 갈등을 고려해 ‘균형 비판’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BRICS 확대(이란, 사우디, UAE 등 가입)를 활용해 비서방 블록을 공고히 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출로 재정을 강화하는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다. 반면 군사 개입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현실적 제약이 크다.

 

중국은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무력 사용 반대'와 '외교적 중재'를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 2023년 사우디-이란 수교를 중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UN 차원에서 ‘중국식 평화’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원유의 42%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일대일로 전략의 핵심축으로 이란·이라크·사우디를 관리하고 있다. 군사 개입은 철저히 회피하면서, 정치적 유연성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ㅡ 향후 이스라엘-이란 전쟁 전망 : 세 가지 시나리오

 

첫째는 중재·휴전, 제한적 충돌 이후 외교적 절충이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전략적 동맹국으로서 전면전을 원치 않으며 에너지 시장 안정과 미·중 전략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중동에서의 안정 유지가 필요하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동결,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제한 보장이 전제되어야 성립할 수 있는 경우이다.

 

둘째는 확전, 3차 대전으로의 비화 가능성이다. 전쟁이 중동을 넘어 글로벌 패권 격돌 구도로 번지는 가장 위험한 경우이다. 미국 직접 개입→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미-이란 전면전, 러시아·중국이 이란을 직접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경우이다. 남중국해 혹은 대만 문제에서 미국과의 군사적 마찰 발생 시, 미국이 중동과 아시아의 이중개입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는 전쟁 지속–제한적 전면전, 대리전 확대이다. 이 시나리오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적인 공습과 보복 공격을 수차례 교환하면서도 지상군 대규모 투입 등 전면전은 피하고, 레바논(헤즈볼라)·예멘(후티) 등을 통해 대리전을 확대할 가능성이다. 양측 간 미사일·드론 교환, 사이버전, 암살전 등 ‘비정규+국지전 혼합’ 양상으로 수개월~1년 이상 지속하고 이란은 핵 개발을 가속하는 경우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에 따라 유가 폭등 위험이 있다.

 

이 세 가지 시나리오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특히 ‘전쟁 지속 → 외교 중재’ 혹은 ‘전쟁 지속 → 확전’ 식으로 단계적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 사태의 향방은 향후 3~6개월 내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ㅡ 한국의 과제 :  외교, 안보, 에너지 삼중 전략

 

중동전쟁은 한국에도 중대한 파급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원유의 6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증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6월 중순 현재 두바이유 기준 유가는 배럴당 91달러를 돌파했으며, 일부 시장 전망은 110달러까지도 예측하고 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주요 수로의 불안정으로 해운 보험료, 운임료가 15~20%가량 상승했고, 이는 한국의 중동 건설·플랜트 수출에도 직접적인 차질을 빚고 있다. 한편 미국의 부담 분담 기조는 향후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파병 요구, 무기 구매 압박 등으로 전이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외교는 세 가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기계적 동맹 외교에서 탈피해야 한다. 미국 중심의 외교·안보 노선을 절대시하는 ‘편향된 동맹 외교’는 위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 둘째, 다자외교와 전략적 자율성 확보가 중요하다. 중국, 러시아, 이슬람권 등 다양한 국가들과의 외교 채널을 다변화하고, 외교적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에너지 안보 및 공급망 강화가 시급하다. 중동 의존을 줄이고, LNG·신재생에너지 다변화, 국내 에너지 자립도 제고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우크라이나전쟁에 이어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미·중·러의 전략 경쟁과 글로벌 질서 재편의 연장이다. 한국 역시 이 과정에서 단순한 방관자나 추종자에 머무를 수 없다. 스스로의 안보와 경제를 지키기 위해 전략적 중립과 자주 외교, 에너지 안보, 위기 대응 외교를 병행하는 포괄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제 한국 외교는 ‘선택의 외교’에서 ‘전략의 외교’로, ‘반응의 외교’에서 ‘주도적 외교’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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