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논평
  •    ㅡ '조선노연' 공동교섭 시도의 의미와 과제
울산함성 편집위원회
등록일 :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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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금속노조  조선노연은 7월 9일 오전 서울 강남에 소재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를 방문하여 "조선업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업종교섭을 요구했다.

 

2025년 현재, 조선업은 오랜 불황을 딛고 다시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와 함께 국내 조선 3사와 중형 조선소들까지 연이어 대규모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노동자들이 느끼는 현실은 사뭇 다르다. 오히려 ‘호황 속 노동조건 악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동자들의 처우와 삶의 질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이하 조선노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동교섭’과 ‘업종교섭’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임단협을 넘어,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전반의 변화를 촉구하는 중요한 시도라 할 수 있다.[관련기사: “조선업 호황에도 노동조건 악화" - 업종교섭 요구, 울산함성 2025.07.09.  http://www.ulham.net/national/36285] 

 

1. 조선노연 공동교섭 시도의 의의 – ‘실질적 산별교섭’의 첫걸음

 

지난해와 올해 조선노연이 추진한 공동교섭은, ‘형식적 산별교섭’을 넘어 ‘실질적 산별교섭’을 이루기 위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조선업은 그간 각 사업장별로 노사관계가 분절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화오션, 현대삼호중공업, 케이조선 등 주요 조선소마다 임금과 단체협약, 근무 조건, 복지 수준이 크게 달랐고, 각기 다른 경영 환경과 노사관계 속에서 노동자들은 각개격파식 협상에 내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노연이 주도한 공동교섭은, 개별 사업장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조선업 전체 노동자의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는 금속노조가 추구하는 산별교섭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조선노연은 올해 교섭에서 ‘임금 12% 인상’, ‘정규직 전환’, ‘작업장 안전 강화’ 등 통일된 요구안을 내세웠고, 각 사업장 노조들이 단일한 목소리로 교섭에 임하며 사용자 측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임금 몇 퍼센트 인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노동시장 질서 재편을 위한 실질적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조선업의 특성상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이 높고, 이들의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동교섭은 조선업 전체 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필수적 전략임이 분명하다. 지난해와 올해 조선노연의 공동교섭 시도는 ‘산별교섭의 실질화’라는 노동운동의 오랜 과제를 현실에서 구현하려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2.  지난해 공동파업 효과가 미흡했던 원인과 대책

 

조선노연은 지난해 공동파업이라는 강경한 투쟁을 선택했지만, 그 파급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원인은 여러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다.

 

첫째, 산별 연대의 한계다. 조선노연은 여러 개별 사업장 노조의 연대체이지만, 각 사업장마다 임단협 쟁점이나 경영 상황, 노사관계의 온도차가 컸다. 완전한 동시 행동이나 강도 높은 연대가 실제로 실현되기 어려웠고, 그 결과 파업의 실질적 효과가 분산되고 약화됐다.

 

둘째, 노동시장 조건의 변화도 작용했다. 조선업이 수주 호황을 맞으면서 회사들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협력업체에 미치는 피해가 커져 노조 내부 결속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셋째, 실질적 생산 차질의 부족 역시 중요한 요인이었다. 일부 사업장은 파업 기간에도 필수인력 투입, 교대근무 등으로 실제 생산 차질이 크지 않았다. 조선업 특성상 선박 건조 기간이 길어 단기 파업이 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도 있었다.

 

넷째, 노조 내부 전략의 미흡도 지적된다. 공동파업이 선언적·상징적 수준에 머물고, 실질적 행동이 분산되어 조직력과 집중력이 부족했다는 점, 그리고 파업 이후 실질적 협상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한 전략적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원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실질적 산별 연대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선노연 차원에서 교섭대표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고, 사용자 측과 일괄 협상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사업장별 쟁점이 다르더라도, 임금·처우 개선·정규직 전환 등 핵심 요구사항을 통일해 연대의 힘을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 장기적 파업 전략 및 조직력 강화가 필요하다. 장기 파업에 대비한 파업기금 마련, 조합원 생활 안정, 비정규직·하청 노동자와의 연대 강화로 전체 노동자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필수적이다. 파업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언론·지역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해 사회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조선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시민사회, 상공인 등과 협력해 파업의 의미를 알리는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넷째, 법적·전술적 대응력 강화가 필요하다. 대체인력 투입, 손배소 등 사용자·정부의 법적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법률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부분파업·시차파업·집중파업 등 다양한 전략으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생산 차질 극대화를 위한 전술 개발도 요구된다. 조선업 특성상 특정 공정(블록 조립, 진수 등)에 파업을 집중하거나, 전면파업과 부분파업, 순환파업 등으로 조합원 피로도를 낮추면서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부 교육 및 소통 강화를 통해 조합원 결속을 높이고, 민주적 의사소통 체계를 확립해 주요 결정사항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3. 해외 사례에서 얻는 시사점 – 2023년 미국 UAW ‘빅3’ 동시파업

 

이러한 조선노연의 고민과 실천은 해외 노동운동의 경험에서도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23년 미국 UAW(전미자동차노조)의 ‘빅3’ 동시파업이다.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회사 노동자들은 UAW 주도로 동시파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별로 쟁점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핵심 요구를 통일했다. 또한 순환파업, 부분파업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했고, 언론과 SNS를 통한 여론전, 정치권 압박도 병행했다.

 

그 결과, UAW는 대폭적인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 등 역사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 사례는, 산별교섭의 실질화와 공동행동의 효과, 그리고 사회적 공감대와 전략적 전술의 결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조선노연 역시 UAW와 같이 요구안의 통일, 다양한 파업 전술, 사회적 연대와 여론전, 조직적 기반 강화 등을 통해 실질적인 산별교섭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4. 결론 – ‘형식’이 아닌 ‘실질’의 산별교섭을 향해

 

조선업 호황기에도 불구하고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현실, 그리고 조선노연이 시도하는 공동교섭과 업종교섭의 실질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지난해 공동파업의 한계를 딛고, 실질적 산별교섭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연대의 힘을 강화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며, 전략적이고 치밀한 투쟁과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

 

조선노연의 공동교섭 시도는 ‘형식’이 아닌 ‘실질’의 산별교섭, 그리고 조선업 노동자 모두의 권익 향상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시도가 조선업 노동현장의 현실을 바꾸는 실질적 힘으로 이어지도록, 내부적 준비와 외부적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일이다. 조선노연의 도전이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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