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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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당대표 후보의 정견 발표 모습 (사진 출처=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선 이후 일관된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라며 "반성이 없다면 악수도 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기존의 온건한 정치 관례를 과감히 벗어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민주당의 개혁 입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한 노동권 강화,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제고, 재벌개혁을 겨냥한 상법 개정 등이 대표적이다.

 

정청래 대표의 강경 행보에 대해 한편에서는 '속 시원하다'는 지지가 나오기도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적을 많이 만들고 쟁점이 분산되면서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1. 정청래식 개혁 드라이브의 주요 내용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혁 입법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노동권 강화를 위한 노조법 개정이다. 노조법 2·3조를 개정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기업의 변칙적이고 무분별한 비정규직 확대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이는 재벌과 보수 정치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온 영역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 역시 포함된다. 현행법의 허점을 보완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 기업의 안전 의무를 강화하려는 것으로써, 최근 잇따른 산업재해 사고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둘째, 상법 개정이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 등을 통해 재벌 지배구조를 압박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의 핵심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이다. 이는 특히 낮은 직접 지분, 복잡한 지배구조, 순환출자 고리, 행동주의 펀드 압박에 취약한 재벌에게는 구조적 압박이 되기에, 얼마간 재벌개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셋째, 3대 개혁 특별위원회 설치이다. 정청래 대표는 취임 직후 검찰·언론·기업 개혁을 위한 3대 개혁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강경한 대야 노선도 뚜렷하다. 정청래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다"라며 '내란 청산' 기조를 재확인했다.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다. 사과와 반성 없이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협치보다는 투쟁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 . 정청래식 개혁 속도전의 배경

 

정청래 대표의 강경 드라이브는 윤석열 정부의 내란 시도가 좌절된 현 상황에서, 보수세력이 크게 위축된 틈을 타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는 정권 교체 초기의 '골든타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역사적으로 개혁 정권은 집권 초기 1~2년 내에 핵심 개혁을 완수하지 못하면, 기득권 세력의 반격과 여론의 피로감으로 개혁 동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의 쿠데타를 저지한 시민들의 '빛의 혁명'에 힘입어 등장한 만큼, 이 개혁 동력을 초기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인적인 정치적 야심도 없지 않을 것이다. '배드캅' 전략으로 불리는 정청래 대표의 강경 행보는 '포스트 이재명'을 염두에 둔 장기적 위상 구축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지지층이 원하는 개혁 아젠다를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당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정 대표의 이러한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성한용 한겨레 기자는 최근 칼럼에서 2004년 열린우리당의 4대 개혁 입법 실패 사례를 들며 경고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탄핵 역풍으로 152석의 과반을 차지하며 집권한 뒤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 진상규명법, 언론 관계법 등 4대 개혁을 선전포고식으로 강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각 법안마다 이해집단의 거센 반발이 있었고, 당 내부에서도 강경·온건파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결국 개혁이 좌초됐다.

 

그 결과 노무현 대통령 지지도 하락, 재보궐·지방선거 연패, 2007년 대선 참패로 이어지며 개혁 세력은 몰락했다. 성한용 기자는 이를 교훈 삼아 "선전포고식 개혁은 위험하다"며 "기득권 세력을 자극하지 않고 조용히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동시다발 개혁은 피해야 한다"면서 "각개격파 방식의 단계적 개혁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3. 진보진영의 태도

 

하지만, 흥미롭게도 성한용 기자는 2022년 문재인 정부 말기에는 전광석화처럼 모든 개혁입법을 통과시키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는 개혁의 집중도 중요하지만, 정권 초기의 지지 기반과 개혁 동력 또한 결정적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지금 진보진영은 이재명 정권 초기의 개혁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자유주의 정권이라 해서 진보진영은 선험적으로 냉소적인 태도만 취하며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 한계를 분명히 지적하면서도, 일정 의미를 담는 개혁에 대해선 좌고우면하지 말고 더욱 앞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해야만 한다. 시간이 흐르면 재벌체제와 한미동맹의 굴레 속에서 모든 것이 복잡해지고, 경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과잉 유동성 속에서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며 정권을 내주었던 경험이 있다.

 

특히 앞서 개혁 속도 및 ‘집중’에 관한 논란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은 과거 노무현 정권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의 쿠데타를 저지한 시민들의 '빛의 혁명'에 힘입어 등장했으며, 윤석열과 보수세력의 죄과는 명명백백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은 시기가 결정적이다. 5년 단임 정권에서 근본적인 개혁을 초기부터 몰아붙이지 않으면, 개혁의 전망은 사라지고 만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당시 민주당 정권의 실패는 노동자계급과 민중 등 진정한 개혁 지지세력에 의지하지 않고 그들을 등한시한 데서 비롯됐다. 개혁을 몰아서 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개혁의 속도와 강도가 부족했기 때문에 기득권 세력의 반격을 허용하고 개혁 동력을 상실했던 것이다.

 

정청래식 강공 드라이브는 민주당에게는 분명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개혁의 기회이기도 하다. 민주당으로선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되, 현재의 특수한 조건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보진영은 정청래의 개혁 드라이브를 단순히 지지하거나 반대할 것이 아니라, 이를 진정한 사회변혁의 계기로 만들어 가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조직된 힘을 바탕으로  아래로부터의 개혁 동력을 일으키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권의 개혁 의지만으로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뚫기가 어렵다. 현재 우리가 고민할 지점은 그것이 무엇일까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결국 정청래식 '진보적 행동'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진보진영이 얼마나 조직된 힘으로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은 신중함보다 더욱 과감함에 방점을 찍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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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식 '개혁 속도전', 진보진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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