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계남 동지가 저녁집회 때 옆 건물에서 밧줄 고공농성 중인 남편 양규서 국장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260910).jpg
함계남 동지가 저녁집회 때 옆 건물에서   밧줄 고공농성 중인 남편 양규서 국장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2026년9월10일)

 

- 껍데기뿐인 진상조사위 제안과 최후통첩은 사태를 수습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 5인 미만 꼼수와 내부 폭력의 전모가 드러난 지금, 민주노총에 필요한 것은 뼈를 깎는 대오각성이다

 

완강하던 민주노총이 함계남·양규서 두 조합원의 목숨을 건 단식과 고공농성 사태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힌 후, 벼랑 끝에 선 조합원의 생존권과 노동권이 마침내 최소한의 대화 창구를 찾았다는 점에서 사태가 조속히 수습되리라는 희망을 갖도록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실제로 내놓은 조치의 실상은 깊은 실망과 분노를 자아낸다. 민주노총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제시한 반(反)제안 중 오직 ‘1:1 구성 원칙’이라는 외형적 형식만 수용했을 뿐이다. 진상조사 기구 운영의 핵심인 조사 기한 명시, 그리고 투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형사상 책임 면제에 대한 민주노총 차원의 명확한 의사 표명에 대해서는 전면 거부했다. 이에 더해 민주노총은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식의 고압적인 최후통첩을 날리며, 당장 단식과 고공농성을 해제할 것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ㅡ 기한 없는 기구와 면책 거부… 시간 끌기로 진실을 묻으려는 꼼수


이러한 민주노총의 불성실하고 강압적인 태도에 대해 대책위 측이 “시간만 끌어 사태를 흐지부지 무마하려는 전형적인 꼼수”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민주노총 스스로가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사용자 단체, 대정부 협상 현장에서 뼈저리게 경험해 오지 않았는가. 조사 및 활동 시한과 부여된 임무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기구가 제대로 운영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기한 없는 기구는 지연 작전의 도구로 전락하기 마련이며, 시간이 지나 관심이 시들해지면 슬그머니 진실을 묻어버리는 방패막이로 악용될 뿐이다.

 

더욱이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모든 노사 갈등과 투쟁의 마무리에는 반드시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면책 및 소 취하’ 합의가 전제되어 왔다. 그것이 담보되지 않는 합의는 합의가 아니다. 투쟁이 끝난 즉시 주동자와 피해자가 또다시 법정으로 끌려가 구속되거나, 평생을 따라다니는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굴레 속에서 집안이 파탄 나는 비극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했다. 민주노총이 과거 자본과 정권의 민·형사상 보복을 ‘노조 파괴 공작’이라 비판하던 잣대를 생각해보라. 자신들의 식구였던 양규서, 함계남 두 동지에게 바로 그 잔인한 법적 보복의 칼날을 그대로 노출해 두겠다는 의도인가. 이는 사태 수습의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다.

 

ㅡ '5인 미만 쪼개기'와 '사직 강요'… 부끄러움을 모르는 관료적 태도


이미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상은 숨길 수 없을 만큼 명확히 밝혀졌다. 언론매체 보도를 통해 공개된 현장 녹음 내용은 차마 귀를 의심케 한다. 노조 간부들과 상근자들이 피해자를 둘러싸고 위력과 위계로 사직을 강요하며 집단적 괴롭힘을 자행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여기에 더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가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항과 부당해고 처벌이라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려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러한 정황만으로도 정상적인 노동운동 단체라면 전 조합원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노동조합이 사측보다 더 치밀하게 '사업장 쪼개기' 꼼수를 부리고, 내부 비판을 폭력적인 사직 종용으로 짓눌렀다는 점은 노동운동의 도덕적 정당성을 근본에서부터 흔드는 일이다.

 

그럼에도 관련 당사자인 공공운수노조는 백주 대낮에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려는 듯 “이미 법적으로 다 끝난 일”이라며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총연맹인 민주노총 역시 “산별 내부 문제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냉랭하고 관료적인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자본의 부당함에는 서슬 퍼런 잣대를 대면서, 내부의 부조리와 횡포에는 어처구니없는 무권한론과 법률주의 뒤로 숨는 민주노총의 두 얼굴에 조합원들은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

 

ㅡ 거대한 부메랑이 될 시민의 분노… 대오각성과 전면 개혁에 나서라


이 사건은 연일 보도되며 수많은 노동자, 조합원, 그리고 시민사회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시간을 끌고 꼼수를 부릴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피해자들이 아니라 바로 민주노총 자신이다.

 

앞으로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 꼼수를 쓰며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악덕 사용자를 향해 무슨 자격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스스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고 조합원을 사지로 몰아넣으면서 대정부 투쟁과 노동법 개정을 외친들 어느 시민이 진정성을 믿어주겠는가. 되지도 않는 억지 핑계와 관료적 태도로 일관할수록, 그동안 민주노총을 아끼고 지지했던 조합원과 민주 시민들의 실망감은 거대한 분노가 되어 민주노총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헛된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을 당장 멈추고 대오각성해야 한다.  사태 수습의 첫 수순은 명확하다. 세 차례나 인정받은 산재 판정과 '5인 미만 꼼수' 고용으로 인해 빼앗긴 피해자의 복직 문제를 즉각 해결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1:1 구성의 진상조사위에 명확한 조사 시한을 설정하고, 농성 조합원들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 약속을 포함한 실질적이고 진정성 있는 수습책을 즉각 제시하라. 그리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아, 뼈를 깎는 각오로 노동조합 내부의 관료주의와 정파주의, 쪼개기 편법 고용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진정한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조합원의 생명을 구하고 스스로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길은 오직 이것뿐이다.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오피니언

가해자의 궤변과 본말전도… 노동운동의 타락을 입증한 의료연대 서울지부 <입장문>

안길성 (노동운동가)

2026.09.22

1

오피니언

 이 땅의 정의는 죽지 않았다!  관료화된 민주노총을 부끄럽게 만든 '부산의 함성'

안길성 (노동운동가)

2026.09.17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ㅡ 침묵에 갇힌 진보진영

안길성 (노동운동가)

2026.09.14

함성논평

[함성논평] 민주노총은 진정성을 가지고 ‘사태 수습’에 임해야 한다

울산함성 편집위

2026.09.12

오피니언

 "규약 없어서 조사 못 한다?"… 민주노총의 비겁한 '관료주의적 손놓음’

울산함성 편집국

2026.09.09

[김은식기고] 민주노총의 객관적, 중립적, 독립적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기대합니다.

김은식(양대노총 직장내괴롭힘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2026.08.27

오피니언

[김은식기고] 승리하는 게 정의가 아니라, 정의가 승리하는 것이다.

김은식[양대노총직장내괴롭힘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2026.08.23

1

오피니언

노조가 노동자를 죽이려 하는가

함계남 국장 6년의 집단괴롭힘·부당해고…양규서 국장 목숨 건 고공농성 "노조는 답하라"

이을재(전 전교조부위원장)

2026.08.07

오피니언

[김은식 기고] 나는 왜 양대노총 '직장 내 괴롭힘'에 몰두하는가?

방영환 열사의 유서 앞에서…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은식[양대노총직장내괴롭힘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2026.08.01

오피니언

[기고] '직장 내 괴롭힘' 자살이라는 사회적 참사 앞에서 전하는 울음

신고 3배 증가에도 처벌은 제자리… 직장 내 괴롭힘 방치가 만든 사회적 참사

김은식(양대노총직장내괴롭힘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2026.07.30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