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롱 (상하이외국어대 중동연구소 교수)
등록일 : 2023.04.04

image02.png

 

사법개혁에 따른 반발이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정치위기로 번지자 네타냐후 정부는 일단 유예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 파문은 뜻밖에도 이스라엘-미국 관계에 충격을 주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참모들은 네타냐후의 개혁 프로그램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개혁 포기를 거듭 요구했다. 네타냐후를 비롯한 일부 극우 각료들도 "이스라엘은 성조기의 또 하나 별이 아니다"라며 미국에 반발했다.

 

모두 잘 알다시피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까운 동맹 관계이다. 이스라엘의 중동에서의 생존과 발전은 미국의 확고한 지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양국 국내 정치도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데, 미국 유대인 집단은 양국 정치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번 사법개혁의 주동자 중에는 미국 유대인 재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스라엘 싱크탱크가 포함되어 있다.

 

이스라엘의 사법개혁 지지자들은 개혁이 미국의 '선진적' 경험을 차용한 것이라고 선전한다. 그리고 미국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이스라엘 내정에 간섭하는 일은 드문데,  그간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은 물밑에서 해결하곤 했다. 이번과 같은 비정상적인 사태는 미-이스라엘 관계에 분명히 균열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미국이 이스라엘에서 색깔혁명을 일으켜 이란의 이스라엘 전복을 돕고 있다는 격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최근  이처럼 긴장에 빠진 이유는 다음 몇 가지 사정 때문이다.

 

첫째,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는 당파적 색채가 강하다. 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따르면 공화당의 85%가 이스라엘에 대한 찬사를 보냈고, 민주당원 중 64%가 이스라엘을 지지했다. 공화당원의 80%는 팔레스타인인보다 이스라엘인에 대한 동정심이 더 많았다. 민주당원의 66%는 이스라엘에 긍정적이지만 3분의 2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지지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공화당과 이스라엘 우익은 종교, 이데올로기, 팔레스타인 정책 등에서 비슷한 입장을 취한다. 공화당이 집권하는 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비교적 원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은 이스라엘을 거의 일방적으로 편들며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했다. 이스라엘에 유리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협정인 '세기의 합의'를 내놓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아랍 국가 간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추진하며 관계 정상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는 이스라엘의 우익 정부와 호흡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바마 시절엔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비난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져서 그것이 통과되도록 방관 했다. 이스라엘 또한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핵협정을 맺은 데 대해서 불만이 크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현재의 이스라엘 우익 정부와 마주치게 되면 갈등을 피하기가 어렵다.

 

둘째,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간 상대적 균형을 유지하는 민주당의 일관된 정책을 이어갔는데, 이는 '양국 방안'(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지지하는 방안-주)을 포기하지 않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동정심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의 불법 정착촌을 합법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도로 보인다.

 

네타냐후 집권 이후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북부 4개 유대인 정착촌의 합병을 추진하자, 바이든 정부는 이는 이스라엘 국내법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네타냐후 정부의 여러 주요 각료들이 최근 '양국 방안'을 뒤집는 급진적인 발언을 여러 차례 쏟아낸 것도 미국 민주당 인사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민주당 내에서 팔레스타인을 동정하는 세력이 생겨났다. 샌더스, 워런 등 민주당 중진들을 비롯한 20여 명의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보이콧하며, 미국의 이스라엘ㅡ팔레스타인 정책을 반성하고 팔레스타인의 합법적 권리를 지키자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 반(反)이스라엘 세력의 부상은 미-이스라엘 관계에는 좋지 않지만,  '양국 방안'을 지지하는 국제사회의 정의로운 힘을 강화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끝으로, 이스라엘의 혼란은 중동에서의 미국의 전략적 포석과 이익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사우디가 이란과 화해하고 중동 지역에 '화해 물결'이 거세지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적수'인 이란과 시리아의 지정학적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이 같은 중동 지연정치의 급속한 분화와 조합은 분명히 미국에 불리하며, 아랍 국가들을 끌어들여 반이란 동맹을 결성하려던 미국의 시도가 무산되고 중동에서 미국의 세력이 쇠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가 이런 시점에 국내 갈등을 증폭시키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미국을 더욱 수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측은 네타냐후 정부에 개혁안을 철회하고 정착촌을 합병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비록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균열이 생기긴 했지만, 동맹관계의 근간을 크게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이 같은 차이를  지나치게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양국은 이란에 대한 억제 문제 등에 있어서도 여전히 많은 공통된 이익을 갖고 있다. 이 점이 네타냐후 정부가 사법개혁에 있어 타협한 이유 중 하나다. 현재의 미-이스라엘 관계가 긴장으로 치닫는 것은 양국 내 정당 교체로 인한 기복이 심한교차 추세가 더욱 강화된 것일 뿐,  맹관계의 근본적 방향 전향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023-04-01  07:56 (현지시각)

출처:  환구시보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CJ9pXN09Gy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중화인민공화국과 프랑스 공화국 공동 성명(전문)

중국과 프랑스, 우크라전쟁 이후의 국제질서를 적극 모색하다!

2023.04.09

사우디 달려간 미 CIA국장, "미처 손쓸 틈조차 없었다" 불만 표시

2023.04.08

대만 근방에서, 일본 자위대 고위 장성이 탄 헬기 실종

2023.04.08

마크롱 방중, 프랑스 언론들 특별한 디테일에 주목

2023.04.08

대만  가나와 '수교' 시도하다, 수억 대만달러 사기 당해

2023.04.05

온두라스는 대만과 ‘단교’하는 마지막 국가는 아닐 것

2023.04.05

'사법개혁'이 불러온 미국-이스라엘 갈등

2023.04.04

유럽, 대중국 관계 새로운 모색 중

2023.04.03

미 3성 핵 전사 "조·미 핵전쟁 막을 해법은 평화협정"

[ 류경완의 국제평화뉴스 23.04.03(592)]

2023.04.03

'디지털중국' 구축으로 새로운 우위 조성

2023.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