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록일 :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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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지난 2020년 5차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성폭력 2차 가해행위의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며 ‘노동자연대’와의 모든 연대사업을 중단할 것을 결의한 바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이 결정에 대해 재논의되거나 번복된 사실은 없는 상황입니다. ‘노동자연대’는 당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제이(J)의 조력자였던 전지윤 씨에 대해 5천만원의 명예훼손 손배 민사소송을 진행했었고, 3년간 진행되었던 재판과 소송이 최근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결과를 놓고 성폭력 피해자 제이(J)가 직접 작성한 기고 글 게시를 여성위원회에 요청했습니다. 아랫글은 여성위원회 회의 결과와 요청에 따라 싣게 되었음을 알립니다.ㅡ <노동과 세계 > 편집자주

 

 

ㅡ 스스로 달려간 법원도 확인한 잘못을 인정해야

 

저는 ‘노동자연대 운영위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제이(J)입니다. 저를 도와 노동자연대(노연)를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하던 조력자 전지윤 씨가 입막음용 손배소송을 당해서 3년간 고생하다가 지난해 연말에 항소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로 상고하지 않으면서 재판은 끝났고, 그 후 지금까지 도움을 주셨던 분들을 찾아가 감사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그것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피해 당사자로서 재판 결과에 대한 개인적 소감과 입장을 밝히면서 노연을 향해서도 분명히 요구할 것이 있어 이렇게 펜을 들게 됐습니다. 먼저 제가 겪은 사건과 그동안의 과정을 잘 모르거나 잊혀진 분들을 위해 간단히 다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사건의 첫 출발점은 2003년입니다. 당시 저는 노연 신입회원이었는데 운영위원에게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뒤풀이에서 만취한 저를 가해자가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사건을 가슴에 묻고 있다가 몇 년 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고백했지만, 용기가 없어 사건화하진 못했습니다.

 

저는 2014년에 노연에서 탈퇴했고, 2016년에 성폭력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갔다가 ‘나도 운동 초기에 성폭력을 겪은 적이 있는데 용기가 없어 공론화를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용기 있게 나서는 여성들에게 빚을 지고 있기에 그들이 외롭지 않게 함께 하겠다’는 청중 발언을 했습니다.

 

저의 이름도, 가해자의 소속과 이름도, 사건의 구체적 내용도 전혀 밝히지 않은 정말 소심하게 몸사리는 발언이었지만,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토론회 청중석에 앉아있던 노연 간부가 그 후, 저에게 집요하게 연락하며 문제 삼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발언이 ‘노연에 있을 때 성폭력을 당한 것처럼 연막을 뿌렸으니 소환조사를 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히고 가슴이 떨려 ‘제발 그만해 달라’고 답했지만 수차례 전화, 문자, 메일이 왔습니다. 제가 거듭 거절하자 이후 더 연락이 없다가 1년 반 후에 노연은 ‘J가 우리를 중상모략했다’며 공개 비난하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제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 글을 쓴 이가 바로 2003년에 저를 성폭행한 가해당사자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해자에게 글을 내리고 사과하라고 전화했고 노연에게도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저는 억울함과 분함에 치를 떨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18년 초부터 ‘미투운동’이 시작되면서 저도 용기를 내 <민중언론 참세상>에 제보하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러자 노연은 가해자를 운영위원에서 몰래 해임하고 조직에서 쫓아내는 ‘꼬리 자르기’를 했습니다. 동시에 가해자가 직접 저를 비난했던 글도 ‘증거인멸’을 하듯이 슬그머니 삭제했습니다. 이어서 저의 목소리를 실어준 <참세상>을 몇 차례나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고, 법적 소송도 할 수 있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자신들의 기관지와 홈페이지에서 저를 ‘불순한 의도로 가짜 성폭력을 지어낸 거짓말쟁이’이고 “두말하기와 말바꾸기”, “허위사실 끼워넣기”를 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수많은 글 들을 게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형적인 ‘꽃뱀몰이’였습니다.

 

저를 도와주는 대리인이자 조력자인 전지윤 씨에 대해서는 실명까지 적시해 거듭해서 “추악한 전력”, “야비하고 부정직한 언행”, “교활한 기회주의자”, “나락으로 간 타락”, “파렴치한”, “가짜 피해자성을 팔아먹는 포주” 등의 인신공격을 가했습니다.

 

또 ‘진실규명’이라면서 운동단체들에게 사건과 무관한 저의 평판, 행실, 사생활, 나이와 가족관계 등 신상정보가 담긴 문건을 뒤로 계속 보내는 ‘2차 가해’를 지속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노연 회원이던 시절에 그 조직의 성폭력문제 전담기구에게 받았던 직장내 성폭력 상담 기밀까지 멋대로 왜곡 날조해 공개해 버렸습니다.

 

',맑시즘 2015', 후원에 보이콧한 단체가 피켓 시위를열자 노동자연대 측도 피켓을 들고 맞서고 있다. 출처. 고대신문.png
노동자연대가 주최하는 <맑시즘 2015> 후원에 보이콧한 단체가 피켓 시위를열자 노동자연대 측도 피켓을 들고 맞서고 있다. 출처 : 고대신문

 

이처럼 노연의 행태가 너무나 심각하고 지독했기 때문에 진보적 운동사회 안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졌습니다. 결국 2020년에는 민주노총이 ‘노연이 피해자에 대한 괴롭힘을 중단하고 사과할 때까지 연대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노연은 반성이 아니라 거꾸로 그동안 저를 도와준 조력자인 전지윤 씨에게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5천만원 손배 민사소송을 걸었습니다. 전지윤 씨가 가장 앞장서서 노연을 비판하며 사과를 촉구한 것에 대한 보복이자 입막음용이었습니다.

 

소송은 표면적으로는 전지윤 씨에게 걸었지만, 저를 끝없이 괴롭히며 고통스럽게 하는 방식으로 지난 3년 동안 진행됐습니다. 제가 ‘얼마나 행실이 나쁜 믿지 못할 사람인지 증명’하려고 온갖 사생활과 신상정보를 들추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소송과 재판 과정 자체가 괴롭힘의 연장이었고 가장 심각한 2차 가해였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노연은 전지윤 씨의 통장 2개와 1천만 원이 넘는 돈도 압류했습니다. 재판 결과로 전지윤 씨에게 이자까지 포함해 6백만 원을 손해배상액이라고 또 뜯어갔습니다.

 

보수적인 사법부로 달려가면 강자와 가해자에게 유리하고,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통해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조력자)와 가해자’를 ‘피고와 원고’로 뒤집으면 승산이 있다고 계산한 노연의 기대대로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된 다른 모든 사건과 문제를 떠나 저에 대해서만 보면 이번 재판 결과는 저의 명백한 승리입니다.

 

2022년에 나온 1심 결과와 지난해 나온 2심 결과 모두에서 재판부는 제가 2003년에 노연 운영위원에게 성폭력 피해를 겪었고 그 후 노연에게 ‘폭력적 2차 가해’를 당한 것이 명백한 진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판결문들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피해자인 000의 진술은... 주요 부분에서는 충분히 신빙성을 부여할 정도의 구체성과 일관성을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피해자] 000의 진술 내용은 당시 그가 작성하였다는 다이어리의 기재나 주변 지인들의 진술에 의해 뒷받침된다.” “[노동자연대의 행위는] 매우 폭력적인 2차 가해행위로 느껴졌을 것이 분명하고, 그 대리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전지윤]는 위 표현들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를 비판한 피고의 발언들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단지 세부에 있어서 약간의 상위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 결과에 대해서 저는 먼저, 지난 8년간 가장 앞장서서 저를 돕고 목소리를 내주다가 노연에게 보복과 온갖 지독한 인신공격을 당하고, 결국 손배소송까지 당했지만 지난 3년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재판과 소송에 임해서 이런 결과를 얻어낸 전지윤 씨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또 저의 손을 잡아주고 재판에서도 도움을 준 민주노총,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기후위기비상행동, 페미당당, 세바다, 난민인권센터, 전국민중행동 등과 온갖 방식으로 연대해 준 모든 분들과 최선을 다해주신 변호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송 3년까지 포함해서 지난 8년간 저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십년도 훌쩍 지난 성폭력의 피해 경험을 가슴에 묻고 지나가고 싶었지만 노연은 그것을 강제로 공론화시키고, 그것도 가해자를 앞세워 저를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했습니다. 시간이 거꾸로 돌려졌고,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격랑에 빠지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발버둥쳐야 했습니다.

 

애써 생각지 않으려고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셨지만 악몽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노연은 수년간의 재판과 소송 속에서 삶과 사생활이 난도질 당하며 일상이 파괴되는 끔찍한 늪 속으로 저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제가 지난 8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성폭력 피해자이고 노연이 저에게 폭력적 2차 가해를 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노연이 저를 강제로 끌고 들어간 소송과 재판 결과에서마저 그것은 다시 확인됐습니다.

 

노연도 이 재판 결과에 상고하지도 않았고, 그 어떤 반박 입장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노연은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저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성폭력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우리는 2차가해를 한 적이 없고, 저 여자는 불순한 의도로 중상모략과 거짓말을 하고 있는 가짜 피해자’라고 비난하며 저를 수없이 괴롭힌 것이 잘못이었다고 말입니다.

 

노연은 소송으로 전지윤 씨와 저의 입을 막아놓고는 지난 3년 동안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계속 “자본주의를 폐지하고 진정한 사회주의를 이루는 것이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며, “근본적 사회 변혁”과 “여성 해방”을 말하며 곳곳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각종 노동자 집회나 반윤석열 촛불집회에도 열심히 참가해 왔고, 요즘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반대하는 집회도 열심히 조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불의도 용납하지 않는 가장 정의롭고 급진적인 사람들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노연의 그런 주장과 활동의 의미를 부정하거나 전부 거짓과 위선이라고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노연 지도부뿐 아니라 회원들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주장하며 활동하는 그 기준과 가치를 무엇보다 자신들에게 적용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들이 믿고 달려갔던 법원조차 확인한 사실을 인정하고 저에게 사과하라고 말입니다. 저는 끝까지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이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함께 기억하고 요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4. 05.24

출처:  노동과 세계

 

[관련자료]

* 76개 단체, 755명의 연서명(2018.8.12.)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lvcBu_BK9ZnSZclIsOV-d2Jk4Jb_0XsGfkC8m8VVte_SSfw/viewform

*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발표한 보고서(2018.9.3.)
* 민주노총의 사과 요구(20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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