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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경제력과 북의 군사력이 손을 잡는 남북경제안보동맹이 필요합니다. 지금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중심의 국제질서가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력재편의 대상에 머무를 것인가 주도세력이 될 것인가? 중요한 때입니다. 남북이 각개 격파되지 않으려면 힘을 합해야 합니다."
북의 핵에 맞서 "남쪽도 자체 핵무장을 하자, 전술핵을 재배치하자"와 같은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때 남북의 동맹이라니. 뜬구름같은 이 주장을 공개 강연과 페이스북에서 펼치는 한설! 그는 평화운동가나 통일운동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민주당 관련 인사도 아니다. 놀랍게도 그는 육군군사연구소장을 역임한 예비역 준장이다.
"북의 비핵화를 이루기엔 너무 멀리 왔습니다. 싱가포르·하노이 북미회담이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화성포-17형의 사거리는 15,000km에 이르고 극초음속미사일, 전략순항미사일, 다종다양한 단거리미사일에 이미 여섯 차례에 걸친 핵실험까지. 이제 남은 것은 재진입기술의 검증인데 미국의 태도를 보면 '성공'으로 평가하는 듯합니다. 한반도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정책목표입니다. 상황이 변했으면 정책도 바뀌어야 합니다. 나는 남북경제안보동맹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짜 영웅신화에 맞서다
지난 2018년 판문점회담과 평양회담에서도 거듭 확인되었듯 한반도비핵화는 평화를 위해 거스를 수 없는 가치고 명제였다. 또한 미국은 대외정책의 핵심을 핵확산억제에 두고 이를 NPT체제를 통해 실현해 왔기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한설은 북의 핵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그는 이를 한반도의 실존적인 문제로 보고 미중의 패권경쟁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개될 국제질서, 일본의 재무장 등에 대처하자고 주장한다. 남쪽 주민의 입장에서 핵을 머리에 이고 살자는 얘기인데 더군다나 지금처럼 반북 정서가 강한 이때에 이런 주장을 서슴없이 하다니...
한설은 현역 시절에도 금기에 맞선 일이 많았다. 그가 육군군사연구소소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1975년 사이공 함락 때 베트남경제공사였던 이대용 예비역장군은 "심일 소령이 1950년 6월 25일 춘천 및 홍천 전투에서 5명의 특공대를 이끌고 인민군의 자주포 2대를 수류탄과 화염병으로 격파했다"는 전공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대용은 육사 7기로 심일의 한 해 선배이고 같은 6사단 7연대에 소속된 1대대 1중대장이었다. 그는 유족이 받을 충격을 고려, 심일의 부모가 생존해 있을 때는 이를 묻어두고 있었다. 2005년 만 100세까지 산 심일의 모친이 돌아가시고서야 이대용은 국방부와 6·25 전사편찬위원회에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미 굳어진 영웅신화를 바로잡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그가 택한 게 언론인터뷰, 2016년 6월 17일 조선일보의 최보식 칼럼에 이대용의 증언이 소개되었다.
인터뷰가 큰 파장을 낳자 육군은 한설에게 심일 공적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한설은 육사 40기로 고려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력을 살려 자료를 모으고 증언을 청취했다.
눈에 띄는 사실(史實)이 나타났다. 영웅적인 전과였음에도 불구하고 1955년에 간행된 제6사단 제7대대의 약사(略史) 초판본에는 육탄공격에 대한 기술이 없었다. 기록이 나타난 건 영웅화 작업이 진척된 1978년의 개정판부터였다. 그 외 전투상보·작전일지·북한측 사료에서도 관련 기록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당시 춘천전투의 생존자 13명은 한결같이 육탄공격은 없었다고 증언했고 심일과 함께 특공공격을 했다는 육탄 5용사는 아예 병적 기록이 없는 가공의 인물인 것도 드러났다. 한설은 이런 조사를 토대로 이대용 장군의 주장이 옳고 심일의 공적은 허위라고 보고서를 올렸다.
하지만 국방부는 한설의 보고를 묵살하고 군사편찬연구소에 재검토를 지시하는 한편 '심일소령 공적확인위원회'라는 임시기구를 만들었다. 한설은 2017년 1월 24일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발언자로 나섰다.
주최 측은 육군군사연구소의 자료집 배포를 막고 한설의 파워포인트 사용 요구를 거부했다. 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육탄 5용사'는 과장 미화되었으나 심일의 공적은 사실이고 2대가 아니라 6대라고 외려 전과를 부풀려 결론을 내렸다. 그 이후 여기저기서 한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가 들려왔다.
확장억제는 말의 잔치일 뿐
"미국의 확장억제는 이제 말의 잔치에 불과합니다. 레이건 항모가 동해에 들어오고 비질런트 스톰이 실시될 때도 북은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과거에 북한은 말폭탄을 쏟아내면서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핵무력을 갖춘 후부터 달라졌습니다."
지난 가을부터* 며칠 전 무인기 사건까지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험 상태다. 9월 30일 핵항모 레이건은 동해상에서 한미일연합으로 대잠수함훈련을 했다. 10월 31일부터 실시된 비질런트 스톰에는 한미의 F-35A, F-35B스텔스전투기와 U-2 정찰기, KC-135 공중급유기 등 총 240여 대가 동원되었다. 이 훈련은 북한의 핵심표적 수백개를 겨냥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원래 이 글은 2022년12월31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다.ㅡ편집자주
이때 북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동해에서 기동하는 레이건 항모를 직접 겨냥한 사거리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훈련을 마치고 회항하는 레이건호의 뒤를 향해서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비질런트스톰시기에도 23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동시 다발로 발사해 어떻게든 대응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팀스프리트훈련시 방어 태세만을 취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윤석열 정부의 요청대로 전략자산이 대규모로 거듭 전개되었지만 북은 11월 18일, 보란 듯 화성포-17형을 발사했다.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의 시험발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유엔안보리 제재는커녕 의장 성명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B-1B 랜서 2대가 한반도에 재전개 한미연합공중훈련을 벌였을 뿐이다.
진정성이 의심스러웠던 문재인 정부
"사실 문재인정부의 9·19군사합의는 의미가 컸습니다. 군 출신들이 다 비판했을 때 나는 적극 지지를 했어요. 문제는 신뢰를 깨뜨렸다는 거죠. 약속을 했으면 한미연합훈련이나 그런 것을 하면 안 되죠. 남북의 관계는 신뢰를 쌓기 어려운 관계이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야만 합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그해 9월 19일 맺은 군사합의는 한반도의 분위기를 단숨에 평화모드로 바꿔놓았다. 이 합의는 모든 적대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자는 취지였다.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를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협의하고 "군사적 긴장 해소 및 신뢰구축에 따라 쌍방이 단계적 군축을" 실행한다는 중요한 합의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예산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7.5%가 증가해 이명박 정부의 6.1% 박근혜정부의 4.1%를 넘어서 2020년에는 무려 50조 원에 이르렀다. 9·19군사합의에서 "군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약속이 무색해지는 증액이었다.
더더욱 중요한 문제는 군사훈련이었다. 919 군사합의 두 달 후인 11월 한미해병대연합훈련이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방어적 훈련"이란 입장으로 진행되었고 2019년에는 지휘소형태이지만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어 9·19합의의 토대가 흔들리게 되었다.
한설이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한 것은 이 대목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래서 싱가포르,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되자 북은 핵무력 고도화의 길을 걸었는데 신뢰가 약화되었기에 문재인 정부 내내 이를 제어할 수 없었다는 진단이다. (계속)
http://www.ulham.net/opinion/2330?page=2
[ 민병래의 사수만보] 퇴역한 장군이 남북경제안보동맹주장하는 이유 (2회)
예비역 준장, 전 육군군사연구소장 한설... "남북이 각개격파되지 않으려면 힘을 합해야"
2023.04.03
[민병래의 사수만보] 퇴역한 장군이 남북경제안보동맹 주장하는 이유 (1회)
예비역 준장, 전 육군군사연구소장 한설... "남북이 각개격파되지 않으려면 힘을 합해야"
2023.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