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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강연자의 노동계의 명성과 정치세력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100평 규모의 민주노총 울산본부 2층 강연장은 약 80명 정도의 참석자들로 자리를 꽉 메웠다. 물론 최근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이 전면화 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도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강연은 예정대로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되었는데, 간단한 민중의례 후 고 노옥희 교육감 비서실장이었던 조용석씨가 나와 곧 있을 4월 5일 울산교육감 보궐선거와 관련한 간략한 소개가 있었다. 그는 “진보교육운동의 교육청 집권 목표와 노동자 집권 목표는 본질상 다르지 않다”고 하면서, 노옥희 교육감이 교육청 간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코로나19 휴교기간에 남은 급식비 420억원을 학부형들에게 돌려주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이어서 민주노총울산본부 박준석 본부장의 인사말과, 민주노총 본부에서 제작한 민주노동당 창당 과정과 창당 후의 주요 활동을 소개하는 약 10 분 정도의 영상 방영 이 있었다. 영상 방영이 끝나자 첫 번째 연사인 권영길 지도위원이 나와 본 강연이 시작되었다.
1. 권영길ㅡ 지금은 윤석열 정권 에 맞선 ‘진검승부’를 펼칠 때
“오늘 만남이 민주노총 사수 결의 대회, 윤석열 정권 심판 결의대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권영길 지도위원의 말이 떨어지자, 강연장은 갑자기 엄숙한 분위기로 변했다. 모두들 윤석열 정권의 최근 노동탄압을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연자의 말은 이어졌다.
“윤석열 정권은 민주노총이 부패한 노동자 집단, 청년일자리를 가로막는 집단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그런 집단인가?”라고 연사는 반문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민주노총을 무너뜨리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말로만이 아니라 총리, 각 부처 장관, 검찰, 국정원이 총동원 되어 사회적으로 반민주노총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며 지금의 노동탄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전면 공세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에 대응하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안일함을 곧바로 질책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민주노총 지도부는 늘상 하는 대로 2월 정기대의원대회, 5월 메이데이 투쟁, 7월 총파업 등 평소와 별반 다름없는 일정 못박기 식으로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은 단지 ‘엄포’만이 아니기 때문에 공장과 사무실에서 거리로 뛰쳐나오는 ‘총력투쟁’을 해야 하며,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즉 , 내 몸을 보존하려는 투쟁으로는 안 되고 “윤석열 정권이 죽느냐, 민주노총이 죽느냐”의 투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이유
그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총선전략과 관련이 있다. 지금 여소야대 정국에서 내년 총선을 지게 되면 윤석열 정권은 곧 ‘식물정권’이 되고 만다. 따라서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지지율을 높여야 한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때 강경진압을 통해 지지율이 올라갔기 때문에 지금 진행하는 노동탄압은 최소한 내년 총선까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의 노동탄압은 곧 저들의 총선전략이자 보수세력의 재집권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 두번째 이유는 좀 더 심층적이다. 더욱 가혹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기 위한 사전 정비작업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영국에서 그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1980년대 초 신자유주의가 처음 도입될 무렵 당시 새로 집권한 대처수상이 노조를 길들이기 위해 대표적인 강성노조인 탄광노조를 제압하기 위한 음모를 꾸몄다. 정부는 2년 치 석탄을 미리 준비하는 등 치밀한 준비 끝에 탄광파업을 유도하여 결국 굴복시켰다는 것이다. 그후 영국의 노동조합은 고분고분해졌고 신자유주의 정책은 별반 저항없이 관철되었다.
지금 윤석열 정권과 조선일보 등 재벌수구세력이 노리는 바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시간을 더욱 연장시키고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유연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그것을 가로막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인 민주노총을 완전히 무력화 시킬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이다.
반윤석열 심판투쟁이 곧 총선전략이다.
그렇다면 지금 시기 민주노총과 노동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해 권 지도위원은 여론전의 중요성을 들었다. 과연 민주노총이 하청노동자를 착취하는 집단인지 아닌지 국민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토론하겠다고 KBS, MBC에 토론장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先) 재벌개혁’ 하면 민주노총 역시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당당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탄압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는 외에도, 2024년 총선 준비를 함께 할 것을 당부했다. 결국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문제로 돌아온 셈이다. 이에 대해 권영길 지도위원은 “반윤석열 투쟁이 곧 총선전략이며, 총선 준비 또한 반윤석열 심판투쟁”이라는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그는 보수세력의 치밀한 정치일정에 비해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이 아직도 총선전략조차 수립하지 못한 현실을 지적했다.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인 2100만 노동자를 대변하는 민주노총이야말로 사실상 국가의 중심이고 대통령보다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야당인 민주당에 노조법 2, 3조를 개정해 달라고 사실상 구걸했다.”고 개탄했다.
현재 진보정당의 분열문제와 관련해선 “콩알이 하나밖에 없다. 먼저 그 콩을 온전히 땅에 심어 싹이 터야 더 많은 콩을 나누어 먹을 수 있다. 그런데도 그것을 심기 전부터 1/4로 쪼개 나누어 가지려 한다.”며 단결을 촉구했다.
2. 한상균ㅡ 노동자가 나서 '신사회' 전망을 제시하자

두 번째 연사로 나선 한상균 지도위원은 ‘무대포 정신과 대포정신’을 거론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무대포’라는 말은 원래 일본 전국시대 때 숙적인 다케다 가문과 오다 가문의 싸움에서 유래되었다. 다케다 부대가 ‘총(대포)’도 없이 기존 전법대로 기마부대만 믿고 돌격했다가 전멸당한 고사를 들려주었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과 같이 ‘무대포’로 나올 경우, 우리 노동자들은 ‘대포’를 갖고 맞서야 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제2의 정치세력화’를 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상균 지도위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1월경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했다. 청년세대는 현재 어느 당도 선택하지 않은 무당파가 70%나 되며, “기득권 세력을 깨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따라서 우리가 그들의 마음을 붙잡으면 제2의 정치세력화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물쩍한 ‘후보단일화’나 ‘비례대표’와 같은 쉬운 길만 쫓아서는 안 되며, 한국사회를 어떻게 건설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울산과 같은 노동자 중심 도시에서 지역구로 출마하여 진검승부를 겨루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170석을 가진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세월만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 때 노동법 2, 3조를 국회가 통과시켰더라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이제 와서 법안을 제출한다고 부산을 떠는데, 그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뻔히 알면서 하는 ‘시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약 1시간 반에 걸친 두분의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방청석의 한 참석자가 “주 타격대상은 윤석열 정권이고, 민주당과 연대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한상균 지도위원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민주당이 진보라는 생각이 지금 현장에선 꽤 많이 스며들어있다. 하지만 노동자가 노동법 개혁을 위해 정치파업 하겠다고 하면 민주당이 찬성할 것 같은가? 민주당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민주당이 불철저하다고 우리가 욕하면서 ‘왜 일이 있을 때면 을지로위원회를 찾아 오느냐’고 사적인 자리에서 민주노총을 비웃는다.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무척 자존심이 상한다. 우리 자신의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영길 지도위원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제약회사들이 이익을 많이 올린데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익공유제’를 언급했다가 철회한 일화를 들었다. “국민의힘이 ‘사회주의 하겠다는 거냐’고 공격하자 민주당은 입을 닫았다. 원래 진보세력이 아닌 민주당이 ‘진보정당인 체’ 하다 보니 그들 스스로의 정체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