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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과 법률가 단체들이 대법원에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할 것을 촉구했다. 회사가 청산됐더라도 같은 기업집단 안에서 사업이 계속됐다면, 법인의 형식만으로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노총법률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손잡고,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는 10월 29일 오후 2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부당해고 사건의 원심 파기와 충분한 심리를 요구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사건은 2022년 10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회사가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데서 비롯됐다. 금속노조는 지난 8월 4일 상고했으며, 대법원은 12월 4일까지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구미공장의 생산물량이 관계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 이전돼 생산이 계속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2025년 국정감사에서도 물량 이전과 생산 지속, 평택공장의 매출 증가 등이 다뤄졌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한국니토옵티칼이 일본 니토덴코 기업집단 안에서 생산과 경영을 유기적으로 운영해 온 만큼,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별개의 사업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관계회사로의 전환배치나 고용유지 방안을 검토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이 정당했는지도 대법원이 심리해야 한다는 요구다.
“기업 청산의 자유가 해고의 자유는 아니다”
민변 노동위원장 김상은 변호사는 글로벌기업이 사업을 여러 법인으로 나눠 운영하는 현실에서 법인의 형식보다 사업의 실질과 책임의 귀속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하나의 회사와 하나의 법인을 하나의 사업 단위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실의 기업 활동은 반드시 법인 단위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실제 사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권한과 책임이 어디에 귀속돼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법률원 탁선호 변호사는 이날 상고이유보충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고 원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탁 변호사는 “회사를 청산할 자유는 있지만, 그 자유가 노동자 전원을 아무런 노력 없이 해고할 자유까지 뜻하지는 않는다”며 “이 사건에서는 관계회사로의 전환배치나 우선채용도 검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심이 법인격 부인의 법리를 적용해 노동자들의 주장을 배척하면서도, 두 회사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을 운영했는지에 관한 핵심 쟁점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와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는 기업집단 내부의 고용유지 가능성을 고려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기업의 조직 형태가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탁 변호사는 “공장은 불탔지만 회사는 화재보험금을 받았고, 물량은 평택으로 이전됐다. 노동자들은 해고돼 아직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원심의 위법한 판단을 바로잡고 헌법과 노동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인권기준도 기업의 책임 회피 막아야
기업과인권네트워크 김동현 변호사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과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일반논평 제24호를 근거로 실효적인 사법구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기업집단의 복잡한 법적 구조가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며, 법원도 기업의 실질적인 운영 구조와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집단의 운영 실질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법인의 경계에서 판단을 멈추면,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정작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제기한 사업의 실질과 해고 회피 가능성이 제대로 심리될 수 있도록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해야 한다”며 심리불속행 기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숫자도, 정리 대상도 아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배현석 지회장은 노동자들이 오랜 기간 회사에 기여했음에도 화재 이후 일터에서 쫓겨났다며 대법원의 판단을 호소했다.
배 지회장은 2010년 입사해 12년간 근무했으며, 조합원들 상당수도 10년 이상 일한 숙련 노동자들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이후 생산물량이 평택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은 업무 인수인계까지 했지만, 고용유지에 관한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은 단순한 서류와 법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삶과 가족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며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하고 가족을 부양하며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고 이후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생계의 어려움에 손해배상과 가압류까지 더해졌다며,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충분한 심리를 통해 억울함을 바로잡을 기회를 열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은 기업집단이 여러 법인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사업의 실질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고용유지 책임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법원이 법인의 청산이라는 형식에 머물지 말고 사업의 연속성과 해고 회피 가능성을 면밀히 심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계가 걸린 사건인 만큼,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권 보호의 관점에서 책임 있게 판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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