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범주 (자유기고가)
등록일 :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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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 달러, 약 488조원.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한국이 미국에 조성하고 상납하게 될 기금의 규모입니다. 이 거대한 자금의 투자처는 미국이 결정하며, 수익의 90%는 미국의 소유가 됩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대미투자가 관세인상 조건까지 고려하여 주로 미국 제조업에 집중되면서, 국내 제조업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결국 국내 일자리 감소와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여기에 더해 1000억 달러(약 139조원) 규모의 미국산 LNG 구입 약속과 관세율 0%에서 15%로의 인상까지 감내해야 합니다. 게다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 인상 규모, '한미동맹의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언급되는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도 한국에 적지 않은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종합해보면, 이는 거의 국가의 주권을 양보하는 수준의 굴욕적인 협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윤석열 정권이 이와 같은 협상을 했다면 '매국 정권'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당 이재명 정권이 이러한 협상을 진행하니, "줄 것은 주고 챙길 것은 다 챙긴 성과적 협상"이라거나 "현실적으로 최선의 결과"라는 찬사가 넘쳐납니다. 같은 행위라도 민주당이 하면 용서받고, 국민의힘이 하면 범죄적 행위로 규정되어 투쟁의 대상이 되는 이중적 잣대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목격된 바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는 격렬한 반대 투쟁을 불러일으켰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가로 사드를 배치했을 때는 극소수의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도 사드 투쟁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중적 반응 패턴은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한국을 간접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는 역시 민주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래 미국을 향해야 할 파괴적, 혁명적 에너지를 부드럽고 세련되게 흡수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결정적인 국면마다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약간의 진보적 조치를 취하는 척하면서 내정(內治)에서 국민의힘 대비 미미한 차별성만 보여도, 국민의힘을 몰아내 혁명을 이루었다고 자부하던 그 격렬했던 대중들의 열기는 순식간에 잦아듭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진정으로 선호하는 진짜 파트너는 민주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45년 해방 이후, 친일파 핵심 인사들이 일제에 이어 미국에 의존하며 한민당을 결성하여 남북분단 반대, 통일, 진보적 민주주의 건설, 친일파 척결, 토지개혁, 미제국주의 반대를 외치던 압도적 다수의 민족, 민주, 민중 세력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미군정의 핵심적이고 가장 사랑받는 파트너는 한민당이었습니다. 정치적 계보로 보면, 현재의 민주당은 그 한민당의 후예입니다. 정치적 족보로 보더라도, 또 예외 없이 발휘되는 정치적 효용으로 보더라도, 민주당이야말로 미국이 진정으로 선호하는 지배 파트너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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