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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의 도청이 말썽이다
미국의 도청 기술은 세계 제일이지만, 자신들의 도청 사실을 감추는 기술까지는 아직 개발하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이 세계 각국을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은 잊을만하면 폭로되곤 한다. 지난 2013년 전직 미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청 실태를 폭로한 사실이 대표적이다. 이번엔 소셜미디어 ‘디스코드’의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서 집중적으로 유출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은 100여 건으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미군 지도부 보고를 위해 미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했다고 전한다. 이들 문건에는 중앙정보국(CIA)과 NSA, 국가정찰국(NRO), 국무부 정보연구국 등 미 정보기관들이 수집한 정보들이 담겼으며 대부분 ‘일급기밀(Top Secret)’ 마크가 찍혀 있다. 미국은 법무부 차원에서 기밀문서 SNS 유출 의혹에 대해서 조사 중이라고 한다.
문건에는 우크라이나전쟁의 실상이 잘 드러나 있다
이 문건을 보면 미국은 러시아군의 전투 계획이나 전투력 등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함께, 공격 시기와 특정 목표물까지 매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듯 하다. 또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고갈 상태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고 있었다. 유출된 한 문서에는 미국이 제공한 155㎜ 포탄이 지금까지 거의 100만 발 발사됐다는 내용, 그리고 포탄이 하루에 얼마나 빨리 소모되며 재보급에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가 적혀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동안 일방적으로 러시아가 불리하다는 미국과 서구 매체의 보도와는 달리, 폭로된 한 문건을 보면 러시아군 사망자가 1만6000명~1만7500명인데 비해, 우크라이나군 사망자는 7만1500명이란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양군 전사자 비율은 1:4를 넘어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중동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이스라엘에 관한 소식도 들어 있다. 최근 이스라엘 시민들의 네타냐후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 배후에는 자국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CIA가 지난달 1일 감청을 통해 작성한 문건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지도부가 자국 정부를 비난하는 명시적인 행동을 포함해,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 개편에 항의할 것을 모사드 관리들과 시민들에게 촉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도 국가안전보장회의가 도청당했다
물론 도청대상에 미국이 ‘아끼는’ 동맹국 한국도 빠질 수 없다. 용산 대통령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논의한 내용들이 고스란히 도청당한 것이다. SNS에 유출된 문건에는 지난달 교체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 비서관 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 문제에 관한 비밀스런 대화가 포함되어 있다.
문건에 따르면 김성한 전 실장은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우크라이나에 신속하게 탄약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폴란드에 155mm 포탄 33만 발을 판매할 가능성을 제안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폴란드에 대한 한국의 최근 무기수출이 결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회 지원’임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미국의 압력 때문에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무기수출 금지 원칙을 한국이 스스로 포기했음을 의미한다. 러시아는 분명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며(혹은 이번 사건을 통해 알게 되었을 것이며), 향후 한-러 관계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종속적 ‘한미동맹’ 신화를 깨야 한국이 산다 !
미국의 도청수준이 이 정도라면 어찌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도청만이 문제가 되겠는가? 미국은 사실상 한국 정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이렇게 해서 얻은 정보를 도대체 어디다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선거와 같은 한국의 중요 국가 일정에도 관여하여 권력교체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고, 한국의 정치세력 관계를 일정 정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진보진영 내에선 순진하게 미국의 이 같은 영향력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사회에는 하나의 미신이 작동하고 있다. 노골적인 이 같은 주권 침해와 내정간섭까지도 ‘한미동맹’의 신화에 껴맞추게 되면 너그럽게 용서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명백히 국익을 위협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는 동맹을 흔들 사안이 아니라며,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는 등 뜨뜻 미지근한 소리만 하고 있다. 설마 한국을 지켜주는 미국이니 이 정도는 봐줄 수도 있다는 심산인 것 인가?
우리는 여기서 ‘한미동맹’ 신화의 무서움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것을 듣는 순간 한국의 집단이성은 순간적으로 마비가 되니 참으로 위대한 '개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게 ‘동맹’이 아닌 ‘종속’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이 감히 미국 백악관을 도청하고 감시하는 것이 가능한가? 만약 기술적으로 가능한들 한국은 동맹국이니 괜찮다고 미국이 봐줄 것 같은가? 어림없는 소리다. 그럼에도 이처럼 한국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양국 관계가 ‘동맹’이라는 허울 좋은 단어 속에 잘도 가려져 있다. 한국사회는 이 ‘한미동맹’의 신화를 깨기 전에는 결코 발전할 수가 없다.
한미동맹은 결국 윤석열 정권과 같은 보수 반동세력을 위한 것이며, 또 그것을 굳건히 떠받치고 있는 재벌세력을 위한 것일 뿐이다. 절대다수 노동자와 민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