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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소식
한국 재벌 기업들의 이중적 행태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며 숙련노동자 양성과 정규직 채용 확대를 약속하면서도, 정작 한국에서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대량으로 고용하며 청년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 조선업 호황이라는 황금기를 맞이한 지금, 울산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대중공업 등 한국 재벌 기업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기업인가? '제2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이재명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ㅡ 5년 만에 3배 급증한 이주노동자, 사라진 청년 일자리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가 12월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2020년 3,133명에서 2025년 9월 기준 10,418명으로 5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대부분이 E-7-3(기능인력) 비자로 입국했으며, 울산시는 올해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을 통해 현대중공업에 44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추가로 투입했다. 더 나아가 내년에는 외국인 고용 쿼터를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명백하다. 조선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지역 청년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절망하고 있으며, 지역 경제는 오히려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은 지역사회로 환원되지 않고,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만 이어지고 있다. 청년들의 숙련 일자리는 단기계약직 이주노동자로 대체되고, 협력업체의 임금 인상 요구는 외국인 인력 확대로 회피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ㅡ 미국에선 정규직 투자, 한국에선 저임금 노동자 확대
이러한 현실은 한국 재벌 기업들이 미국에서 보여주는 행보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현대자동차, 삼성을 비롯한 한국 재벌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현지 숙련노동자 양성 프로그램과 수천억 달러 투자로 수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미국 정부와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며 '좋은 일자리' 창출 기업으로 환영받으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본국인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법무부 면허만 있으면 정부의 감독에서 벗어나 외국인 노동자를 사실상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최근에는 ‘광역형 비자’라는 새로운 통로까지 확보하며 저임금 노동력 공급 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지적한 대로, 이는 "사실상 저임금 노동자 창고로 비자를 악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이중 잣대는 한국 재벌 기업들이 한국 청년과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미국에서는 숙련노동자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높인다고 판단하면서도, 한국에서는 청년들에 대한 투자 대신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계산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커녕, 최소한의 양심조차 찾아볼 수 없는 천박한 이윤 추구 행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재벌 기업들의 행태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광역형 비자 확대를 적극 추진하며 사실상 재벌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하청 행정’을 펼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최용규 본부장의 지적대로 "시와 기업은 손잡고 광역비자로 저임금 외국인 인력을 쏟아내고“ 있으며, 이는 시민의 삶이 아닌 대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정책일 뿐이다.
'제2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이재명 정부의 죄과는 더욱 무겁다. 노동 존중과 공정 경제를 내세우며 집권한 정부가, 대기업의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확대 정책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배신행위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 확대를 약속했던 정부가,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현실이 펼쳐지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노동자 도입·운영·관리감독의 일원화조차 이루지 못한 채, 사실상 대기업들이 정부 감독 없이 외국인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
조선업 호황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지금, 정부는 대기업들에게 정규직 일자리 확대와 청년 고용 증대를 강력하게 행정 지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대기업들은 호황의 과실을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만 활용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오히려 지원하고 있다.
ㅡ 대량 실업 예고되는 청년들, 침체하는 지역경제
이러한 정책의 귀결은 명백하다. 조선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제는 침체하고, 청년 일자리는 축소되며, 대량 실업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단기계약직 이주노동자를 늘리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의 붕괴와 숙련 노동력 기반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백호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의 말대로, "이윤만을 쫓는 기업과 원칙 없는 울산시의 정책이 울산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 광역형 비자는 특정 대기업을 위한 특혜이자 청년 일자리 절벽을 더 깊게 만드는 반노동 정책이다. 이 모든 책임은 결국 이재명 정부에게 있다. 명색이 '제2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정부라면 당연히 민중과 청년들의 편에 서야 한다. 미국에서는 숙련노동자 양성과 정규직 채용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한국에서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로 청년 일자리를 대체하는 재벌 기업들의 이중적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촛불 민심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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