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 그것은 기만이며 함정이다
진상은
등록일 : 2023.08.09

 

image01.png


눈이 뜨이자 습관처럼 현관 밖에서 신문을 들고 왔는데, ≪한겨레≫를 대표하는 인물들 가운데 하나의 대형 칼럼이 새벽부터 속을 긁는다. ―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국민통합과 대한민국 정치: ‘국민통합’ 노무현의 꿈은 이루어질까”(2023. 07. 23.)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는 “‘0.73%p 대통령’ 윤석열의 거짓말…‘통합’ 버리고 편가르기”(2023. 03. 19.)에서, “일찌감치 ‘대연정’을 제안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참 대단한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광야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목놓아 부르던 ‘선지자’의 외침이었습니다.” 운운했다. 남다른 정치적 쇼맨쉽에 넘어가 그를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배신감에 가혹하게 비난했던 저 연정 제안, 당시 극우 제1야당[인민대중을 기만하기 위해 거듭되는 ‘개명’으로 당시 명칭이 기억에 없다]과의 연정 제안이 “‘선지자’의 외침”으로까지 격상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 7월 23일의 칼럼은,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인과 대통령으로서 한 일은 모두 다 ‘국민통합’이라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거나 “그의 정치는 ‘국민통합’에서 시작... 마지막까지 그가 추구했던 가치와 목표도 ‘국민통합’... 이렇듯, ‘국민통합’은 그의 정치역정을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등등등, 그의 시종들과 ‘회고록’을 장황하게 인용하면서, 그가 “‘선지자’”였음을, 그리고 소위 ‘국민통합’을 재삼재사 강조하고 있다.
‘국민통합’ ― 분명 가슴 설레게 하는 말이다. 다만, 정치적으로 순진한 대중에게만이며, 저들이 노리는 것도 그것이지만.


그러면 도대체 ‘국민통합’이란 무엇인가? 사전적(辭典的) 의미로는 이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정치적으로, 통합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과연 가능한가? 개인적인 변덕 등 객관적인 필연적 근거가 없는 이탈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성한용 선임기자에게, ≪한겨레≫에, 그리고 죽은 ‘선지자’까지를 포함해서 ‘국민통합’ 운운하는 모든 자들에게 묻건대, 착취자와 피착취자, 억압자와 피억압자의 통합이 과연 가능한가? 이 나라, 이 사회는 분명 소수의 착취ㆍ억압자와 절대다수의 피착취ㆍ피억압자로 분열되어 있는데, 그들의 통합이 가능한가? ― 제정신을 가지고는 필시 가능하다고 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저들은 ‘국민통합’ 타령을 해댄다. 그렇다면 우선, 저들이 ‘국민통합’ 운운할 때, 저들 내심의 ‘국민’은 대관절 누구인가?
그 ‘국민’은, 다름 아니라, 이 사회의 지배계급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자들, 구체적으로는 제도정치권의 거대 정당들, 특히 여ㆍ야 양당이다. 이는 ‘선지자’ 노무현의 연정 제안에서도 명백하고, 성한용 선임기자의 언설에서도 명백하다. 예컨대, “노무현 대통령이 떠난 지 14년이 지났”지만, 그의 “꿈이었던 국민통합...은커녕 정치 양극화가 훨씬 더 심해졌습니다. 분열과 증오의 정치는 우리 모두를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 거짓 선지자들의 선동이 우리를 끊임없이 세뇌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라고 하고 있지 않은가? 그가 말하는 “정치 양극화”라는 게, 거대 여ㆍ야 양당 간의 권력다툼의 치열화이지,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간의 투쟁의 격화가 아니지 않은가? 그리하여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운운한다든가, “원내대표들”(국민의 힘 윤재옥,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정의당 배진교)“도 정치 복원을 위한 제도개혁의 필요성에 공감” 운운하며, “다당제 연합정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먼저 구축되어야 협치가 가능” 운운하지 않는가?


이렇게 저들은 이 사회 지배계급의 정치적 대표자들의 연합을 ‘국민통합’이라는 기만적인 언어로 제시, 선전하고 있다. 그렇게 노동자ㆍ인민대중의 비판적 정치의식을 함몰시킬 함정을 파고 있다. 심지어는, “2002년 월드컵 구호는 ‘꿈은 이루어진다’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월드컵 열기가 식지 않은 가운데 ...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저는 ‘국민통합’이라는 노무현의 꿈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언젠가 ‘케이팝’이나 ‘케이방역’처럼 국제사회가 ‘케이정치’를 높이 평가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극히 속되고 상업주의적이며, 주술적이기까지 한 언사로 글을 맺으면서! ― “우리를 끊임없이 세뇌하고 있”는 이 ‘거짓 선지자의 선동’!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저들이 새삼 이렇게 ‘국민통합’ 운운하면서 인민을 기만하며 함정을 파고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한용 선임기자가, “전문을 읽어”보라면서, 길게 인용하고 있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75주년 제헌절 경축사’ 속에 그 실마리가 있다. 이렇게. ― “우리 사회 곳곳에 위험 신호가 켜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대립과 갈등만 부추기고 있습니다. 특히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켜지고 있다는 저 ‘위험 신호’, 그것은 무엇일까? 자본주의적 생산의 모순ㆍ위기가 격화되면서 노동자ㆍ인민대중의 빈곤과 고통이 심화되고, 그에 따라 다발하고 있으며 혁명적으로 진출하게 될지도 모를 그들 노동자ㆍ인민대중의 투쟁,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선지자’ 노무현의 꿈, 즉 노동자ㆍ인민대중의 혁명적 투쟁ㆍ진출을 분쇄할, 지배계급의 역량의 통합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것 아니겠는가?

 

출처 :  <노동자신문>  8호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함성논평

[함성논평]  제국주의·반사회주의 군사동맹의 동북아 출현

ㅡ 미·일·한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 협약

2023.08.25

오피니언

일본의 핵폐기물 방류 배후에도 미국이 있다

백철현(전국노동자정치협회)

2023.08.24

오피니언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 정신(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 해설

김장민 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연구위원(정치학 박사)

2023.08.21

오피니언

[기고]전쟁부르는 한미일 정상회담 단호히 반대한다!

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처장)

2023.08.18

오피니언

[기고] 아프리카에서 반서방의 횃불이 타오르고 있다.

한찬욱 / 사월혁명회 사무처장

2023.08.11

오피니언

코로나19 이후 최근 중국의 모습은 ?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2023.08.17

오피니언

평등권, 청원권, 재판권 침해 헌법 소원

-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제1항은 명백한 헌법 위반

허영구(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2023.08.12

오피니언

소위 ‘가치외교’로 파국을 자초하는 윤석열

– 경제위기, 민생위기, 안보위기, 외교위기…. 총체적 난국이다.

이건수(노동당 전국위원)

2023.08.11

오피니언

진보 ≪한겨레≫의 ‘국민통합’ 타령

 ― 그것은 기만이며 함정이다

진상은

2023.08.09

오피니언

노동자정치운동의 당면과제

홍승용(현대사상연구소)

202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