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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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쟝성  위항구·칭산 촌(余杭区·径山村)의  모습


필자는 지난 7월 31일부터 보름 기한으로  여름휴가를 겸해  모처럼 중국을 다녀왔다. 2018년 방문 후 코로나19 사태로 중간에 못 갔으니 만 5년 만인 셈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중국에 관한 소식은 계속해서 접하고 있었지만, 그간 중국의 실제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또 한국 언론에서 중국경제의 회복 속도가 기대치만 못하고 심지어는 디플레이션 위험까지 있다고 하는데 실제 상황은 어떠한지 궁금했다.

 

확실히 청년실업, 부동산침체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번 방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서구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것만큼  중국경제 전반을 흔들 정도는 아니며, 전반적으로 보면 코로나19 방역의 후유증이 어느 정도 남은 정도라 볼 수 있다. 필자가 이런 판단을 내리는 근거는  중국 정부가 지금까지 약간의 이자율 조정이나 부동산 진작 정책을 내놓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정책 기조를 바꾸는 기색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볼 때 , 첫 주택 구매일 경우에 한 해서 모기지 대출에 있어 자기자본 비율을 기존 30%에서 20%대로 낮추었다. 그 정도의 완화정책을 실시했을뿐 시진핑 주석이 늘상 강조하는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었다. 만약 중국경제가 1980년대 후반의 일본처럼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때의 미국처럼 버블경제가 폭발할 위기 상황이었다면, 중국 정부가 지금처럼 결코 한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방문 기간 중에 랴오닝성 성도(省都, 성 정부 소재지)인 선양에 갈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는 한 지인한테 들은 얘기로는, 이미 선양은 개인 부동산 보유 상황에 관한 ‘전산화’ 작업이 완료된 상태여서 언제든 ‘보유세’를 도입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다른 지방들도 사정은 비슷해 보이는데, 이로 판단해 보건데 전국적인 범위에서 부동산 보유세 전면 도입 시점은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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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 시내에  소재한  남호공원(南湖公园). 시민들이 체력단력을 하고 있다.

 

선양은 1천만 인구를 가진 대도시이지만, 베이징·상하이·선전과 같은 1선 도시에 비하면  2선 내지 3선으로 분류된다. 지방 도시의 준비상태가 이런 정도이니 다른 곳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현재 부동산 경기가 약간 침체된 상황임을 감안해서 도입 시기가 애초 예정보단 다소 늦춰질 수는 있을 것이다. 

 

사실, 청년실업이나 부동산 침체같은 문제들은 지난 코로나19 사태의 후유증이 중국 사회에 얼마간 남아 있는 것의 반영이다. 중국은 지난 코로나19 방역에 있어 가장 철저하게 원칙을 고수했던 지구상의 몇 안 되는 국가에 속한다. 그 때문에 14억 인구의 규모,  또 사전 예고 없이 가장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습격을 받았음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최소한의 인명 피해로 이 세기적 재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

 

* 2023년 7월 1일 현재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미국 116만 8148명, 중국은  겨우 5,235명이다. 

  출처: https://coronaboard.com/

 

물론 그 대가는 당연히 경제 방면에서 나타났다. 예컨대  2022년 3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67일 간에 걸쳐 실시되된 ‘상해 봉쇄’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선전시(1500만명)에 대한 봉쇄에 이어 2,600만 이상이 거주하는 중국의 최대 경제 도시를 2달 이상 전면봉쇄 했던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수도권 전체를 봉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경제적 여파가 적지 않았음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기간산업 및 핵심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국유기업들은  강력한 기초체력 덕분에 곧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오랜 기간 정상적 경제활동의 교란으로 인한  민간소득 감소와 이로 인한 소비의 위축은 민영기업과 서비스 부문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한편에선 적지 않은 수의 자영업자와 민영기업의 파산 및 부동산 침체를 가져왔으며, 다른 한편에선 고용시장의 악화로 특히 청년실업 문제가 일시적으로 불거지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현재 한국과 서구언론이 전파하고 있는 중국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뒷받침해주지는 못한다. 올 상반기 중국경제가 5.2%대 경제성장을 달성한데서 볼 수 있듯이 그것들은 일시적 후유증이라고 볼 수 있고, 디플레이션이나 본격적인 경기침체와는 거리가 멀다. 디플레이션이니 ‘디폴트’니 하는 것들은 서구와 국내 언론이 시도 때도 없이 들고나오는 ‘중국경제 붕괴론’의 속편에 불과하다.  만약 5.2% 경제성장을 달성한 중국이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0.9%인 한국과, 1.3%인 미국은 도대체 무어라고 불러야 하나? 이처럼 자본주의 전통 경제학 교과서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기괴한 이론과 괴변을 퍼트리고 있는 세력들은 스스로  앞뒤 가리지 못할 만큼  자신들의 다급한 사정을 보여줄 뿐이다.

 

이번 중국방문을 통해서 필자가 얻은 수확 중 하나는, 중국을 대표하는 CCTV- 1 채널의 인기 연속극 두 편을 통해 현재 이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며, 어떤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과거 유학 기간에도 CCTV가 황금시간대에 방영하는 연속극을 통해서 중국 사회에 대한 감성적 이해를 높이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 필자가 관람한 연속극 두편 중 하나는 <부춘산거(富春山居)>(총32집)인데, 한 젊은이가 자신의 고향에 돌아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빈곤을 퇴치하고 새로운 현대적 농촌으로 변모시켜가는 과정을 다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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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춘산거(富春山居) 연속극의 광고 표지

 

물론 이런 유의 농촌 드라마는 어느 나라에나 있기 마련인데, 한국에는 심훈의 <상록수>가 유명하다. 하지만 특정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이런 주제를 다루는지가 관건적인 문제이다. 필자의 이번 중국방문은 그 기간이 짧아 전편을 다 볼 수는 없었지만, 몇 차례 관람을 통해서도 지금 중국의 ‘농촌진흥’과 관련한 초점이 무엇이며 부딪치고 있는 현안이 어떤 것인지는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지금의 중국은 단순히 소득증대나 농업 기계화 차원을 넘어서, ‘5G 시대’에 걸맞는 정보화된 농촌을 기반으로 한  빈곤탈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잘 알다시피 중국은 5G 보급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이며, 이를 위해 설립된 기지국만 해도 2022년 기준으로 무려 231만개에 이르러 전 세계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한국 25만개). 필자는 이번 방문 기간 내내 실내외를 막론하고 어느 곳을 가든, 심지어는 시속 300킬로 속도로 달리는 고속철도 안에서도 별도의 추가 요금 없이 위쳇(한국의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서 문자나 전화 통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농촌 정보화'는 단순히 구호만이 아니라 현실 속의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극 중에서 등장하는 무인민박, 건강산후조리원, ‘스마트 양돈장’, 무인 채소재배 공장, 그리고 이와 관련한 특허권의 무상공유 문제를 둘러싼 촌민 간의 갈등과 상급 행정 기관과의 갈등, 몇 개 마을을 연결하는 대규모 '생산자연합'을 통한 해결책의 제시 등 비록 아직 일부에서 이긴 하지만 중국의 선진적 농촌들이 시도하고 있는 '디지털 농촌'의 맹아를 목격할 수 있었다. 현대적 기술과 경영을 상징하는 많은 낯선 개념들의 등장은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야말로 중국은 지금 4차 산업혁명에서 거둔 과학기술의 성과를 그대로 농촌 현대화에 적용하는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연속극인 <현위대원(县委大院)>(현 위원회의 ‘본당’이란 뜻)은 지난해 개최된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출시된 작품이다.  이제 연속극의 범위는 촌 단위가 아닌 '현'으로 옮겨졌는데, 중국의 현(县)은 한국의 군(郡)에 해당된다. 인구가 적을 경우 20만 명, 많은 경우에는 100만 명에 이른다. 이처럼 큰 규모를 지니고 있기에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은 앞서 인구 4~5백 명 규모의 촌 단위보다 훨씬 복잡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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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1 연속극  '현위대원(县委大院)'의 광고 표지

 

이 연속극에서도 농촌진흥과 관련한 제반의 난제들이 현 위원회의 사업과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투사되고 있다. 필자가 마침 시청한 부분은 ‘환경문제’와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경제발전 우선정책에 입각해서 간부들에 대한 고가 기준 중 GDP 관련한 지표를 중시해왔다. 이 때문에 환경문제나 주민들의 건강문제 등은 일정 간과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 양자는 현실에서 본격적인 충돌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략적인 방향 선회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 같은 현실은 연속극 속에서 주인공들이 갈등하는 장면을 통해 목격할 수 있는데, 시청자들은 이 과정에서 일선 간부들이 현재 부딪치고 있는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대충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제19차 당 대회(2017년)가 개최되기 전날 밤 주인공인 메이샤오거(梅晓歌)는 광명현(光明县)의 현장으로 취임한다. 이때 그 앞에 놓인 것은 복구와 발전이 시급한 광명현의 현실이었는데, 무수한 난제가 그의 취임 후 잇따른다. 메이샤오거는 감성지수가 높고 친화력이 좋아 점차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성공하고, 시정 과정 상의 모순에 대한 균형감을 잡아간다. 또 불퇴전의 용기로 취임 후 쉬지 않고 광명현에 소속된 100개 마을을 돌아다닌다. 

 

이후 현의 당 위원회 서기로 선출된 메이샤오거는 간부들의 ‘작풍 개혁’을 촉진하는 한편, '녹색 발전' 이념을 고수하여 환경 보호를 기반으로 인민 생활을 보장하고 현 교육의 최적화에 전념한다. 이 같은 현 위원회의 집단적 노력의 결과 광명현은 빈곤 퇴치와 건전 발전의 이상을 실현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이 연속극은 젊고 패기 있는 간부층이 복잡한 현실 속의 실천과 단련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사회주의 위업을 계승하면서, 간부와 대중 사이의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양자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 두 편의 연속극은 모두 현실의 구체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중 특히 <부춘산거(富春山居)>는 저쟝성 한 마을에서 발생한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이라 한다. 그런 만큼 극이 주는 메시지와 시진핑 3기 정부가 현재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신 경제발전 이념 및 국가 전략 목표가 밀접한 연관을 형성한다. 참고로 지난해 개최된 20차 당 대회에서 정식 채택된 신 경제발전 이념은 ‘혁신, 균형발전, 환경, 공동부유, 전면 개방’ 5대 이념이다. 그중 위 두 편의 연속극은 ‘균형발전, 환경, 공동부유’ 3대 이념이 돌출적이며, 첫 번째 ‘혁신’은 은연중에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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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극 '부춘산거'의 배경이 된 져장성 푸양 둥쯔관춘(富阳东梓关村)

 

이 연속극들은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한해 600여편(2021년 기준)의 영화가 생산될 만큼 볼거리와 문화상품이 풍부한 지금의 중국은, 위쳇이나 틱톡 등을 통해 수많은 영상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기에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일은 아무리 귄위 있는 CCTV라 할지라도 그리 녹녹치 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들 연속극이 이처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그만큼 사회 다수의 관심사를 생동감 있게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필자의 중국 방문이 비록 단기간이고 체험이 단편적이긴 하지만, 이상 언급한 사실들을 종합해본다면 중국은 현재 자신의 전략노선을 흔들림 없이 견지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변의 복잡한 국제정세나 미국과 서방의 견제가 날로 심해지는 속에서도 중국은 제 갈 길을 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주머니가 얼마간 축소되어 일부 경제 부문에서 위축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대세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이번 방문에 대한 필자의 결론이다.

 

다른 한편에선 중국이 끝임없이 미국과 서구 중심의 기존 국제질서를 뒤흔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4대 당 한 대꼴로 보급되고 있는 전기차(침투율 25%), 일본을 제치고 자동차 수출부문 세계 1위를 달성했다는 소식, 미국의 기술봉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분야에서 속속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는 소식 등에 대해 우리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상대적으로 낙후된 영역과 함께 그 첨단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는 중국 사회가 서있는 현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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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장성 임평구·탕서촌(临平区·塘栖村)의 아름다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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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화 같은 건덕시 지강춘 (建德市·之江村)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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