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함성 편집부
등록일 :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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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계남씨와 대책위의 방영환 동지 , 양규서씨의 고공농성 장에서

 

제1회에서 소개한 양측 성명을 보면 여러 측면에서 대립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이번 사건을 보는 시각에서 큰 차이가 난다.


양규서-함계남 측 입장을 대변하는 대책위는 이번 사태를 "병원 관련 노조의 과도한 노동환경과 조직 내 괴롭힘 문화"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그 깊은 곳에서 “고통의 나눔과 연대가 그리 쉽지 않은 우리 운동의 현주소"를 반영한다고 하였다. 그 한 예로 "민주노조가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큰 사업장은 작은 사업장에게 힘이 되지 못"하고 "정규직 고임금노동자는 비정규직 저임금노동자의 고통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현 노동운동의 현실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별노조의 상근자들 역시 "각자 조건에 따라 다소 편하면 편한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견디다가 때로는 소모품처럼 조직 밖으로 던져"지게 되며, "이런 노동환경에서 자신도 과도한 노동을 피하기 위해 아픈 동료를 노조 밖으로 밀어내려고 합니다. 이런 환경에선 서로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한 사람의 원인제공자에게 집중될 때 집단 괴롭힘이 됩니다.”라면서 비교적 정확하고 총체적으로 원인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비교할 때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측의 성명에는 이 같은 원인에 대한 전반적인 지적이나 통찰은 없고, 개별 쟁점에 대한 해명만 있다.(7/27 서울지부 성명, 그리고 부수적으로 8/11 공공운수노조 입장문 참조) 


이는 간접적으로 서울지부( 및 의료연대본부, 그리고 공공운수노조까지 포함하여)가 사태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을 보여준다. 즉 성명서의 제목인  <함00 국장 허위사실 유포 관련>이 보여주듯이 양-함의 폭로와 항의 사실은 “근거없다”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며, 이들 부부가 이렇듯 소동을 피우는 동기나 근본 이유에 대한 지적이 없기에 독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성명서에서는 언뜻언뜻 ‘시간외근무수당’에 대한 요구와 같은 금전적 동기, 혹은 조직에 대한 개인적 불만과 흠집내기(그 원인은 설명 없이)가 목적이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최소한 이러한 판단이 공공운수노조 측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앞서 우리가 살펴봤던 두 사람이 살아왔던 그간의 생애, 특히 함계남씨가 2020년 11월 이후 기부스를 한 상태에서도 과도한 업수를 수행하던 ‘헌신적 활동’을 하던 모습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약간 어리벙벙해 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노조측의 설명만 가지고서는 중간의 격차를 메꿀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양자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검토해 볼 수밖에 없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사항을 정리하자면 크게 다음 3가지이다. 즉 ▲직장 내 집단적 괴롭힘 인정 여부, ▲산재에 대한 처리 내용, 그리고 ▲시간외근무수당 청구이다.  물론 그밖에 ▲남편 양규서의 서울 발령, ▲함씨에 대한 징계 철회(조직 내 정보누설), ▲대책위 인정문제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어떤 것은 파생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고, 또 논의를 가급적 관건적 부분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하에선 앞의 3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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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농성  중 양규서씨.  바람에 몸이 날라가지 않도록 안전벨트로 자신을 고정하고 있다.

 

(1) 직장 내 집단 괴롭힘

 

한마디로 노조 측은 그런 것은 없었다는 입장인데 비해, 대책위는 분명히 존재했었다고 주장한다. 먼저 노조측 입장을 살펴보자.

 

집단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주장도 사실이 아님을 알립니다. 
해당인은 지난 1월 동료 간부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였지만 조사 결과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해당인은 본부와 노조 법률원이 편파적으로 직장내 괴롭힘 조사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집단 따돌림을 주장하며 지부 활동가 5명을 본부에 신고하였고 본부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본인의 신고에 의해 진행 중인 절차를 무시하고 노동청에 지부 활동가 14명에 대해 추가로 진정을 낸 상태입니다. (7/25, 서울지부 성명)

 

앞서 함계남씨가 주장했던 ‘해고 압력’이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노조 측은 정면으로 부정한다. 

 

해고 절차를 밟은 사실이 없습니다.
해당인이 작성하고 배포한 모든 선전물에 ‘해고는 살인이다’ 라며 지부가 마치 해고 절차를 밟고 있다는 듯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매우 심각한 허위 주장입니다. 지부는 단 한 번도 해고하겠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해당인의 억지와 허위 주장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부는 운영위원회에서 해당인에 대해 “해고하지 않는다.”는 공식 발언까지 회의록에 남겨야 했습니다. 오히려 해당인의 요청으로 면담을 하게 되는 경우, 해당인은 “해고해 달라”며 스스로 “해고” 발언을 지속해 왔습니다.(7/25, 서울지부 성명)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 역시 공식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서울지부의 입장을 두둔했다.

 

3. 대리인 등(소위 대책위)은 괴롭힘(태움)과 왕따, 비방 등 함○○의 주장을 기정사실로 삼고, 이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간 진행된 심의 절차에서는 함○○의 주장과 상이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며, 이를 배제하더라도 상호 간의 주장이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함○○이 제소한 본부, 지부 간부 14인에 대한 징계 요청 및 이와 관련된 민주노총 규율위 권고에 따른 후속 조치 등, 민주노총과 노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시비를 가리고 조치를 취해야 할 사항입니다. 노조는 민주노총 규율위원회 권고에 따라, 의료연대본부와 협의하여 절차에 따라 이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고 있습니다.(8/8, 공공운수노조 성명)

 

이 같은 노조 측 해명에 대해 양-함 측은 대책위가 8/6로 낸 <사태의 근본원인과 해결방안>을 통해 다음과 같이 자세히 반박하고 있다.
 
"3. 집행부의 집단 따돌림과 사직종용 등 괴롭힘으로 정신적 충격 받아.
2023년 1월의 집단 괴롭힘 신고 이후 2월 6일 상집에서 사무국장이 사과를 한다고 했으나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니라며 사과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함국장은 본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했으며, 조사결과 본부는 3월 13일에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니지만 인권교육 등을 실시하고 분리조치, 모니터링 등을 하라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본부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후는 물론, 본부의 결정이 나온 이후에도 인권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등 본부의 결정은 대부분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함 국장은 노조에 대한 실망감, 분리조치가 집행되지 않아서 발생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2023년 3월 17일 의사가 가해자와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8주 진단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못했고 함 국장은 병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 즈음에 사무국장 외에 다른 간부들도 함국장에 대한 따돌림이 심해졌습니다. 함국장은 식사도 혼자 하고, 간부들이 함 국장의 인사도 잘 안 받아 주었습니다. 함국장이 업무에 관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해주지 않아 함국장이 업무를 하기 힘들어졌습니다." 

 

‘해고 압력’ 부분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한다.
 
“급기야 노조집행부와 동료 간부들은 함계남 국장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힘들다고 판단하여 함 국장이 퇴직해야 한다는 확신에 이르게 됩니다. 4월 10일 함국장은 상집 회의가 끝난 직후 간부들 모임에서 사직을 요구받았으며, 4월 11일 사무국장이 연수휴가가 끝난 후 권고사직을 받아들이라고 했습니다. 함 국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사무국장은 해고 절차를 밟겠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함국장이 4월 17일 4년 근무로 인한 1개월 연수휴가를 받았습니다. 연수휴가 중에 함 국장을 징계하려는 목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함국장이 5월 연수 휴가 끝난 후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제소됐습니다. 함국장은 사직종용과 징계 제소로 인한 스트레스로 또 다시 자살 충동을 느끼고 2023년 6월 9일에 정신과 8주 진단이 나왔으나 역시 병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지부장이 6월 12일 개인 면담에서 자진 사직을 수차례 강권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가해자와 분리 조치가 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남은 연수휴가와 연차 휴가를 다 썼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함국장은 분리조치가 없는 조건에서 가해자들과 한 사무실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

 

“종합하면 함 국장이 지부장의 권고사직과 동료 간부들의 자진퇴직을 거부하고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면서 집행부와 다른 간부들이 함계남 국장을 퇴직시키고자 집단으로 괴롭히고 사직종용을 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입니다. 


당사자가 거부할 경우 인사권자가 권고사직을 인신공격 등의 방법으로 계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공공운수노조에서 집단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직종용입니다.


 또한 하급자라고 해도 여럿이 합세하여 회의라는 방식을 통해 공개적으로 돌아가면서 <자질부족>, <소통부족>, <근무태만> <자진 퇴직> 등 모욕적 발언을 하는 것도 역시 사직종용으로서 집단 괴롭힘에 해당됩니다. 
극히 민감한 인사문제를 당사자가 있는 회의에서 청문회를 하듯이 마녀사냥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적절한 업무 방식이 아닙니다. 가해자들의 주장처럼 함계남 국장에게 문제가 있다면 사실관계를 제시하여 징계를 요구하면 될 일입니다.” 

(이상, 8/6, <대책위-사태의 근본원인과 해결방안>)

 

그렇다면 대책위는 자신의 이 같은 주장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대책위는 위 문건 중 필자가 인용하지 않은 부분에서 “집행부 차원의 사직종용 등 집단 괴롭힘을 입증할 수 있는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확보한 상태이며, 당사자의 진정한 사과와 지휘감독자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을 경우 전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노조측에 제시하고 공개했다. 따라서 이 문제에 있어선 대책위 측의 주장이 사실임이 입증되었다고 판단된다.*

 

* 대책위가 이 녹음 파일을 실제로 노조측에 전달했다는 사실은 다음 성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대책위원회는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에서 발생한 함00 국장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지부 차원의 집단괴롭힘 수준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나아가 대책위원회는 서울지부가 함 국장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후에 불필요한 업무지시, 집단따돌림과 같은 불이익을 주고 보복으로 추정되는 집단적인 사직종용, 징계까지 한 정황을 발견했다. 이는 가해자들의 음성 파일과 보복징계의 배경을 설명하는 000의료원 분회 전 분회장 이00의 증언으로 입증될 수 있다. ” “3. 의료연대 서울지부에서 집단괴롭힘(사직종용)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는 음성파일을 전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8월 8일 입장문에서 피해신고자와 대책위원회가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고 비방한 점” 등에 대해 대책위가 공공운수노조 측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구한 사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상 인용문은 8/14, 대책위, "안명자 공공운수노조 사무처장에게 요구한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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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들 꼬뮨군, 양규서씨 누님, 대책위 대표 김장민씨 


(2) 산재 인정과 협조

 

이 쟁점에 있어 노조 측은 함계남씨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으며, 적극 협조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책위는 그것이 근로기준법 상에 나와 있는 ‘유급휴가’가 아니라는 점, ‘정신적 피해’에 대해 인정하지 않은 문제점을 들어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서울지부 측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산재신청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병가 등 규정상 휴가 외 별도로 진료 편의를 모두 보장해왔습니다. 해당인은 각종 SNS를 통해 지부가 ‘산재 신청은 반조직적 행위다’, ‘노동자의 기본권인 산재를 신청하지 못하게 했다’는 거짓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동안 지부는 해당인이 신청한 산재에 적극 협조해 왔습니다.

 

지부는 2021년 11월 해당인이 신청한 ‘족부 염좌’ 산재 승인을 도왔으며 산재승인을 위해 해당인의 주장 중 확인이 어려운 부분까지 포함하여 모두 사실이 맞다고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승인되지 않자 해당인은 이의신청을 했고 지부는 끝까지 해당인의 주장을 지지하며 서류를 제출하였습니다. 또한 최근 신청한 산재까지 협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해당인은 지부가 산재신청을 막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지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7/25,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성명)

 

이에 대해 함계남씨 측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함계남 국장은 2020년 3월 19일 사고로 인한 첫 부상을 당한 후 기부스(다리)를 하고 근무했습니다. 4주 진단을 받았으나 병가를 받지 못해 적절한 치료와 휴식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2021년 10월 28일 아킬레스힘줄염(다리)으로 3주 진단을 받고 병가를 받았습니다. 병가 이후에도 새벽출근, 야간노동, 주말 및 휴일노동을 해야 했고 결국 과로로 인해 육체적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2022년 11월 힘줄염이 다시 악화돼 2주 진단을 받고 병가를 받았으나 지부장이 출근을 요구해와 3일 동안 기부스를 한 채 택시를 타고 출근했습니다. 결국 상태가 더 악화돼 출근을 할 수 없어 병가를 사용했습니다.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으면서 주말에도 출근했습니다. 선거관리에 여념이 없던 차에 사무국장이 다른 업무를 지시해와 일부 업무를 분담할 것을 요청하자 사무국장이 <국장이 그것도 못하냐>, <국장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라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내일 뭐 하냐>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와 이러한 괴롭힘 때문에 2023년 1월 정신과에서 4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지부장에게 집단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병가를 얻었습니다."(8/6, 대책위-근본원인과 해결방안) 

 

즉 함계남씨가 산재를 당했음에도 제때에(조기에)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이다. 이는 노조의 "적극 협조했다"라는 주장과는 다른 내용이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별도 요구' (3번) 형식으로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3번 산재 항목 과로로 인한 부상악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부상
- 노조는 조기치료를 회피하거나 확인된 과도한 노동에 의한 부상(사고)의 악화를 인정하고 기존의 의견서를 수정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해야 함."(8/3, 대책위 2차 회의) 


"3. <산재협조> 의료연대본부는 “함계남 국장이 사고로 부상을 당했으나 제때에 치료와 휴식을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됐다”는 수정의견서를 근로복지공단에 발송한다."  (8/6, 사태의 근본원인과 해결방향)

 

이와 함께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생긴 '정신적 부상'에 대해서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연관성과 심각성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집단 괴롭힘은 자살 충동까지 초래한 함 국장의 정신적 산재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양규서 국장이 배우자의 자살 충동에 대한 정신적 충격, 노조집행부에 대한 분노 끝에 진단 받은 공황장애와도 직접적인 관련 있습니다. ” (8/6, 대책위-사태의 근본원인과 해결방안)

 

끝으로, 요양 휴가의 형식에 있어 무급이 아닌 ‘유급휴가’를 요구하였다. 이 역시 다른 수입이 없는 활동가로서는 납득할 수 있는 요구라 할 수 있는데, 산재 관련한 법률에서도 ‘유급휴가’를 규정하고 있기에 정당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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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규서씨가 46일을 보낸 고공농성장 내부

 

(3) 시간외수당 청구

 

이 부분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로서 1단계 협상에서 ‘집단 괴롭힘’ 문제와 함께 가장 난항을 겪은 쟁점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 수준의 재정 능력을 가지고선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함계남 씨처럼 상근자에 대한 지나친 혹사 역시 일정하게 제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대해 처음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양-함 씨 측은 점차 노조가 원칙적인 입장 표명을 해준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수준으로 타협점을 찾는다.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자.

 

먼저 노조측의 입장을 보자.

 

"모든 활동을 시간외 수당으로 환산하는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지난 6월 해당인은 최근 공단에 신청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재해 인정’ 산재가 승인이 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질병휴직이 필요하다 했습니다. 유급휴직으로 하고 실제로 무급으로 하더라도 산재를 위해 그렇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으로 지친 심신 회복을 위한 휴직 요구라 보기에는 그 진정성이 의심되었지만, 지부는 해당인을 위해 규정에 없는 무급휴직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인은 돌연 6개월 유급 질병휴직으로 요구를 변경하였습니다. 


이제는 모든 비정규직 투쟁과 집회 참석, 파업, 저녁식사 시간까지 시간외 수당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버스, 아시아나케이오투쟁, 세종호텔투쟁, 하청 비정규직 파업 등의 참여를 돈으로 지급하는 결정은 도저히 할 수가 없습니다. 투쟁사업장 지지 방문조차 시간외 수당으로 환산한다면 연대의 정신은 망가지게 되고 수당 지불 능력이 없는 노동조합은 연대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투쟁을 죽이는 일입니다. 지부는 노동조합 활동의 어려움과 과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개선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할 것입니다. “(7/25, 서울지부 성명)

 

이 문제에 대해 함씨 측은 처음 얼마간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울지부의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의 입장문 속에서 이 문제가 협상의 걸림돌이었음을 지적하는 다음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 지난 7/11(화) 새벽 양○○ 조직국장(대구경북지역본부)이 배우자(의료연대서울지부 함○○ 국장)의 요구를 포함한 사항에 대해 공공운수노조(이하 ‘노조’)가 해결할 것을 요구하면서 노조 옥상에서 농성에 돌입하였습니다. 이에 노조는 조속한 사태해결을 위하여 해당 당사자 및 대리인과 총 5회에 걸친 협의를 진행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의견접근을 이루었으나, 안타깝게도 당사자(함○○)가 시간외수당 진정을 취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조속하고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협의 노력을 지속해왔습니다.” (8/8, 공공운수노조 성명)

 

그렇다면 양-함 측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과연 서울지부 측이 비난한 대로 자식까지 동원하여 노조를 상대로 ‘임금인상’을 요구했던 것일까? 


이 요구는 원래 상근자에 대한 과도한 초과근무에 대한 저항(함계남씨의)으로부터 나왔다. 그럼에도 마치 자식을 동원해 “돈을 요구한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과도하다. 옥탑농성 중에 양규서씨는 이 문제에 대한 노조측의 왜곡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심정을 밝혔다.

 

"우리 가족은 모든 걸 걸었습니다. 인간답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해, 활동가로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아니 저와 배우자가 살아남기 위해 모든 걸 걸었습니다. 시간외 수당을 받기 위해, 돈을 받기 위해 아이와 폭풍우에 옥탑에서 밤을 지새는 아버지가 어디 있습니까."(양규서, 8/10성명)

 

최소한 사건의 당사자인 함계남 씨의 다음 글은 더욱 절절하다.

 

“한 상근활동가가 장기간의 과로로 몸이 무너지고 다쳐서  더 이상 그렇게 일하기가 어렵다고 조직에 대책을 요구했으나, 조직은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왔습니다.
오히려 조직의 구성원들은 한 상근활동가의 고통과 호소를 책임이 없다거나 무능하다거나 운동적 사고가 부족한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와 따돌림 그리고 괴롭힘으로 당사자의 마음까지 무너지게 하였습니다.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린 당사자가 마지막으로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은 더 이상 해결 가능성이 없는 조직 내부가 아니라, 조직 외부(운동사회와 관련기관)였던 것입니다.
당사자의 고통과 호소를 접한 운동사회의 일부 활동가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함께 문제해결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대책위까지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당사자의 심신의 고통은 당연히 당사자와 365일 일상을 함께 하는 가정으로 전가되었고, 역시 상근활동가인 남편의 고통이 되었습니다. 아들 꼬뮌은 엄마 아빠가 겪는 심신의 고통을 하루하루 지켜보면서 이러다 큰일 나겠다는 위기의식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조직 내부에서 해결이 되지 않자, 남편 활동가는 고공으로 올라갔고, 아들 꼬뮌이도 아빠와 함께 나섰습니다. 아이가 고공농성하는 것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꼬뮌이와 관련하여 학교나 여러 기관에서 방문했지만 꼬뮌이를 설득하지 못하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힘으로 끌어내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를 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아이가 부모의 보호 아래 있습니다. 아이도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어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어할 것입니다.


시간외수당 청구는 당사자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과로를 방지하려는 자구책입니다. 시간외수당이 아니면 과로를 방지할 대책을 조직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시간외수당 청구외에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어떤 문제라도 조직 외부로 외화되어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면 파장과 파장을 일으켜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어제 태풍을 지나보내고 벌써 고공농성이 33일째입니다. 이에 가족들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을 없어서 나서겠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들을 어떤 이유나 명분으로 막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이라도 운동사회는 부분적이고 일방적인 언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과 호소에 귀를 좀 더 기울여 조속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8/12, 함계남, SNS 단체방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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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꼬뮨군이 공공운수노조를  향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 역시 이 요구에 대해 처음 강경한 입장에서 나중에는 유연한 입장으로 타협을 추구했다.

 

“대책위원회는 신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단계적으로 양보안을 제시해왔습니다. 1차 협상 결렬 이후 시간외 수당 청구 관련 진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양보했습니다. 과도한 노동조건을 다루는 TF팀을 별도로 구성하지 않고 1번 항목인 조직문화 개선에서 다루자고 양보했습니다. 다만 차이는 야간노동, 휴일노동에 대한 대체휴식과 대체휴일이라는 문구를 삽입할지에 있습니다. 처우규칙 개정이 노조자율권이라서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수용하여 <개정 추진> 즉 집행부의 성의 있는 노력 수준으로 양보했습니다. 
나머진 종국적 해결을 위해 제도개선 추진을 전제로 양측의 모든 분쟁을 종료하자는 것이며, 집단 괴롭힘의 피해자인 함계남 국장을 해당 조직과 분리하는 차원에서 전보발령하자는 것 등입니다. ” (8/6, 대책위-근본원인과 해결방안) 

 

대책위는 8월 3일 가진 2차 회의에서 이 쟁점에 대해 ‘기타 항목’으로 다루면서 다음과 같은 요구를 제시했다.

 

"5번 기타 항목: 가. 과로와 시간외 수당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안
1) 1번 항목 조직문화 개선 티에프에서 연장근로 휴일근로 야간근로 등 과도한 노동문화 개선을 위해 아래와 같은 사항을 포함하여 다룬다.
1. 관련 실태조사
2. 공개토론회 2회(공공운수, 의료연대, 당사자)
3. 의료연대와 공공운수 처우규칙 개정
1) 정시노동 외 추가적 노동에 대한 선택권
2) 추가노동에 대응하는 대체 휴식이나 대체휴일
3) 상근자는 시간외 수당 청구에 대한 노동부 진정을 철회하되 공공운수노조 및 의료연대본부는 상근자의 시간외 수당 청구는 노동자의 자율적인 선택권임을 확인한다.”  
( 대책위,  2차회의 결과 보고서)

 

그 후 며칠 후 이 문제에 대한 대책위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히였다.

 

“실태조사와 공개토론회 결과를 반영하여 아래의 사항을 포함한 의료연대본부 사업장과 공공운수노조 처우규칙 개정 추진:
(1) 정시노동 외 연장근로에 대한 노조상근자의 선택권 부여
(2) 연장근로에 상응하는 대체휴식이나 대체휴일을 반드시 부여하도록 함.” (8/6, 대책위-근본원인과 해결방안)*

 

* 다음 인용문을 보면  양자의 차이점을 좀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시간외 수당 청구는 노동부 진정을 철회하는 조건에서 양자가 차이가 있습니다. 대책위원회는 <조직문화 개선> 항목에서 연장노동, 휴일노동, 야간노동에 대해 대체휴식, 대체휴일을 부여하는 문제를 합의문에 명시적으로 넣자는 입장입니다. 반면 공공운수노조 측은 <조직문화 개선>이라고 추상적으로만 하자는 입장입니다."(8/6, 대책위- 사태의 원인과 해결방향)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양-함 부부나 대책위의 이 문제에 있어서의 태도는 결코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서울지부와 공공운수노조가 그렇게 외부에 비치도록 한 것은 일정한 의도성이 있어 보인다.

 

전반적으로 양-함 부부를 포함한 대책위의 입장은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코자 하는 열망을 담고 있다. 즉 “이 사태가 장기화되고 전체 노동계나 시민사회진영으로 공론화되면 양규서, 함계남 국장의 개인적인 피해는 말할 것도 없이 그동안 모범적인 평가를 받던 의료연대는 물론 전체 민주노조의 신뢰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빠른 조치를 해 줄 것을 의료본부와 공공운수의 집행부에 다시 한번 부탁”한다는 태도였다.(8/6, 대책위- 사태의 원인과 해결방향)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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